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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삼국지 2 : 황건적 토벌> 요코야마 미츠테루 / 박영 / 대현출판사 (2002) [My Review MMCCCLIV / 대현출판사 2번째 리뷰] 고품격 월간 리뷰전문잡지 <책이 있는 구석방> 일백여든세 번째 리뷰는 '만화 삼국지'의 원조이자 일본 만화계의 거성 요코야마 미츠테루가 15년에 걸쳐 완성한 불후의 걸작 <전략 삼국지 2>다. 수식어가 거창하지만 2026년 지금의 어린이들이 읽기에는 걸러야 할 것이 많은 문제작이기도 하다. 이 작품이 처음으로 선보인 것이 1971년으로 이때만해도 '일본의 부흥기'였고, '일본의 문화'가 세계적으로 선진국답다고 널리 알려진 시기였다. 하지만 그 당시의 일본 만화는 '일본색'이 너무 강해서 문제였다. 사무라이 정신이 일본의 자랑이던 시절이었기에 장면마다 '사람을 난도질'했고, 불필요한 사실적 묘사를 남발해서 '잔혹한 장면'도 거침없이 드러내곤 했다. 그래서 이러한 '일본색'은 강자 앞에 약하고, 약자 앞에서 강한 척하는 비굴함을 '약육강식'이라는 그럴 듯한 논리로 포장하여, 자신들(일본인)은 강한 편이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얼버무리고 뭉게버리는 식으로 표현했다. 이러한 문제점이 두드러지기 시작한 것이 바로 오늘날 일본의 세계적 위상이 하락하면서 생겨났다. 과거의 일본이나 현재의 일본이 바뀐 것은 하나도 없는데, 과거에는 아무런 비판을 하지 못했던 문제가 오늘에 와서는 날선 비판을 넘어 비난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일본을 향해서 '후진적인 행태'라며 비난까지 하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을 지금에 와서 다시 읽어도 되는 책인지 살펴보려 한다. 1권에서도 강조했던 내용이지만 다시 한 번 정리해서 이야기를 꺼내본다. 그럼 책 속으로 풍덩 빠져보자. <전략 삼국지 2> 관점 포인트 : 먼저 줄거리를 말하자면, 1권에서 유비, 관우, 장비는 뜻을 모아 의병을 일으켰다. 그런 뒤에 첫 출전을 하게 되었다. 크게 활약했고 초라한 겉모습에 비해서 실력이 뛰어난 의병군이라는 소식이 퍼져 나갔다. 그 가운데 유독 돋보이는 이는 의병장으로 활약한 유비다. 그는 중산정황의 후손으로 황족 출신인 탓에 어딜 가나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위엄'을 보이고 다녔다. 그래서 그를 따르는 의병들을 변변한 갑옷과 무기도 없이 초라한 복색을 하고 있어 '거지 군대'라고 놀림을 받더라도, 이들을 이끄는 유비의 당당한 모습에 처음엔 놀리던 사람이라도 유비를 모습을 보기만 하면 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위엄을 엿볼 수 있었다. 유비의 뒤를 따르는 관우와 장비의 모습도 장관이었다. 그래서 유비의 의병군은 가는 곳마다 화제를 불러 일으켰고, 황건적 토벌에 참전할 때면 늘 선봉을 맡아 큰 공을 세웠다. 그렇게 청주성으로 가서 옛 스승인 노식을 구했고, 달아나던 황건적 잔당을 화공지계로 퇴치하면서 붉은 갑옷을 입고 등장한 조조와도 대면했다. 유비와 조조는 서로를 '영웅'으로 인지하고 의미심장한 대화를 나누며 헤어진 뒤에 유비는 다시 주준 장군이 있는 곳으로 돌아간다. 당시 주준은 '철문협'이란 곳에서 '지공장군 장보'와 대치하고 있었는데, 철문협이란 이름에 걸맞게 좁고 가파른 협곡을 지나야 황건적이 숨어 있는 소굴로 들어갈 수 있기에 주준이 이끄는 관군이 애를 먹고 있었다. 그때 마침맞게 유비의 의병군이 다시 돌아오자 주준은 유비를 앞세워 관군의 희생을 줄이려 공략을 맡기게 된다. 그렇게 유비는 돌아오자마자 군대를 정비할 틈도 없이 또 다시 전투에 나서지만, 이번엔 장보가 펼치는 요술 때문에 첫 전투는 보기 좋게 패배를 하고 만다. 하지만 유비는 협곡이란 지형 때문에 강하게 불어오는 맞바람이 패배의 원인이었지, 그 바람 때문에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고 적들이 뿌려대는 종이와 돌멩이 사이로 화살이 날아오는 탓에 정면대결로는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다. 그래서 유비는 닭과 개, 양 등 쉽게 구할 수 있는 '동물의 피'를 잔뜩 준비해놓고 제례의식 비슷한 것을 치룬 다음에 "이로써 장보의 술법은 파괴되었다. 이제 더는 요술을 부릴 수 없을 것이다"라면서 의병과 관군의 사기를 진작 시킨 뒤에 장비로 하여금 협곡의 정반대에 위치한 절벽을 기어올라 적들의 방비가 약한 틈을 공략해 기습공격을 감행하게 했다. 장비가 가파른 절벽을 올라 기습에 성공하자 때를 맞춰 유비와 관우는 군대를 이끌고 정공법을 택하자 황건적은 패배하고 말았다. 헌데 사투 끝에 승리를 거두자 이번에는 주준이 몸이 달았다. 장각을 공략하던 황보숭 군대가 장각을 죽이는 성과를 올렸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이번에 유비가 장보까지 죽였으니 황건적 토벌은 거의 마무리가 된 셈이다. 그런데도 주준은 자신의 손으로 공을 세우지 못하고, 유비의 도움을 받고서야 겨우 승전을 했으니, 한편으로는 유비에게 고마움을 느끼면서도 큰 공을 세운 유비에게 시기와 질투심이 샘솟기 시작했다. 그래서 주준은 유비를 곤경에 빠뜨릴 작정을 하는데...다음에 계속 나가는 글 : <전략 삼국지>의 전체 줄거리는 요시카와 에이지의 '소설 삼국지'를 고대로 답습하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일본인 작가이니 그럴 수밖에 없다지만, 요시카와가 소설을 집필한 것은 1940년대이고, 요코야마가 만화를 그린 것은 1970년대다. 약 30년의 차이가 있었는데도 <삼국지연의>의 원작에 해당하는 '모종강본'을 따르지 않고 '요시카와본'을 따른 것을 보면, 역시 일본의 자긍심이 작동해서 애써 '중국의 고전'을 깎아내리려는 처사로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건 그리 큰 문제가 아니다. 요시카와 에이지가 쓴 '소설 삼국지'도 꽤나 수작이고, 재밌기 때문이다. 진짜 문제는 만화를 그리면서 '황건적의 난'이라는 혼란스런 정경을 '사실적인 묘사'로 그려낼 필요가 있었는가 하는 점이다. 후한말의 혼란한 상황은 말그대로 아무런 힘도 없는 무고한 백성들이 큰 피해를 입은 '참혹한 내전'이었다. 정규 관군과 의병 군벌과 핍박받던 백성들의 무리인 '황건적'이 한데 어우러져서 피를 튀기며 싸운 전쟁이었던 것이다. 더구나 황건적은 새로운 왕조를 세울 꿈까지 꾸었으니 '반란군'이자 '역적'이었다. 그러니 싸움의 성격은 더욱 끔찍하고 잔혹할 수밖에 없었다.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을 수밖에 없는 처지에 곳곳에서 공략해오는 '관군과 의병들'을 상대로 대충 싸울 수는 없는 셈이다. 그래서 거의 발악에 가까울 정도로 극렬하게 전쟁에 임했다. 이는 관군과 의병들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정규군이고 의롭게 일어선 '명분'은 드높을지 몰라도 황건적에 비해 '수적 열세'를 면치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1명 vs 10명'의 싸움을 벌여야 했기 때문에 관군도 죽기 살기로 싸울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황건적 토벌은 고대의 전쟁 답게 '장수와 장수'가 일대일로 맞붙어서 싸우다가 한 쪽이 승리하면 그대로 패배를 인정하고 패자에게 아량을 베푸는 낭만적인 전투는 없었다. 수적인 압도를 이용해서 물밀듯이 밀어닥치는 개싸움이 펼쳐졌고 관군을 이끄는 장수가 제대로 지휘하지 못하면 그야말로 사람에게 밟혀 죽는 처참한 꼴을 당할 수밖에 없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장수들은 갑옷을 단단히 여미고 적들이 쏘는 화살과 웬만한 창칼의 공격은 튕겨낼 수 있고, 단단하고 긴 창을 주로 사용하면서 말 위에서 아래에 위치한 적 보병의 얼굴을 썰어버리는 방식으로 적들의 가장 앞과 적진 한복판에 뛰어들어서 일기당천하는 용맹한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적들의 진형을 무너뜨리고 사기를 떨어뜨려 흩어지게 만드는 작전이 주로 쓰였던 것이다. 그러니 전투의 양상이 얼마나 처참했겠는가? 그래서 '소설 삼국지'에서는 짤막한 전투양상을 묘사하고 어떤 장수가 크게 활약해서 적진을 무너뜨리고 승리를 거뒀다는 식으로 전투장면을 서술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쯤해도 충분히 끔찍하고 살벌한 상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만화는 칼과 창으로 사람의 목을 베고 썰어버리는 장면은 말할 것도 없고 사람의 몸뚱이가 썰리면서 피가 튀기는 장면까지 적나라하게 사실적으로 낱낱이 묘사했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었을까? 같은 시기에 한국에서 집필된 '고우영 삼국지'에서도 충분히 끔찍한 장면묘사가 담기긴 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오히려 끔찍한 장면일수록 풍자와 해학을 담아 적다히 포장(?)할 줄 알았고, 너무 끔찍한 대목에서는 '단 한 컷'으로 압축해서 참혹했었다는 느낌만 강조할 뿐이었다. 한편 중국의 만화가 천웨이동의 <중국정통 만화 삼국지>에서는 잡졸들끼리의 개싸움은 개미처럼 작게 묘사했고, 주로 장수들간의 일대일 전투로 화려하고 장엄한 <삼국지> 속 전투 명장면을 아름답게 포장했다. 그런데 요코야마의 <전략 삼국지>는 불필요할 정도로 강한 장수가 약한 병졸을 베어내는 장면을 여러 컷으로 나누어 자세하게 묘사하며 피 튀기는 살벌함까지 낱낱이 그려냈다. 역시나 '강자'가 '약자' 앞에서 냉혈한 현실을 자각하게 만드는...말 그대로 '약육강식'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일본색'이 너무 진하게 작동했다. 왜 일본 만화는 굳이 이렇게 '약자가 강자에게 살육당하는 장면'을 여과없이 보여주는 것일까? 과연 이런 참혹함을 '고전문학'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해서 어린이와 청소년 들에게 보여줄 필요가 있을까? 굳이 그러지 않아도 충분히 끔찍할텐데 말이다. 다음에 계속. #리뷰 #에세이 #전략삼국지 #만화삼국지 #요코야마미츠테루 #황건적의난 #일본색이짙어서문제 #책이있는구석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