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에서부터 느껴지는 이분법적 구분의 색채가 너무도 짙었다. 미국 그리고 유럽, 닮은 듯 하지만 닮지 않은 그 둘을 어떠한 기준으로 비교할 수 있을지. 아무래도 저자가 미국 사람이기 때문일까. 제 3자의 입장에서 읽어보았을 때 미국의 국방 정책에 대해 꽤나 긍정적인 평을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역사적으로 미국은 계몽주의 사상에 입각, 유럽 대륙에 비하여 휴머니티와 이성에 대한 신봉 정도가 높았다. 반면, 유럽의 경우 오히려 역사 속에서 무력에 의한 통치에 많이 익숙했었다. 제국주의적 흐름에서부터 제1,2차 세계대전에 이르기까지, 그 모든 것의 중심에는 유럽의 국가들이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파워는 변화했고 미국, 유럽은 서로 뒤바뀌었다. 현재는 오히려 미국이 과거 유럽이 경험했던 강대국으로서의 힘의 정치를 답습하고 있다.
저자는 군사 부분에의 지출에 대해 굉장히 중요성을 부여하고 있다. 유럽 연합은 경제, 정치 부분에서는 성공적이었으나 군사 부분에서 미국의 군사력을 앞지르지 못했기 때문에 총체적 파워 면에서는 미국에 뒤쳐질 수 밖에 없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미국은 원거리 지역 무력 투입을 위한 군사력 양산에 힘을 쏟은 반면, 유럽은 소련군 공격으로부터의 자국 방위에 중점을 두었기 때문이라나. 이러한 군사 정책의 차이로 인하여 미국의 경우, 한반도와 페르시아 만에서 동시에 전쟁을 수행할 수 있을 정도의 군사력을 바탕으로 전세계적으로 자신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반면, 유럽은 소규모 전쟁을 수행할 힘 조차 없게 되었고, 이는 지난 이라크 전쟁에서 두드러지게 드러났다. 전쟁의 주체는 군사력에서의 우위를 보인 미국이었으며, 이러한 강력한 군사력이 있었기에 미국인들의 70% 이상이 전쟁에 찬성하는 태도를 보였다고 저자는 이야기했다.
하지만 이라크 전쟁은 지난 9.11 테러의 여파가 강하게 작용하였으며, 이라크는 미국이 상대할 정도로 강력한 국가가 아니라는 사실에 대해 저자는 망각하고 있는 듯 했다. 또한 모든 것을 결정짓는 요소로서 군사력을 지나치게 부각한 나머지 모든 현상을 권력의 문제로 바라보고 있는 듯 했다. 유럽은 대규모 전쟁 보다 빈곤, 환경 등에 보다 신경을 쓰는 것이 단지 미국만큼의 강력한 군사력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발상은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왜 모든 국가가 강력한 군사력을 갖춤으로써 자국 방위 이상의 전쟁을 수행해야만 한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오히려 그러한 발상에 따라 모든 국가가 군사력 증강에만 신경을 쓴다면 결과적으로 전 세계는 홉스적 무질서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이는 권력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동시에 관점의 문제일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책을 읽는 내내 군사력이 모든 문제의 해결책인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미국은 역사 속에서 분명 자본주의 국가를 수호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였다. 하지만 군사력에 기초한 이러한 세계 방위는 구 소련의 붕괴와 더불어 미국의 정체성에 심각한 위기를 낳았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는 미국의 자존심과도 관련된 문제였으며 동시에 자본주의 체제를 택한 국가로서 미국이 직면한 경제적 불황의 문제와도 연결된 것이었다. 비록 저자는 미국이 수행한 전쟁들이 미국에는 어떠한 이익도 가져다 주지 않았다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전쟁을 일으킴으로써 미국은 군수 산업의 부흥을 통한 경기 침체로부터의 해결책을 도모할 수 있었다. 이는 지난 한국 전쟁이 전후 일본 경제의 급속한 발전에 이바지 한 것과 같은 이치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쿠데타를 통한 합법적이지만 사회주의적 색채를 띤 정권들을 붕괴시키는 행위 역시도 궁극적으로는 친미적 정권의 수립을 통한 세계의 미국화라는 면에서 결코 중립적인 행동이라고 볼 수 만은 없다. 또한 이러한 강압적 정책으로 인해 미국은 유럽뿐만 아니라 전 세계와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
물론 미국의 군사적 영향력 행사가 유럽의 안정적 복지국가 확립에 기여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유럽 사회를 분석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두 세력을 비교함에 있어서 미국의 절대적 우위가 너무도 강조된 나머지 군사력에 대한 무비판적 찬양이 이루어지고 있는 듯 하다. 또한, 미국과 유럽을 이야기함에 있어서 아시아나 남미 등이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인지, 그들은 그저 미국과 유럽의 세력 다툼 속에서 미국 혹은 유럽에 속한 또 다른 이름의 식민지일 수 밖에 없는지, 저자는 그에 대해 아무런 이야기도 남기고 있지 않은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