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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박상순 이것은 감옥입니다. 세상의 경계를 생각하게 합니다. 이것은 도망자입니다. 영원으로 달아나서 여기에 미래를 남깁니다. 이것은 지옥입니다. 늘 헛것인, 환영이지만 내 가슴을 찌르는 뾰족한 가시입니다. 이것은 절벽입니다, 떨어지면 끝이어서 날아야만 합니다. 이것은 당신입니다. 당신이 침묵할 때 몸속에서 자라나는 거대한 식물입니다. 나의, 이것은. 당신이 이것이라고 말할 때 나는 가만히 생각을 멈춥니다. 말이 끊어지고 천사가 우리 곁을 스쳐 지나가는 사이 이것은 생겨납니다. 세상은 감옥이기도 하고 비상구이기도 합니다. 모르는 사람이 친한 척 말을 걸어오기도 하는 이상한 이곳에 살고 있습니다. 형식을 중요하게 여길 때 이것은 옳은 일일까 의심이 들기도 합니다. 걱정이 없는 사람과 걱정만을 늘어놓는 사람. 타인들을 만나고 돌아오는 날이면 아무 말이나 했던 순간들을 후회합니다. 침묵을 물리치기 위해 던졌던 말들이 가슴을 찌릅니다. 당신들은 나를 압니까. 나는 당신들을 모르고 싶습니다. 필요할 때만 가족이라는 형식에 나를 가져다 대는 것을 경계합니다. 여름밤의 꿈이었을까 -박상순 어느 날, 화려한 날, 새하얀 눈 다발을 가슴에 안고 여자가 눈밭에서 웃던 날 남자는 홀로, 주민센터 창구 앞에서 땅끝으로 가는 시외버스의 대기 줄에서 차례를 기다리다가, 그의 발뒤꿈치에서 불쑥 튀어나온 녹슨 망치를 내려다본다 바람을 맞고 걸어오던 날, 나의 무릎에는 나무 한 그루가 자라 있었습니다. 나무를 위해 나는 무릎을 접지 않기로 했습니다. 버스가 오지 않는 정류장 의자에 앉아 지나치는 차들을 바라보았습니다. 모두 나만 두고 떠납니다. 나를 떠나기 위해 차들은 달려갑니다. 새벽에 음악을 듣는 일은 비어가는 냉장고를 위로하고 싶어서입니다. 꺼진 모니터와 앓는 소리를 내는 형광등에게 마지막 눈을 선물합니다. 여자와 남자는 만나지 못합니다. 그들이 만날 것이라는 시 속의 단서는 없습니다. 여자는 눈밭을 걸어가다 막힌 벽 앞에서 좌절하고 남자는 녹슨 망치를 손에 들고 여름밤을 두드릴 것입니다. 슬픔은 거짓말이었습니다. 슬픈 감자 200그램 -박상순 슬픈 감자 200그램을 옆으로 옮깁니다. 슬픈 감자 200그램을 신발장 앞으로 옮깁니다. 그리고 다음날엔 슬픈 감자 200그램을 거울 앞으로 옮기니다. 슬픈 감자 200그램을 옷장에 숨깁니다. 어젯밤엔 슬픈 감자 200그램을 침대 밑에 넣어두었습니다. 오늘밤엔 슬픈 감자 200그램을 의자 밑에 숨깁니다. 슬픈 감자 200그램은 슬픕니다. 슬픈 감자 200그램은 딱딱하게 슬픕니다. 슬픈 감자 200그램은 알알이 슬픕니다. 슬픈 감자 200그램은. 나는 마트 50프로 세일하는 과일과 야채가 슬픕니다. 기간이 촉박해서 흠집이 나서 반값에 팔리는 그것들을 마주할 때 나는 슬퍼서 장바구니 안에 던집니다. 나의 슬픔은 가격으로 환산되고 영수증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립니다. 슬픔의 가격은 터무니없이 비쌉니다. 슬픈 것들을 사고 나는 더 슬퍼집니다. 싱크대 아래 냉장고 안으로 슬픔을 숨기고 몰래 꺼내 먹습니다. 나는으로 시작하는 문장을 쓰자마자 슬퍼집니다. 어디에 가야 기쁨과 환희를 마주할 수 있을까요. 얼음이 녹는 커피가 슬프고 우리가 마주 앉아 할 이야기가 없다는 것이 슬픕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