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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A대기업에 취업한 후배의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니 자신과 함께 입사한 이들의 단체 사진을 볼 수 있었다. 머릿수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의 많은 이들 중 여성의 수는 고작 7명에 불과했다. 우수한 성적으로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문을 통과하기 힘든 게 사실이다. 그렇기에 취업에 성공한 이들은 다른 이들보다 뛰어난 조건을 갖추었다고 우리는 볼 수 있을 것이다. ‘여성 상위 시대’라는 말도 어렵잖게 듣곤 하는 요즘, 그렇다면 대학을 졸업한 여성들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그리고 왜 많은 이들이 역차별을 거론하며 불만을 토로하는 것일까? 물론, 헌법에 여성의 근로는 보호를 받는다는 조항이 있을 정도로, 우리 사회에는 여성을 위한 법들이 많이 마련되어 있긴 하다. 신규 직원 채용시 일정한 비율을 여성으로 임용하도록 하는 여성할당제, 출산휴가, 육아휴식 등 생물학적 여성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처럼 보이는 제도 들도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 그렇다면 우리에겐 더 이상 적극적 조치와 같은 제도가 필요치 않은 것일까 이 책은 미국의 Affirmative Action, 즉 적극적 조치가 현실에서 어떠한 결과를 낳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우리 나라에서 공직 사회에서만 적용되고 있고, 대다수의 이와 관련된 토론회에서는 ‘더 이상의 확대는 있을 수 없다’는 결론을 얻곤 하는 이 제도가 미국에서는 사기업에까지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었다. 게다가 기업 스스로의 서약에 의해 이 제도가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사실은 더더욱 놀랍게 느껴졌다. 하지만 대개가 짐작 하듯 처음부터 이와 같은 움직임이 가능했던 건 아니었다. 미국의 경우 피부색에 의한 차별이 가장 큰 문제였었고, 그렇기에 적극적 조치 역시 그 대상은 다름 아닌 흑인이었다. 시대는 모든 것의 해방을 원하고 있었고, 1960-70년대는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움직임 못지 않게 여성 문제에 대한 관심 역시 높아지고 있는 시대였다. 일하길 원한다는, 여성 스스로 낸 목소리가 아니었더라면 아마도 여성은 이 법의 테두리 안에 포함되기 힘들었을 것이다. 본 연구는 분할되기 전까지 미국 사회에서 가장 큰 독점 사기업의 하나였던 AT&T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여성은 생물학적으로 남성에 비해 약하기 때문에 보호받아야만 하는 존재라는 관념에 의해 여성들은 전통적으로 몇몇 직종에의 취업을 제한 받아 왔었고, 이는 미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같은 대학을 비슷한 성적으로 졸업 후 같은 직장에 취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성이 배치 받은 부서는 승진을 기대할 수 없고 저임금이 주어지는 일을 주로 하는 곳이라면 이를 여성 보호라고 할 수 있을까? 적극적 조치를 받아들이기 전까지 AT&T사는 여성들은 대부분 전화교환원으로서 배치되었으며, 그들은 회사 내에서 가장 저임금을 받았다. 이러한 현상은 기업에게 있어서 문제 삼을만한 것이 아니었다. 기업의 입장에서 볼 때 여성에게 직장은 결혼 전까지 잠시 머무르는 터전이었으며, 여성에게 저임금의 낮은 직종을 부여함으로써 남성에게 고임금의 높은 직종을 보장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경기가 조금 어려워져도 저임금의 낮은 직종에 머무르고 있는 여성들을 해고함으로써 남성 노동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이러한 성차별적 노동구조는 자본의 이해와 가부장제의 이해가 맞물려 만들어낸 것이었다. 기업들은 신규직원 채용과 관련된 기업의 권한에 부당히 개입하는 것이라며 항의했고, 상대적으로 진보적 입장에 속한다 여겨지는 (남성이 주 구성원인) 노조마저도 적극적 조치가 남성 노동자들을 차별하는 것이라며 반대를 했다. 하지만 제도의 실현성을 담보하기 위해 미국 정부는 강력한 추진력을 가지고 기업에 개입하기 시작했고, 이 책이 담고 있는 결과물은 단순히 많은 여성이 취업하는 것을 뛰어넘어, 남성적 혹은 여성적이라 여겨지던 특정 직종에 대한 이미지가 변화하였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남성에게만 허용되었던 분야에 진출한 여성들이 있었고, 여성에게 어울린다 여겨지던 일을 하는 남성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자신의 성별을 뛰어넘어, 진정 자신이 원하는 분야에서 사람들이 일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개개인의 노동자에게뿐만 아니라 기업 측에게도 이익이 되었다. 또한 적극적 조치를 받아들인 기업은 여성에게 호의적이라는 지역 사회의 지지도 획득할 수 있었다. 작년 가을 즈음으로 기억한다. 버스에서 들은 라디오 사연은 참으로 기가 막혔다. 대학 졸업 후 대기업에 정규직으로 취업했으나, IMF 후 여직원들은 모두 비정규직으로 전환되었단다. 그리고 결혼, 아이를 가졌더니 일할 생각이 있으면 아이를 갖지 말았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인수인계나 잘 하고 떠나라는 말을 들었다는 이 여성은 노동부, 여성부 등에 어떻게 해야 되는 것이냐며 문의를 했단다. 하지만 그녀가 들을 수 있는 답변은 ‘하루에도 그와 같은 이유로 직장을 잃는 분들이 너무 많아 도와드릴 수가 없습니다’ 였다고… 이야 말로 법과 현실의 괴리가 아닐까? 아무리 견고하게 마련된 법일지라도 시행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한 것임을… 기존의 여성채용목표제는 특정 성이 20% 미만인 경우 남, 녀 모두에게 적용되는 양성평등채용제로 변화했다. 남녀 모두를 그 대상으로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사회는 이 제도가 여성을 위한 것이라 인식하고 있다. 아마도 이는 노동은 남성, 가사는 여성의 일로 여겨지던 전통적인 시각이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리라. 아직 사기업체를 대상으로 하는 평등 고용을 위한 제도는 존재치 않는 듯하다. 대다수의 여성들이 사기업에 취업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불안한 여성 고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언가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요즘 우리가 우려하고 있는 저출산으로 인한 국가경쟁력 저하 문제 역시 해결할 수 없을 테니 말이다. 미국의 예를 통해 나는 무엇보다도 정부 당국의 의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저 출산율 문제를 고심한다는 정부가 단지 몇 푼의 경제적 인센티브로써 이를 해결해보려고 드는 것을 볼 때마다 진정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지, 회의적인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인지 모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