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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청준과 사랑 [한국소설-사랑을 앓는 철새들]
"이청준과 사랑 [한국소설-사랑을 앓는 철새들]" 내용보기
이청준의 글이 아니었으면 만나지 못했을 글의 품격, 주인공의 품격을 느낀다. 글의 품격이야 일찍이 알고 있었던 것이기에 기대만큼이었지만, 글 속 인물에게서마저 그런 품격을 느낄 수 있었다는 것은 이 작가의 표현이 아니고서는 쉽게 만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갖고 있던 편견마저 쉬이 내버리게 한 감동적인 표현과 전개 방식을 담고 있었다. 술집 여종업원, 시골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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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청준의 글이 아니었으면 만나지 못했을 글의 품격, 주인공의 품격을 느낀다. 글의 품격이야 일찍이 알고 있었던 것이기에 기대만큼이었지만, 글 속 인물에게서마저 그런 품격을 느낄 수 있었다는 것은 이 작가의 표현이 아니고서는 쉽게 만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갖고 있던 편견마저 쉬이 내버리게 한 감동적인 표현과 전개 방식을 담고 있었다. 술집 여종업원, 시골의 다방종업원, 트럭기사, 선술집 주인, 낚시꾼 등 다른 작가의 소설에서 이런 유형의 인물을 만난다면 호감조차 갖기 어려웠을 텐데 나는 끝없이 그들의 편이 되어 글을 읽고 있었다.

 

작가가 살아 있을 때 출간한 작품이 아니라고 한다. 작가 사후 전집을 준비하면서 이 작품을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 낸 모양이다. 내가 이 책을 샀던 이유도 그랬기 때문이고. 작품 자체는 1973년 4월부터 12월까지 209회에 걸쳐 서울신문에 연재되었다고 하는데, 마치 그 시절의 신문연재소설을 읽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어 색다르고 좋았다. 요즘 같으면 인터넷 연재소설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한 회 분량이 많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매일 이만큼씩의 글을 긴장감과 흥미를 유지시키면서 써 나가는 것도 쉽지는 않았을 텐데, 그런 일을 해낸 작가였다는 것이지.

 

소설은 서울의 술집에서 근무하던 여주인공이 어느 날 서울을 떠나면서부터 남도를 돌아 다시 서울로 돌아오기까지의 여정을 담고 있다. 기차를 타고 내려가다가 전주의 다방에서 좀 머물고 광주의 어느 화가집에서 좀 머물고 해남 장흥 근처 바닷가 선술집에서 머물고 부산으로 가서 예전에 만난 남자와 잠시 함께 있다가 서울로 올라가는 길에 속리산에서 며칠 머무르는 등 딱 철새 같은 삶을 보여 준다. 한곳에 정착하지 못하는, 아니 안 하는 것처럼도 보일 수 있는 떠도는 인생. 남자가 아닌 젊은 여자의 고단하고 애달픈 삶. 작가는 남자이면서 여자인 나보다 더 여자의 태도를 잘 그려 내고 있다.(그래서 작가이겠지만)

 

읽으면서 내내, 다 읽은 뒤에도 내내 뒤숭숭하다. 이게 뭔 마음인지 모르겠다. 기분이 나쁘다거나 우울한 그런 쪽은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처량하기 그지없는 젊은 여인의 생을 지켜 보았음에도 영 절망스럽지 않고, 동정은 아닌데도 공감은 느껴지고, 자칫 무시하거나 경멸할 법도 한 삶을 그렇게 봐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스스로를 일깨우고 있는 기분이 묘하게 대견하다고 할까? 사랑에는 신분이나 지위에서의 높고 낮음이 없는 것이다, 아무렴. 고마운 마음까지 살풋 든다. 주인공 지연에 대해서도 지연을 대신해서 말하고 있는 작가에 대해서도.

 

총 11편의 에피소드가 이어져 있다. 한 편 한 편은 독립적이라고 볼 수도 있다. 이청준의 소설 대부분을 읽은 나로서는 이 책에 담긴 소재와 겹치는 작품이 종종 떠올랐다. 대표적인 것이 서편제가 될 것인데, 작가 스스로 재창조한 작품인가 싶기도 하다. 작가를 맹목적으로 좋아하는 독자로서 아무런 허물을 느끼지  않는다고도 적어 두고 싶다. 같은 이야기를 계속 반복한다고 해도 또 읽고 싶을 테니까.

 

이 책이 속한 전집이 34권으로 되어 있다. 내게는 단행본 책들이 몇 권 있다. 그 중에 몇 권은 빌려 주고 돌려받지 못해 못내 아쉽고. 전집의 번호 순서대로 나열해서 모두 세워 두고 싶다. 욕심이라고 해도.  

YES마니아 : 로얄 j***6 2018.06.08.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