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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vs 뇌」라는 흥미로운 제목의 이 책은 명상과 의학의 접목을 통해 통합의학 연구를 하고 있는 영남대 명예교수 장현갑 박사의 저서이다(불광출판사 2009). 책 제목은 우리가 평소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내용이라 쉽게 흥미를 끈다. '내 마음 상태가 뇌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가? 이 갈팡질팡 하는 내 마음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 마음인가 뇌인가?' 제목으로 봐서는 이렇게 마음과 뇌가 경쟁하는 구도로 일하는 측면을 적나라하게 분석해 낼 것처럼 여겨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읽어보니 이런 기대감과는 거리가 멀었다. 저자는 마음을 연구하는 데는 큰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였고, 뇌의 작용에 대해서도 수많은 실험 결과를 인용했을 뿐 핵심 연구주제로 삼지 않았다. 마음은 단지 '명상을 통해 상당한 수준까지 조절될 수 있는 것'이라는 전제하에서 출발하는 듯했다. 그리고 마음, 더 상세하게는 명상을 통해 조절된 마음이 뇌의 신경작용에 영향을 주어 결국은 건강 유지나 질병 치료에 유용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이 책은 명상의 효과를 입증하는 일에 절반 이상을 할애하고 있다. 그것도 1980년대 후반에 집중된 연구 결과들을 주로 다루고 있다. 부제가 '마음을 훈련하라! 뇌가 바뀐다'였는데 오히려 '명상하라! 심신이 건강해진다' 로 정리될 수 있겠다. 명상이 심신의 건강에 좋다는 것은 반론의 여지 없이 일반적으로 동의할 수 있는 명제이다. 다만 명상에 시간과 돈을 들이는 것이 소위 가성비가 높은지에 대해서만 회의적인 시각이 있을 뿐이다. 특히 의학적 목적이라면 말이다. 이 책에서 명상의 효과를 입증하는 데 등장한 많은 사람들이 몇 만 시간 이상을 수행한 수도승이든가 아니면 적어도 8주 이상을 공들인 사람들이었다는 점도 그런 회의적인 시각을 부추긴다. 명상 수행으로만 병이 나았다라는 확증은 없고(사실 그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일단은 신경심리학자들이 연구를 해 보니 뇌파라든가 뇌 MRI를 통해 신체에 유용한 신경전달물질들이 분비됨을 확인하고 평소 명상하는 사람들이 뇌피질이 두껍더라는 내용 정도에서 서술되고 있다. 어쨌든 명상이 어떤 식으로든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이미 많은 사람들이 믿고 있는 만큼, 읽을수록 책 내용에 대한 호기심이 반감될 수밖에 없다. 책 내용으로 가 보자. 명상은 의학계에서 이미 알려져 온 플라시보 효과와 마찬가지 역할을 한다고 한다. 이는 달라이 라마가 1987년 주장한 내용이다. 불교의학이라고 소위 부르는 이것은 환자의 믿음, 의사의 믿음, 의사와 환자 사이의 정신적 상호작용에 의한 것이라고 달라이 라마는 주장했다. 믿음의 치유, 심신의학의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서양 의학에서 플라시보 효과라는 것은 곧 상상에 의한 건강이라고 할 수 있는데 마음과 몸은 결국 하나라고 보고 몸의 병을 고치려면 마음을 먼저 다스려야 한다는 접근이라고 할 수 있다. 영성치료나 종교적인 체험으로 인한 이완반응은 모두 편도체와 그 주변 구조인 변연계에 영향을 준다고 한다. 또한 실제 실험에서 명상의 효과나 실제 약물을 투여하여 얻은 효과나 반응을 일으키는 뇌 부위가 일치한다고 한다. 명상이 스트레스를 반감시키는데,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므로, 명상은 의학적으로 유용하다라는 논리가 책을 관통하고 있다. 스트레스가 마음 상태인지 몸의 상태인지에 대하여 명확한 구분이 없고, 저자가 생각하는 마음의 범위가 규정되지 않은 점이 매우 아쉽다. 암이나 심장병 등은 만성 스트레스로 인한 것이라고 바로 단정지으며 질병에 대해 경솔하게 접근하는 면도 논란이 될 수 있겠다. 달라이 라마 이후 명상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졌는데 몇 가지 실험들은 실패로 끝나거나 두루뭉실하게 끝나기도 했으나 긍정적인 감정훈련이라는 명상을 통해 뇌 기능이 달라진다는 것은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인 것 같다. 평소 전두엽은 주의 집중과 관련이 많은데 자비명상을 하는 동안 전전두엽과 변연계를 연결하는 신경회로의 반응이 명상수행자들에게 매우 활발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집중하는 마음수행을 하는 동안 감정이 조절되고 있음을 나타낸다고 한다. 마음챙김 명상에서도 동일하게 좌측 전전두피질 우세현상이 관찰되었다고 한다. 한편 하버드 의대의 심신의학 연구소 벤슨 박사팀이 개발한 이완반응법(Relaxation Response)과 메사추세츠대 의료원 카밧진 박사가 개발한 MBSR(Mindfulness Based Stress Reduction;마음챙김명상에 기반한 스트레스 감소) 프로그램이 명상을 의학에 적용하는 데 있어서 많이 활용된다는 사실을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각각의 명상법에 대한 차이에 관한 정보를 얻게 된 점에서 조금은 유용했던 책이다. 이완반응법(RR)은 명상을 통해 수면이나 동면 상태의 신진대사율로 유지하며 뇌파는 안정 이완상태로 가는 각성-저대사 상태에 이르는 것으로 힌두교 수행방식에서 유래한 집중명상이다. 이완반응법은 긴장과 흥분을 야기하는 교감신경계의 지나친 활성화를 억제하고 이완과 평화를 야기하는 부교감신경계를 활성화시키는 것이다. 명상을 통해 영적 변형 체험인 브레이크 아웃이라는 초월적인 경험에 이르게 될 수 있는데 이 때는 평화의 호르몬인 도파민과 엔도르핀이 분비되고, 면역력을 강화시켜 주는 일산화질소인 기체성 물질이 배출된다고 한다. 또한 뇌파는 감마파가 나오는데 깊은 주의집중이 이루어지거나 자비심을 가질 때 나타나는 빠른 파장의 주파수라고 한다. 카밧진의 8주짜리 마음챙김 명상법 프로그램(MBSR)은 호흡명상, 먹기명상, 걷기명상, 자비명상 등 비공식 명상을 통해서 지금 하는 일에 깨어 있게 한다. 여기에다가 '절대 판단하지 말 것, 인내심을 가질 것, 초심을 가질 것, 믿음을 가질 것, 지나치게 애쓰지 말 것, 수용할 것, 내려놓을 것'을 강조한다. 그리하여 호흡, 자세, 마음의 조화를 가져오는 것이다. 이 명상을 하면 자신을 우주와 연결된 큰 존재로 보게 됨으로써 안정적이고 균형잡힌 시각으로 보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수행자가 '행동하는 양상'에서 '존재하는 양상'으로 바뀌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심리적 현상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게 되고 현상을 무상한 것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고 한다. 이 책은 자신의 주장보다는 기존의 해외에서 진행된 연구들을 대거 나열하였다는 점에서 번역서 아닌 번역서가 되어버렸다는 한계는 있지만, 명상에 대해 상세히 알려주었다는 점은 조금 긍정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