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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에 들어 역사교과서의 근현대사 해석의 문제로 한창 논란이 있었던 적이있었다. 특히 뉴라이트 계열의 역사교과서가 우리의 역사적 정통성을 흔드는 바람에 근현대사 왜곡의 상황을 바로 잡고자 정식으로 근현대사를 전공한 학자들이 쓴책이다. 이 책은 다섯명의 학자들이 가능한 바른 역사사관으로 왜곡되어온 근현대사를 바로잡고자 하는 노력이 엿보인다. 이 책에는 대한민국 정부수립과 정통성의 문제, 식민지 근대화론, 독립운동과 친일파 문제들 다양한 관점을 포괄하고 있다.
역사는 우리의 집단 기억이고 정체성이며 자화상이다. 바른 역사를 알고 가르치는 것은 스스로의 자화상을 정립하는 가장 좋은 길이다.
이 책이 그러한 역할을 하리라 믿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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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술 잘 읽히는 현대사 책 한 권 소개합니다. 강의녹취록이 지루할 것이란 편견과 역사의 거대담론에 중학교때부터 지쳐있었던 필자에게 숨을 불어 넣어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묻다>입니다. 현 정부 출범이후 뉴라이트라는 헤괴망측한 동아리^^가 생겼죠. 정부와 힘을 합쳐 교과서 좌편향을 바로잡겠다며 전국의 중고교로 저열한 역사의식을 심어주기위한 강의를 돌기도 했습니다.(그들은 예비군 훈련장의 안보강사나 안기부에서 공작정치를 하던 퇴물 혹은 레크리에이션 강사였다고 책은 전합니다) 혹은 교과서를 뜯어고치겠다고 빨간줄을 긋고 말이죠. 그래서 참다못한 현대사 전문가들이 역사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현대사 특강을 엽니다. 정부와 서울시 교육 당국이 무도하게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과 전문성을 훼손하는 현실을 좌시할 수 없었던 거죠. 강의를 듣기위해 모였던 교사들의 열기만큼이나 특강의 현장은 뜨겁습니다. 대학교 이후로 강의와는 담쌓고 살았는데요 책으로 읽어도 재미있는 강의는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강의 말미의 질문시간에 한 선생님이 묻습니다. '땅굴이 정말 존재할까요. 그렇다면 북이 정말로 그곳으로 쳐들어오려고 한걸까요.' 답은 책에 있습니다. 강의 녹취기록이 아니라면 듣기 힘든 이야기죠. 땅굴이야기는 현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북에 대한 우리의 입장에서 등장합니다. 북한은 매우 폐쇠적인 국가이지만 우리도 역시 북에게 매우 폐쇠적임을 강조하며, 다섯번 째 강의가 시작됩니다. 북한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건 모두 주어진 틀 안에서 였습니다. 누구든 제대로 알고 미워해야지 않겠습니까. 뉴라이트는 기본적으로 '북한은 잘못된 집단이고, 존대하지 말아야 될 집단이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 현대사라고 하는 것 자체가 역사에서 퇴장되어야 한다'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라고 짚어냅니다. 뉴라이트의 퇴행적 역사관이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거슬러 올라가 봅니다. 강의 시작인 한홍구 선생님은 뉴라이트와 정면으로 싸워오신 분 답게 속시원히 일갈하고 나섭니다. 그들이 광복절을 건국절로 해야한다는 억지 논리뒤의 검은 속내가 드러납니다. 뉴라이트가 '민족'을 교과서에서 지우고 자신들의 이익만을 대변하려고 하는 행동이, 꼬여버린 광복 역사와 거꾸로 친일파에게 당한 '역청산'의 현대사로 인해 납득이 갑니다. 또 현정부가 '역사 바로잡기'에 집착하는 이유가 여고생들의 '촛불'에 덴 후유증이라는 웃지못할 이야기도 실렸죠. 맞아요. 현 정부가 가진 역사의식에 대한 '비판'이 다섯 개 강의의 기본 무기 입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근현대사를 연구해온 학자들이 정정당당히 밝히는 광복의 의의와, 제헌 헌법, 대한민국의 정통성, 민주화 운동의 실제적 의미, 등에는 함부로 토를 달지 못할만큼 단단한 식견으로 무장되어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정통성' 을 따지자는게 아니라 묻고자 한다니 다행입니다. 부디 이 책이 또 다른 편가르기로 비춰지지 않기를 바래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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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기적과 같은 성공을 이끌어 냈습니다. 세계 11위의 경제대국이 되었으며 국가경쟁력도 세계 20위권에 이르렀습니다. 아시아 각국의 청소년들은 한국의 가수에 열광하며 주부들은 한국 드라마에 푹 빠져 있습니다. 우리의 자동차 우리의 핸드폰 우리의 TV가 전세계에서 가장 좋은 품질을 가진 제품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불과 50년전만 해도 세계 최빈국에 속하던, 조그만 나라에서 이룬 발전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과분한 것이지요. 그런데도 우리의 사회, 그 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유심히 보면 분명 무언가가 결핍되어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어떤 이들은 정치가 발전하지 못해 그렇다고 말합니다. 어떤 이들은 국민성이 문제라고 합니다. 정말 그런 이유로 우리는 이룬 성공에 비해 비천한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요? 정말 그런 이유로 우리의 삶의 질은 높아지지 않고 있는 것일까요.
맞습니다. 정치, 문화, 국민성, 모두가 문제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직시하지 못하는 근원적인 면에서 더 큰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것은 바로 비뚤어진 우리의 역사입니다. 우리는 더 빠른 성공을 위해 과정을 건너뛴 아니 건너뛰었다기보다 그 과정을 파괴하고 지금에 이른것입니다. 위선자들이 역사를 왜곡하고 파괴하는데도 국민들은 배고픔이 먼저였기 때문에 참아왔습니다. 아니 참았다기보다 관심조차 없었습니다. 친일파들이 청산되지 못하고 독재자와 위선자들이 청산되지 못한채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그들의 후손들이 다시 역사를 비틀어 왜곡하고 있습니다. 그 수법조차 비열합니다. 어린 학생들에게 잘못된 역사를 주입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중립적이어야 할 교과서를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고치고 반항하는 지식인들을 탄압합니다. 일재가 조선을 말살하고자 하던 방법 그대로를 배운 모양입니다. 어찌보면 참 어리석은 사람들입니다. 손바닥으로는 하늘을 가릴 수 없다는 것을 모릅니다. 어차피 역사의 준엄한 심판은 언젠가 진실을 밝혀줄것 입니다. 자신들이 부끄러운 과거가 될 것이라는 사실을 모릅니다. 그래서 여기에 근현대사의 전문가 5인이 손바닥으로 가려진 하늘을 가르키며 말합니다. 저 하늘을 보라...
이 책은 뉴라이트 작년에 서울시 교육위원회에서 행했던 우스꽝스런 근현대사 특강(수구진영의 비전문가들이 고등학생들에게 세뇌시키듯 역사를 왜곡했던)에 대해 왜곡을 바로잡고자 5인의 역사전문가들이 했던 특강을 쓴 책입니다. 특히 뉴라이트 진영에서 문제를 제기해 온 대한민국 정부 수립과 대한민국의 정통성 문제, 식민지 근대화론, 독립운동과 친일파 문제, 뉴라이트의 역사관 문제, 북한 현대사를 보는 관점의 문제 등을 포괄해서 다루고 있습니다. 강의 형식으로 되어 있어서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이 잘 되어 있고 그들이 왜곡해온 역사의 편린과 큰 줄기들을 조목조목 논리정연하게 반박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역사는 굴곡이 많고 부끄러운 점도 많기 때문에 더 뼈아픈 반성이 필요하다. 아팠던 기억은 아픈대로 아름다웠던 기억은 아름다운대로 있는 그대로 추억하고 연구하고 반성하여야 한다. 고 말하고 있습니다.
저들은 역사를 왜곡하고 미화하는 것이 애국인냥 행동합니다. 하지만 역사에 대한 사실확인과 통렬한 반성이 없이는 미래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이제는 먹고사는 일때문에 과정을 건너뛰어야할 시대는 지났습니다. 뿐만 아니라 피땀흘려 얻은 민주주의의 가치 또한 알고 있습니다. 늦었지만 부끄러운 역사의 청산과 함께 아직도 수정되지 않은 왜곡된 역사를 바로 잡아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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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사극의 줄거리 같기도 하다. 왕이 갑자기 승하하고, 세자가 왕위를 이으려는 찰나 정변이 일어난다. 소수파들이 왕의 동생을 추대하며 집권파들을 모두 숙청한다. 이들은 후환을 남기지 않으려 집권파 대신들의 삼족을 멸하지만, 유모의 품에 안겨 위기를 벗어난 한 아이가 있음을 알지 못한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깊은 산 속에서 숨죽이며 살아온 그 아이가 귀환한다. 갈등의 막이 오른다.
흔히 '남-남 갈등'이라 불리는 이 갈등은 북한을 주적으로 삼던 '남-북 갈등'을 넘어서 이제 남한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념갈등을 얘기한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10년 동안 '역사 바로잡기'와 '민주화'라는 명분으로 이루어진 일련의 조치들. 그리고 그 시절을 '잃어버린 10년'이라 부르며 그 이전으로 회귀시키려는 움직임. 지금 대한민국은 몸살을 앓고 있다. 지금 이 갈등이 대한민국에서 지니는 의미는 우리사회의 기본 가치를 설정하는 아주 중요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 이념갈등은 '생활'과는 무관한 정쟁으로 비쳐질 뿐이다. 이념이란 원래 생활과 한 몸인데도 말이다.(어떤 이념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생활에서 어떤 부분을 중요시 하느냐가 드러난다.)
이처럼 '남-남 갈등'의 의미가 사회에서 정확히 받아들여지지 못하는 것은 '현대사에 대한 남다른 무지'가 한 몫하고 있는 것만 같다.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교육열에도 불구하고, 우리만큼 자신의 현대사를 모르고 있는 국민이 과연 있을까. 반공교육과 반대세력의 절멸이라는 상황 속에서 이루어진 역사교육은 교과서 말미에 아주 소략하게 현대사를 수록했고, 그마저도 입시 범위에는 잘 포함시키지 않았다. 그래서 어떤 이들에게는 뉴라이트 및 최근의 '역사갈등'에 답하고 있는 이 책이 무슨 '야사'나 '비밀'처럼 읽힐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얘기들은 가장 튼튼한 근거, 사료들을 갖춘 '한국현대사'의 가장 정통한 입장이란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일반적으로 학계에서는 그리 논쟁의 소지가 있는 책은 아니다. 하지만 현대사를 접하지 못한 이들에게는 이 책이 충분히 논쟁적일 것이며, 새로울 것이다. 그래서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일 것이다. '우익의 조직적 반격'으로서의 '남-남 갈등'이 지니는 의미가.
1945년 해방을 맞이한 이후, 세상은 혼란스러웠다. 조선총독부와 친일파의 힘이 하루 아침에 사라지고, 새로운 나라를 만들기 위한 움직임이 일었다. 친일파 청산, 토지의 무상몰수 무상분배의 요구가 뜨거웠다. 공장에서는 노동자들이 직접 관리-운영하는 '자주관리운동'이 확산되고 있었다. 모든 것이 사회주의적 요구였다. 전 인민의 70%가 해방된 조국에서 사회주의가 구현되길 원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일제에 붙어 호의호식하던 친일파, 고약한 지주들 밑에서의 가혹한 소작, 땅에서 쫓겨나 다다른 고된 노역, 그리고 강제 징용. 그 모든 것에 분노하던 인민들의 자연스런 바람이었다. '건국준비위원회'가 꾸려져 서울과 각 지역에서 새로운 나라를 세우려는 바람이 일었다.
하지만 우리의 생각과는 달리 친일파가 '발붙일 곳 없는' 처지가 된 것은 아니었다. 여전히도 많은 친일파들이 고래등같은 집에서 살고 있었고, 미군정은 친일파 관리들과 경찰을 계속해서 중용했다. 친일파와 지주들은 자신들만의 정당(한민당)을 만들어 정치활동도 했고, 친일파 청산과 토지개혁에 차마 반대하지는 못했으나 그 폭을 최대한 좁히고자 애썼다. 조선의 미래를 포함한 전후처리를 놓고 강대국들이 지지부진한 협상을 하는 동안, 미군정이 주둔해 있는 동안은 이들의 생명과 재산은 처분이 '유예'되어 있었다. 그리고 강대국 사이의 합의가 무산되고, 남한과 북한에 각각의 정권이 들어서는 순간. 그들은 외쳤다. '해방이다!'
한반도의 분위기가 사회주의로 기운 상황에서 선거를 치른다면 결과는 뻔했고, 미국은 한반도 전체가 사회주의화 되는 것을 막기 위해 결국 '남한만의 단독정부'를 외친 이승만과 한민당을 지지했다. 이렇게 수립된 정부는 (사회주의로 돌아설 염려가 없는) 친일파들을 행정라인의 골간에 들어앉혔다. 미국은 이를 승인했다. 그리고 전쟁이 일어나자, 남한 내 좌익은 학살되거나 북으로 올라갔고, 결국 남한은 '멸균'상태가 되었다. 또한 김구를 비롯한 우파 민족주의자들 역시 제거당했다. 친일파를 청산하는 것이 아니라 좌익 및 민족운동세력이 '역청산'되었다.
왕(일제)이 승하한 후 당연히 왕위를 이를 것이라 여겨졌던 세자(인민의 지지를 업은 사회주의)는 '미국'을 받든 소수파(친일파)의 정변으로 인해 절멸했다.
1945년의 '사형선고'를 받고도 1948년의 '환생'을 겪은 이들은 감격스러웠을 것이다. 그들이 광복절이 아니라 건국절을 기념하고파 하는 그 마음이 충분히 이해가 간다. 하지만 그들은 총명했다. 다행히 복귀는 할 수 있었지만, 인민의 감정이 여전히 우호적이진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경찰과 군대로 그저 눌러버리면 그만이었지만, 한 나라를 경영한다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란 걸 그들은 잘 알았다. 그들은 자신들의 통치가 정당하다는 것을 입증해야 했다.
'정당성 프로젝트'는 오랫동안 뿌리깊게 진행되었다. 그리고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다. 전쟁이 끝나자 부족하나마 나름의 토지개혁을 단행해 민심을 달랬고, '독립운동가' 대통령이 표상이 되어 친일파 정부의 실체를 희석시켰다. 전쟁 후 '반공이데올로기'는 '질서'에 대한 모든 반대에 효율적인 방패가 되었다. 박정희에 이르러서는 본격적인 경제계획이 마련되었고, 우호적인 국제환경과 열성적인 국민동원(참여) 속에서 경이적인 성장을 이루었다. 그 결과 오늘날 대한민국 우파는 어쨌거나 '경제성장의 주역'으로 인정받기에 이르렀다. 그들은 성공적으로 지난 시간동안의 집권을 정당화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억압적인 통치와 분배없는 성장은 반대세력의 성장을 불러오기 마련이었다. 1955년 대선에서 진보당의 조봉암이 '득표에서 이기고 개표에서 져' 집권세력을 갈아치울 뻔 했고, 1973년 대선에서 김대중 역시 박정희를 코너로 몰아세웠다. 이후 박정희가 유신을 선포하고 더욱 억압적인 통치를 폈으나, 민주화 운동은 거세지고 80년대 꽃을 피웠다. 그리고 1998년 김대중 정권이 들어서면서 역사적인 정권교체가 일어나고, 노무현 정권까지 10년을 집권했다. 이들은 노동/서민 억압적인 구조조정과 이라크 파병, FTA체결 등 이전 세력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였지만 북한과의 우호적인 관계, 미국으로부터의 전작권 환수, 수도권 외부로의 행정수도 이전, 역사교과서 및 과거사에 대한 전향적 태도, (꼭 긍정적이지는 않지만) 시민운동의 지원 등 이전과 크게 다른 모습도 보였다.
바로 이 부분이 지난 반세기를 집권해 온 세력에게는 심각한 위협으로 보였다. 전면에 나타난 적이 분명 '사회주의'는 아니었음에도, 이들은 자신들의 적을 '좌파'라 규정하기 시작했다. 몰락한 가문의 '숨겨졌던 아이'로 보였다. 자신들의 목숨을 구해주고 전쟁과 경제성장을 함께한 '우방' 미국과의 갈등, 북한과의 교류, 인권 및 민주화 담론의 유포는 분명 자신들이 그토록 외쳤던 '친미반공과 그에 기반한 억압적인 경제성장'의 정당성을 허물 수 있는 것이었다. 특히나 '좌파'의 지지세력이 젊은 층이라는 사실은 그들이 통치한 지난 반세기에 대해 미래에는 무정적인 평가가 이뤄질 것이란 의미였다. 게다가 과거사 청산 및 근현대 역사교과서 문제는 그 동안 묻어왔던 그들의 정체를 폭로해 '친일파'라는 민감한 이슈를 불러올 것이었다. 감춰왔던 정체가 드러나고, 자신들이 겨우 구축한 정당성이 비판되며, 젊은이들에게 외면 당하는 것은 분명 '위기'라 부를만한 것이었다. 이대로 간다면 세상이 바뀌고, 자신들이 누려온 모든 것이 허물어질 것으로 보였을 테다. 그런 점에서 그들에게 새로운 적은 '좌파' 그 이상으로 심각한 적이었다.
물론 시간은 많이 흘렀으니 오늘날 집권한 세력 모두를 '친일파'로 규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들의 태생은 상당 부분 해방공간에서 살아남은 '친일파, 우익지주'를 근간으로 이루어졌고, 그 살아남은 자들의 이해관계에서 태어난 정책들로 남한사회가 세팅되었고, 그 정책들을 계승하고 그로부터 수혜를 입은 세력이 오늘날 집권세력이라는 점은 명확하다. 때문에 친일파와 해방 이후 남한사회에 대한 평가는 그들에게도 위협이 될 수 있는 사안이다. 바로 그것을 그들이 알고 있기에 세대를 이어가며 한나라당에서는 '좌파, 빨갱이' 색깔공세가 나오는 것이다. 그들이야말로 오늘날 자신들에 대한 공격을, 해방공간의 자신들에 대한 공격으로 가장 잘 해석하는 이들인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오늘날 남-남 갈등이라 불리는, 우익들의 조직적 반격의 배경이다.집권세력을 향한 반대세력의 공격이야 항상적이었던 우리 역사에서 최근 '남-남 갈등'의 특징은 분명 우익들의 반격에 있다. "문제는 오늘날 보수가 날뛰는 세상이 되었다 이겁니다."(p.28)그들은 침식되기 시작한 그들의 정당성을 지켜내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다. 온갖 무리수도 동원되었다.
'반민족세력(친일파)', '반민주세력'이 아니라 '경제발전 세력'으로 스스로를 포장하려는 그들의 노력은 역사교과서의 수정, '단독정부'를 기념하는 '건국절' 논란으로 이어졌다. 친일 행위에 대해서는 '그 시절에 친일 안 한 사람이 몇이나 되나'라는 엄포와 '일제 시대가 우리 근대화에 도움이 되었다'라는 입장으로 답하고 있다. 이에 반하는 움직임을 통제하기 위해 각종 '인사파문'을 일으켜가면서까지 사회 요소요소에 자신들의 사람을 배치한다. 젊은 층으로 파고 들기 위한 '뉴라이트 운동'이 개시되었고, 지난 50년을 '산업화'의 기간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선진화'를 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경제'가 중요하다고 말하며, 모든 논란은 '경제 발목잡기'로 규정한다. 오로지 그들만이 '조국의 미래=경제'를 생각하는 세력으로 표상하고자 한다. 때문에 경제를 내세우며, 자신만이 국가의 미래를 생각한다고 말하며, 멀쩡한 강을 파헤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그들이 자신들을 포장하는 모든 주장의 근거를 허물어낸다. 모든 허물을 역사는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제강점기에도 경제가 성장했다. 근대화에 도움이 되었다.'는 주장은 '일제시대에도 경제가 성장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들이 많이 수탈하려면 경제를 많이 성장시켜야 하기 때문', '일제가 조선에 들여온 자금의 몇 배가 빠져나갔는지 알 수 없는 지경', '일제 귀속재산이란 전쟁 때 대부분 파괴되었다."라는 말에 무력해진다.
자본주의 경제는 성장을 못하면 망해요. 따라서 식민지 자본주의 경제가 성장을 했냐 안했냐는 질문 자체가 어불성설입니다. 누가 주체가 되고, 식민지 자본주의의 귀결이 어땠느냐가 문제지요.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뻔한 통계를 갖고 일제시대에도 경제가 성장했었다고 주장하니까 "어, 그래?"하고 반응하는데, 그만큼 우리의 식민지 인식이 뒤떨어졌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식민지자본주의 하에서 "개발과 성장"이 이뤄지는 것은 당연한 현상입니다. 안그러면 어떻게 수탈이 가능하겠습니까? --- pp.82~83
또한 '사회를 억압적으로 통치하긴 했지만, 그로 인해 경제성장이 가능했다.'라는 '선경제후분배-민주화'의 견해는 '경제성장 따로 민주화 따로가 아니다. 경제성장은 민주화와 함께 간다. 실제로 서민들의 임금이 급등한 것은 87년 6월 민주항쟁으로 시작되었으며, 이들의 소비가 늘어남으로써 경제성장은 지속될 수 있다.'는 입장 앞에 맥없다. 저들이 그토록 '국민들을 먹여살렸다'고 얘기하는 것은 사실 '민주화 운동'의 주역들에게 돌려주어야 할 말이다. 국민들에게는 민주화 운동 이후에야 비로소 경제성장의 과실이 돌아갔기 때문이다.
폭압적 병영체제 덕분에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는 '착시 현상'이 있을 수는 있습니다. 실제로 전 세계를 둘러보면 그런 나라 많아요. 그런데 이런 체제 하에서 경제성장이 지속된 경우를 봤습니까? 폭넓은 민주화 없이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보이거나, 산업화에 성공한 사례는 세계사에서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한 곳이라도 있다면 그 예를 들어 보세요. --- pp.108
'친일 안 한 사람이 누가 있냐'는 주장 역시 가증스럽다. 물론 그 억압적인 시절 타의에 의해 어느 정도 수준의 친일은 했을 수 있다. 그래서 이 책에서도 "저는 친일 청산을 할 때 친일파를 가능한 한 많이 봐주는게 잘 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엄격하게 다 잡아 처벌하는게 잘 하는게 아니고요."(p.42) 라는 얘기가 실려있다. 하지만 '친일파 처벌'을 위해 세워진 '반민특위'를 공격해 해체시킨 사실, 총독부와 일제경찰, 군대 등에 핵심관직을 차지했던 사실, 지금은 그들이 그토록 은인으로 여기는 '미국'을 해방 전에는 '도륙하자 귀축미영'이라는 구호를 외칠만큼 거부했던 일 - 미국이 전쟁에서 이기면 일제가 패망하고 조선이 독립되기 때문 - 을 앞에 두고 자신들의 친일 행위가 가벼운 것이라 말할 수는 없다. 그들은 분명 적극적인 친일행위에 가담했으며, 일제가 망한다면 생존의 위기를 느끼게 될 처지였다. (이들은 미국이 사회주의에 맞서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자신들을 지지하게 되자 그때서야 미국을 지지하게되고, 전쟁 이후 충성을 맹세하게 된다. 심지어 삼일절에도 성조기를 흔드는 할아버지들을 보라. 이들에게 미국이 어느 정도의 은인이었는지 극명하게 드러난다.)
저는 대한민국에서 쿠데타가 일어났었다고 생각합니다. 박정희가 516 쿠데타를 일으키기 전에 이미 대한민국에는 쿠데타가 일어났었습니다. 어떤 쿠데타냐? 남로당 프락치 사건 아시죠? 1949년 5월에 제헌국회 - 이승만의 기대와 달리 중도 소장파 민족주의자가 많이 당선되었던 - 에서 반민특위 열심히 하던 의원들을 다 잡아들여다가 '남로당 프락치'로 만들었습니다. 그 다음에 1949년 6월 10일쯤에 경찰들이 반민특위를 습격합니다. 반민특위가 시민단체입니까? NGO인가요? 국가기구죠. 헌법 101조에 의해서 수립된 국가기구입니다.그 반민특위를 경찰이 와서 때려부수죠. 그런데 이승만이 누구 편을 들어주느냐. 경찰편을 들어줍니다. 왜? 반민특위가 경찰 간부들을 잡아들이여 했잖아요, 노덕술이 같은 악질 친일파들을. --- P.42
이처럼 과거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채 '우익독재', '좌파의 멸균' 상태에서 흘러온 우리 현대사는 지금에서야 큰 갈등을 겪고 있다. 아니 이 책에 따르자면 청산을 하지 못한 정도가 아니라 반대세력이 '역청산'을 당한 역사의 결과이다. 당연하게도 우리는 '집권세력'의 취약한 출신으로 인해 감춰진 역사를 복원하고, 정당한 평가를 내려야 한다. 이 책이 지니는 의미 역시 현대사에 가장 정통한 역사학자들을 통해 감춰진 역사를 복원함으로써, 대한민국 우익(집권세력)의 정당성을 묻는다는 것이다. 오늘날의 남한사회를 주조한 장본인들을 파헤치는 것은 오늘날 산적한 문제들의 원인과 책임을 묻기 위한 사전 작업이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문제도 있다. '남-남 갈등'의 와중에서 이쪽이 맞고, 저쪽은 틀렸다는 식의 판단 또한 위험하다는 것이다. 책을 읽고 난다면 분명 이 책에서 주장하는 것이 맞다거나, 이 책의 주장에 억지스럽다거나 하는 판단을 내리게 될 것이다.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이 것이다. '남-남 갈등'에는 양자택일을 요구하는 사고가 녹아있고, 결국 이것이 우리의 상상력을 제한하고 있다는 말이다. 한국사회가 워낙 우파 일변도의 역사를 거쳐오다보니 그 반대파 역시 세계적 기준에서는 우파임에도 '좌파'라 불리는 왜곡된 지형에 우리가 살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민주노동당 혹은 진보신당을 유럽에 갖다 놓으면 어디쯤 위치 지어질까요? 잘해야 중도우파일 겁니다. --- p.33 (민주당은 오죽할까?)
하지만 우리 사회의 문제들은 대부분 '우익정책'의 오랜 시행 속에서 만들어진 것들이고, 때문에 '우익적 상상력'이 그 치유에 효과가 있으리라 생각하기 힘들다. 문제의 원인이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실제로 오늘날의 주된 문제인 부의 양극화, 비정규직의 증가, 사회안전망에 대한 요구 등은 원래 '사회주의가 태동한 배경'이 아니던가. 현실에서의 사회주의가 결함이 있고, 무력했다고 해서 그 상상력을 멀리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한국 사회에서는 그동안 금기시 되었던 상상력을 발휘해 오랜 폐단에 대처할 필요가 있다. 최근의 '남-남 갈등'이 역사 바로보기 문제를 제기한다는 차원의 의의는 지닐 수 있지만(물론 이것도 우파, 사실은 극우파에게 밀리지 않았을 때 말이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우익 일변도의 좁은 선택지를 깨고, 더 넓은 상상력을 발휘하기 위한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좌익적 상상력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한국 사회는 더욱 넓어질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수작이되, 우리를 절반까지만 안내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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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한홍구교수(이후 한교수)가 쓴 칼럼을 재미있게 읽은 적이 있다. 제목은 '법비의 난'으로 기억하는데 풍자적인 글쓰기로 현 MB정부의 법치주의의 모순을 잘 보여준 글이었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영화에서 기인한 생각으로 만주를 배경으로 한 역사적 사건을 통해 현 정부의 법치주의 문제를 이끌어가는 방식의 글이었다. 이전에도 한홍구교수의 이름은 들었지만 그의 책을 읽지는 않았다. 어떤 책이든 되도록 그 이전의 선입견이나 편견으로 읽기를 거부하고 나름대로 객관적 시각으로 읽기를 원하는 나였기에 그의 글에 들어나있는 엄청난 주관적 해석의 모습과 풍자로 묘사되는 특유의 날카로움은 웃음을 줄 수 있지만 또한편 상대방에 대한 적개심 비슷한 감정을 불러 일으킨다. 예를들자면 아무리 옳은 말을 해도 아무리 상황적으로 그럴듯한 개연성이 농후하다 할지라도 다른 이의 인격을 무시하면서 소위 싸가지(?)없게 글과 말을 하는 것은 또다른 분란적 요소가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이전부터 해와서이다.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유익함을 준다는 생각은 변함없지만 한교수 특유의 시니컬함에 대해서 조금은 거부반응을 보였다. 이유는 그의 문체에서 들어나는 '독설가'다운 글풍과 어투때문이랄까?...
끝으로 책을 읽는 독자들이 지향해야 할 것은 건전한 시민이 되기 위한 노력의 경주를 달리기 위해 옳은 정보를 접하도록 노력하여 옳은 가치관을 통해서 비록 영향력은 적을지라도 꾸준히 자신의 삶속에서 살아가는 것이라 하겠다. 아울러서 합법적 수단인 선거를 반드시 해서 아픈 과거역사를 되풀이하지않도록 자기에게 부여된 권리를 행사하는 모습이 있어야한다. 이런 모습이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이라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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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정체성은 대한민국임시정부가 기준이 되어야 하고 또 하나는 제헌헌법이 기준이 되어야 한다. “우리 나라는 경제 문제에 있어서 개인주의적 자본주의 국가의 체제를 폐기하고 사회주의적 균등의 원리를 채택”했다고 나온다. 대한민국 제헌 헌법은 정치적 민주주의와 함께 경제적 사회적 민주주의를 같이 추구한 것이다. 민주주의와 경제 발전은 상호 보완적이다. 자기 독재를 정당화하기 위해 경제 발전과 함께 가야 할 민주화의 긱을 막았다는 점에서 박정희는 그렇게 유능한 독재자는 아니었다. 식민지 근대화론에서는 시장을 근대 문명이라고까지 주장한다. 개항이 가져온 외적 충격을 강조하기도 한다. 왜 군사정부가 경제개발정책을 서둘렀을까? 경제개발계획 구상은 정부통령 선거가 실시된 1956년부터였다. 서서히 국민들의 민주 의식이 깨어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 선거에서 진보당의 조봉암이 무려 220만표를 얻었다. 조봉암을 초대 농림부장관을 하면서 전국적으로 알려진 사람인데 선거 때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경제 정책을 표방한다. 계획경제도 주장했는데 이를 두고 당시에는 색깔론 시비가 일어나지 않았다. 당시 경제에 국유, 국영의 비중이 워낙 컸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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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에도 나와있듯이 이책의 필진은 실로 화려하다. 대한민국 역사학계의 드림팀 이라는 말이 결코 허언이 아닌듯 싶다. 저마다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필자들이 이 책을 쓰기위해 모인데에는 뉴라이트의 근현대사 특강이 큰 몫을 했을 것이다. 정치적인 스탠스나, 옳고 그름을 떠나서 덕분에 좋은 책을 보게 되었으니 아이러니컬 하지만 어쨌든 나름대로 기쁜 일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 책은 뉴라이트의 역사인식을 일본극우세력에 비교해가며 통렬하게 비판한다. 그리고 식민시대부터 우리의 현대사를 거슬러 올라가며 안타까운 이야기를 전한다. 진지하고도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지만 고등학생정도만 되도 어렵지 않게 읽을수 있을 정도로 쉽고 편하게 책장이 넘어간다. 과연 수십년간 쌓인 공력이란건 무시할수 있는게 아닌가 보다.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지금 나의 부족한 부분을 인정하고 썩은 곳을 과감히 도려내는 결단력이 필요할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대한민국의 현대사의 아픈 기억을 되집어보는 것은 괴롭지만 분명 모두에게 큰 도움이 되는 일일 것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일독을 해도 좋고, 한글자씩 되집어보고 관련자료를 검색하며 읽어봐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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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라이트 관련 한홍규 식민지, 민주화, 경제성장 정태헌 해방과 정부수립 서중석 독립운동 이만열 북한현대사 정영철 이렇게 5명의 역사학자가 각기 전문분야에 대해서 각자의 견해를 역사교사들을 대상으로 강의하고 그 강의 내용으로 만든 책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5명의 각 분야 전문가가 강의한 내용이라 각 분야별로 깊이 있게 알 수 있다는 장점이 느껴진다. 또한 고등하교때까지 배웠던 역사와 실제 역사가 어떻게 미묘한 차이를 보이고 있고, 학생들에게 어떤 역사관을 심어 주었는지 생각하며 보게된다. 하지만 중간에 흐름보다 너무 세부적인 내용을 설명하다보니 인물이 많이 등장해서 살짝 지루한 면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