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여름, 영국을 돌아본 여행상품의 이름이 ‘셰익스피어에게 여행을 묻다’였습니다. 여행지 가운데 셰익스피어와 관련이 있는 곳이라고는 그의 생가뿐, 오히려 해리포터와 관련된 곳이 훨씬 많았습니다. 어떻든 여름휴가를 이용해서 셰익스피어와 관련이 있는 곳을 다녀왔으니 ‘셰익스피어 배케이션’이란 이런 여행을 말하나 싶었습니다. 그래서 읽어보게 된 것인데, <셰익스피어 배케이션>은 전혀 다른 이야기였습니다.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은 공직자들에게 3년에 한 번 꼴로 한 달 남짓의 유급휴가를 주었다고 합니다. 구글 검색에서 찾아보았지만, 사실 확인은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저자는 세종대왕께서 젊은 선비에게 휴가를 통해 집에서 책을 읽도록 하는 사가독서(賜暇讀書)를 처음 시행한 것을 빅토리아 여왕의 셰익스피어 배케이션과 같은 맥락으로 엮었지만, 궤를 달리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셰익스피어 배케이션은 독서휴가는 아니었던 것입니다. 이름이야 어떻든 저자는 휴가를 받으면 집에서 책을 읽는 쪽을 선택한다고 했습니다. 그런 저자가 대실 헤밋의 <몰타의 매>를 읽게 된 것을 계기로 지금까지의 삶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고, 그 과정을 정리한 것이 <셰익스피어 배케이션>이라는 것입니다. 즉 1년의 무급휴가를 받았는데, 영국에서 휴가를 시작하여 몰타, 파리, 베르셀로나, 세비야, 리스본, 로마, 취리히, 부다페스트, 베를린, 하이델베르크, 뮌헨, 프랑크푸르트에서 마무리를 했다는 것입니다.
이렇듯 하던 일을 훌훌 털고 떠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싶어 부럽기도 하면서 그동안 어떻게 먹고 살았는지도 궁금합니다. 역시 먹고 사는 일은 중요하니까 말입니다. 아마도 결혼 전이었지 싶습니다. 이야기의 시작은 책이 있는 휴가일 듯합니다. 물론 책에 관한 이야기도 적지 않게 등장합니다만, 딱히 책만이 아닌 일탈에 가까운 모습도 볼 수 있어서 책 읽는 이들이 선뜻 따라하려면 상당한 용기를 내야 할 것 같기도 합니다. ‘원 나잇 스탠드’에서 변태적인 관계에 이르기까지 책읽기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를 천연덕스럽게 담아낼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잠시 머문 곳도 있지만, 한 달 이상 살면서 그 곳의 속살까지 들여다보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여행이라면 책은 그저 핑계가 되었을 수도 있겠습니다.
읽다보니 저자가 소개한 책들 가운데 버트런드 러셀이 쓴 <행복의 정복>, 존 버거의 <여기 우리가 만나는 곳>, 파스칼 메르시어의 <리스본행 야간열차>,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 등은 마침 읽은 바가 있습니다만, 읽는 이 나름의 관점에서 책을 읽는구나 하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자 덕분에 여행과 책을 엮어서 쓰고 있는 글에 많은 도움을 얻는 책읽기였습니다. 저자의 관점에 대해서도 쓸 기회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앞에 나온 도시에서는 오랫동안 머물면서 사연이 많았던 모양으로 쪽수가 꽤나 되는 반면 뒤로 갈수록 쪽수가 얇아지는 듯한 느낌입니다. 잠깐 머물렀기 때문에 그만큼 느낀 무엇이 많지 않았기 때문일까요? 사실 모로코의 탕헤르나, 나미비아, 케이프타운, 안나푸르나 등이 서운해 할 것 같습니다. 어쩌면 3부에 등장하는 도시들은 저자가 보낸 1년의 휴가기간에 포함된 것이 아니라 다른 이유로 다녀온 여행지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1년이라는 긴 여행을 마치고, “여행의 매력은 휴식이나 도피, 혹은 기분전환이 아니라 그러한 사소한 체험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여기서 사소한 체험이란 ‘숙취에 시달리던 어느 일요일 오후 바르셀로나의 한 신호등 앞에서 만난 한 중년 남자와의 잡담을 나눈 일’을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 |
|
※ 셰익스피어 배케이션 Shakespeare Vacation
영국 빅토리아 여왕이 공직자들에게 3년에 한 번 꼴로 한 달 남짓의 유급 독서휴가를 주었던 데에서 비롯된 말이다. 조선의 세종 임금이 젊은 선비들에게 긴 휴가를 주어 집에서 편안하게 책을 읽게 했다는 사가독서와도 의미가 통한다.
올 여름 '북캉스'가 인기라는 뉴스를 본 기억이 난다. 전국 곳곳, 세계 곳곳에서 사람들이 몰려든 듯한 북적북적한 관광지 대신 집에서 책을 읽으며 보내는 시원한 휴가라니, 사람 많은 곳 싫어하고 집에서 책 읽는 것 좋아하는 내게 딱 알맞는 휴가 스타일이다. '셰익스피어 배케이션'이라는 용어를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아아아, 한 달 남짓의 유급 독서휴가라니! 오로지 이 유급 독서휴가만을 위해 빅토리와 여왕 시대로 돌아가 공직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저자 김경의 이력을 보니 과연 '셰익스피어 배케이션'이라는 말과 참 잘 어울리는 사람이다 싶다. '휴가 때면 아무 데도 가지 않'고 '오히려 집에 들어앉아 완벽한 토플리스 차림이' 되어 '자연에 가까운 상태로 독서용 안락의자에 앉아 책을 읽는'다는 그녀, 김경. 산으로 바다로 찾아 나가기 바쁜 휴가 기간에 오히려 집에서 자연에 가까운 상태로 독서를 즐긴다니 멋진 사람이다.
책 제목과 저자 소개를 보고 이 책은 책으로 떠나는 여행일 거라 생각했다. 그러니까, 저자가 휴가 기간에 읽은 책 내용을 가지고 파리도 갔다가, 리스본도 갔다가, 이탈리아도 갔다가, 그렇게 저자도 우리도 함께 '셰익스피어 배케이션'을 즐기는 책일 거라고 짐작했다. 내 예상과는 달리 이 책은 정말 여행서였다. 서른넷에 1년의 장기 휴가를 받고 그녀는 떠났다. 그 동안 책에서만 봐왔던 도시들로.
내 멋대로 한 짐작이 틀렸기 때문에, 그래서 진짜 떠나는 여행이었기 때문에, 나는 갑작스레 여행가방 꾸려 떠나는 여행자의 심정이 되어 부랴부랴 '토플리스' 차림이 되려던 마음에게 옷을 입히고 운동화 끈 질끈 묶고 그녀를 따라 나섰다. 그 이름을 들어본 적도 별로 많지 않은 몰타에서 시작하여,'살고 싶은 도시 1위' 포카라로 막을 내리는 이 여행길을 따라다니며 참 많은 도시들을 만났고, 참 많은 도시들에 반해버렸다.
그녀가 이탈리아를 사랑한다고 말할 때는 나도 그만 이탈리아를 사랑해버렸고, 사랑하는 사람과 꼭 한 번 다시 카프리에 가고 싶다고 말할 때는 나도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카프리에 가보고 싶다고 생각했으며, 리스본의 매일 반복되는 풍경이 소박하고 정겨워 눈물이 난다고 할 때는 가보지도 않은 리스본을 상상해보며 코끝이 찡해지고, 존 버거의 <여기, 우리가 만나는 곳> 이야기를 들으며 나도 리스본에서 만나고 싶은 망자들을 떠올려봤다. 저자 인생의 가장 행복한 날들을 바르셀로나에서 보냈다는 글을 보며는 어쩐지 바르셀로나에 내 인생의 행복한 날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았으며, 1년 간의 유럽 여행 중 마음 가장 깊은 곳에 자리잡은 곳은 부다페스트라는 말에 나도 조용히 부다페스트라고 발음해보며 언젠가 그 곳에 갈 수 있길 꿈꿨다.
참 행복한 여행이었다. 중간중간 책과 함께 하는 여행이었기에 더 그랬던 듯 하다. 여러 책들이 등장하지만 그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그래서 바로 내 장바구니에 담겼던) 책은 존 버거의 <여기, 우리가 만나는 곳>이었다. 책 속에서 존은 돌아가신 어머니를 만난다. "망자들은 죽으면 지상에 머물 곳을 선택할 수 있단다. 지상에 머물기로 하는 경우엔 언제나." 그래서 그 어머니가 선택한 도시는 리스본이었다. 존 버거가 '망자들의 특별한 정거장'이라고 명명했다는 도시 리스본. 망자들은 왜 리스본을 선택해 머물까? 그 도시에 가보지 않는 한은 그 명확한 대답을 얻을 수 없겠지. 그래서 더욱더 그 도시에 가보고 싶어졌다. 저자 김경이 "전혀 특별할 것 없는, 리스본의 언덕 마을에서 매일매일 반복되는 그 풍경은 너무도 소박하고 정겨워 눈물이 날 지경이다"라고 표현한 그 도시가 내 마음속 깊이 자리잡았다.
멋진 그녀 김경과 함께 한 여행은 행복했던 만큼 후유증도 컸다. "현실로는 충분치 않았다. 마법이 필요했다." 그렇다, 나에게도 마법이 필요하다. "누군가는 여행을 하고 누군가는 책을 읽는다." 그랬다, 김경은 여행을 했고, 나는 그녀의 여행을 읽었다. 언젠가는 내가 여행을 하고, 누군가가 내 여행을 읽을 날이 오기를 간절히 바라며, 마법을 기다리게 되었다. 수리수리마수리 이루어져라.
|
|
표지의 아무런 의심없이 까맣게 빛나는 동그란 눈으로 택시 차장밖으로 나를 바라보는 눈과 마주쳤을때 당황하고 말았다. 응? 이건 뭐지? 서른넘은 나이에 재충전이 필요했던 그녀에게 사직서 대신 쿨하게 (이 단어 뒤에 어떤 마음고생이 있었는지는 생략되었지만 쉽지는 않았을 것이라 여겨진다) 일년간의 무급휴가를 준 환상의 보스! 덕에 김경은 훌쩍 여행가방을 끌고 일상탈출을 시도한다. 용감하지 못한 나와는 달리 해외에서도 씩씩한 그녀는 낯선 사람들과의 만남과 대화를 즐긴다. 몰타, 리스본, 바르셀로나 등 여행한 도시와 그 도시를 떠올릴 수 있는 책들과 함께 한 스스로에게 준, '세익스피어 배케이션'은 읽고만 있어도 그녀가 보여주고자 하는 낭만, 아름다움, 슬픔, 외로움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만 같다. 어느날 갑작스런 대지진과 화재를 이겨내고 (말이 쉬워 이겨낸거지 인구의 3분의 2가 죽었다고 하니... 그 참흑을 어떤 말로 다 설명할 수 있을까 싶다) 왠지 스타일의 '박기자'처럼 엣지있게 명품으로 휘감고 고급호텔과 레스토랑을 옮겨다닐 것만 같았던 '수많은 소녀들의 로망' 잡지사 에디터라는 직업의 김경이 하루동안 코코샤넬로 살아보기를 통해 만족감을 느끼는 것을 보고 '오, 반가워라' 하며 괜시리 좋기도 했다면 너무 놀부심보인가? ^^; 그녀가 읽은 책을 통해 나도 그곳들을 여행하고 싶어지는 마음이 든다. |
|
꽤나 재미있게 읽었지만 배가 아파서 별 다섯은 못주겠다. 1년의 무급휴가를 받아 마음 편하게 그동안 모아놓은 돈 가지고, 한국에 기다리는 사람들을 남겨두고, 그동안의 인맥과 지위를 이용해 편하게 여행한 그녀의 여행이 배아파서. 1년여 간을 일 안하며 쉬면서, 그것도 집에 얌전히 있는 것도 아니고 세계를 여행하며 매번 괜찮은 호텔에 묵고, 가끔은 요트도 타고, 클럽에 여유롭게 드나들고 쇼핑하는 그녀의 여행에는 돈에 관한 언급이 거의 없다. 뭐, 하퍼스바자의 에디터로 오래 일했으니, 모아놓은 돈도 많고 세계 여기저기에 있는 패션지 특파원들과 취재원들의 인맥도 많겠지. 부러워서 배아프다. 그럼에도 이 책을 꽤나 재미있게 읽은 이유는 그녀의 인생관이 완전히는 아니지만 적당히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셰익스피어 배케이션이라는 단어도 마음에 들었고.
천성이 게으른 나는, 뭐에 하나 꽂히지 않으면 어떤 일을 오래 하기 어렵다. 꽂힌다고 해도 다른 일보다 길게 한다는 거지 다른 사람들처럼 몇년이고 계속 지속하지 못한다. 때문에 나의 사회생활은 계속 새로운 일의 연속이었고, 꽤나 우여곡절이 많았으며, 일하며 산 기간과 일하지 않으며 산 기간이 엇비슷하다. 신기하게도 사람은 자신이 처한 환경에 꽤나 잘 적응한다. 일을 하고 있으면 일을 하는대로, 일을 하지 않으면 일을 하지 않으면 하지 않는대로 씀씀이도 늘어나거나 줄어들고, 시간의 배분도 늘어나고 줄어든다. 돈이 여유있을 땐 쓰고, 뭐 가끔은 나중을 생각해서 모아두고(분명 또 얼마 안가 쉴 때가 오리니) 돈이 없을 땐 좀 덜 쓰고. 여튼 뭐든 어떻게든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나로서는 굳이 주구장창 일을 하는 것보다는 이렇게 적당히 일하고, 책도 읽고 싶은 만큼 읽고, 가끔 여행가는 내 삶이 꽤나 마음에 든다. 주위 사람들은 지긋지긋하겠지만.
때문에 <셰익스피어 배케이션>에 깔려 있는 그녀의 세계관은 마음에 든다. 게으르고 나태한 여행자를 사랑하는 몰타도 좋고. 돈걱정 없이 이렇게 느긋한 여행을 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 매번 나의 여행은 바빴던 것 같다. 늘 계획대로 돌아갔으며, 내가 보고자 하는 것들은 다 보아야했다. 조금 느긋하게 일정을 생각한다고 해도 늘 이 도시에서 몇일, 잠은 이곳에서 등등 미리 계획했던 것에서 크게 어긋나지 않았다. 길지 않은 시간 벌어놓은 돈을 들고 여행가려니 예산은 늘 한정적이었다. 아마 난 이런 느긋한 여행을 하려면 로또라도 당첨되든지, 꽤나 길게 성질 죽이고 일해야 할 것이다. 때문에 나는 한동안 이런 느긋한 여행은 못 할 것이다. 갑작스럽고 발작적인 여행은 할 수 있더라도 말이다. 여튼, 그래서 그녀의 여행이 부럽다. 책 속에 언급된 도시들을 찾아가 그 문구가 마음에 와닿을 때까지 느긋하게 여행을 즐기는 것. 부러운 인생이다. |
|
책과 함께하는 1년간의 휴가라니, 프롤로그를 읽으며 앞으로 펼쳐질 여정에 기대가득이었다. 하지만 몰타, 포르투갈, 스페인 등 지중해의 따듯한 햇살과 함께하니 더욱 좋으리라는 나의 기대는 가고싶은 여행지와 읽어보고 싶은 책들의 계속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하락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그의 코트가 "나는 댄디"라고 말해주고 있었다. 그는 니진스키의 무용복처럼 우아하게 진동하는 트위드코트를 입고 있었는데 그런 사소한 흔들림으로 현대 문명이라는 결코 우아하지 않은 체제와 겨루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P.156)
책에서 이 문장을 만나는 순간, 왜 내가 이 책을 좋아할 수 없는지 알 것 같았다..치열한 삶을 살았던 니진스키와 사소한 흔들림과의 연결은 글쎄...
부다페스트 부분은 맘에 들었고(글루미선데이만 빼준다면), 뒷부분에 등장하는 나미비아와 네팔부분은 셰익스피어 배케이션에 연장선상에 있는 여행같지가 않고 어색한 느낌을 받았는데, 에필로그를 보니 1년여정 뒷부분에는 베를린등 독일 지역에 있다고 언급돼 있고 나미비아 남아공, 네팔에 대한 얘기는 없다. 셰익스피어배케이션기간동안 머물렀던 모든 여행지에 대해 얘기할 필요는 없지만, 글쎄 계속되는 여정이 아니어서 인지 마지막 부분은 왠지 다른 책으로 넘어간 느낌이다. 역시, 기대가 크면 그만큼 실망도 큰법..
|
|
간만에 내맘에 쏙 드는 에세이를 만났다. 그동안 출간된 대다수의 에세이들은 지나치게 감성에만 의존하지 않았나 싶다. 아프고 여리고, 세상살기 어렵고...정작 그런 글을 남긴 저자들의 이력을 보면...뭐야..엄살은 싶기도 하고 정치인들이 전통시장 몇번 방문해놓고 서민의 애환을 다 통감한듯 말하는 것 같아 조금 불편하기도 했다. 물론 인간이 태어난 그 순간 저마다 짊어지는 고행은 부나 스펙에 따라 경감되는건 아니긴 하다만 삐딱하게 보자면 부정할 수 없었던 질투심이 일었던 건 사실이다.
에디터 김경 역시 어쩌면 참 부러운 여자다. 이력 튼튼하지 여행을 가면서도 그녀의 직함은 변함이 없고 심지어 그녀가 노골적으로 성과 관련된 이야기를 담아도 어느 누구하나 그녀를 '쉬운'여자로 평가하지 않는다. 마치 한국의 캐리 같다고나 할까. 그런 그녀가 이번에 들고온 화두는 (이번에라고 해도 꽤 시간이 지나긴 했다^^:;) 독서휴가다. 책을 읽다보면 이게 독서휴가인지 그냥 여행기인지 헷갈리기는 하지만 그런 '휴가'가 실재 했었다는 것이 반갑기도 하고 왜 독서를 중요시하고 점점 더 대중화 되는 이 시점에 기업에서 본격적으로 행해주지 않는지 아쉽기도 하다.
익숙한 여행지는 없다. 익숙한 베네치아에 갔어도 그녀는 거기서 더 안으로, 덜 알려진 공간으로 들어간다. 어쩌면 독서휴가를 이렇게 즐기면 어때 하고 제안하는게 아니라 마치 자신의 책을 읽는 것 자체가 휴가를 즐길 수 있게 만들어주는게 아닌가 싶었다.
전작 뷰티풀몬스터에 이어 두번째로 웃기도 하고 혼자 부끄러워 베시시 거리면서 읽었던 것 같다. 그녀의 책을 아직 두권밖에 소장하지 않았지만 이제 슬슬 그녀의 신간이 나와줄 때라는 느낌이 든다. 늦어도 연말에 그녀의 신간을 또 만나볼 수 있기를. 이번에는 또 얼마나 신선하고 공감가는 소재로 찾아올런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
|
영국은 '인도를 다 준다해도 셰익스피어와는 바꾸지않겠다' 고 말했을만큼 셰익스피어는 실로 대단한 인물이자 불멸의 작품들을 남겨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작가 그리고 내 가슴속에 반짝이는 멘토다. 그런데 '셰익스피어의 휴가'라니....제목부터가 심상치않았고 나를 확 잡아끌기에 충분했다.
동양에서 가장 현명한 임금이라 칭해지는 세종은 '사가독서'라 하여 젊은 선비에게 긴 휴가 동안 집에서 독서를 할 수 있도록하였고, 서양에서 가장 통 큰 여자인 '빅토리아 여왕'은 공직자들에게 3년에 한번 꼴 한달 남짓 유급휴가를 주었는데 이를 '셰익스피어 배케이션'이라고 했다고한다. 즉 이 책은 셰익스피어의 휴가에대한 내용을 담은것이 아니라 서양에서 공직자들에게 주었던 유급휴가 이름을 빌린 여행 에세이다.
제목부터 톡톡 튀는 이 책은 여느 여행에세이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이 책의 작가가 패션잡지 에디터라서 그런지 글 속에서 노련한 미가 느껴질뿐더러 여러가지 영화나 문학과 관련지어 풀어내는 여행의 일상이 잘못하면 지극히 개인적이고 지루하게 느껴질지도 모르는 부분들까지도 달달한 재미로 만들어준다. 유명유적지와 관광지를 돌며 뻔한 여행을 담은것이 아니라 발닿는곳으로 조금은 여유롭고 혹은 게으르게 즐긴 시간들을 담은것이라 오히려 더 인간적이고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사람들이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내가 지금있는 이 곳에서 벗어나 새로운곳에서 느슨한 여유로움을 만끽하고 싶기때문이다.
f.스콧 피츠제럴드는 <밤은 부드러워>에서 파리로 여행을 간 미국인들을 관찰하며 이렇게 말했다고한다. "바다를 건너오면서 원자들이 분자들을 구성해 새로운 인류를 만들었다." 피츠제럴드식의 못 말리는 문학적 허풍이 섞인 말이긴 하지만 여행이 우리를 새롭게 변화시킨다는 것만큼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유명관광지를 돌며 쉴틈없이 뭔가를 보려는 틀에박힌 여행이 아니라 진정한 나와 마주할 수 있는 여행.... 바다를 건너오면서 원자들이 분자들을 구성해 새로운 인류를 만들었다던 피츠제럴드의 말처럼 여행을통해 변화하고싶다면, 진정한 여행을 떠나고싶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싶다.
빅토리아 여왕이 공직자들에게 준 휴가인 '셰익스피어 휴가'나 세종이 젊은 선비들에게 주었던 '사가독서'는 분명 의미있는 휴가를 통해 한층 더 발전된 사람으로 돌아오라는 뜻이있었을것이다.
이 책을통해 우리도 진정한 휴가란 무엇인지 그리고 여행은 무엇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있다.
|
|
셰익스피어 배케이션이란 말은 장기독서휴가로부터 비롯된 말이다. 임금 세종은 사가독서라 하여 젊은 선비들에게 긴 휴가를 주어 집에서 편안하게 책을 읽게 했고, 서양에서는 빅토리아 여왕이 셰익스피어 배케이션이라 하여 공직자들에게 3년에 한 번 꼴로 한 달 남짓의 유급휴가를 주었던데서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있다. 장기독서휴가라니... 요즘처럼 빡빡한 사회에서는 감히 상상도 못할 일이다. 이 얼마나 꿈에 그리던 낭만적인 휴가인지 이 매력적인 붉은 빛깔의 책을 펼치기도 전에 이미 난 셰익스피어 배케이션에 푹 빠져들었다. 직장생활을 하는 이들에게 여름휴가란 얼마나 달콤한 일탈인가... 하지만 내 휴가를 기억해보면 황금같은 여름휴가를 독서휴가로 보냈던 시간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 당시 내게 독서는 조금의 짬이라도 생길때면 틈나는대로 보는 일종의 취미생활이었고, 휴가는 엄연히 어디론가 떠나야만 제맛인줄 알았던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즐거운 마음으로 떠났던 휴가는 언제나 가는 곳마다 넘치는 사람에 바가지 요금, 여기에 교통체증까지 겹쳐져 푹 쉬어도 모자란 상황에 몸과 마음을 더욱 피곤하게 했던 기억이 난다. 왜 그 때 나는 단 한 번도 독서휴가란 것을 생각지 못했을까? 직장인이란 신분으로 정해놓은 테두리를 벗어나 자유로운 시간을 만끽하며, 정신적으로도 가장 편안할 수 있는 시간이 바로 휴가란 좋은 시간이었는데 말이다.
셰익스피어 배케이션의 저자 김경은 몰타의 매와 운명적인 만남을 갖게 되고, 이 책을 통해 30년 이상을 주어진 환경속에서 성실히 살아왔던 자신을 되돌아보며 인생에 대한 깊은 깨달음을 얻게 된다. 그리고 그녀는 용감하게 결정을 내린다. 자신의 인생에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재충전의 시간이며 한가롭게 책도 읽고 싶었기에 마음편한 여행을 떠나기로 말이다. 물론 다니던 회사를 그만둘 생각까지 한 그녀였으나, 이 책 한 권을 통털어서 저자가 제일 부러웠던 부분이기도 한 1년 무급 휴가를 받게 된다. 셰익스피어 배케이션! 그녀 앞에 꿈이 현실로 나타나 이제 책과 함께 떠날 수 있게 된 것이었다. 내게는 환상의 섬으로만 보이던 지중해의 수많은 섬들 가운데 하나인 몰타를 시작으로 나폴리와 카프리를 지나 승마 대회가 인상적이었던 로마, 그리고 밀라노와 부라노에 이르기까지 그녀의 휴가는 완벽했다. 아름답기로 유명한 여행지를 들릴 때마다 그녀가 소개해주는 멋진 책들과의 만남 또한 이 책의 백미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얼마전부터 그동안 묵혀두고만 있던 고전들을 다시 꺼내서 읽고 있는데 특히나 아는 작가의 생소한 작품들은 이미 구입해 둘 생각에 목록을 만들어두기도 했다. 셰익스피어 배케이션은 감칠나는 여행지의 소개말고도 독특하고, 인상적인 그녀의 책들을 소개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더욱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책으로 느껴진다. 소장가치 100%의 여행 에세이집을 만나기는 좀 어려운 감이 있었지만 이 책을 만나게 되어 너무나 행복했고, 책을 읽었던 시간 내내 꿈같은 여행에 동참한 기분이 든다.
|
|
「셰익스피어 배케이션」은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1819~1901)이 고위 신하들에게 3년에 한 번 꼴로 한 달 남짓의 유급 독서휴가를 주고, 그 휴가 동안 셰익스피어 작품 중 5편을 정독한 뒤 독후감을 제출하도록 했다는데서 생겨난 말이라고 한다 ㅡ. 현실에 치여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살아가는 많은 이들에게 이런 멋진 휴가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이 앞선다 ㅡ. 하루 종일 정신없이 바쁜 하루를 보내고 겨우 의자에 앉아 편히 쉴 수 있는 순간이 다가오면 ‘내가 이렇게 살아야 하나?!’ 하는 의구심이 들기 마련이다. 그런 치열한 날들이 하루하루 반복되다보면, 핸드폰을 손에 쥐고 순간순간을 팍팍하게 살아갈 필요가 없는 곳이 그리워진다. ㅡ. 여기만 아니라면, 매일매일 반복되는 일상만 아니라면 어디든지 향해도 좋다는 그런 그리움은 어느새 간절함으로 바뀌어간다. 그런 간절함의 끝에 현실이 발목 잡을 때 아주 작은 틈을 내서, 집에서 아주 편하게 모든 것을 벗어던진 나 자신과 함께 책으로의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비록 『셰익스피어 배케이션』처럼 긴 휴가가 안 될지는 몰라도 말이다 ㅡ.
전체적으로 매우 근사한 느낌을 준다. 우아함이 깃든 ㅡ. 그래서 처음에는 조금 다가가기 힘들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하지만 실제로 만나본 『셰익스피어 배케이션』과 그 저자, 김경은 의외로 솔직하게, 털털하게 다가온다. 그러면서도 그녀가 돌아본 도시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담아낸다 ㅡ. 결합되기 힘들 것 같지만 모두 담아내고 있다. 어쩌면 솔직함이 빛을 발해 더 아름답게 다가오는 것인지 모르겠다 ㅡ.
이 책에서 표지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참 인상적이다 ㅡ. 빨간색의 원 안에는 라마가 놀란 표정으로 담겨져 있다. 빨간색의 표지를 한 겹 벗겨보면 라마가 차를 타고 고개를 내밀고 있는 모습의 사진이 보인다. 라마가 1957년 뉴욕 타임스퀘어에 나타났다가 도시의 무언가에 화들짝 놀란 나머지 황급히 택시를 타고 제 고향 안데스의 고산지대로 귀향하고 있는 것이라는 설명을 듣고 보면 참 재미있으면서도 씁쓸하다는 생각을 지을 수 없다. 그러고 보면, 삶의 무언가에 화들짝 놀라 안데스의 고산지대의 역할을 해줄 생을 위한 도피처를 찾아 떠나야 할-혹은 소망하는- 많은 이들의 꿈을 사진으로-표지로-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보게 된다 ㅡ.
자신의 방에서 책을 통해 떠나는 짧은 배케이션 ㅡ. 『셰익스피어 배케이션』과 같은 멋진 책이라면 그 어떤 배케이션보다도 빛나지 않을까?! “I think here is paradise”, “Welcome to paradise” ㅡ. |
|
장난처럼 '부러우면 지는거다'를 한번 외쳐보고 슬며시 '비슷하기라도 해야 부러우면 지는거라며 질투라도 하지. 이건 너무나 커다란 차이가 나버려서 그저 감탄과 동경의 마음을 가질 수 밖에 없잖아'라는 말로 스스로를 달래고 있다.
"감히 이룰 수 없는 꿈을 꾸고, 감히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하고, 감히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견디며, 감히 용감한 사람도 가보지 못한 곳으로 가며, 감히 닿을 수 없는 저 밤하늘의 별에 이른다는 것. 이것이 나의 순례이며 저 별을 따라가는 것이 나의 길이라오. 아무리 희망이 없을지라도, 또한 아무리 멀리 있을지라도."(15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