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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에 관심이 생겼을 때, 철학 입문서로 가장 먼저 추천받은 책은 조성오의 <철학 에세이>였다. 당장 구입해서 설레는 기분으로 읽는데 도무지 재미를 느낄 수가 없는 거다. 그래도 뭔가 있겠지 싶어 멈추지 않고 읽어 내려가면서 결국은 중간쯤에서 포기하고 말았다. 이게 철학인가 싶었던 거다. 여전히 책꽂이에 꽂혀있지만 다시 뽑아 펼친 적은 한 번도 없다. 대신 그 때부터 서양 철학가들의 이름이 빽빽한 수준 높은 철학서들을 사모으기 시작했다. 역시 다 읽을 수도, 명쾌하게 이해할 수도 없었다. 앞서 말한 <철학 에세이>는 이진경의 <철학과 굴뚝청소부>와 함께 아직도 많은 이들이 추천하는 철학 입문서에 속한다. 다소 철학에 발담갔다 생각하는 나는 다시 읽을 날을 손꼽아 벼르고 있다. 여기 한 권 더 보탠다. 우연히 만났지만 큰 수확을 얻은 것마냥 재미있게 읽은 철학책. 수수께끼와 알레고리로 가득 찬 유쾌한 철학 퍼즐 <로봇이 인간이 될 수 있을까?>다. 서른 개 남짓한 철학적 주제에 해당하는 흥미로운 이야기로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책이다. 종교, 윤리, 자아, 법, 자유의지 등 거의 모든 분야의 철학적 사유를 가능하게 하는 동시에 평범한 세계를 전혀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힘을 길러준다.
그 중 두 가지만 소개하면 이런 것이다. 어느 병원에 각각 간, 신장, 췌장, 폐가 망가진 사람 넷이 있다. 이들은 새 장기를 이식받지 못하면 곧 죽게 된다. 그 때 건강한 남자 한 명이 병원에 들어온다. 이 남자를 희생시키면 죽어가는 환자 넷을 살릴 수 있다. 의사는 공리주의가 주장하는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떠올린다. 과연 의사는 건강한 남자 하나를 희생시켜 죽어가는 환자 넷을 살릴 수 있을까? 하나 더. 가수 셋이 사막을 횡단한다. 두 사람은 여자고 한 사람은 남자다. 소프라노 음색을 가진 여자들은 바리톤 음색의 남자가 싫다. 둘은 의논하지 않고 각자 남자를 죽이기로 한다. 여자 A는 남자가 잠들었을 때 그가 쓰는 컵에 독을 넣는다. 잠시 후 여자 B는 남자가 쓸 컵 밑바닥에 자그마한 구멍을 뚫어놓는다. 잠에서 깬 남자는 물을 찾지만 텅 빈 컵 때문에 갈증으로 죽는다. 과연 두 여자 중 누가 남자를 죽인 것일까? 남자는 갈증으로 죽었으므로 어쨌든 B가 물을 새어나가게 한 탓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컵에 든 독물을 마셨어도 남자는 죽었을 것이다. A가 말한다. 남자는 내가 넣은 독을 마시고 죽은 게 아니니 자기 탓이 아니라고. B가 항변한다. 내가 컵의 물을 새어나가게 하지 않았다면 남자는 독을 마시고 죽었을 테니 자신이 독을 마시고 죽을 뻔한 남자를 구한 거라고.
자, 이쯤되면 이 책의 특징과 가치를 눈치챘을 거라 생각한다. 독서와 사유의 여백을 함께 선물하는 책이니 머릿속 한 켠을 비워두고 읽는 것이 더 유익할 것이다. 비워둔 자리에 자기만의 생각을 채워가는 재미가 쏠쏠할 테니. 아니면 비행기나 기차처럼 감히 다른 생각을 품을 수 없는 공간에서 읽어도 좋겠다. 사유의 주제를 하나씩 받아들고 찬찬히 음미하며 철학적으로 고민하거나 수수께끼를 풀어내며 읽는 것이야 말로 이 책의 매력이기 때문이다. <로봇이 인간이 될 수 있을까?>를 읽는 일은 서른 세 가지의 철학 퍼즐이 펼쳐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세계에 들어가는 것이나 다름없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은 제목이 이 책의 내용과 가치를 제대로 담고 있지 못하다는 느낌이다. 처음엔 오죽하면 로봇인간이 나오는 따분한 과학책 정도로 여겼으니 말이다. 놀라운 것은 모든 삶 안에 철학이 들어있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인식하든 인식하지 못하든 언어와 행동 그리고 생각들은 놀라운 아이러니의 세계에 퍼즐처럼 숨겨져 있다. 퍼즐조각을 맞춰가는 것이 바로 살아가는 재미다. 주어진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획일적인 길로만 몰아치는 이 세상의 모든 것에 대한 상상력에 날개를 달아주는 책이다. 겉만 보고 판단하지 말고 일단 한 번 읽어 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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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이 인간이 될 수 있을까?'란 제목을 읽고, 어려운 과학서일거라 섣부른 판단으로 며칠 동안 내팽개쳐 두었던 책이다. '수수께끼와 역설의 유쾌한 철학 퍼즐'이란 부제가 눈에 들어오지 않을 만큼, '로봇'이 주는 선입견에 갇혀 있었다. 하지만, 단순에 나의 편견이 와르르 무너질 정도로 유쾌하고 흥미진진한 이야기들로 가득 채워진 것을 알게 되었을 때의 기쁨은 그 어떤 때보다 컸다. 철학을 다루고 있는 책이다. 그런데, 딱딱하지 않고, 부제 그대로 '유쾌함'으로 사고의 틀을 깨버리는 책이다.
'유쾌한 철학'의 진수를 보여주는 <로봇이 인간이 될 수 있을까?>는 정치, 윤리, 종교, 예술, 법, 논리 등등의 여러 분야를 다루고 있다. 그런데, 직접 이야기하지 않는다.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는 제목으로 구성되어 있으면서, 하나의 이야기가 끝나면, 또다른 이야기들로 맥락이 이어지는데, 무작위적이다. 때론 앞으로 내달리기도 하고, 때론 뒤로 뛰어넘으면서, 다양한 주제별로 철학의 역설을 다루고 있다. 어떤 이야기는 궤변처럼 들리기도 하는데, 머릿속 충격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나의 얕은 지식의 한계를 느끼면서도, 철학의 유쾌함에 빠져들었다. '이 책을 읽고 생각에 잠기지 않는다면 당신은 이미 죽은 사람이다'라고 말하는 어느 철학 교수의 말은 실언이 아니었다. 다양하게 제시하고 있는 주제들은 한 번쯤 곱씹어 보게 된다. 해답에 접근하는 길을 암시할 뿐, 딱히 해답을 제시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저자 스스로도 밝히고 있다. 결정적인 답을 주지는 못하며, 답을 주는 척 '가장'하고 싶지도 않다고,-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쉽고 재밌게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어떤 철학서보다 흥미로웠다.
교과서의 문답식으로 고정된 생각의 틀이 와장창 깨지는 느낌이었다. 때론 심히 부끄러움마저 느끼게 될 정도로, 무감각했던 나의 뇌세포들이 그 어느 때보다 활개를 치며 뛰놀았다. 생각의 근육이 단련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는 호언장담 그대로, 움틀되는 생각의 근육을 만끽할 수 있었다. 33가지 또는 그 이상의 주제들 속 '퍼즐(역설)'을 풀다보면, 자연스레 철학의 전염병에 걸려, 환호의 몸부림을 치게 되지 않을까! 1318 교양문고,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책이지만, 남녀노소 누구라도 가볍게 철학하기에 빠져, 역설 바이러스를 퍼뜨리며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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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이 인간이 될 수 있을까' 라는 제목을 보는 순간 어린아이 스럽다고 해야할지 혹은 너무나 철학적인 질문이라고 해야할지 판단이 서질 않았다. 일단은 이 책이 철학에 관한 책인 만큼 철학적인 질문이라고 생각하면서 읽어야 했지만 말이다. 그러고 보니 <사람을 먹으면 왜 안 되는가?> 라는 책을 쓴 피터 케이브 라는 저자의 책이다. 결국 두 권의 책은 내용면에서 같은 선상에 있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우선 제목에서 연상되는 것은 로빈 윌리엄스가 주연했던 <바이센테니얼 맨> 이라는 영화를 떠올리게 한다. 미래 세계, 가사 도우미용 로봇으로 만들어진 앤드류 라는 로봇은 마틴 가족과 함께 살아가게 된다. 앤드류는 제조상의 사소한 실수로 인간과 같은 감성을 가지게 되면서 가족들과 긴밀한 유대감을 형성하게 되는데, 세월이 흘러 마틴가의 후손과 사랑에 빠지면서 인간이 되고자 갈망한다. 그는 위원회가 거부하는 조항들을 한 가지씩 수정해 가면서 인간으로 인정받기를 원하고 마침내 영원한 삶까지도 포기한다.
요즘 울 아들이 푹 빠져있는 '디지몬' 이라는 만화를 보면 인간과 디지몬들이 평화롭게 사는 세상을 위해 싸우는 주인공들의 활약이 주를 이룬다. 또한 '액스맨' 이라는 영화에서도 돌연변이들에게 인간과 똑같이 되라고 요구하지 않고 그들만의 세계를 인정해 줄것을, 그들이 인간과 동등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는 내용이 나온다. 이러한 상황들을 철학적으로 해석해보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정말 로봇은 인간이 될 수 없는 것일까?
앞서 읽었던 <사람을 먹으면 왜...> 에서와 마찬가지도 이 책에서도 황당 질문과 궤변도 눈에 띈다. 말도 많고 주장도 다른 "어디부터 사람인가?" 하는 질문에서는 인간을 죽이는 행위가 잘못이라면 인간을 낳지 않는 것도 잘못이라는 의견을 제시한다. 그리고 이슬람과 서양의 도덕관이 다른 것은 지극히 상대적인 것이라는 내용과 도덕도 환경에 영향을 받는 것이라는 주장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사람은 왜 '허구'인 것을 알면서도 감정을 변화를 느끼는 것인지, 모작임이 밝혀지는 순간 왜 예술적 가치가 떨어지는가 하는 질문 등은 분명 반박할 내용이 있다고 생각되는데도 불구하고 순간 작가의 의도에 말려드는 느낌이 들어 약이 오르기도 했다. ^^;;
중요한 것은 인류의 역사를 뒤돌아 볼 때, 특정 현상이 당연한 것이 되어 버리고 그 부분에 대한 이설이 없어지면 더이상의 발전은 기대할 수 없는 상황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천진난만한 아이들이 너무나도 당연한 현상에 대해 질문하는 것을 보라. 하늘의 별은 왜 반짝이며, 자신은 어디서 태어났으며, 비는 왜 내리는지, 계절은 왜 바뀌는지, 할머니의 할머니의 할머니의 할머니.... 의 할머니까지 올라가면 누가 있는지 등 어른들에겐 질문 거리가 되지 못하는 것들이 그들에겐 엄청난 사실이 될 수도 있다. 당연한 현상에 질문을 던지고, 기존의 명제를 뒤집는 새로운 가설을 세우고 도전하는 것이야 말로 사고의 폭을 넓히고 사상을 발전시킨 원동력이라고 믿는다.
다시 영화 <바이센테니얼 맨> 으로 돌아가 보자. 인간과 동등한 대우를 받는 다는 것과 '인간으로 인정한다는 것'은 분명 차이가 있다. 포인트는 바로 그 점이 아닐까? 영화를 보는 순간에는 인간보다 더 따뜻한 앤드류의 마음과 지고지순한 사랑에 그가 인간으로 인정받았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바라면서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는 눈물을 떨구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니 과연 그는 로봇인가 아니면 인간인가?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은 진정 무엇인지 혼란스럽기만 하다. 아, 철학은 정말 어렵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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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겪은 경험들에 따르면 철학에 관한 책은 제목보다 재미없는 경우가 많았다. 철학책 자체의 문제였다기 보다는 철학이라는 학문을 좋아하면서도 지루해하는(?) 내 성향 탓이라고 해야겠지만. 이 책은 그런 면에서 적절하게 끊어주는 지혜가 있다고 해야겠다. 총 33개의 문항들이 각각 생각할 거리를 가지고 독자를 기다리고 있다. 서두는 재미있는 이야기나 수수께끼로 시작해서 중반으로 넘어가면 이 이야기에 담긴 철학적 사유들을 즐길 수 있게 된다. 정치, 논리, 윤리, 선과악, 형이상학, 자유의지, 지식, 자아 등 여러가지 분야로 나뉘어 있으면서 각각의 이야기들은 독자적이기도 하고 또 다른 이야기와 연계되어 있기도 해서 하나의 주제로 깊이 생각해보고 싶을때에는 관련 주제로 이동해가면서 책을 읽을 수도 있다. 사람이 죽기는 했지만, 살인자가 의도한대로 살인이 일어나지 않았을 경우 우리는 그 살인자가 살인을 한 것이라고 해야할까, 살인에 실패했으므로 살인기도만 한 것이라고 생각해야 하는 것일까. 모든 예측과는 반대로 행동하는 사람의 미래행동을 예측한다고 할 때 이 사람은 자신의 자유의지대로 행동했다고 볼 수 있을까. 예술품을 고유의 예술품으로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인간과 똑같이 만들어진 로봇은 로봇이라고 해야하는가 인간이라고 해야하는가. 등의 의문은 우리를 생각하는 사람으로 만들어준다. 이 책의 사용설명서대로 매일매일 읽는다면 한달, 일주일에 한번을 읽는다면 1년간 이 책을 읽을 수 있다. 그러면 하루하루, 또 한주 한주 생각이 크기도 자라게 되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