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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상하이의 애사, 동방의 파리의 격변사
"미스 상하이의 애사, 동방의 파리의 격변사" 내용보기
왕안이의 [장한가]는 한 여인의 운명을 그린 작품이지만 동시에 상하이란 도시의 변천사를 그린 작품이기도 하다. 어쩌면 인물보다 장소가 더 부각된 소설인 셈이다. 한마디로 [장한가]는 도시를 통해 사람을 살피는 게 아니라 사람을 통해 도시를 살피는 이야기다. 1940년대의 상하이를 배경으로 미스 상하이 왕치야오(王琦瑤)의 40여년의 인생과 사랑을 그리고 있다.  저자의 말대로
"미스 상하이의 애사, 동방의 파리의 격변사" 내용보기
왕안이의 [장한가]는 한 여인의 운명을 그린 작품이지만 동시에 상하이란 도시의 변천사를 그린 작품이기도 하다. 어쩌면 인물보다 장소가 더 부각된 소설인 셈이다. 한마디로 [장한가]는 도시를 통해 사람을 살피는 게 아니라 사람을 통해 도시를 살피는 이야기다. 1940년대의 상하이를 배경으로 미스 상하이 왕치야오(王琦瑤)의 40여년의 인생과 사랑을 그리고 있다.  저자의 말대로 [장한가]는 일견 주인공 왕치야오의 일생을 그린 듯하지만, 왕치야오를 상하이 골목의 상징으로 삼아 반세기에 걸친 도시 상하이의 변천을 그려낸 작품이다.

 

1949년 신중국 성립시, 상하이는 인구 545만 5천명의 대도시였다. 상하이는 패션과 유행의 도시다. 그래서 '동방의 파리'라 불리는데, 주인공 왕치야오(王琦瑤)가 모델일을 하고 미스상하이 대회에서 3위로 입상하는 스토리도 상하이의 이런 분위기와 직결된다. 왕치야오의 개성과 매력은 상하이의 매력을 투영한 것일 수도 있다. 저명한 역사학자 이중텐은 [독성기]에서 상하이의 특징으로 우아함, 고상함, 광활함, 영특함을 꼽았다. "광활함은 상하이의 품성이고 고상함은 상하이의 정취이며, 영특함은 상하이 사람들의 특징이다." 등장인물 가운데 가장 상하이 사람다운 느낌이 드는 인물이 바로 장리리다. 중국 공산화 직전 상하이 부유층이 홍콩으로 대거 이주했었는데 리리 역시 사업가인 아버지를 따라 홍콩으로 이주하여 안락한 삶을 지낸다.

 

양귀비를 노래한 <장한가>로 상하이와 왕치야오를 묘사한 것은 일리가 있다. 상하이는 양귀비처럼 아름다운 도시이고, 왕치야오는 양귀비처럼 비운의 여인이기 때문이다. 당나라의 시인 백거이가 현종과 양귀비의 사랑을 그렸다면, 왕안이는 왕치야오와 그녀를 둘러싼 다섯 남자들의 사랑을 그렸다. 치야오의 남자는 청 선생. 리 주임, 캉밍쉰, 싸샤와 라오커라 등이다. 정치 권력자인 리 주임의 애첩으로 화려하지만 평탄치 못한 인생을 선택한 왕치야오는 격변하는 중국의 정치 상황 속에 첫사랑 리 주임과 슬픈 이별을 하게 된다.  

 

관금붕의 2005년도 영화 <장한가>는 상해보다는 치야오(정문수 역)의 삶과 청 선생(양가휘 역)과의 우정를 크게 다루고 있다. 영화 말미에 도시는 늙지 않는다는 말이 인상적이지만, 소설의 본래 취지와는 많이 다르다. 영화를 보면서 내가 상하이 분위기가 물씬 나는 장면이라고 느낀 것은 결코 화려한 사교장이나 댄스홀이 아니었다. 오히려 집에서 리리, 치야오, 청 선생이 둘러 앉아 상하이의 명물 크림 케이크를 커피와 함께 우아하게 먹는 장면이었다. 또 매일 영어 공부하는 웨이웨이의 모습에서나 사진관 주인 청 선생이 대수롭지 않게 말한 자기와 치야오도 영어를 한다는 장면에서 역시 상하이 사람이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다른 도시 사람들보다 상하이 사람들이 남녀 불문하고 영어를 잘하는 편이기 때문이다.

 

1947년에서 1981년까지 왕치야오는 상하이를 단 한발짝도 벗어나지 않는다. 상하이는 자산계급 민주혁명파의 대본영이었다가 뒤이어서 무산계급 문화대혁명의 발원지가 되는데, 왕치야오는 이런 격동을 몸으로 받아낸다. 격변하는 상하이를 떠나가는 이들은 모두 주변의 친구들과 지인들 그리고 피붙이다. 먼저 리 주임이 브라질로 도피하고, 죽마고우 리리가 홍콩으로 떠나가고, 캉밍쉰은 미국으로 떠나고, 청 선생 역시 하방으로 인해 몇 년간 상하이를 떠난 적이 있다.

z***a 2010.09.06.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