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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르츠버거는 네덜란드의 구조주의 건축가다. <헤르만 헤르츠버거의 건축수업>은 1980년대 네덜란드 델프트 공과대학에서 강의했던 내용을 기본으로 구성된 책이다. 실제 작업을 중심으로 건축물을 나열하며 이론을 설명한다. 그 설명은 건축 설계라는 테크닉보다는 건축가로서 갖추어야 할 자세와 건축적 사고를 일깨우는데 초점을 맞췄다. '헤르츠버거의 구조주의 건축은 언어와 비슷하다. 하지만 규칙을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상호 관계가 일정한 규칙의 제약 속에서 충분한 자유를 누리는 구성을 목표로 한다. (p. 8)' 헤르만 헤르츠버거에게 건축가란 '땅 위에 형태를 창조하고 공간을 구획'함으로써 모든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사람이다. 공간을 높이면 시야는 넓어지지만 아래에 있는 사람을 내려다보게 되어 위치가 대등하지 않다. 낮은 곳에 있는 사람을 배려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건축은 황제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나 어울리고 잘 맞는 옷 같아야 한다. 공간의 형태는 동등하게 모든 사람들을 초대해야 한다. 현대사회는 경제적으로 풍요를 얻었지만 서로 교류하는 공간을 잃어버렸다. 공적과 사적인 공간이 엄격히 구분되어 인간 본연의 관계가 붕괴되고 있다. 이제 누구도 이웃집 대문을 스스럼없어 열고 들어가지 않으며 유치원 앞에서 부모들 여럿이 대화를 나누는 광경은 찾아보기 어렵다. 폐쇄적인 사적 영역의 접근성을 높이고 거리와 광장과 같은 공적 영역에 사람들이 애정을 쏟도록 하여 함께하는 영역의 회복이 필요하다. 건축가는 설계할 때 여러 기능이 가능하고 유연하며 많은 효용을 지닌, 사용자의 연상으로 자유롭게 채워지는 공간을 만들고 남겨야 한다. 뉴욕의 록펠러 광장은 겨울에는 스케이트를 타는 사람으로 채워지지만 여름에는 빙판은 간데없고 파라솔과 의자가 놓인 테라스로 공간이 바뀐다. 이론과 함께 소개된 여러 건축물에서 건축가들이 체스판의 규칙과 같은 제약을 가하는 원칙을 가지고 무한한 가능성을 창조하며 얼마나 많은 고심을 하며 인간적인 건축했는지를 알게 됐다. 물론 비전공자인 나에게는 어려운 책이었다. 하지만 우리 주변의 수많은 건축물에 담겨있는 건축가의 사고와 계획된 의도, 그리고 어떤 통찰을 통해 무엇을 추구하려 했는지를 염두에 두고 공간을 바라보는 계기가 됐다. 다시 한번, 헤르만 헤르츠버거가 추구하는 건축은 모든 사람이 행복해하는 공간이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는 행복은 성공이고 성공은 부의 축적뿐이라는 생각을 하도록 우리를 몰아간다. 아니다. 함께 공유하고 따뜻하게 활용하는 시간과 공간도 우리에게 행복을 주는 요소 가운데 하나이다. '악기는 연주라는 본래의 목적 내에서 최대한을 다양하게 사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한다. 정해진 이 한계 내에서 악기의 잠재력을 최대한 이끌어내는 것은 연주자의 몫이다. 악기와 연주자는 각자의 능력을 서로에게 드러내면서 서로를 보완하고 서로를 완성한다. 이런 면에서 공간 역시 악기와 비슷하다. 공간은 이 사용자에게 그가 마음속으로 간절히 원하는 일을 나름의 방식으로 실행할 기회를 제공한다. (p. 270)' 자신이 원하는 연주의 기회를 제공하는 악기(공간)를 만나 연주(사용) 할 때 연주자(모든 사람)는 행복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