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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던 가을의 카마쿠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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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박 여행을 떠나기 전 가벼운 책을 골랐다.여행지에서 읽는 책이 얼마나 행복한지 잘 알기에짐이 늘어나도 책 한권의 욕심은 내려놓기 쉽지 않다.그래서 이번엔 몸도 마음도 가볍게 시집을 잡았다.허은실 작가님의 언어에 대한 센스는 이미 익히 알고 있기에 망설임 없이 구매한 시집이었다.맑고 청명하던 파란 가을 하늘 아래서하룻밤 묵었던 게스트 하우스의 테라스에서아들이 뛰어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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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박 여행을 떠나기 전
가벼운 책을 골랐다.
여행지에서 읽는 책이 얼마나 행복한지 잘 알기에
짐이 늘어나도 책 한권의 욕심은 내려놓기 쉽지 않다.
그래서 이번엔 몸도 마음도 가볍게 시집을 잡았다.

허은실 작가님의 언어에 대한 센스는 이미 익히 알고 있기에 망설임 없이 구매한 시집이었다.

맑고 청명하던 파란 가을 하늘 아래서
하룻밤 묵었던 게스트 하우스의 테라스에서
아들이 뛰어노는 풍경에
이제 이 분홍빛 시집이 녹아내려 있다.

싯구들이 너무나 좋아서
한참을 같은 페이지를 쓰다듬었던 기억도 함께 말이다.
YES마니아 : 로얄 i*******g 2019.11.09.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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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잠깐 설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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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만 서럽기를. 허은실 시인은 사는 일에, 또 살아온 일에 대해 하고픈 말이 꽤 많았던 모양이다. 그러나 그때그때 다하지 못하고 애써 꾹꾹 눌러 참아왔던 모양이다. 그래서 아쉽고 속상하고 시렸지만 돌이켜보면 또 참아내길 잘했다고 틈틈 자위하는 모양이다. 덕분에 항아리 속 엄지손톱만큼의 곰팡이도 피지 않고 힘 있게 잘도 묵어가는 장처럼 시인의 시들은 특유의 깊은 맛을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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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만 서럽기를. 


허은실 시인은 사는 일에, 또 살아온 일에 대해 하고픈 말이 꽤 많았던 모양이다. 그러나 그때그때 다하지 못하고 애써 꾹꾹 눌러 참아왔던 모양이다. 그래서 아쉽고 속상하고 시렸지만 돌이켜보면 또 참아내길 잘했다고 틈틈 자위하는 모양이다. 덕분에 항아리 속 엄지손톱만큼의 곰팡이도 피지 않고 힘 있게 잘도 묵어가는 장처럼 시인의 시들은 특유의 깊은 맛을 가진 듯하다. 말을 하는 것보다 말을 참았을 때 더하고 더할 사람들의 귀 기울임, 그 휘어지는 몸의 힘을 믿었던 이유가 아니려나. 사람으로 인해 힘들었으나 그럼에도 사람만이 사람을 구원할 것이라는 정공법을 믿는 선한 의지의 소유자가 시인인 까닭이 아니려나.

‘입술에 앉았던 물집이’ 이제 겨우 아물어가는데 자꾸만 나아가는 상처를 맛보려 하는 ‘혀’의 예의 그 분주함, 뒤척임, 부지런함, 호기심이 이 시집 한 권을 부려냈다. 딱지가 앉고 나면 덮을 수 있는 상처의 기억도 덕분에 생생할 수 있었다. 그 즉시 울부짖음으로의 엄살로부터 한참을 떠나온 뒤니 덕분에 거리감을 가질 수 있었다. 두고 본다는 일, 지켜본다는 일, 잴 수 없지만 분명 ‘있는’ 그 멀어짐 덕분에 형성할 수 있었던 공감대.

s*****m 2017.10.19.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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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잠깐 설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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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시집에 대해 전혀 모른다. 그래서 구입했다. 무모하다라고 말할지언정 내가 틀렸다고는 못하겠다. 난 이런적이 많다. 시골내려가는 영등포 기차역에서 우연히 샀던 책이 내마음에 영원히 기억되던 일도 있었으니 나에게 책이란 그냥 얻어걸리던지 추천받았던지 그 당시에 나에게 울림을 줬다면 세상 그 어느 책보다 소중했다. 이 시집은 제목이 압권이다. 굳이 읽어봐야하나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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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시집에 대해 전혀 모른다. 그래서 구입했다. 무모하다라고 말할지언정

내가 틀렸다고는 못하겠다. 난 이런적이 많다. 시골내려가는 영등포 기차역에서 우연히 샀던 책이 내마음에 영원히 기억되던 일도 있었으니 나에게 책이란 그냥 얻어걸리던지 추천받았던지 그 당시에 나에게 울림을 줬다면 세상 그 어느 책보다 소중했다. 이 시집은 제목이 압권이다. 굳이 읽어봐야하나 생각이 들 정도다. 참으로 기막힌 작명이다. 최고다.

e*****2 2021.08.21.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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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이 공원으로 바뀌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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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제 사전투표를 했다. 선거 자료를 한 달 넘게 지켜봤는데 그렇다고 해서 선택이 쉬운 건 아니다. 함량미달의 것들을 선택하고 그다음에 나아가길 또 바라고. 그러려면 나도 정치의 주체로 좀 더 열심히 발언하며 살아야 하고 말이다. 이제 더이상 나를 빛낼 어둠들을 찾아서는 안 되겠구나, 그러면 이 사회가 희망이 없을 것 같아서 말이다. 그저 밝은 쪽으로 한 발 더 나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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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제 사전투표를 했다. 선거 자료를 한 달 넘게 지켜봤는데 그렇다고 해서 선택이 쉬운 건 아니다. 함량미달의 것들을 선택하고 그다음에 나아가길 또 바라고. 그러려면 나도 정치의 주체로 좀 더 열심히 발언하며 살아야 하고 말이다. 이제 더이상 나를 빛낼 어둠들을 찾아서는 안 되겠구나, 그러면 이 사회가 희망이 없을 것 같아서 말이다. 그저 밝은 쪽으로 한 발 더 나아감. 그 의미를 곱씹는다.

광장을 제라늄 화분 가득한 공원으로 바꾸는 일, 그 일을 경계하면서. 그리고 끝내 그 광장이 공원이 되는 날을 기다리면서 . 
조금만 더 힘을 내서 살아가 볼 작정이다.

-제7회 전국지방동시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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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이 공원으로 바뀌어도

 

흩어지면 죽는다 흔들려도 우린 죽는다 흘러간 노래가 공원의 나무들을 흔들어도 농부의 아들 계산원의 딸들 각자의 저녁에 골몰하여 흩어진다

광장이 공원으로 바뀌어도 
우리의 구호는 바뀌지 않았으므로
이어폰으로 귀를 막은
타워페니스들 개를 모시고 걷는다

구호 소리 높아도 
우리에겐 홈스위트홈이 있어
올림픽대로 강변북로를 두른
붉은 띠의 질긴 연대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공원이 아직 광장이 일때 광장은 염천보다 뜨거웠다. 나는 그 
때 UR 반대 구호를 수줍게 외치던 농부의 딸, 광장이 공원으로 
바뀌었으므로 색깔과 향기를 과장하는 꽃이 되었다. 화단이 꽃 들은 뿌리내릴 새도 없이 분갈이를 당했다.

광장이 공원으로 바뀌어
분수대는 눈부시게 물을 뿜어대고
살찐 비둘기들 더욱 살찌게 하고
광장이 공원으로 바뀌어도 그러나
메트로놈의 바늘은 부러지지 않고
광장의 태극기는
나른하게 펄럭이고

 

 

-허은실, 시집<나는 잠깐 설웁다>, 문학동네(2017)

a****6 2018.06.13.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