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리뷰 (1)

한줄평
평점 분포
  • 리뷰 총점10 100%
  • 리뷰 총점8 0%
  • 리뷰 총점6 0%
  • 리뷰 총점4 0%
  • 리뷰 총점2 0%
연령대별 평균 점수
  • 10대 0.0
  • 20대 0.0
  • 30대 0.0
  • 40대 0.0
  • 50대 10.0
리뷰 총점 종이책
내가 못 본 지리산
"내가 못 본 지리산" 내용보기
《내가 못 본 지리산》에서 발췌하여 필사한 내용입니다.     오전 내내 나무 선반을 만들었습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 나무선반을 그려보고는 바로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대패질로 나무를 다듬고, 끌로 구멍을 파내어 세로 기둥과 가로 판을 연결해보지만 삐거덕거리는 소리가 마뜩치 않습니다. 짜맞추기 기법을 응용해서 만들었지만 솜씨가 없는 탓입
"내가 못 본 지리산" 내용보기

내가 못 본 지리산에서 발췌하여 필사한 내용입니다.

 

 

오전 내내 나무 선반을 만들었습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 나무선반을 그려보고는 바로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대패질로 나무를 다듬고, 끌로 구멍을 파내어 세로 기둥과 가로 판을 연결해보지만 삐거덕거리는 소리가 마뜩치 않습니다. 짜맞추기 기법을 응용해서 만들었지만 솜씨가 없는 탓입니다. 어쩔 수 없이 여러 군데 못질을 해서 '무식한' 나무 선반을 완성시켰습니다. 산중 생활에서 배운 것이 있다면 필요한 물건은 가능한 한 스스로 만드는 것입니다. 솜씨가 부족해 시간과 돈이 더 들기도 하지만 고생할수록 얻는 것도 많습니다. 오늘은 어설프지만 훌륭한 나무 선반이 생겼습니다. 나무 선반을 보며 흐뭇한 시간을 보내는데 연락도 없이 후배가 찾아왔습니다. 일전에 군불 때는 작은방에 연기가 찬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구들을 살피러 왔습니다.

 

반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과감하게 뜯어냅니다. 무엇이든 만드는 데는 공이 많이 들어도 부수는 것은 한 순간입니다. 그저 한 주먹 날리는 힘만 있으면 됩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집 속내가 다 드러났습니다. 디자인 좋고, 때깔 좋고, 그림 좋은 집이 속을 들여다보니 '허당'입니다.

 

'모양에 빠지지 말라'는 말이 있습니다. 어떤 형상에 현혹되지 말고 그안에 들어 있는 참뜻을 새기란 말이겠지요. 폼 잡고 만든 우리 집이 겉으로는 그럴듯해 보였으나 속을 드러내니 부실하기 그지없습니다.

 

 

어린아이와 같이 맑은 스님이 있습니다. 꽃을 무척 좋아하는 스님입니다. 그 스님을 만나면 그냥 좋습니다. 스님이 악양에 새로 토굴을 지어 자주 만나지만 안거철에는 큰절에 가서 수행합니다. 동안거가 끝나는 정월 대보름 무렵 불이 나게 전화가 옵니다. 악양 매화가 꽃망울을 열었냐고 달뜨게 묻습니다. 매화 때문에 수행공부 제대로 하겠나고 핀잔을 줘도 허허 웃으시며 매화 소식만 묻습니다.

 

해는 서산 너머 가고 달빛이 좋은 날, 스님과 함께 매화밭길을 걸었습니다. 매화 향에 취하고, 달빛에 취하고, 스님의 허허로운 웃음에 취합니다. 부처너미 모시는 토굴에 앉아 따뜻한 차에 매화 한 송이를 띄웁니다. 달빛이 창을 밝히는 밤에 한가로이 앉아 매화차를 마시며 하루를 닫습니다. 온 몸에 봄 향기가 가득 퍼집니다. 봄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해가 가고 한해가 오는 시간입니다.

 

이즈음에는 마음 속 생각에 빠져 오락가락 괜한 시간을 보낼 때가 많습니다. 십 년 전, 사십에 들어서면서 오십을 생각하며 지리산에 들어왔습니다. 물론 지금, 절반의 성공일 수도, 절반의 실패일 수 있는 오십이 되려 합니다. 차 농사도 그렇고, 사진 작업도 그렇고, 생각도 그렇습니다. 그래도 매번 한계에 부딪쳐봅니다.

 

'벌써 오십이야!' 술자리에서 속절없이 지난 시간이 아쉬워 떠들어대는 소리입니다. 벌써가 아니고 이제로 생각하면, 이제 오십이니 앞으로 육십에도 절반의 성공과 실패가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적어도 십 년을 생각하며 오늘, 나는 고민하고 선택할 수 있습니다. 천천히 조금씩 가는 겁니다.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한해를, 십 년을 마무리합니다. 살아감이 그렇습니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y****a 2020.11.08.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