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 정치인들로부터 가장 존경을 받는 지도자는 백범 김구 선생인 듯하다. 그들이 정말 김구 선생을 존경하는 것인지, 존경하는 척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던 유명 정치인들이 대부분 김구 선생을 '존경하는 인물'로 꼽곤 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개인적으로 『백범일지』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먼저 읽은 자서전이 『백범일지』가 아닌가 싶다. 초등학교 4~5학년 무렵에 친척 형님네 집에 이 책이 있기에 몇 쪽을 읽으니 아주 흥미진진했다. 형에게 부탁하니 빌려주면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이다.
"글쎄, 네게는 좀 어렵지 않을까? 그리고 이 책은 남의 눈에 띄지 않게 조심해서 읽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때는 형님의 말씀이 잘 이해가 안 되었다. 위대한 독립운동가인 분의 책을 왜 조심해서 읽어야 하는지 궁금했다. 김구 선생이 안두희에게 암살을 당했고, 이승만 정권이 암살자를 비호한 의혹이 있다는 것은 물론이고, 이승만이 반민특위를 해체하는 등 민족정기를 흐리는 망동을 했다는 것을 초등학생인 나는 몰랐던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두 가지였다. 정말 재미있는 책이라는 것과 백범 선생이 매우 훌륭한 분이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읽은 전기나 자서전이 수십 권(어쩌면 수백 권)이 넘는 듯한데, 아직까지도 백범일지보다 재미있고 감동적인 전기를 보지 못했다. 초등학생마저 감동을 시킬 수 있는 책이 『백범일지』이다. 이것이 어찌 나만의 생각일까? 아마 다른 정치가들도 이 책을 읽었다면, 그가 설사 이승만 씨를 존경하는 사람이라고 해도 백범 선생을 존경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대체적으로 정치적인 성향이 진보인 사람들은 김대중 대통령이나 노무현 대통령을 선호하고, 보수인 사람들은 이승만 대통령이나 박정희 대통령을 좋아하는 듯하다. 백범 선생의 경우는 그런 성향과 관계없이 존경의 대상인 듯하니, 국민화합의 상징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을 펼치면서 걱정되는 것은 두 가지였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만화라면 수준이 너무 낮지 않을까라는 점과 여러 번 읽은 책이니 지루하지 않을까라는 점이었었다. 그러나 두 가지 모두 쓸 데 없는 걱정이었다. 비록 어린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듯이 표현했지만, 내용은 대학생 이상의 성인에게도 유치하게 보이지 않을 정도로 품격이 있었다. 마치 처음 읽는 책인 듯, 아니 감동적인 내용이라 몇 번을 읽어도 질리지 않을 듯한 마음으로 책장을 넘겼다.
책장을 덮으면서 느낀 것은 백범 선생에 대한 고마움이었다. 일제강점기에는 이승만 씨와 같은 사람만 있는 것이 아니라 백범 선생과 같은 위인이 있다는 것이 우리 역사를 위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이승만 씨 생전에는 이 책이 금서 아닌 금서로 기피 대상이 되었지만, 세월이 흐를수록 역사의 승자는 백범 선생이 될 것이다.
이 책을 누구에게 권할까? 초등학생에서 성인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단순히 백범의 글을 옮긴 것이 아니라, 많은 생각거리도 던져주고 있다. 이 책을 읽은 사람의 상당수는 백범일지 원본까지 만나고 싶은 생각이 들 듯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