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을 받을 당시, 그동안 읽고 싶어 주문한 세 권의 책을 비롯하여 몇 권의 책이 쌓여있었다. 미안하다. 힘과 용기를 내서 지켜주지 못하는 이 사회가. 부당하다고 말하지 못하는 우리 어른들 모두가... |
|
메리웨더 고등학교의 멜린다는 왕따다. 스쿨버스에서 자리가 비어있어도 멜린다의 옆자리에는 아무도 앉지 않는다. 막 전학을 와 아무것도 모르는 헤더만 멜린다에게 말을 걸 뿐 다른 친구들은 멜린다를 놀리거나 기피한다. 스스로를 '왕따'라 하면서 아이들과 어울리려고 하지 않는 멜리사의 행동에서 '뭔가 있구나' 싶었다.
1년 전, 멜린다는 친구 레이첼과 파티에 갔다가 성 폭행을 당한 후 너무나 놀란 나머지 경찰을 부르고 그대로 도망을 쳤었다. 멜린다가 파티에 경찰을 불렀다는 사실은 아이들의 놀림과 멜린다를 기피하는 원인이 되었다. 멜린다는 자신에게 상처를 준 상대가 같은 학교에 다닌다는 사실이 고통스러우면서도 두렵다. 아무것도 모르는 많은 여자들이 그의 실체도 모른채 그와 함께하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 상처, 친구들의 놀림과 따돌림은 멜린다의 학교생활을 엉망으로 만들었고 멜린다에게서 말을 빼앗아갔다. 멜린다가 자신의 고통을 넘어서 자신의 목소리를 되찾기까지의 내면의 이야기를 잘 보여주고 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드는 생각은 멜린다의 힘든 모습을 전함에 있어 감정에 치우치지 않는다는 점이 돋보였다. 멜린다가 친구들에게 왜 놀림을 당하고 왕따를 당하고 있는지 궁금증을 오랫동안 끌고 갔음에도 멜린다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간단명료하게 독자에게 전달을 함으로써 독자가 멜린다를 어설프게 동정하게 하지 않았다. 독자는 멜린다의 솔직하고도 냉철한 의식을 따라가고 멜린다의 냉소적인 위트를 충분히 볼 수 있도록 세심하게 배려했다. 또 멜린다를 힘들게 했던 성폭행 장소를 찾아가 자신에게 있었던 일이 무엇이었는지 생각 해 볼 수 있게 했다. 성폭행의 가해자였던 앤디는 혼자 있던 멜린다를 찾아와 멜린다가 입을 함부로 놀려 자신이 이상한 놈이 되었다며 메린다를 겁박한다. 멜린다는 두려워하면서도 앤디와 맞섬으로써 과거의 일로 인한 고통에서 스스로 걸어 나오는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깔끔한 마무리에 기분이 좋았다. |
|
이 책 정말 대단한 흡입력을 가진 책이다. 거의 산문형식인 문장들은 무척이나 심오한 의미를 숨기고 있지만 짤막 짤막하니 읽는 이에게 부담이 되지 않도록 하듯 그렇게 글들이 여러 조각으로 나누어져 있다. 그런데 책을 읽다보니 그건 책속의 주인공의 심리상태를 표현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되는데 글 또한 어쩜 이리도 주인공의 고통스럽고 불안하며 불안정한 심리를 잘 담아내고 있는지 소름이 돋는다.
주인공 멜린다는 보통의 평범한 여자아이였다. 그러나 어느날 아주 끔찍하고 불행한, 결코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 그녀의 삶을 더이상 평범하게 내버려두지 않았으며 책의 초반부터 무언가 해야할 말을 입속에 담아두고 침묵하고 있지만 독자로 하여금 그녀의 침묵에 더 귀기울이게 만든다.
'나는 왕따다' -- p12
책의 처음은 주인공이 왕따가 되어 겪는 이야기를 들려주는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어느순간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괴로운 기억이 그녀로 하여금 현실에서의 삶을 힘겹게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스스로 그것을 극복하기에는 그 짐이 너무 버거웠다. 피가 나도록 손톱을 물어 뜯고 입술을 깨물며 스스로를 상처줄만큼 괴로운 일인데도 말할 수 없는 일이란 도대체 무얼까?
행복해야할 파티의 어느 순간 술에 취해 비틀거리다 성폭행을 당한 멜린다. 그러나 그 순간 그녀는 비명조차 지를수 없었으며 그녀를 폭행한 '그것'이 버젓이 아무렇지도 않게 같은 공간속에 숨쉬고 있다니,,, 생각만해도 정말이지 무섭고 끔찍하고 고통스러운데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하고 혼자 그 고통을 감수하려 애쓰는 멜린다가 너무 안쓰러웠다.
자신의 감정을 담아 작품을 하도록 만드는 프리먼 미술선생님에게라도 털어 놓았더라면 훨씬 빨리 털어버릴수 있었을텐데 아니 아무리 엄마 아빠가 삶에 지쳐 자신을 돌아볼 여력이 없더라도 조금만 솔직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더라면 그래도 세상에서 제일루 자신을 사랑하는 엄마아빠는 귀를 기울였을텐데
'누군가에게 털어놓아야 하지 않을까. 그냥 아무한테라도 말해 버리는 거야, 이겨 내야해, 털어 놔, 그래서 툭툭 털어 내 버려.' ---p149
마음의 문을 꽁꽁 닫고 자신의 입을 막아버린 멜린다가 산산조각이 나버린 거울속에 갇혀 방황하는듯 했으며 비속에 떨고 있는 한마리 참새같이 한없이 가엾은 느낌이 들었다. 나라도 들어줄테니 그때의 진실을 모두 털어놓으라고 다그치고 싶었다.
"너 스스로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을거야." ---p232
생물시간 짝궁인 데이비드가 멜린다에게 들려주는 이 이야기는 알게모르게 조금씩 스스로를 혹은 주변을 변화시켜가는 힘이되어주는듯 하다. 그녀가 들려주는 학기중 수업시간 이야기들이나 친구들 이야기중 생물시간 짝궁에 관련된 이야기나 미술시간 프리먼 선생님에 관련된 이야기는 멜린다에게 보이지 않는 희망이 되어주는것만같아 무척 다행이란 생각을 한다.
이제 멜린다는 더이상 침묵하지 않는다. 처음엔 그저 화장실 벽에 한줄 낙서로 시작된 그녀의 용기는 드디어는 또한명의 희생자가 될지도 모를 옛친구엿던 레이첼에게까지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게까지 되었으며 또다시 그녀를 성폭행 하려던 극악무도한 '그것'에 대해서도 강력하게 저항을 하며 비명을 질러 자신의 의사를 분명하게 표현하기에 이른다. 그렇다. 멜린다는 결코 산산조각이 나버린 거울속 자신을 그냥 버리지 않았다. 조각 조각 불안한 자신의 조각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스스로를 극복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낼줄 알게 되어 얼마나 다행인지,.,,
딸을 키우는 부모 입장으로 한번도 이런 걱정을 하지 않는 부모가 있을까? 하지만 딸아이를 온실에 가두어 키우지 않는 이상 온전하게 지켜주기란 불가능이다. 그러므로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힘을 기를수 있도록 갑작스럽게 닥친 끔찍한 순간에 어떻게 행동해야하는지 알 수 있도록 그리고 무엇보다 그런 일을 겪게 되어도 비빌 언덕이 되어줄 그런 부모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내 딸만은 그런일이 없기를이 아닌 이세상의모든 딸들에게 멜린다와 같은 불행한 일은 없기를 간절히 바란다. |
|
성폭행, 갇힌 삶, 숨죽임, 답답, 고요와 고통... 그리고 왕따. 멜린다를 만나고 나는 유리 조각을 삼켜내며 피를 흘리는 그 아이의 모습을 상상했다.
표지에 그려진 나무... 그 나무는 여자의 입을 가리고 가지 사이로 눈을 보여 주고 있었다. 아마 멜린다의 학교 생활을 보여준 것이 아닌가 싶다. 시끌벅적한 복도, 수다와 웃음이 넘치는 식당, 스쿨버스, 쇼핑몰.. 그 속에 섞이지 못하는 멜린다는 어딘가 숨어서 행복한 모습을 한 아이들을 살피고 있었을 것이다. 숨죽이며 입술을 잘근잘근 씹어 가슴 속에 흐르는 피눈물을 그대로 입술에 옮겨놓은 듯 그렇게 자신을 달래고 위로하며...
나영이 사건으로 모두가 분노하고, 아파하는 요즘... 또 하나의 가슴 아픈 이야기는 세상살이에 고단함을 배가 되게 했다. 성폭행 피해자는 피해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평생 어떤 형벌보다 가혹한 아픔을 짊어지고 살게 된다. '많이 아팠니?'라는 위로가 아닌 '네가 어떻게 했길래...'로 시작되는 질책.. 그래서 쉬쉬하며 모든 것을 혼자 감내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메리웨더 고등학교에서 보내는 4학기 내내 멜린다는 힘이 들고, 혼자 아파하며 자신의 아픔을 말하기 주저한다. 짐승같은 그 녀석 앤디를 마주하며 점점 자신을 가두어 버린다. 한 때 멜린다와 친했던 레이첼을 짐승에게서 구해내기 위해 용기를 낸 멜린다... '내가 레이첼이라면...?' 아마 나는 멜린다를 안고 엉엉 울었을 것이다. 하지만 레이첼을 그러지 않았다.
짐승이 다시 멜린다를 찾아냈을 때 멜린다는 몇 년전 그 때보다 당당하게 싫다고 외친다. 이제 멜린다는 소리내어 말을 할 줄 안다. 성폭행 이후 소리내어 말을 하지 않던 멜린다는 이제 없다. 누구에게나 당당하게 말을 할 준비가 된 그 아이의 다른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이고 싶다. 대수학, 파티, 친구, 미술... '멜린다, 난 언제나 네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어 있어 ~ 나한테 말해 주겠니?' 읽는 내내 나도 모르게 바싹 타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어 한숨이 쌓이고 쌓인 멜린다의 이야기... 이제는 모두 들을 준비를 하고 또 다른 멜린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
|
이 세상에는 사람들의 공포심리를 이용한 다양한 범죄가 일어나고 있다. 상대방에게 죄를 부가하고, 그 죄를 알리겠다고 협박하며 온갖 일을 자행하는가 하면 성폭력을 통해 당한 사람이 그 사실을 부끄러워한다는 점을 이용해 서슴치 않고 사람들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다. 특히 한 사람을 장애인으로까지 만든 나영이 사건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왜 사람들은 욕구를 참지 못하고, 다른 사람들을 억누르려고 할까? 당하는 사람들은, 강자에게 당하고만 있어야 할까?
자신의 일을 숨기고 빨리 말하지 못해서 커다란 문제가 되었던 사건이 매우 많다. 또 그에 관해 다룬 영화나 책도 많은데, 책 '쥐를 잡자'에서는 아이를 임신한 주인공이 끝까지 그 사실을 숨기다가 주변 사람의 도움으로 낙태수술을 하고 차가운 강물로 자신의 기억을 씻어내려듯이 자살을 선택한다. 그들이 이런 말을 할 수 없는 까닭은 무엇일까? 이런 일을 당할때까지 내버려두었냐고 어른들이 질책할까봐 두렵고, 친구들에게 '어머, 저 애는 말야...'하는 소리를 듣기 싫어서 끝까지 그러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겪어서 알고 있듯이, 오히려 주변 사람들은 그 상처를 치료해주기 위해서 더 감싸고 안아주지 않던가?
멜린다가 변하기 시작한 것은 13살 때 앤디 에반스에게 성폭력을 당하고서부터였다. 친구 레이첼의 파티에서 모두가 술을 마시고 자제력을 잃게 되었을 때, 상급생 앤디는 어둠을 틈타 그녀에게 접근했다가 결국 멜린다는 경찰에 신고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면서도 사람들은 그 사건을 정확히 말하지 않은채 멜린다를 멀리했고 상처의 아픔은 고름만 든채 멜린다를 점점 병들어가게 만들었다.
말을 한다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다른이에게 밝히고 싶지 않은 일이 많을 것이다. 나름대로 말함으로써 생기는 불이익을 계산해서 그런 선택을 하지만, 자신의 계산이 틀렸음을 많은 경우가 증명한다. 부끄러운 상처라고 숨기려고 하지 않고, 그것을 하루빨리 치료하려고 노력해야만 비로소 상처는 낫지 않을까? |
|
범죄 가운데 가해자보다 피해자를 나쁘게 말하는 것이 성폭행이 아닌가 싶다. 피해자가 수치심 때문에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 것을 이용하는 것 같다. 성폭행을 당한 사람의 식구는 자신의 체면을 위해 그것을 숨기려고 한다. 그러면 피해자는 자신이 잘못한 것인가라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피해자가 받은 고통이 더 큰데 말이다. 언제인가 어렸을 때 성폭행을 당한 사람이 어른이 되어서 가해자를 살해한 사건이 있었다. 이런 것을 보면 성폭행으로 입는 마음의 상처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사회가 될 수 있게 어릴 때부터 성교육을 잘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한참 텔레비전 방송에서 구성애 아줌마가 성교육을 하던 것이 떠오르기도 한다. 한때의 붐으로 끝낼 것은 아닌데 말이다. 내가 모르는 것이지 구성애 아줌마는 여전히 열심히 성교육을 하고 있을 것 같기는 하다. |
|
3.8
281페이지, 21줄, 24자.
멜린다 소르디노는 8학년 말 방학 때(8월로 나옵니다) 어떤 파티에 갔다가 앤디 에반스라는 상급생에게 성폭행 당합니다. 일지 비슷한 것을 쓰는 형식으로 되어 있기에 메리웨더 고등학교에 간 9학년이 1학기로 되어 있고, 4학기까지의 일상 비슷한 글입니다.
그런데 원래 말이 좀 적었던 모양이고 성폭행 당한 다음 911에 전화를 걸어 경찰이 출동하였지만 확실하게 말하지 않고 그냥 집으로 갔기 때문에 초등학교 때부터의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즉 청소년의 즐거운 '파티에 경찰을 불러들인 재수없는 년'이 된 것입니다. 그녀가 성폭행 당했다는 걸 아는 사람은 두 당사자뿐인데, 사실 앤디는 합의로 한 것이라고 믿고 있기에 본인만 알고 있는 셈입니다. 제목 스피크는 사실을 공개하라(말하라)는 뜻이 있는 셈이지요.
대체로 15살 정도에서 열여섯 살의 여학생 입장에서의 다양한 이야기가 쓰여 있습니다. 1학기(22개), 2학기(23개), 3학기(19개), 4학기(26개)로, 총 90편의 단편인 셈인데 실제로는 앞뒤로 연결되는 것도 적지 않은 편입니다.
읽다 보면 다른 사람을 참으로 많이 의식한다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습니다. 과학 수업시간에 데이비드 페트라키스가 짝이 되는데 데이비드는 똑똑하기 때문에 모든 것을 모범적으로 하면서도 할말은 하는 입장입니다. 지리멸렬하며 말을 거의 못하는 멜린다와는 상반된 이미지입니다. 괜히 짝이 된 게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까? 아마도 4개 학년일 텐데 총 학생이 대략 1600명 정도 되는 것으로 나오니 한 학년이 대략 400명인가 봅니다. 꽤 큰 편이네요. 아닌가요?
140429-140429/140429 |
|
처음 책을 받아들고 표지를 보고는 영화 '양들의 침묵' 포스터가 떠올랐다. 정면을 응시하는 눈동자며 공통적으로 입부문이 없는듯한.... 아마도 말해야 할 무엇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밀려오는 궁금증에 뒷표지의 글을 바쁘게 읽어보니 '성폭행'이란 단어가 눈에 들어오고 그 아래 노란색의 '프린츠상 수상작'을 비롯한 다양한 기관에서 추천도서 혹은 선정도서가 되었다는 화려한 내역이 들어왔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끔찍한 아동성폭행 사건으로 사회가 시끌시끌하기도 하고, 나 역시도 한창 사춘기인 초등생 딸아이를 키우고 있다보니 무엇보다 반인륜적이고 끔찍한 아동성범죄에 촉각이 곤두선다. 속히 더 이상의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가 일어나지 않도록 특단의 조치가 마련되어야 할 것임을 바라는 마음이다.
그래서 더욱 내용에 대한 궁금함이 피어올라 서둘러 책장을 펼쳐들어 읽어내려가기 시작하였다. 몇 장을 읽었을까..... 얼마전 읽었던 책 한 권이 떠오른다. 모출판사의 <제발 내 말 좀 들어주세요>라는 책인데 이 책 역시 10대의 성폭행 사건을 다루고 있는데 오빠의 친구에게 성폭행을 당한 후 학교는 물론 동네에서 가쉽의 주인공이 된다.
이 책의 주인공 멜린다가 침묵(?)을 일관하며 부모는 물론 주위의 친한 친구들조차도 그녀가 당한 일을 모르는 것과 대조적이지만 두 주인공 모두 어느날 느닷없이 당한 일이나 한두 살 많은 또래 남자아이들에게 당한 일이라는 설정 그리고 학교라는 공간이 상당부분 차지하고 있다는 것 역시 공통점이기도 하다.
멜린다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녀가 왜 말을 하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하는지.. 그저 충격적인 사건으로 인한 트라우마쯤으로 생각하였지만 그것이 '실어증'으로 인한 것이었는지는 뒷쪽에 실린 '옮긴이의 말'을 읽고서야 알게 되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여태껏 성폭력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 그리고 당한 이들의 고통스러움을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을 뿐 성폭력의 피해자들이 어떤 증상을 보이며 또 어떻게 괴로워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는 없었다는 것! 그러고보니 성폭력 사건을 다루는 뉴스나 TV프로그램 역시 성폭력 자체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피해자는 그저 그 피해를 고스란히 감내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아무런 잘못이 없었던듯 훌훌~ 털고 스스로 일어나 일상을 돌아와야 한다는 것...또 가해자는 법이 정한 처벌만 받으면 아무 일도 없었던듯 그렇게 일상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진정으로 뉘우침과 후회가 있든없든 말이다.
이 책 역시 가해자인 앤디 에반스에 대한 처벌이나 가해자로서 느끼는 어떠한 가책도 없었다. 기껏해야 무도회장에서 사실을 알게 된 레이첼에게 채이고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진실을 폭로한 멜린다를 추궁하며 몰아부치다 결국 분노한 멜린다에게 아무 말도 못하고 달려온 라크로스 선수들에게 발견되기는 하지만 말이다.
어른들의 세계를 동경하며 이제 막 핑크빛 환상을 꿈꾸는 아이들. 그러한 막역한 환상과 기대가 사춘기무렵의 아이들을 미처 생각하지 못한 악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 몹쓸 짓! 그것은 바로 성폭행과 같은 돌이킬 수 없는 범죄가 아닐까? 가해자에게나 피해자에게나 더이상 순수한 마음을 간직할 수도, 세상을 향한 환상이 더이상 지속될 수 없는 끔찍한 성범죄!
문득..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청소년들의 성범죄는 큰 문제가 되고 있다는 공통점에 안타까움이 먼저 밀려든다. 게다가 피해자보다는 가해자 스스로 그 짐을 견뎌야 하는 것같은 이야기에 더욱 착잡한 마음이다.
그래서일까... '그건 내 잘못이 아니었다. 그 일이 나를 죽이도록 가만히 있지 않겠다. 나는 이겨 낼 수 있다.'는 멜린다의 호소와도 같은 결심에 마냥 박수를 보낼 수만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 부모는 물론 그 누구에게도 사실을 알리지 못한채 일 년이라는 시간동안 얼마나 마음속에 되뇌이며 자신을 곧추세워야 했을까...
처음부터 누구에겐가 자신에게 일어난 엄청난 일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었어야 하지 않을까. 진정으로 피해자의 잘못이 아닌 성폭력범죄이기에 말이다.
우리의, 이 사회의 몫은 바로 아무런 잘못없이 당한 성폭력범죄를 도난사고 신고하듯 교통사고 신고하듯 할 수 있는 여건을 하루속히 마련하는 일이라 생각한다. 더불어 그 어떤 성폭력범죄도 가벼이 다루어서는 안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