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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풍경화첩이라. 서울은 그저 복잡하고, 숨이 막히며, 어지럽게 뱅뱅 돌아가는 지역이라는 선입견 속에서 이 책을 보았을 때 어쩐지 모를 끌림이 있었다. 마치 옛 지도를 발견한 것 같은 디자인이 마음에 들기도 하였고. 더군다나 건축가 부부가 오랜 세월동안 함께 그려낸 서울이라는 것에 관심을 갖게 됐다. 내가 모르는 서울, 익숙하지만 낯선 동네의 이름들이 어디에 있는 것인지 궁금했고 알고 싶었다.
서울풍경화첩은 건축가 부부 임형남, 노은주씨가 함께 오랜 세월동안 서울의 곳곳을 담아낸 기록이다. 세월이 흐른 만큼 어려서 봤던 모습을 지금은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어 자괴감에 빠지기도 하는 그곳 서울. 책장을 넘기며 서울 이곳저곳을 기웃거리고 있다 보니 내가 가보지 못했던 동네들이 참 많다는 생각이 얼핏 들었다. 하긴 내가 사는 동네에서 그저 다녔던 곳이라고는 학교, 집, 교회, 도서관,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 놀았던 것도 모두 동네 언저리이니 우물 안 개구리였던 것. 알고 싶었다. 내가 모르는 서울. 가보지 못했던 곳들. 그리고 너무도 변해버려 아쉬워하는 그들의 탄식에 살짝 한숨이 드는 이유는 뭘까.
어렸을 때 잠시 시골 외갓집에도 가 있었고, 1년 정도는 수도권에서 살았던 적도 있었지만 서울에서 태어나 자란 것이 근 30년의 세월이다. 서울은 익숙했지만 애환이 많기도 했기에 세월이 흐를수록 복잡해지는 구조처럼 진저리가 나기도 했다. 특히 사회생활을 하면서 아침마다 지하철, 아니 지옥철을 타고 숨 막히는 출퇴근길에서 고생을 해 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드는 생각. 그저 서울을 떠나 벗어나고 싶다.
그리고 서울을 떠나온 지 5년. 떠나왔다고는 해도 광역버스를 타면 40분이면 닿을 근교에 살고 있지만. 처음 서울이라는 경계를 벗어날 때는 사실 처음 마음과는 다르게 아는 사람 하나 없이 낯선 동네에서 어떻게 살까 라는 생각이 들었더랬다. 하지만 볼 일이 있어 가끔 서울에 들르게 되는데 여전히 혼탁한 공기와 정신없이 분주한 사람들의 발걸음에 이제는 적응이 힘들다. 마치 수족관을 벗어난 열대어처럼 헐떡이다가 지금 사는 동네에 내려서야 안도의 숨을 내쉬는 것이다. 역시 서울은 살 곳이 못 된다는 생각과 함께.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가끔, 아주 가끔은 나도 모르게 서울을 그릴 때가 있다. 다만 예전에 겪은 숨 막혔던 부산함을 아닌 아주 조금이라도 한적한 땅에 옛 멋이 흐르는 한옥을 지어놓고 마당에 하늘 한 조각, 바람 한 줄기를 불러 모아 그렇게 살고 싶은 생각. 사실 서울이 아니라 근교에라도 지금 그리는 내 집을 짓고 사는 것이 꿈이지만. 30년 동안의 익숙함 때문일까. 그 진저리를 내며 떠나온 곳을 그리고 있다니 나도 나이가 들어가는 모양이다. 나이가 들면 고향을 찾고 싶어진다고 하지 않던가. 고향이 서울이니 조금 난감하긴 하다. 그래도 아마 다시는 서울 땅에 발붙이고 살 일은 없을 거라는 예감이 든다. 조금 씁쓸한 기분이 드는 건 무슨 이유인지.
하지만 한 번씩은 서울을 찾게 되겠지. 점점 현대적으로 변하는 것들보다 옛것을 아슬아슬하게 지키고 있는 그 터들을 찾는 것이겠지만. 임, 노부부가 그랬듯이 나도 예전에 봤던 그곳들이 변해버린 것을 보면 마음이 짠해지는 것을 느낄까? 어렸을 때 드넓은 공터에 빼곡하게 아파트가 들어서고 1호선 전철이 한가롭게 지나던 역사에 지하철이 겹쳐 들어오면서 사람들이 너무 많아짐에 놀랐던 것처럼. 옛 모습이 그리워질지도 모르겠다. 선비가 뒷짐 지고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듯이 그렇게 서울 거리를 걸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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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유난히 서울의 북쪽, 북촌에 대한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 것 같다. 임형남, 노은주 두 부부가 쓰고 그린, 서울풍경화첩도 주인공들이 나고 자랐던 북촌이 주배경을 이루고 있다. 지극히 개인적으로 작가 소개를 읽다가 노은주씨가 서태지의 음악을 좋아한다는 글을 읽자 난 이미 호감을 느끼게 되었다. 작가와 독자로서 공통점을 발견했다는 사실, 무척 기쁘더라.
건축업을 한다는 두 부부의 어릴적 기억을 바탕으로 현재에 이르기까지- 조금씩 때론 확확 변해가는 서울의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각각의 풍경이 펼쳐질때마다 서울의 산과 물길을 담은 수선전도라는 그림이 등장하는데 그림이 생소하면서도 재미있다. 기존에 보던 그림들과 사뭇 다른 서울을 그린 그림을 대하면서 다시 한번 옛시절을 생각하게 된다. 사실 북촌이라 하면 나의 대학시절을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학교는 세검정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덕분에 주로 놀던 곳이 종로나 명동, 홍대, 평창동, 대학로, 삼청동 등이었다. 그리고 첫 직장도 경복궁역 근처인, 아직 옛스러움이 많이 남아있는 통의동이었기에 책에 주로 등장하는 장소들이 전혀 낯설지가 않았다. 문득 자주 가던 삼청동길과 비가 오는 날에 즐겨 찾던, 평창동에 위치한 '절벽'이 떠오르네. 다른 곳은 잘 모르겠는데 확실히 종로는 예전과는 많이 달라진 것을 느낀다. 매일 술마시던 정겹던 피맛골도 사라지고... 점점 낯설어진다. 그리고 서태지 밴드의 '락'을 우연히 보았다는 그 건물, 도대체 어디인가요?ㅎㅎ
사람이 많고 교통이 복잡하고 공기도 오염되고. 이처럼 서울을 수식하는 부정적인 말들이 많이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서울은 아름답고 정겹운 동네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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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서울 모습은 내 기억 속엔 거의 없다. 성남에서 태어났지만 어릴 적부터 남부 지방에서 자라온 탓에 서울에 대한 기억이 남아있지 않다. 가끔 외갓집을 가기 위해 잠시 서울을 지나쳤던 기억 밖에 없으며, 그 기억의 단편에도 뚜렷하게 살아있는 기억은 없다. 서울은 한때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우며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도시이다. 대한민국의 25%의 인구가 집중되어 있는 거대한 도시이자 대한민국을 대표하며 나아가 동아시아의 유명한 도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만큼 발전된 도시이다. 옛 조선시대 4대문 안에서 지금 시각으론 작은 구역으로 시작하여 한강을 넘어 강남까지 이르는 거대한 도시를 형성했다. 그래서 그런지 강남하면 첨단을 달리는 현대 도시의 색채가 강하며 강북은 옛 모습을 그나마 간직하며 서서히 개발의 붐이 일어나고 있다. 이 책은 4대문 안쪽의 옛 모습을 간직한 동네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그렇다고 조선시대의 자취를 되돌아보는 것은 아니다. 서울이 한창 개발되고 발전되려고 했던 초창기의 모습들이 남아있는 곳을 돌아보며 옛 추억의 조각을 맞추고 있다. 즉, 서울에서 자라온 성인들(주로 40대이상..) 이 책을 보면 잠깐이나마 옛 생각에 잠기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의 저자는 건축가 부부이다. 남편은 토박이 서울 사람으로 서울을 사랑한다. 복잡하고 시끄럽고 탁한 환경을 가진 서울을 누가 뭐라고 그래도 그는 여전히 사랑한다. 아내는 어린 시절 서울에 입성하여 줄곧 서울에서 살고 있다. 3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가끔 길을 잃는다. 아직도 서울이 낯설다. 그러나 그녀에게도 고향이라고 부르기엔 어색하지만 서울은 고마운 존재이다. 이 두 부부가 서울을 그리고 서울을 느끼며 글을 써내려간다. 여전히 나에겐 서울이 낯설다. 책에서 소개된 지명이 어딘지 몰라 연신 지도를 찾기 일쑤다. 옛 추억이 없다보니 그리 쉽게 공감이 가진 않는다. 그러나 사람 마음이 다 똑같은지라 과거의 서울 그림을 보면서 내가 어릴 때 살던 동네의 모습을 연상하게 된다. 똑같은 모습은 아니지만 비슷한 풍경의 모습들이 떠오르고 옛 추억의 기억들이 되살아난다. 잠시 감춰졌던 옛 기억이 새록새록 되살아나게 하는 고마운 시간이다. 우린 항상 앞만 보고 달리는 경향이 많다. 서울도 재건축, 재개발로 여기저기 파헤치고 있다. 비단 서울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한동안 가보지 못했던 어릴적 동네를 가보면 얼마나 많이 변했는지 어디가 어딘지 전혀 모를 정도로 많이 변해있는 경우를 본다. 인간의 기억도 한계가 있어서 차츰 옛 기억도 하나 둘씩 사라지고 있다. 성인이 되고 나서 이러한 세월의 기억들이 잊혀지고 신세대들은 그러한 기억들을 고리타분하게 바라볼 때 순간 서글픔이 느껴진다. 과거가 있어야 현재가 있는 것인데.. 여하튼 서울의 잔잔한 한권의 화첩을 보며 잠시 추억의 여행을 떠나 보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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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 담은 서울의 어제와 오늘
[다큐멘터리 3일]이라는 프로를 종종 챙겨본다. 이 프로에는 다양한 삶의 현장에서 묵묵히 자신의 일을 다 하는 우리 이웃들의 애환을 담겨있다. 또한 이 프로는 동대문 운동장. 피맛골, 간이역 등 사라져가는 풍경에 대한 아쉬움과 애착을 담아내기도 하는데 그것들이 사라지기 전에 직접 가서 볼 수 없는 나 같은 이에게 작은 위안을 준다. 곧 과거의 시간 속으로 묻히게 될 풍경들을 화면을 통해서나마 볼 수 있다는 것이 나에게 위로 아닌 위로를 주는 것이다.
<서울 풍경 화첩>에도 사라져가는, 변해가는 서울 풍경에 대한 애환이 서려있다. 다만 지은이는 그것이 아쉽다고는 말하지 않는다. "서울은 많이 변했지만, 아쉽다고 쉽게 말하는 일은 조심스럽다. 실은 피맛길의 생선 굽는 냄새보다는 그 길에 담긴 옛 사람들의 애환이 애달프고, 달동네의 골목이 마냥 아름답다 하기엔 그 속에 절박한 생활을 알기에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여행이라도 갔다가 돌아올 때 반기는 도시의 불빛은 벅차도록 사랑스럽다."
철없이 달동네의 골목이 아름답다 하는 이가 누군지는 몰라도 피맛길의 골목처럼 과거부터 지금까지 서민들의 사랑을 받는 공간이 뭉텅이로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느껴지지 않는 다는 사실이 조금은 놀랍다. 그 골목이 왜 옛 사람들만의 애환이 담긴 곳이라고 생각하는지, 요즘 사람들의 애환과 피로를 달래주는 작지만 소중한 공간임을 정녕 모르고 한 말인지 궁금했지만 이미 변해버린 그곳을 두고 따져봐야 아무 소용이 없을 터다.
<서울 풍경 화첩>에 그려진 서울의 풍경 중에서도 특히 관심 있게 본 곳은 아직까지도 건실하게 남아있는 궁궐이었다. 경복궁과 칠궁 그리고 윤현궁의 모습에서 그래도 이 서울이란 곳에 몇몇 사라지지 않은 역사의 흔적이 남아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불과 몇 백 년 전의 유산조차 이리 초라하기 그지없는데 그 이전 시대의 역사가 남아 있길 바라는 건 아주 사치스런 생각일 것이다. 수도 서울은 과거의 흔적을 차례로 지우며 그저 현실에 충실한 도시의 면모만을 가지고 있는 듯했다.
경복궁의 서쪽에서 인왕산 무릎께까지를 가리키는 동네 ’서촌’은 서울의 역사인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곳이다. 지은이는 서촌을 이렇게 바라본다. "서촌은 그런 식이다. 영조가 나오다가 뜬금없이 정철이 나오기도 하고 세종대왕이 나오고, 영조가 나오다가 이항복이 나오기도 하지만, 눈에 보이는 것은 하나도 없다. 그래서 서촌을 보는 것은 마치 폐사지를 헤매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과거의 시간이 잘려진 채로 한데 섞인 곳, 서촌은 그런 곳이었다.
그림에 담긴 서울의 풍경은 쓸쓸하고 적막했다. 도시는 단정치 못했고, 과거의 유산들은 질식해 있었으며 자연은 사람들에게서 더욱 멀리 있었다. 변해가는 서울의 모습에 선뜻 아쉽다고 말하길 주저했던 지은이였지만 풍경 곳곳에 녹아있는 푸념에서 진한 안타까움이 느껴졌다. 하지만 서울의 혼탁함과 속도감을 받아들이며 사는 인구는 지은이를 포함해 천만이 넘는다. 그 인구를 수용하기 위해서라도 개발과 발전의 속도는 더딜 수 없다. 다만 거침없는 변화 속에서도 문화에 대한 운신의 폭을 두어 되도록 많은 유산들을 지켰으면 하는 바람이다. 변화가 필연적이듯 문화유산에 대한 보존 역시 필연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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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 현재를 잇는 선(노끈 내지는 전봇대 선)과 같은 느낌이었다. 과거의 서울은 이러했는데 현재의 서울은 이러하다. 과거를 회상하기도 하고 현재를 말해보기도 한다. 옛날 찍었던 앨범 속 사진들을 들춰보는 듯한 기분이었다. 서울 사람이 아니지만 그래도 왠지 알 것 같은 그런 기분이었다. 서울 곳곳의 풍경 중 내가 가본 곳이 안가본 곳보다 많았으며 거기서 느낀 기분을 공감할 수 있었다. 가장 공감되는 단어 하나. '포화'.
그렇다. 서울은 포화되었다. 충분히. 그 충분히 넘쳐있다고 느낀 것은 비단 2009년도의 일만은 아니다. 박정희 정부시절부터 그렇게 이야기 되어졌다. 하지만 변함없이 서울은 더욱 더 팽창하고 있다. 오밀조말. 더욱촘촘하게. 포화된 서울을 담은 임형남 노은주 부부의 화첩 속을 들여다 보노라니 어떤 부분에서는 코끝이 시큼하기도 하다. 가는 세월의 무색함이 화첩속에도 베어나오며 글 속에서도 배어 나온다.
사람도 그만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그 역사가 모여 그 사람의 색깔을 나타낸다. 현재 아무리 호화롭고 반짝일지라도 그 과거의 공간이 마음 깊숙히 들어 있어 그 사람의 심리나 생각을 지배하곤 한다. 서울도 그만의 독특한 역사를 지닌채 지금의 서울로 이렇게 지나왔다. '저기'가 아닌 '여기'라는 호칭을 붙이기 위한 저자의 손때뭍은 결과물이 책 깊숲이 자리를 잡고 있다.
처음 책을 집어 들때에는 서울 지리나 좀 더 체계적으로 알아볼까 싶어서 읽었더랬다. 그러나 읽으면서 한 권의 수필집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특히, 지하철을 묘사한 부분에서는 씁쓸한 그 기분이 나에게 까지 전파되었다. 예전 같으면 서울의 경관도 보고 공기도 느끼며 천천히 걸어갔을 우리들은 어느새 지하의 통로만을 재빠르게 지나간다. 그러면서 우리는 휴대폰 속으로, PDP 속으로, 그도 아니면 어떤 음악이 흐르는 이어폰 속으로 함몰되어 간다. 그 속에서 방황하는 중년의 손길이 서울 공기 속에서 허공을 무심히 두리번 거린다.
잊혀지는 것을 볼때면 마음이 짠하다. 어린 시절 놀던 나의 놀이터이자 공간인 집이 붕괴되어 새로운 건물이 들어섰을때에도. 내가 좋아하는 그 '나무'가 없어지던 때에도. 그리고 자주가던 학교 앞 그 식당이 사라졌을 때에도. 공통된 느낌. 인생 무상. 알 수 없는 허전함. 아쉬움의 덩어리들.
서울풍경화첩은 역사와 시간과 허전함을 담고 있다. 허전함을 담고 있기에 소중하다. 소중하기에 우리는 회상한다. 새로운 문명의 이기와 편리한 센터들과 공간들이 생겨나 우리는 어느 면에서는 참으로 풍족하고 어느면에서는 참으로 곤궁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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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렷을 적 언덕에 위치한 집에 살았었습니다. 옛 기억에 연연하는 성격이 아닌지라 초등학교4 학년 때 이사하고는 찾아가 본적이 없었지만 고등학교 시절 갑자기 어릴 때 살았던 집이 한번 보고 싶더군요. 옛기억을 따라 찾아간 마을 입구는 언덕 밑에 크게 도로를 뚫고, 허름하던 집들이 색색깔의 기와를 얹은 집들로 바뀌어 있더군요. 그곳에서 발길을 돌려 옛집은 보지 않고 돌아왔습니다. 그곳은 이미 제가 살던곳이 아니니까요.
임형남,노은주 부부의 서울풍경화첩은 건축가 라는 직업과 서울서 자라나며 느끼고 체험한것을 서울 곳곳의 풍경에 담아 그리고 쓴 책입니다. 물론 사진처럼 정교하거나 당시의 서울거리를 정확히 묘사하지는 못하지만 주관적 시선과 그림이라는 주제의 이점을 살려 아련한 느낌을 살려내고 있습니다. 사진은 선명해서 좋지만 풍경화와 추억은 아련해서 좋은 법이지요
저 역시 서울서 나고 자랐지만 가본곳 보다는 안가본곳이 많고, 가봤더라도 수시로 뜯어내고 고치는 서울의 특성상 다시 가보면 새로운곳이 많습니다. 어쩔 땐 지방에서 올라온 친구쪽이 저보다도 길을 잘 알정도죠. 하지만 그런 자세함 보다는 친구들과 가본 고궁의 옛스러운 멋을 보고 감탄했던 기억들과 시민들의 광장이라는 시청앞 광장이 전경들의 버스로 둘러싸여 막혀있던 모습, 한여름 끝없이 걷던 서울의 길은 저만의 서울의 모습이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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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어린 시절의 이미지하면 떠오르는 몇장면들이 있다. 60년대만해도 거무스레한 칙칙한 이미지가 대부분이었다. 시커먼 교사옆에 꼬찔찔이 아이들이 얼어 부르튼 손을 낡은 옷 호주머니에 찌른채 겨울 햇볕에 서 있는 모습이라든가 하교길 골목길에 겨울이면 번데기를 담은, 여름이면 고동이 담긴 종이 깔때기를 하나씩 들고 모여 수군거리고 있는 조무래기들, 집앞공터에서 여름밤이 짙도록 다망구를 외쳐대며 달리곤 하던 모습, 1원에 8개를 팔던 풀빵 장수가 있는 시장도 노점으로 일색이 된 진흙바닥의 장터였다. 서울태생은 아니지만 그 시절의 도시모습은 큰 차이가 없었으리라.
서울에 산 지 30년이 되었나. 이만하면 서울사람이라해도 무방할까. 내가 산 30년의 서울 모습도 참 많이 달라졌다. 내가 다닌 대학 근처에는 당시 유일하게 '두루두루'라는 레스토랑이 있었는데 그것도 버스를 타고 몇 정거장 나가야 되었다. 그런데 지금 대학주변은 정신이 없을 정도로 분주하고 빈틈없이 가게들이 들어찼다. 이뿐이랴. 이사다니며 거쳐간 동네들을 우연히 지나칠 때 깜짝 놀라곤 한다. 우중충했던 동네에 제법 근사한 공원이나 쉼터들이 생겼고 오래되어 지저분했던 건물은 없어지고 아파트와 빌딩들이 가지런하게 들어서있는 모습을 보곤 한다. 지자제가 되면서 동네마다 체육센터 구민문화센터가 생기고 환경정비사업이 착착 진행되었다. 서울시 차원의 사업들도 옛 서울의 잊혀진 부분을 복원하기도 했고 또 정비라는 이름으로 영영 옛모습을 찾을 수 없게도 했다.
달라진 거리와 뒷골목을 지나칠 때 깨끗해진 서울과 과거 서울의 모습을 오버랩시키면서 추억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이 책은 서울에서 나고 자란 건축가 부부가 몇년동안 서울 거리를 스케치하고 그 장소하나하나에 얽힌 기억과 이야기를 잔잔하게 풀어간 책이다. 화가의 그림처럼 탁월한 삽화들은 아닐지라도 또 그림의 구도역시 때로는 주관적이라 잠시 불만스럽기도 하지만 일관되게 수채로 이어나간 담담한 화법과 블로그스타일의 편안한 문체로 엮은 어법이 같은 세대를 산 이들에게는 불현듯 과거로 가는 기차를 탄 것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아주 오랜 시간, 한 500년정도 지난 다음 어떤 사료수집가의 눈에 이 책이 발견된다면 상당한 주목을 받을 것이 틀림없다. 190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 서울의 모습을 사진자료가 지니지 못하는 서정성을 담아 표현해낸 책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여의도 한강둔치에서 그린 몇 몇 그림들이 눈에 쏙 들어온다. 야경으로 보는 한강의 모습이 무척 아름답다 싶을 때가 많은데 맑은 농담의 수채로 태어난 낮 풍경이 이렇게 예쁠줄 몰랐다. 지난 주말 아들아이를 데리고 덕수궁 미술관에서 있은 사진전에 가려고 서울 시청앞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아이가 꼭 외국에 온 거 같네라고 말해 한참 웃었다. 외국 어느 도시보다도 서울의 모습이 뒤지지 않는다는 걸 누구나 느끼는 시대가 되었다. 꼬질꼬질한 아이들은 골목길에서 사라졌지만 변해도 한참 변한 그 길을 다시 걷노라면 마음속 한가운데서 울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추억의 포근한 그 소리를.
사족: 칠궁에 관한 글에서 율리시즈의 불가해성에관한 언급에 충분히 공감이 되었다. 그런데 '성'이란 소설은 카뮈가 아니라 카프카의 것이 아닌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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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이렇게 흘러가는구나 무심하게 지내다 어느순간 돌아보니 세상이 너무 많이 변해버렸다. 명절이나 특별한 날이되어 가끔씩 친정에 내려갈때면 나의 어린시절을 추억해볼 꺼리가 없어졌음에 참으로 안타까워진다. 그나마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있어준 초등학교만이 그 아쉬움음 달래게한다.
우리는 그 댓가로 가난을 면피했고 지금의 풍요로움을 누리고 있지만 그래도 무언가를 빼앗긴것만 같은 느낌을 지울수가 없다. 아마도 내가 진작부터 서울에 살았다면 이 책을 쓴 저자들의 마음이 아닐까 싶어진다. 사라져가는 많은 풍경중엔 발전과 근대화의 과정을 온몸으로 받아들인 서울만한 것이 있을까 ?.
집앞 바로앞에 넓게 펼쳐졌던 밭과 어린시절의 놀이터였던 집뒤의 야산이 오래전 사라져버린 시골풍경을 뒤로한채 서울에 입성한지 24년 내가 보고 즐겼던 풍경들또한 많이 등장한다. 고로 지금부터라도 옛것을 지켜주고 싶어지는 마음, 사라져갈 위기에 처한 옛 풍경들을 좀 더 오래 기억하고 싶은 마음, 안타까움 아 이런 풍경을 누렸었는데 보았었는데 이젠 사라지는구나 볼수없는거구나 만감이 교차해간다.
하물며 건축가 부부로 온전히 그 풍경속에서 평생을 살았던 저자들의 마음은 어떠할까 ? 그 애틋한 감정들이 글이 되어있었고 스케치한 풍경속에 녹아들어가 있었다. 지금도 가끔 마냥 걷고싶어지는 북촌길의 아름다운 한옥촌의 경사와 복잡한 종로거리에서 조금은 낯설게 느껴졌던 세운상가도 추억속의 풍경이 되어버렸구나.
서울의 거리는 재개발이라는 명목으로 너무도 많은 변화를 겪어왔음을 통렬히 실감한다. 그렇게 60년을 지나는 동안 거의 찾아볼수 없게된 옛 풍경들, 그것을 추억하게만드는 수채화속 풍경들이 너무도 정겹다. 옛 풍경변화의 정점이 서울의 젖줄인 한강이 변화한 역사를 고스란히 안고있는 여의도라 한다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느끼는 가장 큰 풍경변화라면 북한산 자락의 모습을 뒤바꿔놓은 뉴타운인듯하다.
서울의 산과 물길을 담은 수선전도에서 시작한 서울은 사회가 요구하는 모습에 따라 다양하게 변화되어오며 참으로 많은 이야기를 담아내고있었다. 지금으로부터 10여년전 변화가 끝났다 생각할 즈음에 이렇게 많은 변화가 있었음에 놀란다. 그럼 앞으로 10년후 서울은 과연 어떠한 모습으로 우리앞에 서있게될까?. 긴장하게된다. 그러면서 옛모습을 추억할수있는 무언가가 남겨지기를 바라는 작은 소망을 가져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