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혹, 아이들만 집에 남겨두고 외출을 할 때가 있습니다. 피치 못할 사정 탓이지요. 한 아이가 아프거나 하면 달리 재주가 없지요. 더러 친척들이 다니러 왔다가 내려갈 양이면 터미널까지 바래다주거나 하는 일도 종종 생기고요. 혼자 남겨진 아이가 집에서 무엇을 하는지 공연한 걱정이 많아지지요. 혼자 남겨진 빅토리아처럼요... 주인공 빅토리아는 침대보를 들춰보거나 서랍을 열어 보는 일을 합니다. 옷장에 걸려진 아버지 외투 주머니에 손을 쑥하고 넣어보기도 하고요. 또 내용도 모를 책을 펴놓고 활자들을 구경하기도 하는군요. 쓸쓸한 빅토리아. 하지만 그다지 쓸쓸해 뵈진 않는군요. 침대보 속에서는 곰이, 서랍 속에서는 황금눈을 가진 개구리가, 외투 속에서는 쿵쿵 뛰는 심장과 황금열쇠가, 또 후에 하늘 높이 자라 부모님을 만나게 해 주는 콩알까지 있으니 말입니다. 황금열쇠가 해독한 난해한 책은 먹이사슬과 세상의 순환에 이르는 이치를 알기 쉽게 말해주고 있어서 교육용으로도 좋은 거 같습니다. 책 속에 삽입된 2개의 이야기이지만요. 혼자 남겨진 아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을 면밀히 관찰해서 아름다운 이야기로 만든 작가의 노고가 한결 마음을 편하게 하는군요. 물론 자주 외출을 해서는 안되겠지만요. |
| 학교 들어가기 전의 어린이들 한테 책을 읽어주면서 자연스럽게 자연 학습도 시켜줄수 있을 것 같습니다. 책의 내용은 빅토리아라는 소녀가 집에 혼자 있을 때 여러가지 상상을 하고 그 상상의 세계에서 보고 겪는 일들에 관한 내용입니다. 내용 중에는 개구리 알이 올챙이를 거쳐 개구리로 변하는 과정이라든가 벌레를 먹는 풍뎅이, 풍뎅이를 먹는 새들, 새를 먹는 여우, 그리고 죽은 여우를 처리하는 벌레 등 먹이 사슬에 대한, 어떻게 보면 아이들에게는 약간 어려울 듯한 내용을 너무나 자연스럽고 쉽게 그림으로 풀어 놓아서 취학전의 어린이도 자연스럽게 자연의 법칙을 배울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 여러가지 등장 동물들, 도시의 흥망 성쇠, 언어가 틀린 여러 사람들 등 이 책을 읽으면서 아이와 이야기 할 곁가지 아이디어들이 무궁 무진 하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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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이 모두 외출하시고 나면 나는 엄마 화장대를 뒤져 화장을 하고 아빠 장농 속에 감춰진 옛 사진들을 꺼내보고 부엌을 마구 뒤져 괴상망측한 요리를 해먹었다. 부모님이 언제 들어오실까 조마조마한 가운데 벌어지는 은밀한 의식은 어린 내가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짜릿함을 선사해주었다. <빅토리아가 혼자 집에 있을 때>는 그런 나의 비밀 의식을 떠올려준다. 혼자 집에 있는 빅토리아에게 집은 더이상 익숙하고 아늑한 공간이 아니다. 모두 떠나고 마법에 걸린 집은 온갖 신비한 것들이 가득한 미지의 공간으로 변신한다. 그러나, <빅토리아가 혼자 집에 있을 때>는 집을 혼자 보게 된 아이의 심리를 보여주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매우 특별하고 근래 내가 본 그림책 중에 최고라는 생각이 든다. 처음엔 빅토리아의 집도 부모님이 없는 여느 다른 집과 비슷한 마법(?)에 걸린다. 아빠의 모자를 쓰고 엄마의 구두를 신은 빅토리아에게 두근거리는 심장이 작은 콩알과 황금열쇠를 주기 전까지는... 빅토리아는 황금열쇠로 삶과 세계의 비밀을 열어보인다. 세계를 내려다 본 빅토리아는 이번에는 하늘 위로 올라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맹수들과 사람들을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가면 갈수록 점점 커지고 신비로워지는 세계가 펼쳐지면서 그림책은 한 권의 책보다 더 큰 면적으로 나를 덮어버렸다. 그 기분은 어릴 적 느꼈던 짜릿함보다 더 강렬한 즐거움을 나한테 주었다. 음... 최고다. 이 기분. 그리고 주목할 만한 특징 하나 더. 책을 한장 한장 넘기며 그림을 보다보면 항상 오른쪽 페이지 끝에 네모난 상자 안에 빅토리아의 그림으로 끝나는 것을 볼 수 있다. 나중에 책을 다 읽고 나서 그 그림만 다시 한번 넘겨 보시라. 꼭 짧은 만화 한편을 보듯 그림책의 내용을 다시 곱씹을 수 있을 것이다. [인상깊은구절] 빅토리아는 열쇠로 숲을 살짝 건드렸어요. 그러자 사람들이 나와, 나무를 베지 않겠어요? 사람들은 나무로 집을 짓고 도시를 만들었어요. 그리고 도시 안에서 살았지요. 그런데 도시는 불이 나는 바람에 모두 타버리고 말았어요. 사람들은 짐을 꾸려서 어디론가 떠났지요. 그러자 곧 바람이 불고 모래가 날아와 쌓이기 시작했어요. 얼마 안 가 그 곳에 다시 숲이 생겼어요. "아하!" 빅토리아는 책을 덮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