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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부터 불거져나온 우리사회의 이슈 중 하나는 '노인 빈곤 문제'다. 기대 수명이 80세를 넘기고 있는 시대에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 노인 두 명 중 한 명은 빈곤에 시달리며 마지막 여생을 보낸다고 한다. 한편에서는 기를 쓰고 불치의 병인 암을 치료해서 수명을 연장하려고 하는데, 다른 한편에서는 오래사는 것이 괴로워 OECD 국가 중 노인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우리사회의 노인 빈곤 문제를 바라보며 '우리는 왜 오래 살아야 하는가?'라는 의문이 올해 초 들었다. 이런 의문은 '우리 경제는 왜 계속 성장해야 하는가?', '민주주의 선거제도가 왜 국민의 뜻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가?'라는 문제와 일맥 상통한다는 것을 이 책 <인문학, 세상을 읽다>를 읽고 비로소 알았다. 이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가 지구촌화되는데 기여한 자본주의가 사고하는 두뇌를 어느 시점에서 고정시켜버린 채, 그 자체의 발전 논리에 따라 인간사회를 지배하고, 문화를 바꾸어 나가고, 정신마저 비틀어 놓고 있는 데서 파생한 문제들 가운데 일부이다.
저자는 해박한 지식과 날카로운 통찰과 비판적 분석력으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영역에 걸쳐 가장 첨예한 논쟁거리가 되는 사안들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작은 정부'를 표방한 역대 이명박 정부가 어떻게 큰 정부 못지않은 기능을 했는지, 우리사회 빈부격차의 일등공신이 되는 것은 부동산, 즉 땅의 소유권에서 비롯하는데 자연의 일부로서 한정된 재화인 땅을 소수가 독점함으로써 야기하는 비인간적인 문제들과 환경파괴와 오염문제, 나아가 정경 유착이란 권력의 독점문제까지 생각해 본다.
세계 경제의 지구촌화를 일컬을 때 편리하게 쓰는 말인 '노마디즘(nomadism, 유목주의)'이 현대사회의 특징을 모두 끌어안으며 어떻게 사회적 비판의식을 무력화하는 이데올로기로 기능하고 있는지 차분히 짚어보고, 우리사회의 청소년 문제는 바로 병든 우리 사회의 축소판임을 꼼꼼하게 들여다본다. 또 전문화 시대에 들어서면서 전문화, 개별화에 갇혀 방향과 목적을 상실한 개인과 사회가 인간의 정신에 드리우는 암울한 질병인 우울증 등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이 시대의 문제를 공감하고 극복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보다 깊이 있는 문제의식과 혜안을 열어준다.
[루이제 린저는 [따뜻한 모래]에서 이렇게 썼다. "우리는 많든 적든 우울한 면들을 다 가지고 있습니다. 어리석은 자들만이 경박한 낙천주의에 빠져 있을 뿐입니다." 독일의 극작가 크리스티안 그라베는 "그러므로 절망만이 우리를 구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어찌 보면, 병든 사회 속에서 사는 인간이 절망하고 우울해하는 것은 정당하고, 그 절망과 우울 속에서 그런 사회를 극복할 씨앗이 생겨난다고 할 수 있다.] (345쪽)
그렇다면 병든 사회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필요충분한 절망밖에 없는 것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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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평론가 박민영은 <인문학, 세상을 읽다>에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현상의 인문학적 해석과 비판을 시도한다. 현대 사회에서 각 분야들이 맺고 있는 '관계'에 초점을 맞춰 각 영역이 어떻게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지 역사적 철학적 근원을 따지며, 거시적이고 근본적인 사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문명은 고도로 발달했으나 인간성은 후퇴하고 항시적 불안이 지배하는 현대 사회에서 만성화된 '위기'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서라도 '왜'라는 물음 앞에 진지한 인문학적 성찰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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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서적의 중요성이 역설되는 요즘이라 생소하지만 박민영 저자의 '인문학, 세상을 읽다'를 골라보았다. 평소 이런 종류의 책이 익숙하지 않아 그런지 빨리 진도가 나가지 않아 애를 먹었다. 그럼에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이유는 인문학이라는 새로운 틀로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여러 문제들을 관계적 관점에서 여러분야의 각 문제들이 어떻게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지에 대해 규명하고 있어 신선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책 머릿말에 저자가 우리시대의 심각한 위기의 이유를 이성의 도구화, 전문화, 사회의 대규모화, 민주주의의 위기, 경제적 위기, 환경의 위기로 밝히고 있다. 무엇보다도 전문가가가 득세하는 세상에서 정말 제너럴리스트가 있어야 하는 부문에서도 전문가들이 득세하고 있어 사회가 방향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이 심히 공감된다.
역사학자 E.H. 카는 이런말을 했다. "오늘날 우리가 수십 년 동안 혹은 수 세기 동안 알고 소유해왔던 것을 지키는 것처럼 민주주의의 방어를 말하는 것은 자기기만이다.'''''''''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창조해야 한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며, 더 설득력 있는 슬로건이다." 우리는 민주주의에 대한 신비화나 맹목적 믿음에서 벗어나, 그 허위성을 간파해야 하며, 직접 민주주의가 가능한 사회적 조건과 의식을 조성해나가야 한다. (책 58 페이지)
어제 뉴스에서 국회에서 여당의 날치기 예산안 통과를 보며 다시금 선거가 뭔지 대의민주주의가 뭔지 생각해본다.
그간 무의식적으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던 용어들- 신자유주의, 실용주의, 작은 정부, 금융자본주의, 선거의 여론 반영, 자유무역,부동산, 여론조사, 노마디즘, 전문화, 디지털, 광고, 대규모....-에 관한 함정들을 살펴보며 새로은 시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여러가지 함정들 속에서 바르게 문제들을 보기 위해서는 많은 관심을 갖고 공부를 해야 되겠구나 생각이 든다. 저자인 박민영씨는 문화평론가라는데 참 아는 것도 많으시지 저자의 박식함과 논리에 참 탄복했다. 저자의 다른 책들도 읽어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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