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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SBS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가 종영됐습니다. 드라마 전편을 모두 시청하지는 못했지만, 여태 내 마음에 심어져 있던 세종의 모습과는 다른 이미지로 묘사되었더군요.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 태종이 저지르는 피의 학살을 보고 자라면서 만들어진 치명적인 콤플렉스와 트라우마의 소유자. 지독한 워커홀릭이자, 불면증 환자, 천재임에도 불구하고 가장 낮은 백성과 수많은 보통사람들을 이해하고 보듬어 안기 원하는 아이러니의 외로운 군주. 생각을 집중 할 때는 옆에 누가 있어도 모를 정도로 아무 말없이 집중하나, 일단 입이 열리면 속사포처럼 말을 내뱉습니다. 다혈질의 성정, 형식에 얽매이는 것을 싫어하는 실리주의자. 그의 밀실에선 도대체 무슨 일이 있어났을까요? 한글과 관련해서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와 이 책은 다소 다른 면이 보일 수 있겠습니다만, 다시 한 번 세종대왕과 한글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언문, 암글 또는 암클..드디어 한글. 한글의 고마움은 외국어를 배우고 익히면서 더욱 가슴에 와 닿습니다. 한글처럼 입에서 나오는 소리는 물론 귀에 들리는 모든 소리를 표현 할 수 있는 문자가 과연 얼마나 될까요 ?
현직 교사이며 작가인 저자는 [조선왕조실록]에서 훈민정음 ‘폐기 상소문’을 읽고 난후 이 책을 쓰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저자는 한글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의문을 품습니다. 1) 한자 말고 다른 문자를 창안하는 일은 시대의 요구사항이 아니었다. 세종은 어떤 계기로 기를 쓰고 훈민정음을 완성하려 했을까? 2) 자 ․ 모음의 결합으로 이뤄지는 문자는 통상 ‘한글’을 예로 들면 ‘ㅎ ㅏ ㄴ ㄱ ㅡ ㄹ’과 같은 형태로 표기한다. 세종은 대체 어디서 영감을 얻어 ‘한글’과 같은 형태로 표기하려 했을까? 3) 세상에 있는 말을 모두 받아 적을 수 있는 문자는 사실상 한글뿐이다. 한글이 그렇게 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소설의 형식을 빌렸지만, 소설이라고 하기엔 좀 무거운 편입니다. 저자는 지적유희라는 표현을 했지만, 단순히 지적유희 수준을 넘어 지적 애씀(?)도 필요합니다. 환언하면 그냥 쉽게 읽히는 소설이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전체적인 흐름은 육하원칙을 따랐습니다. 한글을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 왜 ? 만들었는가?
훈민정음 서(序)는 훈민정음을 창안한 사람이 대왕 세종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 외 여러 곳에서 같은 내용을 발견할 수 있지요. 과연 세종 혼자서 만든 작품이었을까? 그렇다면 한글창제를 도운 핵심인물들은 누구며, 안티는 누구였을까? 잠시 시대를 훌쩍 뒤로 넘겨서 1960년대 후반 “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 "로 시작하는 ‘국민교육헌장’의 말미엔 ‘대통령 박정희’라고 쓰여 있었음을 기억합니다. 초등학교~고등학교까지 그 ‘헌장’을 토씨하나 틀리지 않고 외워버려야 했던 그 대단한 ‘헌장’. 실제로 백지에 외워서 모두 써야 하는 시험까지 봤는데..그 ‘헌장’을 ‘대통령 박정희’ 한 사람의 두뇌에서 나왔으리라 믿는 사람이 얼마나 됐을까요? 지시와 최종 결재만 했다는 것이 정답이겠지요. 어쨌든 [훈민정음 해례]는 다음과 같이 기술이 되어 있습니다. ‘계해년 겨울에 우리 전하께서 정음 28자를 창제하시고.....”
책은 한글이 탄생하는 과정, 그 당시 내외적인 분위기, 한글이 반포되고 난 후의 반응 그리고 현시대까지 오는 과정을 그려주고 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한글에 대해 그동안 모르고 있던 부분들을 알게 된 계기가 되었고, ‘한글’을 ‘더욱 사랑’ 하는 마음까지 얻었지요.
세종의 주변 인물 중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있으니, 바로 그가 ‘장영실’입니다. 장영실 - 기생의 아들로 태어나서 종3품 대호군의 지위까지 오른 인물. 앙부일구, 혼천의, 자격루, 현주일구, 옥루, 대간의 등등이 그의 머리와 손에서 제작되었습니다. 언문팔유, 집현전 학자 외에도 장영실이 한글 창제 마지막 마무리에 동참하였다는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드라마에선 빠졌지요? 나왔는데 제가 못 봤나요?
세종은 [훈민정음 해례(解例)]에서 다음의 세 가지 내용을 내외에, 후손들에게 전하고자 했습니다. * 훈민정음은 음운학의 지식에 의거해 창안된 과학적인 문자이다. * 훈민정음은 심오한 철학이 깃들어 있는 문자이다. * 훈민정음은 이렇게 훌륭한 문자이니 이후로 조선 사람들은 조선의 문자를 자랑스럽게 사용하라.
그동안 모르고 있었던 사실 - UNESCO (국제연합교육과학문화기구)에서는 문맹 퇴치와 언어학의 발전에 업적이 지대한 단체나 개인에게 상을 수여하는데, 그 상의 이름이 ‘King Sejong Price'(세종대왕상)랍니다. 이는 세계 언어학계가 한글의 우수성을 공히 인정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데, 저자는 그 우수성의 근원이 모음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 “King Sejong Price'는 언어학의 노벨상으로 여겨질 만큼 상의 권위가 높다고 합니다. 1989년에 제정되었고, 수상자는 상금 이만달러를 유네스코 지정 국제 문맹퇴치일(International Literacy Day)인 9월 8일에 받는다는데, 정작 우리는 한글에 대한 대접을 제대로 해주고 있는지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주5일제 근무 덕분에 법정 공휴일에서도 제외된 한글날. 우리 후손들이 옛날에 ’한글날‘이 있었다는 것조차도 모르고 지나진 않을까 ? 한글날을 모른다면 1년에 한 번 쯤 세종대왕을 기억하고 한글에 대해서 고마운 마음 또한 잊지 않을까? 라는 염려가 앞섭니다.
한글이 태어난 당시 상황이 궁금하다면..‘한글 사랑’을 다시 찾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봤으면 좋겠습니다. 굳이 국문학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늘 한글을 대하며 살아가야할 사람이라면 (대부분이 그렇지만) 이 책을 권하고 싶습니다.
드라마에서 세종이 한 말이 생각납니다. “오직 문(文)으로 치세를 하려 합니다. 권력의 독을 감추고, 칼이 아닌 말로서 설득하고, 모두가 제자리를 찾고, 제 역할을 하게 하는 그런 조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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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인도네시아의 소수민족 찌아찌아 족이 자신들의 고유언어를 표기할 문자로 한글을 낙점했다는 소식에 뿌듯함을 가졌었다. 한글의 우수성을 세계가 알아 준것이다. 그에비해 우리들은 얼마나 한글을 아끼고 보살피는지 그저 당연하게 쓰고 읽는 듯하다. '문자의난'은 세종이 한글을 창제하기까지의 고난을 잘 묘사했으며, 작가와 세종이 대화하듯 부분은 쉽고 독창적이게 다가왔다. 우리에게 당연하여 더 갈고 닦지 못하는 현실을 반성하고 한글사랑에 앞장서야되겠다는 생각을 해보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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