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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은밀한 트럼펫 소리는 들은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아마도 처음이다. 언제나 재즈는 도시의 밤을 이야기했다. 특히 최근엔. 그리고 잿빛 투성의 회한과 우울이 주류였다. 그러나 Dominick Farinicci의 재즈 트럼펫은 좀 더 여유가 있다. 탁월한 연주 실력, 이런 것은 논할 문제가 아니다. 그는 최고이기 때문이다. 처음 접해본 그의 이미지만 이야기하고 싶을 뿐이다. 케니 G처럼 그는 날렵하거나 참으로 대중적인 그런 연주가는 아니다. 그는 좀 더 묵직하고 점 더 여유있는 남자들의 어떤 속성을 표현하고 있다. 이탈리아 출신인 듯한 그의 이름에서 보듯 이탈리아 반도 특유의 진한 거침이 존재하는 듯 하다. [Don’t Explain]에서 느낄 수 있는 우울과 환상은 이질적인 것을 묘한 분위기 속에서 연출한다. 트럼펫의 Duet 이 바로 연출자다. 그리고 어느덧 느끼는 강렬한 남성미는 진한 와인잔을 들이키는 묘한 환상을 자아낸다. 회한과 갈망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밤에 들을 수록 멋진 느낌이 난다. [Libertango], tango의 격렬한 흐름이 느껴진다. 어떤 점에선 보사노바를 듣는 듯한 단순한 박자의 나열은 그러나 격한 감정을 내적으로 갈무리하는 점에선 맑고 경쾌한 보사노바완 길을 달리한다. 이 노래는 확실히 탱고다. [Vision], 좀 우울하다. 어쩌면 가장 원초적인 재즈는 이렇듯 우울했을 것만 같다. 이성을 느끼는 듯 하면서도 어딘지 염세적인 이 음악은 트럼펫이 들려주는 고독을 잘 표현한 것 같다. 갑작스런 음율과 긴장감, 그것들은 재즈에서 흔한 것이지만 Dominick Farinacci의 음악은 색다르다. [Ne Me Quitet Pas], 이탈리어인 것 같다. 그의 이름에서 느껴지는 이태리의 우울함을 느낄 수 있을 것만 같다. 미국의 마지막 백인의 이민세대로서 한과 슬픔으로 점철된 그들의 미국 생활은 마피아란 조직폭력배의 비극적 행위로도 충분히 알 수 있다. 아무것도 없기에 할 수밖에 없는 그것들. 이런 분위기를 이 음악에서 느낄 수 있다면 내가 좀 과한 것일까? 그러나 트럼펫과 베이스의 소리는 그들의 슬픔을 억누르면서도 흘러나오는 것만 같다. 남성스런 절제가 느껴진다. [Silent City]는 재즈가 원하는 세계일 것만 같다. 고독과 우울은 혼자만이 느껴야 한다고 배웠던 남성이라면 왜 고요와 침묵이 남자에게 중요한지 알 것이다. 그러나 침묵이란 주제와 어울리지 않게 언뜻 들을 수 있는 낭만적인 느낌은 이 노래의 역설인 것만 같다. [Love Dance]는 무척 Old 하다. 60년대 미국적인 느낌을 분위기있게 표현한 노래다. 사랑과 약속, 그런 것들이 어우러진 젊음의 향수. 그리고 그 속에서의 편안함과 맑은 미래는 우리 모두를 낙원으로 초대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 노래는 비현실적인 것만 같다. 현대인에게 이런 포근함이 어디 있는지 잘 모르겠다. 단지 이런 음악에만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무척 아름답고 세련됐으면서도 가을을 느끼게 하는 멋진 무거움은 우리들의 멋을 느끼게 만든다. 특히 고독한 밤의 시간에 이 음악은 그 강렬한 빛을 낸다. 음악이 시적이기에 그런 마음이 들 것이다. 아마 밤에 들으면 들을 수록 빠져들게 하는 마력의 앨범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