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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인간에 대한 부끄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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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해야겠다. 히말라야에 대해서, 안나푸르나에 대해서 아는 지식이 전혀 없었다. 아울러 네팔이란 국가에 대해서도 막연했다. 고작해야 네오 마오이즘 정도. 여행, 특히 등산을 즐겨하지 않는 나의 게으름도 한 몫을 했을 것이다. 한비야의 글이나 여러 글들을 통해 네팔인들의 삶을 조금 엿볼 기회는 있었다. 하지만 이 책과 같이 그들의 삶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히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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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해야겠다. 히말라야에 대해서, 안나푸르나에 대해서 아는 지식이 전혀 없었다. 아울러 네팔이란 국가에 대해서도 막연했다. 고작해야 네오 마오이즘 정도. 여행, 특히 등산을 즐겨하지 않는 나의 게으름도 한 몫을 했을 것이다.


한비야의 글이나 여러 글들을 통해 네팔인들의 삶을 조금 엿볼 기회는 있었다. 하지만 이 책과 같이 그들의 삶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히말라야, 안나푸르나에 대해 알 수 있는 기회는 없었다.


다큐프로그램을 즐겨본다. 성격상 “내가 왜 연예인들의 시시껄렁한 잡담이나 뒷 담화를 아까운 시간을 들여가며 보아야 하는지”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한 프로를 즐겨보는 이들을 탓할 수는 없지만, 또 즐겨보는 이들이 많기에 그런 프로그램들이 없어지지 않는 것이겠지만, 적어도 내 취향은 아니다. 미안한 말이지만, 난 그렇게 한가하지도, 그렇게 호기심이 많은 사람도 아니다.


다큐 프로그램 중에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너무나 아름답고 깨끗한 곳을 소개하는 것들이 심심치 않게 있다. 인간의 때가 묻지 않은 마지막 자연의 낙원, 혹은 옛 전통을 고수하며 살아가는 소수의 이들, 그들의 삶을 바라보는 것은 결코 연예인 잡담과 비교할 수 없다.


하지만 동시에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매스컴이란 괴물이 가지고 있는 무서운 파급 효과를 알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알게 되면 더 이상 그곳은 깨끗해 질 수 없기 때문이다. 옛 모습은 한 순간에 사라지기 때문이다. 때문에 그러한 다큐를 보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다. 차라리 영원히, 그게 불가능하다면 될 수 있는 한 알려지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공정무역, 공정여행이라는 단어가 등장하고, 사람들이 여기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될 수 있는 한 양심적인 소비, 여행을 하자는 취지다. 당연히 공감한다. 한 점 부끄럼 없이 살기엔 이미 늦어버린 이 시대에, 그나마 스스로를 위로하고 다독이는 방법 중 하나다. 또한 나로 인해 어디에선가 고통 받고 피해를 입고 있을 누군가를 위한 최소한의 예의이기도 하다.


때문에 조금은 서툴게 이어지는 저자의 표현과 생각의 조각들은 오히려 투박한 정감과 안도감을 전해준다. 저렇게 꾸미지 않고 자신의 여행을 기록하고 누구나에게 보여줄 수 있는 이들이 너무나 적어진 오늘이기 때문이다. 기행문이라면 평범한 이들은 결코 느낄 수 없는 심오한 철학이나 혹은 정치적 각성, 사회적 인식의 변화 필요성을 거창하게 늘어놓기 일쑤다. 그런 기행문을 심심치 않게 봐왔다. 때문이다. 저자의 글이 편안하게 그리고 의미 있게 다가온 것이.


오직 인간만이 여행을 할 수 있다. 철새들의 머나먼 이동이나 연어들의 거친 몸짓도 여행이라 부를 순 없다. 생존을 위한 치열함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러나 인간은 구태여 자신의 시간과 가용할 수 있는 자원을 소모해 가며 여행을 떠난다. 목적이 있는 여행보다 그냥 떠나는 것이다. 인간이 본디 유목으로 삶을 시작했다는 역사적 근거를 따질 필요도 없다. 우리는 다만 떠나고 싶다.


하지만 그러한 인간의 여행을 다른 지구상의 생물들의 입장에서 바라본다면, 과연 그들도 우리의 몸짓을 여행이라 부를 수 있을까. 유감스럽지만 그럴 수 없다. 그들에게 인간은 생존을 위협하는 최대의 적이기 때문이다. 저자가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듯 우리는 안나푸르나라는 곳에 가기 위해, 그리고 가는 여정에서 수많은 쓰레기를 버리고, 많은 자연을 파괴한다. 저자와 같이 개념찬 이들이 최대한 줄이고 줄인다 해도 그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자연에게, 그리고 지구상의 모든 생물들에게 인간은 어쩔 수 없이 재앙이다.


하지만 인간이라는 종이 사라지지 않는 한 여행의 욕망, 이동의 본능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인간은 지구에서 만족하지 못하고 우주로 나갈 것이고, 죽는 그 순간까지 호기심과 고독을 참아내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군더더기 없는 삶, 보다 간소하고 단순하게 살고자 하는 알맹이 때문에 우린 이 격변의 세상에서 스스로 해체되지 않는다고 법정 스님은 말씀하셨다. 생명이 살아 숨 쉬는 대자연 안에서 인간의 정신이 얼마나 귀하고 고매해질 수 있는지 난 뼈저리게 깨달았다.”


생명이 살아 숨 쉬는 대자연. 저자는 안나푸르나에서 자연의 위대함에 압도당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왜소함, 보잘 것 없음을 느낀다. 그런 인간들이 자연을 지배할 수 있다고 믿고, 자연을 무참히 파괴하고 있는 현실에 절망과 분노를 함께 느끼면서 말이다.


세계 많은 이들이 안나푸르나를 찾는다. 그들이 안나푸르나로 가는 것은 자신들이 살고 있는 곳에서는 느낄 수 없는 대자연의 웅장함과 네팔인들의 있는 그대로의 자연의 삶을 동경했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모순은 바로 거기에 존재한다. 정작 많은 트래커들이 안나푸르나를 찾기에 현지의 네팔인들은 정체성을 상실해간다. 그들은 자본주의의 달콤함에 그들의 삶을 내맡기게 된다. 그리고 그러한 사람들이 늘어갈수록 네팔을 찾는 이들은 실망하게 된다.

기막힌 모순의 반복이다.


라다크가 《오래된 미래》가 알려진 이후 오히려 더 많은 관광객으로 몸살을 앓고, 현지인들이 개념조차 몰랐던 빈곤층으로 전락해버린 것처럼, 세계 여러 오지를 탐방하는 서구를 비롯한 이른 바 돈 많은 국가 관광객들로 인해 정작 현지인들은 변화를 강요당한다. 그들의 아름다운 심성은 그들의 삶의 터전과 함께 더럽혀지기 시작한다. 변화는 스스로의 판단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미 그것은 자의가 아니다.


저자가 왜 책 제목을 이렇게 정했는지 공감한다. 물론 저자는 그곳에 가지 말라고 한 것은 아닐 것이다. 가더라도 제대로 알고, 연대와 존중의 마음을 가지고 떠나라는 애정 어린 충고일 것이다. 자신의 여행으로 최대한의 기쁨을 얻고 대신 최소한의 피해를 줄 수 있도록 노력하는 마음이 결국 할 수 있는 최선일 수밖에 없다.


우리가 해외여행을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된 것은 사실 얼마 되지 않았다. 섬이나 다를 바 없는 이 땅에서 여행은 새로운 문화적 충격이었고, 그야말로 대단한 모험이었다. 그야말로 큰맘 먹고 떠나야 하는 것이 해외여행이었다. 하지만 어느 새 사람들은 해외여행에 대해 당연시하는 모습이다. 벌 만큼 벌었고, 이만하면 자격이 있다는 생각이다.


그럴까. 과연? 아직도 이 땅에 수많은 이들은 여행을 꿈꾸기엔 너무 힘들다.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여행의 자유를 누리지 못하며 살고 있다. 이는 우리가 떠나는 그곳의 현지인들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그들은 더욱 더 여행을 꿈꿀 수 없는 삶을 살고 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물결 속에서 오직 제3세계를 비롯한 가난한 이들의 거주 이전, 여행의 자유만 허락되지 않았다는 사실. 온갖 자본이 초 단위, 분 단위로 세계를 누비는 동안, 정작 비행기 값을 마련하지 못해, 과다한 노동에서 벗어날 수 없어 떠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한 이들이 얼마나 많은지 이미 우리들은 잊은 것 같다.


때문이다. 저자와 같이 개념찬 여행자들이 늘어야 함이. 자신이 어디를 가더라도 이것이 그저 주어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소중히 여길 수 있는 이들. 현지인들을 동정의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친구로, 이 시간을 공유하는 이웃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이들이 더욱 늘어나야 한다. 그래야 세계 어디에서든 술에 절어 고성방가를 일삼고, 섹스 관광에 몰두하는 쓰레기 같은 여행자들이 줄어들 것이다.


보다 많은 이들을 생각하며 떠나야 한다. 그곳에 가서 많은 이들을 만나는 것도 소중하지만, 떠나는 과정이 만나고 부대끼는 시간이어야 한다. 홀로 있지 않음을 느껴야 한다. 많은 이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음을 느껴야 한다. 그것이 적어도 내가 생각하는 참 여행이다.


저자의 친절함과 자상함으로 당장 이 책을 배낭에 넣고 안나푸르나로 떠나도 든든할 듯하다. 또한 저자의 있는 그대로 꾸밈없는 알뜰한 문장들로 안나푸르나가 눈앞에 그려지기도 한다. 산을 좋아하고 사람을 좋아하는 이들은 이 책을 읽으며 몸이 근질근질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간에 대한 예의, 자연에 대한 겸손함과 부끄러움을 미처 챙기지 못했다면, 저자의 말을 따르는 것이 좋다.


안나푸르나, 그만 가자!


이 땅을 사랑하는 이들과 이 땅의 사람들을 사랑하는 이들의 일독을 권한다.

YES마니아 : 로얄 w*******7 2009.10.28. 신고 공감 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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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고 의미있는 여행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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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제목처럼 환경이 많이 파괴되었으니 안나푸르나에 제발 가지마세요 라고 호소하는 글이 아니에요. 네팔 여행을 계획 중인 사람들에게 책이나 팔아먹으려는 단순한 여행정보집은 더더욱 아니죠. 이 책의 의도는 안나푸르나를 가려면 제대로 알고 가자고 말하고 있어요. (지루할 것같다구요? 전혀. 재치있고 발랄하고 재밌어요.ㅋㅋ )   저자는 네팔의 인기 있는 트레킹 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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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제목처럼 환경이 많이 파괴되었으니 안나푸르나에 제발 가지마세요 라고 호소하는 글이 아니에요. 네팔 여행을 계획 중인 사람들에게 책이나 팔아먹으려는 단순한 여행정보집은 더더욱 아니죠. 이 책의 의도는 안나푸르나를 가려면 제대로 알고 가자고 말하고 있어요. (지루할 것같다구요? 전혀. 재치있고 발랄하고 재밌어요.ㅋㅋ )

 

저자는 네팔의 인기 있는 트레킹 코스인 안나푸르나 생추어리 트래킹을 다녀온 경험담을 적고 있어요. 생추어리라는 말은 신성한 곳이라는 뜻이에요. 천연의 자연을 접할 수 있고 자연의 신성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이죠. 소비하고 즐기려면 마음으로 갈 곳이 아니란 말이죠. 네팔의 히말라야 산지를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자연과 문화를 보존해야 할 책임도 갖고 있어요. 이곳은 두고두고 오랫동안 보기 위해(본인도 아직 못 가봤으니 바로 나 자신을 위해서라고 해야겠죠) 네팔을 여행하는 사람이 알고 가야 할 것들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저자는 9년 전에 안나푸르나에서 보고 느꼈던 모습을 가감없이 책에 담았어요. 이 책을 잃고 현지에 가보면 지난 시간만큼 변질된 그곳의 현실에 마음이 아플 것같아요. 앞으로 오랫동안 우리와 후손들의 마음의 안식처가 되어야 할 곳이 오염되고 변질되어 가는 모습에 저자는 가슴아파합니다. 네팔 사람들은 경이로운 자연환경을 갖고 있고 종교와 전통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고 해요. 우리보다 가난한 나라라고 해서 그곳의 문화를 무시하거나 생각없이 구걸하는 아이들에게 돈을 집어주거나, 술을 마시고 떠드는 여행객들은 없어야 하겠죠. 적어도 이 책을 읽다보면 그런 마음가짐만큼을 얻을 수 있을 것같네요.

 

저자는 트래킹 일정에 따라 겪었던 일화를 이야기 하며 틈틈이 중요한 여행 정보들을 알려줘요. 이 책만 읽어도 여행을 준비하는 데 별 어려움은 없을 듯해요.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게 있어요. 환경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상식에 대해 자세요 알려줘요. 가령... 생수병은 오랜 시간이 흘러도 썩지 않죠. 그래서 생수 대신 친환경적이고 저렴하게 물을 마실 수 있는 방법.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으면서 우리 입맛에 맛는 음식을 시키려면 어떤 메뉴를? 옷차림 하나도 현지인들을 배려할 수 있으면 좋겠죠. 이 책을 읽다보면 네팔 여행에 필요한 정보를 고스란히 얻고 문화와 환경에 대한 경각심까지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인 것같아요. 네팔을 여행하는 세계의 많은 나라 사람들이 이 책을 접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에게나 이 책을 권하고 싶어요.

b******0 2009.10.31.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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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따위로 트레킹 하려면 떠나지 마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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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푸르나, 그만 가자! - 그 따위로 트레킹 하려면 떠나지 마슈!         지난 초여름에 <히말라야, 바람이 머무는 곳>이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지겨운 밥벌이와 지친 일상을 등지고 네팔 외국인 노동자의 유골을 전달해주기 위해 떠나는 ‘최’의 여정은 영화라기보다는 히말라야 기행이었다. 영화의 줄거리도 뚜렷하게 기억나지 않고, 고산병에 시달리는 최민식의 리얼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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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푸르나, 그만 가자! - 그 따위로 트레킹 하려면 떠나지 마슈!

 

 

 

  지난 초여름에 <히말라야, 바람이 머무는 곳>이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지겨운 밥벌이와 지친 일상을 등지고 네팔 외국인 노동자의 유골을 전달해주기 위해 떠나는 ‘최’의 여정은 영화라기보다는 히말라야 기행이었다. 영화의 줄거리도 뚜렷하게 기억나지 않고, 고산병에 시달리는 최민식의 리얼한 연기는 ‘진짜 고산병이 아니었을까’하는 정도의 느낌이었지만, 짧지 않은 시간동안 계속 보였던 네팔의 산, 산, 산은 잊을 수가 없었다. 산 중턱의 황량한 불모지대不毛地帶를 터벅거리고 걸어가는 최의 등에서 ‘중년의 외로움’이 느껴졌고, 그의 앞을 가로막고 있는 커다란 산은 헤쳐나가야 할 험난한 ‘살 날日’로 보였다. 흩뿌리는 돌바람에 피우는 담배 맛은 어떨까? 고생을 사서 떠난 그는 그곳에서 무엇을 생각했을까? 몹시 궁금했다. 아마도 그 답은 평생 풀리지 않을 것이다. 지인 중에는 외국인노동자도 없거니와 유골을 들고 갈 용기는 더더욱 없으니까... 하지만 꽤나 많이 그곳으로 떠난다고 한다. 유골 대신 배낭 메고 지팡이를 짚으며 ‘트래킹’을 떠난다고 한다. 이런 부류 역시 궁금하다. 그들은 그곳으로 왜 떠날까?

 

  책 <안나푸르나, 그만가자!>는 그 의문 때문에 집어든 책이다. 아무리 계산을 해보고 머리를 굴려 봐도 내가 내 생애에 그곳을 갈 일은 없을 것 같아서다. 너나 할 것 없이 세계로 여행을 떠나는 터라 ‘여행기’는 차고 넘치지만 ‘히말라야 트래킹’을 이야기한 책은 처음 본 듯 하다(더 있는지는 모르겠다). 죽기 전엔 꼭 한 번 해보자고 다짐한 ‘산티아고 순례‘와도 비슷하지 싶었다.

  이 책은 자체가 흥미롭다. 우선 신생 출판사의 첫 책이라는 점, 그리고 ‘북극곰’이라는 출판사의 이름에 걸맞게 ‘생태환경 분야 전문 출판사’를 표방한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책의 맨 뒤편에는 “이 책은 환경 보호를 위한 작은 실천으로서 재생지를 사용했으며, 표지에 코팅을 하지 않았습니다.”라고 쓰여 있었다. 저마다 그린 경영을 주창하면서 비닐봉투에 포장해주는 대기업보다 낫다 싶다.

 

 

사진출처 :  영화 - 희말라야 바람이 머무는 곳 

히말라야 트레킹 사진을 보고 싶다면 클릭! : 야크존 ABC 트레킹 포토 앨범 

 

 

  이 책 속의 글은 9 년 전에 써진 글이다. 글맛을 보니 20대 초중반에 쓴 듯, 출판을 고려한 것 같지도 않았다. 하지만 트래킹을 하던 그 날 그 날을 적은 듯 체험이 생생히 배어 있었다. 그리고 매일처럼 죽도록 고생하고 힘들었던 기억이 그득했다.

모두 읽고 난 후에 알게 되었는데, 책 제목 ‘안나푸르나, 그만 가자!’는 깊은 속뜻이 담겨져 있었다. 제목을 풀어서 말하자면 “여보슈, 그따위로 크래킹하려면 안나푸르나에 가지 마슈!”라고 해야 할 듯. 태고의 자연이 숨 쉬는 그곳을 찾아 트레킹을 하는 사람들로 인해 쓰레기장으로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995년 한 해에만 약 20만 개 이상의 빈 생수 병들이 안나푸르나에 버려지거나 땅에 묻혔다고 한다.

  이 책에 주목해야 할 부분은 후반부에 있는 ‘환경 친화적인 모범 트레커‘다. 나와 자연 단 둘이 남겨져 철저하게 자연 속의 나를 경험하고 싶다면 가급적 배낭을 비우라고 말하는 부분이다. 트레커 한 사람의 입장에서는 평생의 한 번이지만 네팔 GDP의 40%를 관광업으로부터 충당하고 있는 히말라야는 산림 훼손과 쓰레기, 매연, 생활 오수 등 서구 문명의 부산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오죽하면 파탄이나 무스탕 제국은 외국인의 출입까지 금지하는 조치를 내릴 정도라는 것이다.

 

  저자가 제시하는 모범 트레커의 기본을 요약하면 대충 이렇다.  

  식사를 주문할 때, 조리하는 데 연료가 덜 소모되는 달바트를 주문하라. 현지의 구걸하는 아이들에게 적선하지 말라. 통과하는 마을의 생산품을 구매하라. 쓰레기 봉투를 항상 휴대하라. 네팔 사람들의 초상권을 존중해 그들에게 양해를 구하라. 트레킹 중에 똥을 싸거들랑 똥을 닦은 휴지는 모두 태워 버려라. 볼 일도 성스러운 곳은 피해서 보라. 물이 흐르는 냇가에서는 환경 처리된 비누도 사용하지 말라. 트레킹 도중에 생수를 사 먹지 말고, 물통에 아이오다인을 넣어 정화된 물을 마셔라. 토양의 침식과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일정한 트레킹 길을 벗어나지 말라.

 

 

 

 

  외국의 자연을 볼 만큼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화석연료를 태워가며 떠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불가항력은 둘째 치고라도 가능한 부분은 노력할 수 있겠다. ‘나는 곧 죽어 없어지지만 지구는 남는다’는 누구의 말처럼 내가 보는 오늘의 지구와 자연은 잠시 빌린 것 뿐이다. 후세에도 보여주어야 할 것이 아닌가? 트레킹에 생각이 없던 터라 그곳에서 지켜야 할 자연보호 에티켓은 금시초문이었다. 그래서 내게는 신선한 깨달음으로 다가왔다. 어디 자연 뿐이랴? 문화재는 어떤가? 어림없다. 문 밖을 나가면 되도록 쓰레기일랑 만들지 않으려고 해야 할 것이다.

 

  식도락가들에게 있어 맛집은 자기만의 '헤게모니'다. 그래서 웬만하면 잘 이야기해 주질 않는다. 지금이야 디카에 노트북을 들고 '맛집순례'하며 실시간으로 자신의 '순례기'를 세상에 뿌리는 세상이 되었지만, 그 옛날에는 그런 일 일랑 어림없었다. 어디 좋은 곳 추천해달라고 하려면 최소한 그곳에 가서 '식사값'을 치뤄야 하는 조건이 따랐다. 그들은 왜 자신만 알고 있는 맛집을 함부로 소개하지 않았던 걸까? 훼손되기 때문이다. 온전한 맛집은 단순히 음식맛이 아닌 장소와 분위기 그리고 음식맛이 함께 어우러져야 하는 법이다. 하지만 여기저기 알려져서 손님이 많아지면 자신이 예전에 느꼈던 그 풍미를 찾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가게가 유명해져서 주인이 돈 버는 것이야 손님에게는 상관없는 일이다. 오히려 돈 벌어 가게를 넓히고 화려하게 치장해서는 주인장이 '기둥서방'처럼 꾸미고 카운터에 앉게 되면 더 이상 맛을 찾는 단골은 가질 않는다. 더 이상 그 맛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여행 또한 맛집과 다를 바가 뭐가 있겠는가? 문득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 불리는 중국의 '샹그리라'는 어떨지 궁금해진다.

 

  “야! 너희들 동원훈련 가거들랑 깨끗이 좀 써라. 매주 새로운 애들이 와서 사흘 동안 더럽히고 떠나면, 남은 현역 군바리들이 나흘 동안 치워야 해. 알았어?” 대학 친구 중에 예비군 중대에서 조교로 근무했던 녀석의 말이 생각났다. 네팔 정부가 여행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오늘, 우연히 뽑아든 여행 책에서 ‘자연환경’을 배웠다. <안나푸르나, 그만 가자!> 여행을 말리는 여행기,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인상 깊은 책이었다.

 

P.S.: 그나저나 영화 <히말라야, 바람이 머무는 곳>에서 최민수는 담배를 꾀나 많이 피웠는데...담배꽁초들, 주머니에 따로 넣어뒀겠지? 

YES마니아 : 플래티넘 t********n 2009.11.01. 신고 공감 2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