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보다 재미있는 언어학 강의'라는 부제를 달고 있지만, 언어학 강의라 하기에 깊이도 없을 뿐더러 재미도 없다. 아니, 본제부터가 잘못되었다. 이 책은 '영화마을'에 있지 않고 그 언저리에 있을 뿐이다. 거의 60편에 달하는 영화 속에서 언어학을 설명하려고 글쓴이는 애쓰고 있지만, 그것이 영화의 내용과 잘 융합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개는 영화의 제목이나 아주 사소한 것에 집착해서 그에 대한 이야기로 한두 페이지를 채우는 것에 불과하다. 물론, 그런대로 괜찮은 몇몇 사례들은 있다. 《쥬라기 공원3》에서 공룡들의 의사소통이 우리의 언어와 달리 무한성을 갖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부분은, 오로지 추측만을 가지고 한 말이라는 결점은 있더라도, 그런대로 봐줄 만한 언어학적 설명이라고 하겠다. 또, 《인랑人狼》, 즉 '인간늑대'와 '늑대인간'의 차이를 말하면서 어느 언어에서나 합성명사에서는 뒤의 것이 본질적인 것임을 일러주는 대목도, 지엽적이기는 마찬가지지만, 그런대로 유용한 부분이다. 그리고, 《수색자The searchers》 항목에서 북미 인디언의 언어가 고립어도 첨가어(교착어)도 굴절어도 아닌 '포합어抱合語'라는 것을 알려주는 부분도, 《수색자》라는 영화에 인디언들이 '나온다'는 점 외에는 내용상의 연관점을 찾을 수 없다는 단점이 있지만, 나름대로 도움되는 내용이다. (참고로 저자는 포합어를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는데, 그 예는 다음과 같다. 북미 인디언 언어 가운데 하나인 누트카어에서 은 이고 는 라고 한다.) 그렇지만, 《반지의 제왕》을 말하면서 '반지'와 '가락지'의 차이를 말한다든가,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메탈 자켓Full Metal Jacket》에서 "Sir, yes, sir."라는 말에서 "서, 예, 서"는 경상도 사람이 들으면 "서라, 여기에 서라"로 들을 것이라며, 사투리에 대해서 설명한다든가, 《시월애時越愛》에서 일 마레Il Mare를 보고 '바다'가 모든 언어에서 남성인지를 조사한다든가, 김성수 감독의 《무사》에서 원나라 장수들이 '몽고어'를 쓰지 않는다고, 자기는 중국어도 '몽고어'도 잘 모르므로 확실치는 않지만 '몽고어'를 만약에 썼다면, 그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질책하는 장면이라든가, 《천국의 아이들》에서 글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쓴다는 것만을 지적한다든가,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에서 엉뚱하게도 영국식 영어와 미국식 영어의 차이만을 보고, 미국에 '해리 포터'가 가면 '해리 파러'가 될 것이라고 쓴다든가, 같은 영화에서 'wand'를 '지팡이'라고 옮긴 그 번역어를 문제삼는다든가, 《번지 점프를 하다》에서 이미 인터넷을 통해 화제가 된 숟가락과 젓가락의 맞춤법에 대해 말한다든가, 버나스 쇼의 희곡을 바탕으로 한 《마이 페어 레이디》에서 상류 사회의 언어(RP:received pronunciation)와 하층어(Cockney)의 차이가 사회언어학적 설명이 되지 못하고, 단순한 차이―가령, lady의 a가 RP에서는 [ei]로, 코크니에서는 [ai]로 발음된다는 정도의 사례중심의 설명―에만 국한되고 있다든가 하는 점은, 도대체 이 책의 어디에 언어학이 숨어있는지 알 수 없게 만든다. "이 책은 영화소개와 감상, 언어학적 지식이 종횡무진 섞여있지만 전통 언어학의 영역인 음성학·음운론·형태론·통사론·의미론·화용론뿐 아니라 기계번역·통신언어·음성합성·인공지능 등의 문제, 언어의 본질과 사회성을 이해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는 것은 경향신문 기사였다. 이 책을 다 읽은 다음에 이 기사에 동의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심히 의심스럽다. 내가 보기에 이 책에 '언어학'은 거의 없고, 그 대신 영어학원의 수업시간이나 국정 국어맞춤법 시간에나 어울릴 한담들로 채워져 있는 것 같다. |
| 예전에 언어학을 공부한 적이 있다. 고백하자면, 사실 내 전공이다. 하지만 정확히 몇 과목이나 들었는지조차 확인해보기 전에는 모른다. 그저 소쉬르 언어학의 잔상이 흐릿하게 머릿속에 남나 있을 뿐이다. 랑그와 파롤이라는 개념이 있었고, 언어의 자의성이라는 개념이 있었고... 음성학이니 음운론이니, 형태론이니 통사론이니, 의미론이니 화용론이니 하는 깊이까지는 들어가보지도 못했다. 다만 주위에 언어학 석사와 박사가 널려 있기에 어깨너머로만 익숙할 뿐이다. 그런 언어학을 뜻밖의 장소에서 접하게 됐다. 사실 책을 펼치기도 겁이 났다. 스스로 지식인이라고 자처하면서, 정작 내 전공에 대한 지식이 가장 빈약함을 스스로 인정하기가 너무도 무서웠다. 그나마 용기를 내서 책을 펼쳐 들게 되기에는 역시 제목 덕이 컸다. 영화로 풀어내는 언어학이다. 영화에 관심이 가서 이 책을 잡는 사람이라면, 백발백중 단언하건대 실망한다. 최근에 영화도 제대로 안보고선 다이제스트처럼 일람하려는 사람도 실망한다. 무척이나 많은 영화가 거론되지만, 사전 지식 없이 읽을 수 있는 영화 이야기는 거의 없다. 다짜고짜 영화의 한복판으로 들어가서는, 개인적인 감상으로 마무리하기 일쑤다. 아니면 영화의 작은 한 대목에 집착해 언어학의 영역으로 옮겨가기가 다반사다. 언어학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선뜻 예단하기 어렵다. 다만 언어학이라는 단어에서 '학'이라는 한 글자만 제외해도 좋다면, 이 글들도 대체로 좋을 듯하다. 때로는 시사적인 주제가 있고, 때로는 학문적이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글들은 우리의 말글살이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할 뿐이다. 말하자면 파롤과 랑그를 구분할 필요도 없고, 링구아 프랑카라는 생소한 단어가 나와도 '그런게 있나보다'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대체로 읽을 수 있을 듯 하다. 나는 랑그와 파롤을 구분하는 법을 배우는데 한 학기를, 아니 4년을 보냈다. 가벼운 책 한 권에 누구나 그렇게 되면 내가 너무 불쌍해진다. |
| 보통 언어학이라고 하면 딱딱하고 재미없다는 인상을 주기 쉽다. 그것은 아마도 중, 고등학교 시절 딱딱했던 문법 수업이 떠오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언어학이 미디어매체와 결합되면 그 재미는 한층 배가된다. '영화마을 언어학교'는 영화에서 발견할 수 있는 언어학적 요소를 끄집어내어 일반인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쉽게 쓰여진 책이다. 나는 이 책을 보고 평소에 관심이 없던 언어학에 관한 책을 찾아볼 정도로 언어학이라는 학문에 흠뻑 매료되어 버렸다. 이 책은 최근 영화 수십 편을 선별하여 영화 제목이나 내용에 관련된 언어학적 요소를 끄집어내어 연관하여 설명하는 형식이다. 총 10장으로 되어 있으며 한 장이 끝날 때마다 있는 언어학 전망대라는 코너에서는 한 장에서 다루고있는 언어학적 요소를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설명하면 좀 딱딱할지도... 책에 나와 있는 영화 하나를 예로 들어보자. 일본 영화 중에 '춤추는 대수사선'이 있다. 제목만 보면 어리둥절하다. 뭐가 춤춘다는 거지? 하고 말이다. 대수사선이라는 말이 생소하기 때문이었다. 이것은 어색한 번역의 대표적인 예이다. 알고 보니 '춤추는'에 해당하는 일본어 표현이 '오리무중, 갈팡질팡하는'과 같다고 한다. '대수사선'은 우리말이 아니다. 대신 '수사망'이라는 표현을 써주는 것이 더 적절하다. 그래서 '춤추는 대수사선'을 적절한 우리말로 옮기면 '오리무중의 수사망'정도가 맞을 것이다. 이처럼 제목의 번역에 관련된 언어학 지식 뿐 아니라 내용과 관련된 것들도 많다. 이보다 더 재미있는 것들도 많으니 궁금하신 분들은 '영화마을 언어학교'를 보시길 권한다. 언어학에 입문하려는 대학생뿐만 아니라 영화를 좋아하는 일반인들에게도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책이다. 영화를 새로운 시각에서 보는 쏠쏠한 재미와 언어학에 대한 지식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기회, 흔치 않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이처럼 대중화된 인문학 책이 많이 나와서 언어학이 독자에게 한결 친숙하게 다가갔으면 하는 것이 작은 바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