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음. 재밌네요? 아니 뭐 재미없을 거라 생각한 건 아니지만. 임경배님 글이기도 하고. 하지만 현대 배경 판타지를 맛깔나게 쓰긴 쉽지 않고, 그게 제 취향에 맞기는 더더욱 쉽지 않기 때문에 큰 기대를 걸고 본 건 아닌지라. ^^;
1.
전반적으로 무난한 능력자물이지만 임경배님 다운 깊이가 엿보이는 글입니다. 능력자물이 흔한 건 사실인데 '잘 쓴' 능력자물이 흔한 건 아니잖아요? 특히나 라노베라면 모를까 장르소설 쪽에서는 이쪽 소재를 제대로 활용하는 걸 본 기억이 별로 없군요. 흔한 만큼 포장을 잘 해야 하는 법. 헬릭스는 합격입니다. 파워밸런스가 적절하고, 능력 묘사나 상성에 의한 역학관계가 잘 짜여져 있네요.
2.
캐릭터에 대해서는, 음, 웹 상의 감상을 몇개 둘러보니 항상 나오는 떡밥이 또 등장했네요. 자신의 처지를 자각한 주인공의 적응 문제. 십 수년을 평범한 소년으로 살아오다가 어느날 갑자기 악마란 걸 알게 되었으니, 그 때 일어날 정신적인 변성 과정을 독자에게 납득시키는 것이 중요하겠죠.
사실 이 문제는 실제 중요성보다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러한 부분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졸작들이 워낙 많거든요. 그런 작품에 학을 뗀 독자라면 다시 같은 경험을 하고 싶어하진 않을 테고, 자연스레 민감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본 헬릭스의 주인공 유하민에 대한 묘사는 그리 나쁘진 않았습니다. 주인공인 유하민은 사실 악마입니다. 어느날 소년이 악마로 변한 게 아니라, 이미 소년은 소멸하고 악마가 그 자리를 차지했는데 멍때리고 있다가 자신이 악마임을 알게 된 거죠. 그는 가해자입니다. 인간과는 다른 정신구조를 갖고 있을 악마고. 평범한 소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봅니다.(오히려 시아가 이상한 거죠)
일부 독자들이 기대하는 '으아아악 내가 악마라니! 내가 악마라니!!' 류의 반응을 임경배님이 쓰지 못해서 안쓴 게 아니죠. 이미 시아라는 훌륭한 사례가 존재합니다. 다만 그녀와 유하민은 '다르다'는 거겠죠. 어떻게 다른지, 왜 다른지, 아직 정확한 전모는 밝혀지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중간중간 시아나 타 악마들이 유하민의 정신세계에 대한 판단을 내리는 장면이 있는데, 그건 그들이 바라본 관점일 뿐입니다. 진실이라는 보장이 없죠.)
뭐 이렇게 썰을 푸는 건 근본적으로 저라는 독자가 유하민이라는 주인공의 변화 과정을 납득할 수 있었기 때문이긴 합니다. 독자들이 필히 느낄 의문(저놈 왜 저렇게 잘 적응하지?)을 유하민 역시 느끼고 있습니다.(나 왜 이렇게 태연하지?) 답이 나오지 않았을 뿐, 문제는 이미 제출되어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되겠죠.
3.
아직은 서론이라 특별한 느낌은 없습니다. 근데 임경배님이 시작부터 이거 물건이다 정말 충격적이야 이런 작품을 쓰던 작가던가요? 전작들을 돌이켜 생각해보니 그렇진 않은 것 같군요.
카르세아린을 처음 몇권 읽을 때는 양판소랑 다른게 뭐냐고 느꼈고, 더 크리처는 (비록 제 취향이긴 했지만) 그냥 평범하게 재밌는 소설이었습니다. 웜슬레이어도 크게 다르지 않군요. 하지만 본격적인 이야기가 전개되기 시작하면 순식간에 두근두근 모드가 발동하고, 대체 어떤 식으로 운명을 비틀어줄 것인지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읽게 되더군요.
헬릭스도 임경배님 글인데 예외는 아닐 거라 믿습니다. 지금도 충분히 재미있고 탄탄하지만, 앞으로의 전개는 더욱 기대가 되는 글이죠. (쥬○님의 흡○왕 바하○트같은 예외가 있긴 하지만 ㅜㅜ)
4.
궁상미소녀 시아양 참 귀엽더군요. 프롤로그부터 풋 하고 웃게 만들더니 갈수록 매력적이네요. (위의 박스 안에 있는 작품소개는 사실 시아양 버젼인 듯. 유하민과는 그다지 상관없습니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