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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을 살지 않았음에도 우리 모두가 기억하고 있는 그런 시절이 있다. 우리에게는 한국전쟁 이후부터 80년대 초반까지가 그렇지 않을까 한다. 실제로 그 시간을 살았던 사람들도 그리고 그 시간을 살지 않았던 사람들 모두에게 그 시간들은 생각보다 훨씬 더 익숙하다. 여러가지 의미로 어려웠던 그 시절을 우리가 기억하는 이유 중에는 아마도 많은 이야기들이 그 시절을 다루었기 때문일 것이다. 다양한 형태 그리고 다양한 방법으로 우리는 그 시절을 끊임없이 만나온 것이다. 그 만남들이 마치 그 시절을 살았던 것처럼 느끼게 할 정도로 우리에게 익숙한 시간으로 그 시절을 만들어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어쩔 수 없는 미화로 인해서 그 어려운 시절은 약간은 추억의 이름으로 예쁘게 색칠이 된 모습을 갖게 된 것도 사실이다. 이 영화 '아부지'도 바로 그 시절에 대한 또 하나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제목에서부터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어쩌면 그 제목만으로도 이 영화는 굳이 볼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또한 그 익숙하고 뻔한 이야기 속에 약간의 변화를 주는 모습을 보여준다. 때로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볼 가치는 있을 것이다. 이 영화 '아부지'는 전형적인 영화다. 60, 70년대 그리고 아버지라는 존재를 이야기하는 그 순간에 벌써 이 영화는 뻔한 영화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뻔한 것을 너무나 뻔한 방법으로 풀어내는 영화가 바로 이 영화 '아부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장점은 그 뻔함에 조금씩 더해내는 비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생각을 갖고 나름의 따뜻함으로 현실의 어려움 속에서도 학생들의 교육을 생각하는 젊은 교사와 평생을 농사를 짓고 살아온 그래서 다른 것은 알지 못하는 가부장적이고 고지식한 아버지, 그런 아버지에게 답답함을 느끼고 농촌의 현실에 답답함을 느끼는 큰아들과 하고 싶은 것들은 많지만 스스로 한계를 정하고 많은 것을 포기하고 살아가는 작은 아들 등등등 이 영화는 전형적인 캐릭터들이 가득하다. 그리고 그 캐릭터들은 전형적인 이야기 속에서 움직인다. 연극을 하려고 하는 젊은 교사와 도와주러 서울에서 온 여교사의 살짝 비치는 인연부터 연극을 만드는 과정에서의 어려움 그리고 그 연극을 통해서 생각이 변하는 아버지의 모습까지 이 영화에서 우리가 만나는 모든 장면들은 너무나 익숙하고 뻔하다. 심지어는 위기 상황까지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것이며, 이 영화의 장면 장면들과 카메라를 움직이는 방법까지도 모두 예스러울 정도로 전형적인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바로 그 익숙함에 모두가 빠져들 그 순간에 이 영화는 사람들의 뒤통수를 친다. 그 가장 큰 부분은 보통 다른 영화였다면 농촌을 떠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을 큰아들의 고민을 조금은 극단적인 방법으로 풀어내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 사건으로 이 영화는 뻔한 이야기에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어쩌면 이 영화가 전형적인 추억팔이 영화에 익숙하고 뻔한 영화에서 벗어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그 부분에 있을 지도 모른다. 그리고 마지막 가장 큰 위기를 해결하는 방법까지가 바로 이 영화가 갖고 있는 미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시절이 결코 아름답지 않았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그것만으로도 이 뻔한 영화는 한걸음 나아갔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때로는 그 정도로 만족할 줄 알아야 하는 것일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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