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개 이상의 서로 다른 개체가 힘을 합쳐 둘이 지닌 힘 이상의 효과를 내는 현상을 우리는 상승효과, 시너지라고 한다. 오늘 날, 이러한 개념은 사회과학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너무도 자연스럽게 쓰는 개념이지만 사실 이러한 개념이 정립된 시기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하지만 예술 특히 사람과 사람, 악기와 악기 간의 연계가 중요한 음악에 있어서 시너지는 이미 고전이 되어버린 개념이라 할 수 있다. 100년 남짓한 재즈 역사 동안 여러 훌륭한 뮤지션과 팀들이 있었지만 그중에서 시너지 효과를 가장 톡톡히 본 뮤지션은 천재 베이시스트 스콧 라파로를 만난 빌 에반스가 아닐까 한다. 물론 재즈 역사상 가장 서정적인 피아노 연주를 한다는 빌 에반스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의미를 가지는 훌륭한 뮤지션이라 할 수 있지만 만약 스콧 라파로가 그의 트리오에 존재하지 않았더라면 현재 재즈 씬에서의 빌 에반스의 위상은 그리 크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본 작, [Waltz For Debby]는 스콧 라파로와 함께한 빌 에반스 트리오의 3대 명작 중 하나로 과거 빌 에반스 트리오의 여느 앨범들과는 달리 특정 개인이 아닌 트리오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춰 그려 나가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앨범 전반에 걸쳐 흐르는 빌 에반스의 지극히 서정적인 피아노 연주에 세련된 폴 모띠앙의 브러쉬워크(Brushwork)가 귓전을 간지럽히듯 맴돌고 뒤에서 묵묵히 이 둘을 육중한 톤으로 조율하는 스콧 라파로의 베이스 연주를 가만히 듣고 있으면 다른 여느 앨범의 두서너 배의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 솔직히 본작의 서정성과 완성도에 비견될 만한 앨범이 그리 많지 않기에 본작에서 몇몇 곡을 가려서 추천한다거나 단점을 찾는 건 쉽지 않은 일이지만 사견을 더해 몇 곡을 추천한다면 "My Foolish Heart","Waltz For Debby" 그리고 "Milestones" 등을 추천하고 싶다. 덧붙여 이 앨범의 유일한 단점이라면 빌 에반스의 모든 앨범이 그렇듯 듣기엔 서정적이고 감미로울지 모르지만 그 속을 들여다 보면 결코 쉽게 생각하고 넘어갈 앨범이 아니라는 것이다. 빌 에반스에 그리고 재즈에 익숙치 않은 이들이 빌 에반스를 그리고 그의 트리오의 연주를 서정적인 측면에서만 평가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끝으로 그만 마칠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