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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시작 후 곧바로 하도터널이 붕괴된다. 스피디한 초반 전개가 김성훈 감독의 전작 끝까지 간다와 구성 면에서 닮았다. 남은 90%는 사고 이후, 붕괴된 터널 안과 밖의 급박한 상황이다. 터널 안에서 가능한 액션, 생존에 필요한 도구와 활용 방법, 휴대폰 같은 소통 도구 등이 장르를 흥미롭게 구축할 요소로 사용된다. 소재로 볼 때 터널 붕괴사고를 다룬 롭 코언의 데이라잇이나 로드리고 코르테스의 베리드처럼 매몰된 개인을 그린 재난액션영화가 떠오르지만 터널은 온전히 장르영화의 성격을 띠지 않는다. 터널 안에서 절망과 희망을 오가는 정수는 무인도에 갇힌 캐스트 어웨이나 화성에서 지구로 소환되길 기다리는 마션의 주인공처럼, 종종 장르의 바깥에서 혼자만의 여가 시간을 갖기도 한다. 반대로 우왕좌왕하는 터널 밖의 부조리한 상황이나 대처방식은 봉준호의 괴물을 떠올리게 만든다. 애초 부실시공으로 사건은 예고된 것이나 마찬가지이며, 언론은 특종 인터뷰에만 목을 매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제 잇속 차리기에 바쁜 정치인들도 한심하기는 마찬가지다. 포스트 4 16이라는 관점에서 이 영화를 맞이하는 관객으로서는, 세월호 참사를 둘러싼 대한민국의 현재를 대입해보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중 누구라도 정수처럼 될 수 있는 불안한 사회. 터널은 지금의 세태를 풍자한 씁쓸한 블랙코미디다. 터널 안에서 고군분투하는 정수와 그를 구조하는 것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김대경 대장. 얼굴도 모른 채 전화기로만 소통하는 그들의 묘한 우정은 비현실에 가깝지만, 그래서 감독이 이 사회를 향해 전하는 가장 적극적인 희망의 메시지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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