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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고 출판사의 『피노키오』를 읽고나서 월트 디즈니의 만화영화를 다시 보았더니 정말 디즈니 애니메이션 속의 피노키오는 착한 아이였네요. 아는 게 없다보니 철이 없고 남들 꾐에 속아넘어가는 어리석은 나무 인형이기는 했지만 어떻게 보면 순진한 아이였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어느 추운 겨울, 따뜻한 불빛을 찾아 제페토 할아버지 집으로 들어간 귀뚜라미 지미니 크리킷은 나무로 만들어진 꼭두각시 인형을 보게 됩니다. 제페토 씨는 그 나무인형에게 '피노키오'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고만한 아들이 있으면 좋겠다는 소원을 빌고는 잠자리에 듭니다. 그날 밤, 소원을 들어주는 별이 제페토 씨의 열려진 창문으로 들어와서 요정으로 모습이 바뀌더니 나무 인형에게 생명을 불어넣어주죠. 그리고 옳은 일을 하는 착한 아이가 되면 진짜 소년이 될 거라고 하는데 나무 인형인 피노키오는 옳고 그른 게 뭐냐고 합니다. 이에 구석에 숨어있던 지미니 크리킷이 나서서 양심을 설명하자 요정은 그를 피노키오의 양심으로 임명하는데... 찾아보니 이 애니메이션이 개봉되었던 때가 1940년이었더군요. 정말 까마득한 옛날 만화영화이다보니, 시작부터 요즘 영화와는 다릅니다. 옛날 영화들은 영화 제목과 제작진, 출연진 명단부터 주욱 나오고 영화가 시작되는데, 당연히 이 만화영화도 예외는 아니죠. 그리고 실사와 구별이 되지 않을 정도인 요즘 애니와는 달리 붓질의 흔적이 표가 날 정도인 평면적인 그림체입니다. 하지만, 디즈니 애니메이션답게 색감은 정말 곱더군요. 특히 금붕어 클레오의 얇고 투명하며 하늘하늘한 지느러미의 유연한 움직임은 앙증맞고도 아름다워 먼 후일 나올 『인어공주』를 미리 보는 듯 했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디즈니 만화영화의 또다른 특징이자 장점이, 음악이 그림과 착착 맞아떨어져서 보고 있노라면 저절로 어깨가 들썩여지는 점인데 이 작품도 그러하더군요. 제페토 씨가 아직은 인형일 뿐인 피노키오를 데리고 춤을 추는 장면이나 피노키오가 유랑 극단의 무대에서 노래하고 춤추는 장면은 상당히 유쾌하고 신이 납니다. 하지만, 특히 제게 가장 재미있었던 장면은 제페토 씨의 작업실을 꽉 채운 다채로운 시계와 오르골들이 작동하는 장면이었는데, 다양한 시계들이 9시가 되자 울리는 모습들은 코믹하면서도 '저런 시계 어디서 팔면 사고 싶은데...'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였습니다. 오리 두 마리가 번갈아 아래로 들어갔다 나왔다 하며 꽥꽥거린다든지, 화분에 심은 꽃모양의 시계에서 꿀벌이 튀어나와 소리를 낸다든지, 둥지의 어미새와 새끼 새들이 지저귄다든지, 농부 아저씨는 도끼를 휘두르고 칠면조는 목을 움츠렸다 폈다하며 박자를 맞추는 시계, 사냥군의 총에서 용수철에 달린 총알이 튀어나갔다 들어갔다하면 나무의 새가 숨었다가 나왔다하는 시계, 술주정군의 딸국질 시계 등등... 그 중 제가 가장 탐나는 시계는, 잼이 들어있는 병을 엎지른 개구쟁이의 볼기를 엄마가 치는 소리로 시각을 알려주는 시계였죠(^^;) 어쨌든 이 작품을 감상해보니, 디즈니의 영향이 얼마나 큰지 알겠습니다. 고래 뱃속에 들어가는 거나, 말하는 귀뚜라미 지미니 크리킷이 거의 항상 피노키오와 함께 다니는 것, 잠자리날개 같은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은 엄마 분위기의 푸른 요정은 『피노키오』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들이지만, 그게 모두 디즈니 표 『피노키오』였다는... 하지만, 원작을 이렇듯 부드럽게 손본 덕에, 아이들이 더 좋아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합니다. 오래 전에 어린 조카애 하나에게 이 작품의 비디오테이프를 선물해준 적이 있는데, 얼마나 이 만화영화를 좋아했던지 툭하면 "착해야 돼요!"라고 혀짧은 소리로 외치는 겁니다. 이제 겨우 말을 하기 시작하는 꼬마가 대체 뭔 말을 하는 건지 궁금해했는데, 나중에 올케의 설명을 들으니, 『피노키오』에서 요정이 "착한 아이가 되어야해요."라고 한 말을 그대로 따라하기 힘들어서 제딴에는 고만큼을 따라하는 거라고 하더군요. 그야말로 비디오테이프가 늘어지도록 보는 바람에 DVD를 사줬더니 더빙한 음성과 노래가 달라서 애가 잘 안 보더라네요. 처음 DVD를 우리말 더빙으로 보면서는 저도 좀 놀랐습니다. 아주 달달한 목소리의 그 유명한 'When You Wish Upon A Star'가 흘러나오는데, 우리말 노래와 원곡의 음색이 너무 비슷해서 설마 클리프 에드워즈가 우리말로도 노래를 불러줬나 하고요...(^^; 설마 그럴 리야... 이분 1971년에 돌아가셨다던데...) 우리말 더빙이나 우리말로 노래해주신 분들의 정보는 늘 그렇듯 들어있지 않아 그 점이 아쉽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