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지키려거든 '의사가 하라는 대로 하되, 의사의 행동은 따라하지 말라'라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들었습니다. 특정 개인에 대한 견해가 아닌, 제 경험의 전반적/대체적인 결론 역시 딱히 위 말에 이의를 제기할 확신을 주지 못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 비슷한, 말하자면 일종의 한계같은 것을 미리 예상하고 펼쳐든 책이었습니다만, 다 읽고 나니 예의... …………………………………………………………………………
알지 못하고 있던 내용을 배운다라는 건 언제가 기분 좋은 일입니다. 그러나 --- 알고는 있으나 실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해법'이라 조언 받는다면 참으로 답답하고, 스스로가 한심스럽게 느껴지는 자괴감만을 안게 되기도 하지요. 시작을 그렇게 해버렸다는 핑계로, '의사'와 관련된 지극히 단순화시킨 예를 들어보기로 하죠. (의사라는 직업에 무슨 악감정이 있는 건 절대 아닙니다.) 【 병에 대한 진단 】 간 검사를 받으러 대학 병원엘 갔다 하죠. 잠깐의 문진을 통해 의사는 제가 일주일에 몇 병의 소주와 맥주, 그 밖의 독주들을 마시는지 알게 됩니다. 그런 상태에서 펼쳐 본 저의 간 수치에 대해 그/그녀는 '술 때문에 간이 안좋은 겁니다. 당장 술을 줄이셔야 하겠네요'라는 처방을 내려줄 수도 있을 겁니다. 제가 아주 무식한 사람이어, 왜 술을 마시는 게 간을 손상시키는지 모른다 하여도, '의사'라는 권위에 눌려 '술은 간에 좋지 않다'라는 믿음(!)을 갖게 되겠죠.
이 책이 지금으로부터 약 10여 년 전의 경제 상황을 다루고 있다라는 시차의 문제도 무시할 순 없겠지만, 2018년 연말에 읽어보는 2017년에 출간되었던 <2018년 트렌드 예측>과 같은 류의 책을 읽어보면서 알게 되는 정오(正誤)의 시각으로 보자면, 위의 진단은 (물론 그 당시에도 충분히 추론가능한 사안이었지만 어쨌든) 옳은 것이었다는 걸 알게 됩니다. --- 다시 생각해볼 수록 정말 대단한 소설이었던 에드윈 르페브르의 「금의 홍수」가 정확히 지적했었듯, (사회적 동물로서의) 인간을 가장 두렵게 만드는 건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입니다. 불확실성이라 해도 모두 절망적인 것만은 아니겠죠. 아무 것도 잃지 않으면서 내 수중에 천만 원이 주어지느냐, 일억 원이 주어지느냐와 같은 불확실성은 (천만 원이 주어지면 어떡하나,와 같은 아쉬움은 있을지언정) 두려움의 대상은 아니니까요. 허나! 그와 같은 행복한 불확실성은 현실에선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불확실성은 내게 천만 원이 주어지느냐, 아니면 일억 원을 빼앗겨야 하느냐 같은 맥락이지요. 어쨌든! 자고로 '진단'이라는 것은 '처방'을 위한 사전 단계이어야 하지, 그 자체만으로도 환자의 심리 상태를 박살내버리는 진단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라 생각합니다. 물론,
세상 그 어떤 의사가 와도 동일한 비관적 진단을 내릴 수 밖에 없는 상황도 분명 있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 병에 대한 처방 】
의사의 진단 결과, 환자가 간암 초기 상태이다라는 결과가 나왔을 때 의사와 환자 모두에게 중요한 것은 그 암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대한 처방이지 진단의 정확성에 대한 의사의 자부심이라든가, 진단 결과로 인한 환자의 낙담 등이 아니겠지요.
그렇지 않아도 마침 지금 --- 저희 회사에서 시행하려 계획하고 있는 내용들도 여럿 보이더군요. 저희 스스로도 꽤 적절한 자가진단과 처방을 준비하고 있었던 겁니다. 그러나 반면에...
아쉽게도, 제가 속해 있는 조직에는 위와 같은 계량화를 해낼 수 있는 데이터라든가 인적 자원이 부족한 것도 사실입니다. 간암 초기 상태라는 진단은 얻어내었거늘, 암을 치료할 수 있는 능력까지는 없다라는 것이죠.
위와 같은, 일견 간단해 보이는 데이터 수집도 제가 속해 있는 조직에서는 당장은 현실화되기 힘들다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의 자괴감이 이 책이 제게 준 선물이기도 합니다. …………………………………………………………………………
각 챕터의 말미에 친절히 요약을 달아놓았다는 점이, 이 책을 추후에도 자주 펼쳐볼 확률을 크게 높여주었다라 생각합니다. 어쨌든 저자 스스로 밝히고 있듯, 이 책은 단지 '속성해법'의 제시를 목적으로 지니고 있기에 내용의 한계 또한 명확하기도 하지요. 이 책으로부터 얻은 '생각할 거리'들에 대해 앞으로 더 많은 공부를 해야하겠다라는 정도의 배움, --- 어렸을 적 길거리 약장수 아저씨로부터 들었던 기생충의 위협이 여전히 제게 남아 있듯, 문제의 심각성과 그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 내어야 한다라는 지적의 강렬함이, 제가 얻은 이 독서로부터의 배움이었었네요. ※ 참고할 만한 책 : 「도요타의 원가」, 「이익의 90%는 가격 결정이 좌우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