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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팩션소설 ‘조드’를 연재중인 출판사 리뷰 능청스러운 이야기 사이사이, 사위어가는 젊음을 더듬는 애잔한 서정 6편의 작품은 1996년부터 2002년까지의 작품으로 내용도 다양하다.
구름의 파수병, 하나 철책만 바라보며 민통선에서 근무하는 군인들은 동경의 대상이자 이상형, 수컷들의 영원한 낙원의 문인 ‘과부촌’에서 지내고 싶다는 꿈을 꾼다. 대화는 ‘ㄴ’욕, 음담패설 그리고 아무도 가보지 않은 과부촌으로 요약된다. 건빵 속 별사탕을 거부하고 특이한 별명으로 불리는 그들의 군생활이 생소하면서 다른 데서 접하지 않아 새롭게 다가왔다. 구름의 파수병, 둘 제대 후 우연히 만난 두 사람은 (나와 꼴리니로 불린 나뭇잎 옷을 입은 거짓말쟁이 외삼촌의 편지로 고향 밀래미에 내려온 나는 나의 한마디 말과 행동으로 '한 사람'을 용기 있게 만들고, 그 파장이 이어나가는 어이없는 과정을 지켜본다. 등장인물들의 별명이 성격을 드러내주어서 웃으면서 봤다. 아앗따를 연발하며 좌중을 휘어잡으며 온 동네를 참견하는 리감초
“헹님, 시상에서 쥘 무서운 놈이 어떤 놈인지 아요?” (중략) “근디 그보다 더 무서운 놈이 있어라우, 무식헌디다가 부지런헌디다가 아예 신념까지 갖춰버린 놈.” 그 이발소에 두고 온 시 흔히 여자는 마지막 사랑을 기억하고 남자는 첫사랑을 잊지 못한다고 하는데 여기에 나온 두 사람은 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남자와 여자의 시점이 교차하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마흔 살의 생일날 약식 결혼 주례를 서달라는 고향후배의 전화를 거절하지 못하고 불편한 마음으로 담양의 관방천으로 간다. 15년만이지만 그 둑을 보자 옛날 일이 떠오르고 변함없는 안개 속의 둑을 걷다 한 여자와 마주치지만 스치며 지나간다. 다리 끝에서 안개 속에 희미하게 보이는 ‘이바’에 이끌려 간 곳은 이발관이었고 자신의 고향 이발관과 똑같아 무의식적으로 들어가서 머리를 깎고 바로 그 여자에게서 면도를 받는다. 여자는 자신을 몰라보는 남자를 느끼며 허탈해하지만 남자는 어릴 적 보아온 바로 그 시 푸슈킨의 ‘삶'을 본 후 아무런 준비도 없이 마흔 살의 순간을 지나쳐버렸다며 슬퍼한다. 겨울귀 대통령이 당선되던 날, 당선자 자택 앞 군중 속에서 한 사람이 ‘대중이성이 대통령이 되앗다아’라고 외치는 소리를 듣고 그를 찾아 나선다. 1년 전에 지나친 음주로 간이 녹아 죽은 내가 아홉 살 때 한 아주머니가 낳아놓고 간 아이 병득이와 닮은 그를 찾아서. 알코올 중독 아버지의 수전증이 심해지자 아버지를 도와 고장난 시계를 수리하여 가장으로서의 역할을 한다. 왜소증으로 성장이 멈춘 남동생과 박색인 여동생보다 영민한 병득이를 더 신경 쓰지만, 주어온 자식이 되기 싫어서 아버지의 아들이 되고 싶어서 어렸을 적부터 술을 마시고 떠돌면서도 보이지 않게 형을 챙겨주었음을 느낀다. 들국화 진 다음 말라비틀어진 들국화를 보고 잊지 못할 8년 전의 12월20일 금요일을 떠올린다. 쇠고기값 파동으로 하루아침에 소농사가 망하고 조합장이 보증선 빚을 갚을 길이 없어진 나는 결혼을 위해 두 달 나흘간 서울에 머문다. 수없이 많은 맞선이 모두 참담한 실패로 돌아가고 우연히 성냥갑에 적힌 도박을 좋아하는 아버지가 사기도박단으로 형무소생활을 하자 가출하고 다방을 거쳐 술집여자가 된 첫사랑 국희에게 전화를 걸고 그녀와 무허가 여인숙에서 이야기를 하며 하룻밤을 보내고 헤어진다. 고향으로 돌아온 후 국희에게 결혼을 하자는 편지를 쓰지만 결국 부치지 못한다. 날짜가 지난 신문에 국희의 얼굴이 나와있다.
‘호스티스, 미국 바이어 앞에서 옷 벗기 싫어 죽음 택해’ 작가의 말 교정을 보고 나니 이가 아팠다. 속상해서 너무 앙물었던가보다. 꽤 자중했음에도 아직 능력과 열정이 모자란다. 사랑하는 가족들과 ‘문학동네’에게 미안하다. 그리고, 창 밖의 바람 소리가 크다. 마음을 괴롭히는 숱한 생각들이 더불어 쓸려가고 있다. 또 쓰자.
이렇게 짧지만 그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 다 들어간 작가의 말은 처음이다. 너무나 솔직한 작가의 마음이 들어가있어서 무척 인간적으로 느껴진다. '또 쓰자' |
| 이 책을 읽으면서 김형수라를 처음 알게 되었는데, 아마도 내 게으른 독서 탓이 클 게다. 김형수는 그동안 1985년 <민중시2>에 시로, 1996년 계간 문학동네에 소설로 등단했고, 두 권의 시집과 한 권의 평론집, 한 권의 장편소설을 냈다. 다섯번째 책으로 만난 셈이니 김형수와 나의 만남은 퍽 늦은 편이다. 발문을 쓴 서영채 교수의 말을 빌면, 시를 쓰다가 뒤늦게 소설에 뛰어드는 사람에게는 보다 절실한 이유가 있다고 한다. 자기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 충동. 소설은 자기를 드러내기 위한 도구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모든 글쓰기란 결국 자신을 드러내는 일이 아닐까. <그 이발소에="" 두고="" 온="" 시="">는 한 편의 시로 시작한다. 우리 나라 사람이라면 알고는 있지만 끝까지 외우는 사람은 별로 없는, '외우다 외우다 못다 외우고 남겨둔 그 앙증맞은' 시. 생활이 그대를 속이더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고통의 날을 참고 견디면 머지안아 기쁨의 날이 오리니 여기까지 외우고 있던 화자는 시골의 어느 이발소에서 '복받쳐오르는 회한을 견디지 못하고 이발소를 뛰쳐나오면서' 이 시의 뒷부분을 외운다. 현재는 언제나 슬픈 것 마음은 미래에 살고 모든 것은 순간이다 그리고 지나간 것은 다시 그리워지나니 이 소설은 그 '지나간 것'에 대한 이야기다. '많은 것이 염려스럽고 후회'스러워지는 불혹의 생일에 '남자'는 삶의 머언 뒤안길을 돌아가 과거의 한 풍경과 마주친다. 그곳에서 '남자'를 잊지 않고 기다리는 '여자'를 만나고, 애써 묻어두려 했던 과거의 기억을 이야기한다. 드러나게 슬프지는 않게 다소 발랄한 입담으로. 다소 통속적일 수 있는 이야기를 아름답게 하는 것은 소설의 구성이다. 언젠가 나는 영화 <첨밀밀>에서 여명과 장만옥이 만나지 못하고 서로 엇갈리기만 하는 장면을 보며 영화에 심한 질투심을 느꼈다. 소설에서는 저런 장면을 연출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 소설을 읽으며 나는 관객을 안타깝게 하는 영화를 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남자가 따라오는 것을 알고 여자는 과거에 남자가 여자에게 했던 일을 재현(바닥에 띄엄띄엄 '사랑해'라고 쓰는)한다. 여자는 '사'자를 잘못 써서 가운데 들어있는 작대기 하나를 다시 그려넣었는데, 남자가 그것을 화살표 모양으로 알고 여자와 다른 방향으로 가게 되는 장면은 압권이다.첨밀밀>그>민중시2> |
| 어찌어찌하다보니 나도 386세대이다. 아직(?) 30대이고, 꿈나무 학번이라고 일컬어지던 88학번이며, 암스트롱이 달에 착륙하던 1969년에 태어났다. 다른 무엇도 아닌 이러한 계량적인 태생이 이유가 되어 대학에 입학한 나를 민주투사들의 똘마니로 만들었다. 일제강점기의 우리 선조들은 초등학교를 졸업할 나이면 벌써 독립투사가 되었다고 하니 늦은 감이 없지 않은 투사입문이라고 할 수 있다. 어차피 대학에서 가르치는 학문이라는 것에 크게 뜻을 두지 않았던(난 언제부턴가 삼천권의 책을 읽으면 대학졸업이나 마찬가지라는 도무지 아무런 근거도 없는 원칙을 만들어서 허리에 꿰차고 다녔다) 나는 입학하고 3일 후쯤 문학동아리에 덜컥 들어갔는데, 그곳에서는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무브먼트가(학생운동이) 한창이었다. 그렇게 차츰 내공을 쌓아가던 무렵 서문연(서울지역대학생문학연합)이 발족했고, 그 발족에 도움을 준 것이 바로 김형수, 정도상, 김하기 형들이었다. 그러니까 얼토당토않은 386세대 운운은 저자인 김형수에게 접근하기 위한 끄나플 같은 것이다. 당시 형형한 눈빛의 문예이론가이자 투사였던 김형수 선배에게서 이런저런 문예 이론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 사실 그래서 그의 소설들이 보여주는 아름다운 서정성은 의외이다. 그러함에도 기분 나쁘지 않은 것은 그의 이러한 서정들이 매우 성공적이기 때문이다. 너무나 드문드문 발표되는 과작의 습관만 아니라면 그의 소설가적 자질은 시인 김형수와 평론가 김형수를 능가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구름의 파수병․하나」. 민통선 철책 안에서의 군생활. 그리고 욕망에 굶주린 젊은 남자들이 꿈꾸던 과부촌. 위험천만함을 위트와 유머로 넘어가는 젊은 한 시절의 군영체험기. 「구름의 파수병․둘」. “...한없이 부푼 여성의 가슴들이 보폭에 맞춰 찰방찰방 흔들려도 그것을 만질 수 있는 것은 오가는 바람 소리뿐...” 제대 후에도 시간은 계속된다. 아스라이 사실과 사실 아닌 것 사이에서 존재하던 과부촌을 찾아가는 주인공. 그리고 그곳에서의 봉변과 과부촌의 실체. 「나뭇잎 옷을 입은 거짓말쟁이」. 개성만점 인간형의 창조는 성석제의 트레이드 마크이긴 하지만, 성석제만의 트레이드 마크는 아니다. 작가는 밀래미 장터를 중심으로 수다한 인간군상들을 등장시키며, 이들을 통해 단연 군계일학의 개성을 지닌 리감초를 희대의 인물로(선과 악이라는 단순한 이분법적 인물평가를 일거에 우둔한 짓으로 만드는) 끌어 올렸다. 김종광과 성석제를 섞어 놓은 듯한 글의 폼이 좋은 중편 소설이다. 「그 이발소에 두고 온 시」. 안개 속 두 남녀의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찰나적 감정. 그 감정의 수런거림이 잘 포착되어 있다. 삶의 어느 한 부분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그것은 의식적이기도 하고, 무의식적이기도 하다. 나이 마흔은 바로 그러한 오래 전의 기억을 되살리기에 적합한 나이일까? 싶다. “... 그녀는 생각했다. 시간은 흐른다. 그렇다고 시간이 스스로의 흔적을 완전히 지워버릴 수는 없는 법이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다. 그 흐르는 시간 속에 인간의 자취가 여전히 새겨져 있다는 사실.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기억이 존재하겠는가.” 「겨울귀(鬼)」. 김대중이 대통령에 당선되던 날. 배다른 동생인 병득이의 ‘대중이성이 대통령이 되앗다아!’라는 일성을 듣는 나. 하지만 이미 병득이는 한 달 전에 죽었다. “... 쓸쓸하다는 말도 알고 보면 나름대로 격조를 지닌 것이어서 누군가 쓸쓸하다는 느낌을 주려면 필시 그만한 인격을 획득하고 있어야 했다.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등급이 낮춰져서 처량하다는 소리나 듣기 십상이었다. 그렇다면 처량했을까? 그랬다. 그 아이는 놋아 취해 있어서 살짝만 밀어뜨려도 형편없이 나가떨어져버릴 것 같은 그런 측은지심의 모습으로 평생을 지켰으니까.” 영민하였지만 태생의 어두움에 빛이 가려지듯 초등학생 때부터 술에 쩔어 지냈던 병득이의 특이한 한 평생이 잘 그려지고 있다. 「들국화 진 다음」. “소주잔에 퐁, 소리나게 눈물방울 빠뜨려가며 술 따라줄 여자 하나만 있어도 세상은 외롭지 않다...” 정말 그럴까? 이래저래 되는 일이 없는 주인공과 어린 시절 아슬아슬한 추억을 공유한 여자친구였던 국희 사이의 하룻밤. 결혼을 벼르고 서울로 올라와 전쟁같은 선을 보아대던 내가 국희만은 결혼의 상대자로 여길 수 없었던 자질구레한 이유들은 정말 자질구레해 보인다. 그와 반해 어린 시절 공유되었던 추억들은 덩치 큰 아름다움을 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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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 쓰는 소설이라서 그런지 부드럽고 서정적이다. 그리고 소리(의성어라고 하기엔 다소 부족하고)에 대해서 느끼는 감정이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시골 장터 (오일장이겠지) 모습을 다시 회상하는 부분 및 그 가운데 특징 있는 성격들을 묘사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하지만 후일담 소설이라는 장르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90년대 40대에서 80년대를 보고 있어 지금 성격에 맞을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먼저 이발소에 두고 온 시이다. 내가 소설을 쓴 다면 나도 이렇게 역사가 인생에 끼치는 영향을 분명 쓸 것 같다. 12/12로 한강 다리가 막히고, 그래서 개인사가 변경되고, 그 다음에 어쩌다 여행을 갔는데, 518 같은 일이 생기고 그렇게 사회에 흔들리는 개인의 변화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다. 그런 면에서 이 단편은 5월 광주의 후일담 소설인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주된 내용이 아니고, 그때 만난 남녀가 다시 어떻게 만나냐의 모습이 서정적으로 표시되기 때문에 좋은 소설이 아닌가 한다. 이발소의 면도사가 면도를 해 주고 머리를 감아주는 내용은 매우 성적 표현이 가득 담겨있는 내용인데, 내면 깊숙하게 깔아둔 것 같다. 군 복무에 젊은 혈기를 참지 못하고 판타지를 생각하는 과부촌은 정말 공감이 가는 내용이다. 철책 근무에서 과부촌을 찾았으나, 결국 그 과부촌이 판타지가 아니고 과부촌의 현실을 아는 순간 씁쓸하다. 북한 군인을 가족으로 둔 마을 적성리였고, 이제 전쟁이 끝나고 그때 생긴 생과부들 모두 다 죽어버린 마을이었다. 밀래미란 지명 이름도 재미있고, ‘아앗따’라는 소리도 흥겹다. 그리고 그들에게 붙어 있는 희극적인 별명들, 온 동네 모두 다니면서 참견하는 주인공 Lee감초는 이해가 된다. 또 원래는 갈비였는데, 살이 붙어 이제는 양갈보가 되어버린 변형은 얼마나 우습냐! 시골 사람이라고 어수룩하고 순진할 것 같지만, 여기 시골은 아주 치밀하다. 서울 사람 코 베어가는 세상이다. 팽팽하게 조직간에 견제와 균형이 있고, 권모술수가 횡행한다. 그것도 시골의 규칙이라고 하면 규칙이고, 사악하다. 소설집이 뭔가 여운을 준다. 그냥 서정적이고 아름답다고 하기엔 소설을 읽은 끝 맛이 매우 쓰다. 읽고 딱 끝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가슴 깊은 속에 슬픔을 자극한다. 그리고 40세 정도에 읽기가 딱 좋을 것 같다. 왜냐하면 주인공이 과거에 대한 회상이고, 그 내면을 이해하려면 젊은 청춘을 조금 지난 나이가 좋을 것 같다. 맛이 깊은 소설이다.
인용된 시를 한번 적어본다.
사라진다는 것 부서진다는 것 구멍이 뚫리거나 쭈그러진다는 것 그것은 단지 우리에게서 다른 모양으로 보일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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