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인스트림의 반열에 오른 아티스트들은 초기의 EP에서 오히려 더 쏠쏠한 음악을 맛볼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종종 그런 EP들은 소량만 유통되어 음악성과는 관계없이 수집가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으며 경매 시장에서 몇 만원을 호가하게 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글쎄, 아직 두 장의 앨범 밖에 발매하지 않았지만,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펑크 밴드 Sum 41의 초기 EP의 경우는 어떨까? 일단 음악 자체가 매력이 있는 EP일 뿐만 아니라 구하기도 쉽다!(계속 유통되고있어 일시품절과 입고를 반복한다;) "Half Hour Of Power"라는 제목에서 부터 뭔가 심상치가 않다. "힘의 30분"라는 의미인데, 수록곡 11개로 30분을 못채워서 마지막 2-3분은 아예 공백으로 채워놓은 황당함을 보여준다...-_- 그리고 EP는 EP인만큼 곡들은 몇 곡의 연주곡을 포함해 "시도"가 돋보이는 곡들로 채워져 있고, 곡들 간의 연결성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나 각 곡마다 개성이 뚜렷하고 헤비한 펑크의 느낌이 잘 녹아있어 30분 내내 신나고 즐겁다. 이 EP는 전체적으로 이후 발매된 1집보다 더욱 헤비한 느낌이다. 근데 이 헤비함 차이가 직접 들어보면 정말 현저한데, 필자는 개인적으로 이 EP의 헤비함을 더 선호한다. 그리고 최근작 "Does This Look Infected?"와도 음악적 방향이 일맥상통하는 느낌이다. "30분의 파워"는 정체불명의 긴 제목의 1분짜리 연주곡으로 30분의 스타트를 끊는다. 이어지는 Machine Gun과 What I Believe, Makes No Difference와 Summer는 모두가 싱글감이 될 수 있는 멋진 훅을 가진 트랙이다. 40초 남짓되는 시간에 계속 질러대는 T.H.T.와 32 Ways To Die, Ride THe Chariot To The Devil은 그 요상한 제목만큼이나 상큼한-_- 삽입곡들이다. 이 연주곡들은 구성이 탄탄하고 나름대로 트윈 기타의 매력도 잘 살리고 있어 필청하길 권한다. 나머지 곡들도 신나는건 마찬가지. 특히 두 곡이 합쳐진 트랙 Dave's Possessed Hair/It's What We're All About이 인상적이며, 그 곡에 포함된 It's What We're All About은 스파이더맨 O.S.T로 잘 알려진 곡의 초기 버전이며, 짧다는 점이 못내 아쉽다. 자켓은 "사각팬티와 티셔츠만 걸친 흑백의 청년이 물총을 쏴서 화염으로 뒤덮는" 그런 어이없는 장면이다. 뒷면은 아예 도트가 깨져보이는 물총하나를 덩그러니 실어놓고 수록곡만 나열해놓았다. 부클릿 안에는 네 멤버의 앙증맞은-_- 사진들이 엉성하고 난잡하게 아주 많이-_- 들어있다. Island Records로 보내라고 들어있는 조그마한 엽서도 있는데, 거기에 써있는 말은 참 감동적이다(여기에 쓸 수 있는 말은 아닌 것 같다-_-). 전체적으로 엽기와 익살을 드러내는 구성인데, 상업적으로 일부러 그런 것 같게 보일 수도 있지만, 이들의 얼굴 상태와 하는 짓들을 보면 일부러가 아니라 그들의 천성인 것 같다...-_-; "Half Hour Of Power"는 웃기고, 신나고, 째지는 곡들로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Sum 41이다. 도서관 같은 데 갈 때는 이 앨범을 삼가하길 간곡히 바라며, 기분이 울적하거나 뭔가 즐거운 걸 원할 때, 무식하게 신나는 30분을 즐겨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