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라리 중병에 걸린 거였으면 좋았을지도 모르겠다. 모두가 근심 어린 표정으로 날 바라볼 것이고, 굳이 숨길 이유도 없을 테니까. 스스로에게조차 솔직할 수 없는 시간들의 연속. 왜 엄연히 가해자가 존재하는데도 피해자가 부끄러움을 느끼고 수치심과 싸워야 하는지 이상할 때가 많다. 하지만 이는 엄연한 현실이다. 성폭력 피해자들은 왜 그 시간에 혼자 그곳에 있었는지 추궁을 당한다. 때론 부적절한 언행과 옷차림에 대한 비난을 듣기도 한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는 세상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으로부터 원인을 찾으려 안간힘을 쓴다. 며칠, 몇 주, 몇 년, 아니 그건 차라리 사정이 나은 것이리라. 평생을 제 상처와 싸우기도 하니까. 결코 사건 발생 전으로 돌아갈 수 없음을 잘 알기에 더욱 서글프다.
아프리카의 몇몇 국가들은 여성을 향한 폭력으로 악명이 높다. 국가가 충분한 통제력을 발휘치 못하고 가부장제 문화가 만연해 있으니 그렇다고 많은 이들은 설명한다. 그런데 여성이 짓밟히는 일은 경제적으로 낙후한 국가에서만 발발하지 아니 한다. 저자는 캐나다 인이다. 그녀가 끔찍한 일을 경험한 건 1990년 8월 1일 프랑스 파리에서다. 프랑스, 그 중에서도 파리라고 하면 우린 낭만과 문화의 도시 즈음으로 여긴다. 한 번은 꼭 가보고픈 도시로 파리를 꼽는 이들도 적지 않다. 적어도 개인이 개인을 향해 칼부림을 일으킨다거나 하는 일은 없으리라는 확신이 서는 도시에서 그 일이 벌어진 것이다. 기록은 끔찍했다. 글만 읽었음에도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고 두 손이 떨렸다. 독서를 흔히 간접경험이라고 한다. 그런데 저자는 이 일을 직접 겪었다. 그 순간에 얼마나 괴로웠을지, 칼로 위협을 당한 만큼 죽음을 피할 수 없으리라고 확신했을 듯했다. 트라우마라 하여 끔찍한 경험은 쉽게 잊혀지지도 않는다. 20년도 더 전의 일이지만 시간이 일어난 일을 없던 것으로 만들어주진 못했다. 생각지 않으면 조금 나으려나. 아마 떨쳐낼 수 없었을 것이다. 많은 이들이 쉬쉬하며 숨기려 드는데 반해 그녀는 제 경험을 글로 담아냈다. 이 과정 또한 힘겨웠을 것 같다. 굳이 상처를 들추어야만 했던 이유가 무엇일지, 아마도 많은 이들이 궁금해 할 듯했다. 난 이 또한 치유의 한 과정이었으리라고 생각한다. 끔찍한 일을 피하지는 못했으나 그녀는 운이 좋았다. 그녀의 부모는 그녀에게 가능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그녀의 아버지가 순간순간 남긴 메모와 사건에 대한 모든 기록은 훗날 그녀가 객관적인 시선으로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되돌아보는데 큰 도움이 됐다. 프랑스 사회 또한 범인을 잡아 죗값을 치르도록 하는 일을 거부치 않았다. 그녀는 응급치료를 받았고, 조사 과정에서 어떠한 비난의 말도 듣지 않았다. 증언 등을 위해 캐나다에서 프랑스로 이동해야 할 때 드는 비용 또한 프랑스 정부에서 부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사건 이후 힘든 시간을 보냈다. 굳이 주변에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알릴 필요까진 없다고 여겼던 그녀는 프랑스에서 강도를 만나 황급히 귀국할 수밖에 없었다는 시나리오로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설명했다. 자신을 둘러싼 모든 세상이 바뀌었음을 그 말로는 설명하는 게 불가능하리라는 걸 그 순간엔 아마도 잘 몰랐을 것이다. 시시때때로 몰려오는 공포와 두려움, 사람을 사귀고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떠오르는 그날의 기억이 그녀를 괴롭혔다. 문체는 참으로 덤덤했지만 난 그 건조한 문장을 읽으면서 사건에 사로잡힌 내 자신을 바라보는 듯한 착각에 빠져들었다. 훌륭한 치료자가 함께했다. 고통스러웠지만 그녀는 지난 경험을 응시했고, 마침내 세상과 나누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주변에서 그녀를 이상하게 바라보지 않는다는 걸 느꼈다. 과연 우리나라에서도 그런 시선이 가능할까. 차라리 침묵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란 생각이 자꾸만 들었던 건 캐나다와 우리나라의 사정이 전혀 다르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보츠와나에서 자신과 같은 경험을 한 사람들을 만난 경험은 잊기 힘들 것이다. 캐나다에서의 집단 치료를 통해 발견한 연대감을 보츠와나에서도 보았다는 그녀의 고백은 감동스러웠으나 동시에 비극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침묵은 답이 아니다”
그런데 그 침묵을 깨트리는 일은 여전히 특별한 용기를 필요로 한다. 아직 용기 내어 세상에 한 발 디딜 수 없는 많은 이들에게 그녀의 외침이 큰 힘이 되어줄 것이다.
그리고 다신 이런 고백이 필요 없었으면 싶다. |
|
"침묵은 답이 아니다!" '성폭행과 그 이후의 삶을 그린 실화' 라는 부제가 눈에 띠는 「파리에서 보낸 한 시간」 이 책을 읽었다. 머릿속에 온갖 그림이 그려지는 이 책을 통해 다시한번 성폭력의 무서움을 실감했다. 특히, 이 책을 쓴 작가가 겪은 실제 사건이기에 피해자의 입장을 깊이있게 이해해 볼 수 있었으며, 당시의 고통과 인생을 살면서 느끼게 되는 모든 순간의 두려움들을 마치 내가 느끼듯 실감나게 느껴볼 수 있었다. 스스로 성폭행을 당한 사람이라며 말할 수 있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을지 구지 말로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었다. 1990년 8월 1일 남자친구가 아파트를 나간 후 집안에서 알수없는 기운을 느끼게된다. 뭔가 잘못된거 같다 생각된 작가는 아파트를 벗어나려 하지만 그녀보다 로버트의 행동이 한발 빨랐다. 그렇게 그녀에게 평생 지울 수 없는 기억을 남기게 된 그 사건으로 인해 그녀는 현재까지도 술과 약에 의존하며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누군가에겐 당시의 기억을 모두 잊고 성공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보여질지 모를 그녀의 삶은 언제 어디서 일어나게 될지 모를 공황 발작과 평생 지워지지 않을 트라우마,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등이 따라다니고있다. 자신의 모든 삶이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는 듯 하면서도 어느순간 모든 초점이 1990년 8월 1일 한시간에 멈춰지는 듯 한 삶을 살았으며 그런 삶을 이겨내기 위해 노력중이다. 꽃다운 나이 20대 그것도 단 한시간으로 인해 삶 자체가 바뀐 그녀가 무척 안타깝게 느껴지면서도 자신의 삶을 포기하지 않고 철학 교수가 되어 자신이 겪은 일들을 이야기 하며 사회적으로 불평등함을 이야기 하고 있다. 창피하게 여기기보다는 자신의 과거를 이야기하며 불평등한 사회를 바꿔보려 노력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앞으로 더 빠르게 회복해 갈 수 있기를 기도한다. 다시는 이런 말도 안되는 일들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며.. 자신의 작은 욕망을 채우기 위해 한 행동으로 인해 누군가의 인생은 이렇듯 힘들고 고통스럽게 변할 수 있다는걸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래본다.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된 책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
|
우리는 세상을 충분히 안전한 곳이라고 인식하고 서로를 속여가는 중인지도 모른다. 요즘 페미니즘의 연구와 관심으로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많이 높아졌다고는 하나 아직 멀었다. 누구든 읽어야 할 책이다. 성적 학대의 치유는 범사회적인 변화의 바람과 함께 시작될 것이기 때문이다. |
|
이 책을 읽으며 조두순사건이 떠올랐다. (나는 모두가 그러하듯 이 사건을 나영이 사건이라고 부르고 싶지 않다.) 지금 생각해도 굉장히 충격적인 사건으로 왜 나영이 사건, 나영이 사건이라고 부르는지 당최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 사실은 성폭력의 모든 초점이 가해자 보다는 피해자에게 더 집중되어 있다는 것을 전적으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 에세이를 쓴 작가 역시 성폭력의 피해자이다. 그녀는 낯선 파리라는 도시에서 처음 보는 남자에게 칼로 위협당하며 끔찍한 성폭행을 당한다. 그녀는 서양권의 여성이며, 파리는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도시이다. 흔히들 성폭력은 여자가 옷을 야하게 입어서, 못사는 동네에서, 가난한 나라에서 많이 일어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성폭력은 언제 어디서든, 일반적으로 선진국이라 일컫는 나라와 도시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저자는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며 이런 모순을 꼬집는다. 왜? 어째서 가해자보다 피해자에게 더 포커스가 맞춰지는가. 왜 피해자들이 숨어 지내야 하며, 왜 피해자들이 더 힘든 고통의 시간을 보내야하는가.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벌어졌던 밀양 성폭행 사건도 가해자들은 직업도 가지고 떳떳하게 잘 살면서 피해자를 조롱하기까지 하는데, 정작 엄청난 고통을 겪었을 그 여중생은 자신의 모든것을 감춘채 마치 유령처럼 숨어지내고 있다.
저자는 자신에게 죄는 없지만 성폭력을 당한 사실을 처음에 숨겼던 건 두고두고 후회했다. 만약 자신이 당시에 주변사람들에게 그 사실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했더라면, 조금만 더 당당했더라면 트라우마를 더 쉽게 극복할 수 있었을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은 자신과 같은 실수를 범하지 말고 스스로를 탓하는 대신 차라리 정의를 외치라 한다. 고통의 틀안에 자신을 가두지 말고 당당하게 상처를 드러내라고 외치고 있다. 성폭력을 당한 것은 결코 수치스러운 일이 아니며 자신이 잘못한게 아니란걸 처음부터 끝까지 강조한다.
그녀는 자신처럼 고통을 겪은 여성들을 위해 아프리카로 날아가 많은 도움을 준다. 그리고 실제 성폭력을 당하고 그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책으로 위로하고 있다. 침묵만이 답이 아니며 고통과 맞서는 용기를 가지라고 ㅡ
실제 성폭력에 방치된 여성과 아이들에게 이 책을 읽고 꼭 힘이 되었으면 한다. |
|
처음에 책의 제목을 보고, 로맨틱한 이야기를 상상했었다. 아무래도 파리하면 사랑의 도시라는 느낌이 강해서인 거 같다. 그리고
‘성폭행과 그 이후의 삶을 그린 실화’라는 부제를 보곤 잠깐
멈칫 할 수 밖에 없었다. 나도 대학을 입학하고 소중한 친구와 함께 유럽 여행을 떠난 적이 있다. 그래서 대학에 입학한 첫 해의 유럽 배낭 여행의 마지막 여행지인 파리에서 그녀의 운명이 바뀌었다는 것이 더욱
안타깝게 느껴졌다.
1990년 8월 1일 밤, 그녀는 평생 그 날을 잊지 못할 것이다. 그를 성폭행 한 남자는 낯선사람이라고만은 할 수 없다. 파리에서
만나기로 한 옛 애인의 조금은 먼 친구라고 할까? 어쨌든 그런 연결의 끈이 있었다. 옛 애인이 약속 때문에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일은 터지고 말았다. 전에
범죄수사드라마에서, 낯선 사람을 조심하라는 경고가 도리어 위험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한 기억이 난다. 실제로 범죄는 낯선 사람이 아닌 사람들이 벌일 확률이 큰데, 그런
경고는 도리어 사람의 시야를 좁게 만들기 때문이다. 물론 다른 사람을 조심해야 하는 세상이 문제이지만
말이다.
식칼로 협박을 하는 남자에게서 겨우 탈출을 하고 신고를 하고, 조사를
받고 집으로 돌아오게 되지만, 그녀는 그 시간이 마치 자신의 정신과 육체가 분리된 거 같다고 기억한다. 그리고 그 상태가 상당히 오래 지속된 거 같기도 하다. 성폭행을
당했던 기억을 분리시키려는 것은 어쩌면 사람들이 갖고 있는 생존전략 중에 하나일 것이다. 그녀 역시
자신이 관심있어하던 학문을 공부하고, 석사를 넘어 박사학위까지 받은 후, 대학에서 철학 강의를 하게 된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 달리
술과 약이 그녀의 내면을 갉아먹고 있었다.
그렇게 10년에 가까운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그녀는 한 상담가의 도움을
통해 은폐가 길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역설적이겠지만, 그런
일을 당한 사람 역시 자신이라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고 사랑해주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 과정을 거쳐 20년이 흐른 후에는 파리의 그 곳을 다시 찾아, 그 사건 역시 과거의
일로 흘려 보내고, 자유로워졌음을 자축하게 된다. 사실 리뷰
제목을 바꾸려다 그대로 쓴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녀에게 그 시간은 그냥 한 시간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온전히 그녀의 힘으로 다시 파리를 빛의 도시로 기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이 책을 통해 자신에게 벌어진 일을 숨긴다고 해서 지워질 수 없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침묵이 개인에게도 나아가서 사회에도 치유책이 될 수 없음을 말이다.
|
|
자신의 경험을 글로 써낼 용기를 내준 저자에게 무한한 존경의 박수를 보낸다. 순진한 소녀였던 저자는 유럽여행도중 파리를 들렀고, 그곳에서 성폭행을 당한다. 물론 그녀도 말하지만 다른 지역이라고 안전하고 파리라고 안전하지 않고 그런건 아니다. 다~~~ 똑같이 안전하지 못하다. 하지만 그녀는 파리에서 성폭행을 당했고, 그 여파로 여러가지 변화가 생겼다. 물론... 지금은 어느정도 잘 극복해 냈고, 캐나다에서 교수로 일하고 있으니... 어쩜 그런 경험을 했지만 성공한거지. 그리고 이건... 그녀 스스로도 말했지만, 본인은 주변의 환경이 좋았기에 가능한 것이였다. 근데... 읽으면 읽을수록... 만약 우리나라에서 이런 책이... 나올 수 있었을까? 지금 나의 경험이라고... 이런책... 팔리긴 팔리겠지만... 글쓴 작가는 해외로 갔겠지? ㅠㅠ 그런면에서는 저자는 정말 운이 좋은 케이스인거지~~~ 대부분이 성폭행은 "개인적 불운"이라고 말을 하지만 저자도 말했듯, 그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문제다. 그리고 우리 주변엔 전에 몰랐었는데, 이런 숨어서 말 못하는 사람들이 17%나 된다고... 그나저나... 이게 소설이 아니기에 에세이라 읽는게 좀 힘들어 오래 걸렸다. ㅠㅠ 하지만 나도 여자고, 내 아이들도 모두 여자이기에 조심, 또 조심하면서 살아야 겠다는 생각에 느리게 느리게 완독했다. 근데... 저자도 말하지만... 트라우마 등은 그 상황을 다시 스스로 꺼내야 하는데... 그게 너무 힘들다고... ㅠㅠ 에효~~~ 그럼... 그럼... 위안부 끌려갔던 할머니들은... ㅠㅠ 어휴~~~ ㅠㅠ 읽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