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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앞에 선 사내가 커다란 목소리로 말했다. “십 리 바깥까지 냄새를 풍기는군. 두 가지 냄새가 나던데, 하나는 햄 냄새고, 또 하나는 깜둥이 도둑놈 냄새야.” 바로 뒤에 들어온 사내가 명령했다. “일어서!” 따뜻한 난로 둘레에 앉아 있던 아버지와 어머니, 세 동생이 빳빳이 얼어 벌떡 일어났다. 동생이 앉아 있던 의자 하나가 뒤로 넘어가면서 쿠당탕 소리를 냈다. 백인 하나가 의자를 구석으로 걷어찼다. 아이는 문 안쪽에 바싹 붙어서 꼼짝도 못 했다. “여기 증거가 있구먼.” 사내는 양철판 식탁 위에 덮여 있는 기름기 묻은 식탁보를 홱 잡아당겼다. 떡갈나무 그릇과 반쯤 먹다 남은 햄이 쿵 하고 바닥으로 굴러 떨어져 벽에 부딪혔다. (34쪽 발췌)
아비가 가장 비참한 순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처자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증거가 있는 명백한 도둑으로 체포되는 순간. 그것도 인권이 보장되며 체포되는 것이 아니라 검둥이라는 노골적인 경멸과 무시를 받아가며 개처럼 취급당하는 순간! 동생들은 하얗게 질려 얼어붙어 있고 어머니도 움직이지 않습니다. 아이 또한 두려움에 떨며 어찌할 바를 모릅니다. 그러나 그 순간 아이는 단박에 알아챕니다. 어젯밤 아버지가 슬그머니 집을 나서 어딘가를 다녀온 뒤 오늘 아침 햄과 소시지 냄새를 맡으며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아이가 햄 냄새를 맡은 것은 태어나서 두 번뿐이었습니다. 한 번은 자기 집에서, 또 한 번은 아랫마을 큰 집 옆을 지났을 때였습니다. 그만큼 외딴 곳 판잣집에 세 들어 사는 가난한 가족에게 햄은 귀한 음식입니다. 그러니 아버지는 굶주리는 가족을 위해 남의 물건에 손을 댄 것입니다. 가장으로서의 어쩔 수 없었던 선택. 그 뒤로도 아버지는 점점 작아지는데 아이는 그에 실망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가난한 길을 올곧게 걸으며 진한 감동을 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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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약 100여년전 평범한 미국의 흑인 가정을 배경으로 진행된다. 당시의 평범한 흑인 가정이란 매일 부지런히 수고하여도 항상 끼니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가난하고, 집안에 글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무지한 상태를 말한다. 주인공 소년의 가정도 그러했다. 아버지의 결심 전에는...
'쩌렁이'라는 충직한 개와 함께 사냥하여 겨우 생계를 이어가던 어느 겨울, 사냥마저 어려워진다. 아버지는 결국 다른 집의 담장을 넘기로 결심하고, 이웃의 돼지를 훔쳤다. 어머니는 불안한 마음을 누르고 햄을 만들고, 아이들은 아무것도 모른체 뜻밖의 특별 메뉴에 들썩거린다. 그러나 잠시의 충만감도 집안에 들어닦친 보안관의 출연으로 깨어져 버린다. 아버지는 수갑이 채워진 채로 호송되고, 아이의 자랑스런 친구 '쩌렁이'는 총에 머리와 어깨, 다리가 한꺼번에 부상을 입은 채로 행방불명이 된다.
이때부터 아이의 '쩌렁이' 찾기와 '아버지' 찾기가 시작된다. 부상당한 개도 징역을 간 어버지도 모두 행방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아이를 붙든 것은 어머니가 항상 들려주었던, 성경이야기였다. 몇 달후 '쩌렁이'는 돌아왔지만 예전의 우렁찬 짖는 소리는 들을 수 없었고, 아버지의 소식은 알 수 조차 없이 된다.
조금씩 성장한 아이는 먼길을 떠나는 것을 말리는 어머니에게 "성경 이야기에서는 누구나 먼 길을 떠나잖아요. 아브라함도 먼 길을 떠나요. 야곱도 삼촌이 살고 있는 낯선 나라로 가요. 야곱은 삼촌이 어디에 살고 있는지도 모르지만 쉽게 찾잖아요. 요셉은 누구보다도 먼 길을 떠나 고생도 많이 해요. 하지만 주님이 요셉을 굽어봐 주시잖아요. 성경에는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돌아오는 사람은 없어요. 누구나 다 자기가 찾던 걸 찾아내요."라고 대답한다. 아이는 결국 자신의 대답대로, 길 가운데 글씨를 익히고, 사람을 알아가고, 평생의 스승을 만나게 된다.
아이가 소년이 되어 이제는 자신의 삶을 책임질 수 있는 무렵에, 아버지는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돌아온다. '쩌렁이'의 잃어버린 짖는 소리도 되 찾는다. 그 아버지를 온 가족은 따뜻하게 반기며, 자신의 몸을 추스르기도 힘든 아버지의 의지가 되어준다. 그해 겨울, 사냥이 시작되는 계절, 아버지는 들뜬 마음으로 예전의 남포등을 들고 '쩌렁이'를 이끌고 숲으로 사냥을 떠난다. 그러나 어둠에 돌아온 것은 충직한 '쩌렁이'뿐. '쩌렁이'의 인도를 따라 달려간 곳에 아버지는 남포등을 옆에 고이 두고는 이 세상에서 두번 다시 깨어나지 않을 깊은 잠이 들어있었다. 어머니와 소년의 가족은 아버지의 죽음과 곧은 '쩌렁이'의 죽음에 비통해하지 않는다. 단지 '변화'로 받아들이고 이들을 아름답게 기억한다...
특별할 것이 없어 보이는 이야기 속에서 묘사되는 아이의 굳세고 순수한 마음, 가진것도 배운것도 없는 어머니의 단순하지만 온전한 믿음, 가족의 따뜻한 신뢰와 사랑은 깊은 감동을 준다. 이들은 가정에 닦친 불행에 대해 아버지를 비롯한 누구를 원망하지도 않으며, 고난을 회피하려하지도 않는다. 다만 담담히 꿈을 가지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며 살아갈 뿐이다. 그래서 이들에게는 좌절도 분노도 없으며, 오직 사랑만이 가득하다. [인상깊은구절] 어리석은 사람들만이 바뀐 것을 죽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