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단 번역된 전문서는 번역이 어색한 것이 많아서, 읽다보면 막 짜증이 날 때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책은 일단, 내가 관심있어 하는 부분이고, 너무 전문적이지도, 너무 기초적이지도 않아서 아주 읽기 쉬웠고 재밌었다.
가장 좋았던 것은 역시 번역이 아주 매끄러워서, 한글로 된 책이 원본인것 같은 착각마저 들었다. 미생물을 공부하는 학생이 아니더라도, 그냥 일반 상식면에서 읽는 것도 좋을 듯 싶다. 미생물을 공부하는 학생이라면 더 전문적인 책을 봐야하겠지만. 볼까 말까 망설이는 사람들에게는 당당히 권해보고 싶은 책이다.
매일 저녁 자기전에 살짝씩 읽는 정도라면 1주일정도면 무난하게 다 읽을 수 있는 내용과 분량이다. [인상깊은구절] 피터 스니드는 런던의 큐 식물원에 있는 식물표본집 안에서 말린 후 개별적으로 포장된 식물표본들이 1640년 이후 계속 누적되어 있음을 깨달았다. 이때 그는 이 표본들에 붙어있는 흙에는 다양한 연령층의 간상균포자가 존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그랬다. 스니드는 표본 속에서 살아 있는 간상균의 포자를 발견했으며 이것의 수는 오래된 표본일수록 적어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320년 전의 표본에서 가장 적은 수의 세균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
| '재미있는'이란 말이 들어간 재미없는 과학도서들도 많은데 이 책은 정말 재미있다는 말이 붙어 마땅하다. 이 책을 읽는 사람이면 누구나 각 장의 유별난 미생물들의 생태를 읽는 것이 생각보다 흥미롭다는 것에 놀라게 될 것이다. 배경 지식이 많이 없어도 즐겁게 읽을 수 있었고, 이 책의 내용은 내게 바로 그 풍부한 배경지식이 되어 줄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보통의 생물들이 견디지 못하는 뜨거운 온도에서 살아가는 미생물들에게 감탄할 수 있다면, 자연스럽게 그들이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는지 궁금할 것이다. 그 궁금증이 풀리면 바로 놀라운 능력을 가진 새로운 미생물을 또 만나게 된다. 이제껏 미생물이란 말을 들으면 떠오르는 것이 전혀 없었다. 세균과 바이러스 정도만 나쁜 이미지로 기억할 뿐 미생물이란 것은 본적도 없고 환경 시간에 잠깐 나오는 것 말고는 들은 적도 없었으며 아예 관심도 가지지 않던 것이었다. 하지만 우리 인간과 우리주위의 동물들만큼이나 대접받아야 할 생물이 미생물이다. 보통의 생물들과는 전혀 다른 생존 방식으로 그들은 그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 결국 저자의 생각을 따라, 우주 어딘가의 지구와 전혀 다른 곳에서 이러한 극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미생물처럼 우리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진화한 고등 생명체의 가능성을 생각해 보게 된다. 불가능한 것은 없다. 우리의 미생물들은 그렇게 진화하지 못하고 미미한 존재에 머무르고 있으나 다른 곳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지 못한다는 법은 없는 것이다. 보이지도 않는 미생물의 관찰에서 갑자기 어디인지도 모를 먼 곳으로 이끌려 간 후면 그곳에서 진화할 수 있는 갖가지 생명체의 가능성에 마음을 빼앗긴다. 지금껏 별로 관심이 없었던 영역에 새로이 눈뜨는 순간은 언제나 좋다. 그 순간을 가져다 주는 것들에게 항상 그러듯이 이 책에게도 고마운 마음이 든다. 이렇게 내가 잘 모르고 있는 흥미로운 영역들이 얼마나 더 있을지, 많이 남아 있는 것이 다행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