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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갖지 않고 사는 체험이라고 해야 할까. 일단 돈은 갖고 있다. 먹을 것과 입을 것을 손수 마련하지는 않아도 된다. 다만 제 다리로 걸어서 옮겨 다니면서 사는 삶, 날이 저물면 자야 할 곳을 찾아야 하는 수고는 감수해야 한다. 돈이 없는 것도 아닌데, 집이 없는 것도 아닌데, 차가 없는 것도 아닌데, 이 일을 왜 하는가, 이 일을 하는 사람을 왜 부러워하는가, 우리는, 나는.
편하려고 하면 한없이 편해질 수도 있는 나이인데, 돈도 쓸 만큼 벌어 놓은 것 같은데, 굳이 고단하게 걸으려고 길을 떠나는 76세의 작가. 이번에는 동행도 있다. 걸을수록 더욱 사랑스러워졌다는 연인. 작가보다는 어린 나이라고는 하지만 이미 젊다고 할 수는 없는 나이다. 그럼에도 둘은 떠난다.떠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게 이유라면 이유라고 하고. 그렇게 길 위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며 서로를 향한 사랑을 더욱 키운다. 그리고 짐수레 율리시스. 율리시스는 또 얼마나 많은 보살핌을 요구하던지. 신발 하나 바꾸는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그렇다고 안나푸르나 트래킹 때처럼 포터를 고용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생각만 해도 거추장스럽고 불편할 것 같고 힘들 것만 같은데,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비를 맞아서 구슬프고 춥고 축축한 느낌 고스란히 전해져 오는데, 대단한 사람들이다. 걷고 걷고 또 걷는다. 다리가 아파도 걷고 걷다가 중단하면 기운 차릴 때까지 몸을 추스려서 걷다가 중단했던 그 지점부터 다시 걷는다. 이렇게도 걸을 수 있다는 것을 내가 잠시 잊고 있었다. 앞서 읽었던 세 권에서 본 것인데 말이다. 일정 거리를 걷고 마친 데서 차를 타고 돌아왔다가 다시 그 지점으로 가서 걷기 시작하면 되는 여정.(이거 해 보고 싶다.)
사진이 실려 있지 않아서 이 부분은 많이 섭섭했고, 내가 원작을 읽을 수 없으니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번역문으로만 추측하건대 전문을 다 담아 놓은 것 같지 않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근거도 증거도 없다. 그저 내 느낌이다. 이 작가의 글에서 이렇게 붕 뜨는 느낌을 받을 수는 없을 것 같다는? 문장과 문장 간의 자연스럽지 않은 도약을 종종 본 듯해서.(번역의 의도가 아니라면 작가의 의도였을 텐데, 이래저래 내게는 또 하나의 섭섭한 점으로 남겠다.)
적어도 하나는 되새겨야 할 일이다. 나이 들었다고 더 편하고 쉬운 일을 찾는 취향은 버려야겠다고. 피곤하다는 것은 아무런 핑계가 안 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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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여행은 기대하지 않았던 순간에 믿기 힘든 존재를 만나고 예상하지 못한 시골 구석의 소박한 조화로움에 충격을 받거나 그때까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절대 생각하지 못했거나 그런 생각 자체를 하지 않았던 것을 내 자신이 하거나 생각한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는 것을 말한다."
이 말처럼 여행을 잘 표현한 말도 없을 것이다. 작가와 동갑인 아버지를 위해 사드렸다. 여행을 그렇게 좋아하시는 분이 이제 여행은 귀찮다라고 종종 말씀하시는 것을 듣고 이 사람처럼 아버지가 여행을 포기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잘 사드렸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