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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명나라 때의 일이다. 북경 금릉 순천부에 사는 현명하고 어진 성품의 유현은 아름답고 곧은 성품의 아내 최씨와 열다섯 살에 결혼하여 이부시랑(이조참판정도의 벼슬)이라는 높은 벼슬을 얻었다. 부부는 늦게 아들을 얻었지만 부인 최씨는 출산 후 병으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슬픔에 잠긴 유현은 간신배들이 넘쳐나는 조정을 떠나 아들 연수를 키우는 것에 전념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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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이 다른 집과 다른 특징 중 하나는 텔레비전이 없다는 것이다. 그 덕분인지 나는 학교에서나 가정에서나 책을 자주 접하고 독서를 좋아하게 되었다. TV 드라마는 보지 않지만 막장드라마가 무엇인지는 들어서 알고 있다. 사씨남정기를 처음 읽었을 때는 내용이 뻔한 막장드라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야기의 마지막 즈음에는, 흥미진진하고 짜임새가 촘촘하게 짜여진 한 편의 작품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사씨남정기를 크게 두 가지 측면으로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첫 번째는 작품의 내용 그대로를 보는 관점이다. 이 소설은 중국 명나라 시대에 유연수라는 한림학사가 사씨(사정옥)과 결혼하나, 첩 교씨의 음모로 본처를 내쫓게 되고 후에 첩은 벌을 받는다는 내용이다. 본처 사씨는 바른 품행을 가진 착한 인물로 나오고, 첩 교씨는 교활하고 욕심 많은 악한 인물로 등장한다. 유한림은 교씨의 구슬림에 넘어가 본처 사씨를 내쫓는 유약한 판단력의 소유자이다. 이 세 등장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결말은 누명을 썼던 사씨가 돌아오고, 악행이 들통난 교씨는 처형을 당하게 되는 전형적인 권선징악 구조의 작품이다. 그런데 주요인물 이외에도 내 뇌리에 깊이 박힌 인물들이 있었다. 먼저 소설 전반에 거쳐 사씨를 도와준 묘혜대사의 조카 임씨이다. 그녀는 남루한 행색의 사씨에게 아무런 대가 없이 도움을 주고 후에는 사씨의 추천으로 유한림의 후처가 된다. 임씨는 이야기에서 선한 역할로 나중에 복을 받는 인물이다. 이와 상반된 인물로는 집사 동청이 있다. 교씨와 불륜을 저지르며 사씨의 불행에 한 몫을 하고, 엄숭 밑에서 태수를 맡아 하다가 처형을 당한다. 동청은 이야기에서 악한 행실을 일삼는 자로 결국 벌을 받게 되는 인물이다. 이 두 인물, 임씨와 동청에게서도 이야기의 핵심 내용인 권선징악, 인과응보가 드러난다는 점에서 놀라울 정도로 구성이 뛰어나게 느껴졌다. 두 번째는 이 작품의 시대적 배경을 고려하여 생각해보는 관점이다. 이 작품의 쓴 김만중은 조선 숙종 때의 대표적인 문인이자 정치가였다. 그 시대의 큰 사건으로는 바로 왕인 숙종이 희빈 장씨의 유혹에 넘어가 어진 왕비인 인현왕후를 폐위시킨 일이 있다. 김만중은 흐려진 임금의 마음을 참회시키고자 이 책을 썼다고 전해지는데, 숙종은 유한림으로, 인현왕후는 사씨로, 장희빈은 교씨로 비유하여 나타내고 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인상 깊었던 것은 사씨남정기 속의 시대와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의 상황이 상당히 비슷하다는 점이었다. 인현황후는 서인, 장희빈은 남인 세력이 받쳐주고 있었고, 두 세력이 붕당정치로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인현왕후의 폐위와 복위, 장희빈의 흥함과 쇠락이 모두 정치적인 싸움과 연관되어 있었던 것이다. 서인과 남인 두 붕당간의 세력 다툼이라는 점이 현대사회의 당파 싸움과 다를 바가 없어보였다. 서인은 여당, 남인은 야당. 현대의 여당과 야당이 늘 대립하는 모습과 다른 것이 무엇인가. 사씨남정기는 잘 알려진 고전으로 여러 출판사에서 다시 쓰여 출간되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그중에서 나는 알라딘북스에서 펴낸 이 사씨남정기가 가장 잘 읽혔는데, 글쓴이를 보니 고정욱 선생님이셨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삼국지 시리즈도 고정욱 선생님이 다시 쓰신 것인데, 문체가 어린이와 청소년이 읽기에 편하게 되어 있어 좋다. 너무 어렵지도 쉽지도 않게 쓰여진 문체가 참 매력적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옛 이야기 중 권선징악을 주제로 한 이야기는 많다. 같은 교훈을 전하고 있음에도 사씨남정기가 회자되는 이유는 해석하기 나름이겠지만, 아마도 사필귀정이라는 교훈을 사씨와 교씨라는 인물의 이야기로 적절히 녹여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만약 김만중이 현대에 살면서 지금의 여당과 야당에 대한 이야기를 소설로 짓는다면 어떤 내용이 될까? 그 결말도 사필귀정, 해피엔딩이길 바라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