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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태로운 변경 - 토마스 바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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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화 제국이 세계사상 유례가 없을 만큼 비대한 규모에 집착했던 것은 지정학적으로 강력한 유목 민족의 도전을 상시로 받았기 때문입니다. 마음 편하게 농사 짓고 살려면, 영화 <7인의 사무라이>에도 나오듯 믿음직한 용병을 돈 주고 사서 쓰거나, 아니면 자체 무장을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유목 민족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그토록 큰 규모로 덩치를 키워야 했다니 과연 동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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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화 제국이 세계사상 유례가 없을 만큼 비대한 규모에 집착했던 것은 지정학적으로 강력한 유목 민족의 도전을 상시로 받았기 때문입니다. 마음 편하게 농사 짓고 살려면, 영화 <7인의 사무라이>에도 나오듯 믿음직한 용병을 돈 주고 사서 쓰거나, 아니면 자체 무장을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유목 민족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그토록 큰 규모로 덩치를 키워야 했다니 과연 동아시아 일대의 유목 민족이 얼마나 성질 사납고 역량이 빼어났는지 짐작이 가능합니다.


유목민족이 그나마 동아시아 전체의 패권을 쥐지 못했던 건 첫째 문명의 영속성이 부족했고, 다음으로 내부 항쟁이 너무 치열하여(그들의 고질병입니다) 시스템적인 발전 방안을 갖지 못했던 데 이유가 있습니다. 그러다가 대륙에서 거대한 제국이 새로 출현한다든지 해서 위세 과시용으로, 혹은 예방 전쟁의 의도로 대규모 원정을 일으키면 그때 가서야 걸출한 실력자 밑에 단합하는 양상을 보이는데, 이를 두고 "거울 제국" 이론으로 설명한 학자도 있습니다. 


그런데 야율아보기, 아골타, 칭기즈칸, 누르하치 들처럼 언제나 성공했던 건 아니고, 에센, 다얀 칸, 알탄 칸 등처럼 절반의 통합에 그친 예가 더 많습니다. 아니 그 훨씬 전 5호 16국의 추장들이 "그저 나오기만 한다고 알아서 꿇지는 않은 역사"를 증명하는 더 선명한 예증입니다. 이 중 에센 같은 지도자는 "나오지 말아야 할 것이 괜히 나와서 유목민의 단합을 더 방해한" 경우로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이것은 주류였던 동몽골족 입장에서 봐 그렇다는 거고 오이라트 입장에서는 자랑스럽기 짝이 없는 조상이겠죠. 


명나라가 그 세번째 군주 주체 시절에는 대규모 원정을 일으켜 국위를 떨치기도 했으나 이는 별 실속이 없던 뻘짓임이 드러났고(요즘 중국 자본이 밀어준 듯한 여러 다큐에서 정화의 원정[예전 우리가 배우던 중학교 교과서에도 나옵니다] 역시, 겉만 화려할 뿐 내실이 매우 부족한 헛발질에 불과했습니다), 이후 "거울처럼 발흥한" 유목 민족의 매우 거센 도전을 받게 됩니다. 


오이라트의 에센은 토목보에서 큰 성공을 거둬 영종을 포로로 잡는데, 이 과정에서 노련한 정치적 수완을 구사하기까지 합니다. 즉, 과거의 금나라처럼 군주에게 수모를 주거나 더 먼 과거의 오호처럼 죽이거나 하지 않고, 이후의 외교에 레버리지로 써 먹는 선택입니다. 잡혀 있는 황제도 있고 새로 등극한 황제도 있으니 저쪽에 내분이 일어나리라는 기대인데, 나중에는 아예 귀환을 시켜 이를 본격 조장합니다. 더 재미있는 건, 명나라가 이에 놀아나지 않고 상황과 금상이 적절히 자제하여 남 좋은 일을 안 시키는 행보입니다. 


이전 역사의 유목민족 vs 농경민족의 대결 패턴을 보면 앞뒤 안 재고 파멸적인 단판 승부를 노리는 일이 잦았는데, 이 무렵을 보면 몇수 앞을 내다보고 가능하면 치명상을 안 입고 승리하도록 치열한 두뇌 싸움을 벌이는 양상이 뚜렷합니다. 결국 명나라는 외부의 적이 아닌 내부 모순 때문에 파멸했는데, 비교적 부패가 적고 효율적이고 공정한 시스템을 마련했던 청조가 최후의 승자가 된 건 결코 어부지리가 아니라 오히려 자격 있는 승자에게 트로피가 제 갈 길 찾아간 걸로 볼 수 있습니다. 

v*****7 2019.09.16.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