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벅차오르는 훈훈함. 그리고 그녀를 떠나 보내야 하는 아쉬움. 두 가지의 마음이 부글댄다. 버지니아를 직접 마주하게 된다는 것. 그것은 나에게 가장 매력적인 일 중 하나다. 그녀에 대한 간단한 정보와 가족, 출간한 책들, 그리고 마지막 길. 표면적인 것만 보고 한 사람을 100% 이해할 수는 없다. 그런 오해는 관계를 망칠 뿐이다. 내가 버지니아와의 관계를 그렇게 망친다는 것은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
그녀의 인생 26년간의 문학 일기. 딱 삼일 동안 그녀의 26년 작가 생활에 동행했다. 울프 부인의 고뇌, 환희, 열등감과 자만. 그녀는 하루종일 책 속에 있다. 글을 쓰고 있거나 책을 읽고 있다. 머릿속엔 온통 책에 대한 구상 뿐. 끊임없이 창조해내고 지우고 고치고 다시 세운다. <제이콥의 방>, <등대로>, <파도>, <댈러웨이 부인>, <올란도>, <자기만의방>, <3기니>, <세월>, <막간>. 버지니아 울프의 생각 속에 꽉 차있는 등장인물, 책, 레너드, 친구들, 자연 이 모든 것들은 책을 위해 존재한다.일기 속 갈팡질팡, 푸념하고 고민하는 모습이 어딘지 나와 닮았다. 똑같은 얼굴을 마주한다는 것은 기쁘면서도 묘한 기분이다.
V의 우울증은 지금의 내 상태와 견줄만하다. 세상에 무심한듯, 자신의 글에만 관심 있는 듯 보이면서도 세상의 말과 사람들을 버리지 못한다. 평론가들의 말에 웃었다 울었다, 죽었다 살았다 변덕을 반복한다. T.S 엘리엇과 제임스 조이스에게 약간의 경쟁 의식과 열등감을 느꼈던 듯도 하다. 시시각각 변하는 기분 때문에 그녀 자신도 변한다. 인간이 서로 이리도 닮을 수 있는 걸까. 하지만 내가 V의 천재성을 따라가기란 역부족이란 말도 아깝다.
만나는 모든 이들과 사소한 경험 전부가 글의 소재였다. 그녀가 가진 최고의 천재적 작가의 능력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우울함? 감정기복? 책과 글에 대한 사랑? 열정? 평범한 여성의 글같이 일상의 세심함이 느껴지지만 절대로 얽매이지 않는. 베스트 프렌드로서 그녀의 모든 것을 분석할 의무를 가지게 되었다. 버지니아 울프가 로저 프라이에 대해 그랬던 것처럼.
그녀가 나이고 내가 버지니아 울프다. 아픔을 부여잡고 쓰는 글처럼, 그녀도 끊임없이 뇌를 찌르는 송곳을 머리에 감춘 채 글을 썼겠지. 아쉬움만 남는다. 그녀를 떠나보내기 싫었다. 읽을 수 있고 쓸 수 있어서 그나마 행복하다. 이 사소한 행복도 누리지 못한다면 당장에 난 산 송장으로 변모할 것이다. 그녀가 나이고 내가 그다. 뛰어넘은들 아니 뛰어넘는다는 의미가 뭘까. 우리는 동일한 존재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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