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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대한 이야기 속에서 길을 잃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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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잡다하고 방대한 이야기가 수많은 주제들 사이에 춤추는 양상인 책이었다. 크게 나뉜 재현 방식, 실험과 소비 사이, 세계에 대한 가정, 시와 산문 사이, 인문학에 관한 담론은 각각의 소재를 충실하게 살려낸다.   문제라면 여전히 읽는 자의 무지다. 한 줄의 문장에서 수백년을 건너뛰는 이야기를 만나기도 하고 때로는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하고 때로는 이건 아니다 싶기도 하
"방대한 이야기 속에서 길을 잃다." 내용보기

상당히 잡다하고 방대한 이야기가 수많은 주제들 사이에 춤추는 양상인 책이었다. 크게 나뉜 재현 방식, 실험과 소비 사이, 세계에 대한 가정, 시와 산문 사이, 인문학에 관한 담론은 각각의 소재를 충실하게 살려낸다.

 

문제라면 여전히 읽는 자의 무지다. 한 줄의 문장에서 수백년을 건너뛰는 이야기를 만나기도 하고 때로는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하고 때로는 이건 아니다 싶기도 하고 때로는 도저히 이해 못함에 머리를 쥐어뜯기도 하는 다양한 경험을 선사한다.

 

처음의 이야기는 그럭저럭 흥미를 느끼며 읽었다. 재현 방식의 부분에서 개인적으로 좋았던 부분은 거울에 관하여와 중세를 꿈꾸는 열 가지 방법이었다. 간혹 조금 깊게 생각해야하는 부분도 있지만 이 두 부분만큼은 유쾌하게 읽었노라 장담할 수 있다. 그러나 이제 실험과 소비 사이에 가면 가볍게 읽다가도 조금 뭐랄까 나와 맞지 않는 무엇인가가 있다는 것을 느낀다. 그럼에도 그것을 콕 짚어서 이야기할 수 없음이 답답하다. 대신 '몽테크리스토 백작'에 대한 찬미 부분만큼은 정말 쉽게 읽을 수 있었다.

 

롤러코스터 타는 느낌을 선사한 세계에 대한 가정도 재미있긴 하지만 나는 시와 산문 사이를 즐겁게 읽었다. 원체 시를 좋아하는 경향도 있지만 시라는 것은 사람의 마음을 끄는 그 무엇인가가 있기 때문이다. 산문에서 보여지는 운문적인 양상, 형식을 파괴하는 시의 산문화, 그러나 시와 산문을 구별짓는 독특한 그 무엇은 매력적이다. 그래서 흥미진진하게 읽던 도중 하나의 문장을 만나 무릎을 쳤다. 재미있는 표현이고 생각해볼 것이 많은 표현이었다. 중세의 여러 시에 대한 관념들도 그렇지만 이 문장은 유머러스하다.

 

산문의 원칙은 <주제를 붙잡아라, 그러면 언어가 뒤따라온다>이고, 시의 원칙은 <언어를 붙잡아라, 그러면 주제가 뒤따라온다>이다.

 

산문과 시를 구분짓는 재미있는 방식이라 생각하며 깊이 공감한다. 시에서 중요한 것은 언어, 산문에서 중요한 것은 주제. 그러나 시와 산문 모두 언어와 주제가 중요하지 않을 리는 없으니 시를 읽을 때는 언어가 주는 즐거움 속에서 주제를 찾고 산문을 읽을 때는 주제를 파악하는 즐거움을 누리며 언어의 유희를 감상하면 되는 것이란 생각을 해본다.

 

마지막 장은 역자의 말대로 깊이 생각하지 않는 것이 좋은 부분이다. 서양 철학의 과거를 그 과거에 붙잡히지 않고 온전히 이해하기 힘든 것은 내 사상이 동양적이기 때문이고 서양과 동양의 사고는 어느면에서 보면 180도 다른 양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같은 것과 다른 것을 구분하는 것 자체가 다른데 그들의 사상의 근간에 숨은 모순과 대립, 혼란을 즐길 수는 없었다. 이래저래 그래도 기호학 내용이 많이 나옴에도 충분히 재미를 느낄 수 있었던 책이었다는 데 만족한다.

YES마니아 : 골드 e***h 2010.06.04.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