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끔씩 어떤 문자를 받고 나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때 드는 생각이 있는데, 그것은 행복이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구나, 이렇게 가까이 있구나,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 사실을 정말 잘 까먹는다. 아무리 망각의 동물이라고 하지만, 그렇다.
‘행복에 관한 짧은 이야기’는 그렇게 망각한 나에게 중요한 것을 다시 일깨워준 소설이다. 소설의 끝에서 나는 생각했다. 이 소설은 바탕사탕을 먹은 것처럼 상큼하기도 하고 초콜릿처럼 달콤하기도 한데, 어쨌거나 이런 것들은 내 몸에, 아니 내 정신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주인공이 로또에 당첨된다. 무지 기쁜 그 상황에서 주인공은 아내에게 그 사실을 알리려고 하는데 아내는 화가 나서 사라졌다. 중요한 약속을 어겼기 때문이다. 참으로 설상가상인 것은 그 와중에 주인공이 아내의 ‘바람’을 알아버렸다는 것이다. 주인공은 이제 어찌해야 하는 걸까? 돈이 많아졌지만, 그 기쁨을 나눌 곳이 없다. 돈이 많으면 된다는, 무작정 상상했던 그런 기쁨은 만져보지도 못하고 초라할 뿐이다.
‘행복에 관한 짧은 이야기’가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그래서 이 소설은 짧은 이야기임에도 그 감동이 야릇하면서도 파릇파릇하게 자라나 내 가슴을 휘젓고 있다. 문득 나는 생각한다. 행복이란 이런 것임을. |
|
|
|
'인생역전' '인생대박' 그런 꿈을 꾸며 로또를 사는 사람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많은 사람들이 모두 '인생역전' 의 기회를 얻는 것은 아니다. 정말 하늘에 별따기처럼 어려운 확률을 통과하여 겨우 잡은 '인생역전' 은 정말 말 그대로 그사람의 인생을 한바퀴 돌려 놓는 경우가 많다. 행복에서 불행으로.왜 인생대박을 거머쥔 사람들이 '인생여전' 이 않되고 한방에 인생바닥으로 떨어져 내리게 될까,돈은 과연 행복과 어떤 관계가 있기에 아니 우리 삶에 어떤 존재로 자리하고 있기에 거액의 돈을 거머쥐고도 행복을 얻지 못하는 것일까. |
|
사람은 누구나 감수성이란 걸 가지고 있을 텐데, 그건 나이를 먹으면서 증폭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그와 더불어 생기는 습관 중에 하나가 타인의 삶을 관찰하는 것이다. 그것도 아주 면밀하게. 이는 뭐, 스토킹처럼 집요하게 무엇을 얻어내려는 행위를 말하는 게 아니라 시선의 여유를 말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이제까지 집중되었던 삶의 시선이 오로지 나 자신을 향한 것이었다면 그게 어느 시점부터는 좀 더 광범위한 시야로 달라진다는 의미이고, 그와 더불어 한 곳을 바라보는 시간이 좀 더 지긋해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예전처럼 휙휙, 넘어가지 않는다는 거지. 그러다보니 자연히 어떤 현상이나 상황에 대한 통찰력이 높아지고 그에 따른 감상의 시간도 길어지며 결국, 또다시 자신의 과거를 들추어보는 행위를 반복하기도 한다. 그러니까 이건, 누구나 나이를 먹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당연한 일 중에 하나일 뿐이다. 하지만 그렇게 예민해진 감수성과 날카로워진 통찰력으로 자신이 느낀 것을 적확하게 표현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비슷한 경험을 공유한 사람들이야, 뭔가를 설명하려다 얼버무려도, 그거, 뭘 말하려는 건지 알 것 같아. 라고 척하면 착하고 알아듣지만 비슷한 경험을 공유하지 못한 세대, 혹은 사람들에게 자신이 느낀 감정을 공감할 수 있게 전달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얘기이다. 그런데 그런 걸 확률적으로 비교적 잘 해내는 직업군이 작가이고, 그 작가군 중에서도 발군의 실력을 가진 사람들이 있는데 지금 이 순간 여기에 쓰고 있는 토미 바이어라는 독일 작가 역시, 그에 해당한다.
내가 평소 표현하고 싶었던 어떤 감정이 있었는데 그걸 도저히 말로, 혹은 글로 표현할 수는 없던 차에 누군가 그것을 적확하게 표현해주면 뭐랄까, 이마를 탁, 치게 되는 상황들이 있다. 그리고 그건 약간 묘한 쾌감을 전해준다. 소설을 읽으면서 영특한 작가의 예리한 묘사를 만났을 때 느끼는 감정도 비슷하다.
이 소설은 한 남자가 600만 유로가 넘는 거액이 로또에 당첨되면서부터 벌어지는 일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니까 누구나 한 번쯤은 꿈꿨을 수도 있는 이 상상만으로도 재미난 소재는, 뭔가 잔뜩 기대감에 차오르게 만드는 느낌이 확실히 있다. 그러나 소설의 이야기는 그렇게 둥둥 떠다닐만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 않다. 남자는 로또에 당첨되어 거액을 얻고 또 그와 더불어 어떤 것들을 잃는다. 그런데 이게 우리가 흔히 예상할 수 있는 부주의, 혹은 전혀 달라진 삶 때문에 일어나는 위험에 대해서 말하는 게 아니다. 어찌보면 로또의 당첨과는 전혀 상관없는 한 사람의 인생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이며, 사랑과 외로움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삶에 대한 통찰과 내면묘사가 아주 발군인 그런 소설이다. 이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은 작중화자의 심리묘사와 삶에 대한 통찰에 있다.
의식의 흐름, 그러니까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무는 방식으로 소설이 진행되는 것은 아니지만 거의 그와 유사한 방식으로 쓰여진 소설이다 한 7대 3 정도? 그러니까 상황이란 이 화자의 어떤 생각을 끌어내기 위한 도구로써만 활용되어지는 소설류이므로 전혀 서사적인 소설이 아니다. 그러니 당연히 지루할 확률이 높아질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않은 이유는 서사의 자리에 날카로운 심리묘사와 섬세한 관찰이 대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리묘사와 생각으로 이끌어 가는 소설은 그 두 가지가 탁월하지 않는 이상, 절대로 서사를 대신할 수 없다. 오히려 개똥철학이나, 쓸모없이 사념으로 느껴져서 시간 낭비로 느껴질 뿐이다. 이 경우엔 딱 한 부류, 그 사념을 절대 공감하는 부류만이 그 소설을 좋아하게 된다. 그러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이 재미있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건 바로 그 두 가지가 탁월했었다는 얘기가 되겠다. 혹은 내가 이 작가 말하는 이야기들에 절대 공감하고 있거나.
헤어지고자 하는 여자에 대한 배신감을, 남자는 그 여자에게 답장을 쓰며, 그 답장에 쓴 어느 한 문장을 되새기며, 잘 썼다고, 작은 승리감을 느끼는 장면은 뭐랄까, 진짜 이마를 탁, 치게 하는 부분이었다. 정말 묘한 매력을 가진 소설이었지.
|
|
매주 토요일, 로또 번호가 정해지는 저녁 시간이 되면 내가 이번주에 산 로또 번호와 맞춰보며 내 행운을 빌어본다. 과연 내 인생은 대박칠 수 있을까, 이번엔 드디어 역전을 할 수 있을까. 그러나, 허당, 꽝! 번호 1개라도 맞으면, 아, 아직 내 행운이 죽지는 않았구나라고 위로라도 해야 다행스럽다. 돈이 뭐길래, 요놈이 내 인생을 이렇게 좌지우지하느냐 말이다. '행복에 관한 짧은 이야기'의 저자 토미 바이어도 나랑 똑같은 생각을 했을까? 로또로 대박을 꿈꾸며 인생을 돈더미 위에 올려보고 싶었던 소망이 있던 것일까? '행복에 관한 짧은 이야기' 속 주인공 로베르트 알만은 생각지 못했던 순간, 자신이 로또에 당첨된 행운의 사나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갑작스럽게 손에 굴러들어온 600만 유로를 보며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어찌됐든 나는 알만이 부럽다, 부럽다, 미친듯이 부럽다. 책 속의 이야기라 해도 부럽다. |
|
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