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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하게 진지했던 사회주의 정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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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여름부터 프랑스 뚤루즈로 11개월간 지냈던 적이 있다. 출근길 메트로 정거장 이름 중 하나가 장조레스였고, 시간이 지나다가 이게 뭔가 해서 찾아보니, 19세기말-20세기 초 사회주의자라고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몇 가지 더 알게 된 사실은, 그는 소위 우파에서 좌파로 전향한 인물이었으며, 1차 세계대전을 반대하다가 암살되었다 정도. 그리고 그 이후에 접했던 몇몇 글들
"순수하게 진지했던 사회주의 정치가" 내용보기
2005년 여름부터 프랑스 뚤루즈로 11개월간 지냈던 적이 있다. 출근길 메트로 정거장 이름 중 하나가 장조레스였고, 시간이 지나다가 이게 뭔가 해서 찾아보니, 19세기말-20세기 초 사회주의자라고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몇 가지 더 알게 된 사실은, 그는 소위 우파에서 좌파로 전향한 인물이었으며, 1차 세계대전을 반대하다가 암살되었다 정도. 그리고 그 이후에 접했던 몇몇 글들에서 종종 언급되던 사례가 기억에 남는다. 미국의 유진 뎁스와 함께 사회주의자로 나름 신비롭게 관심이 가던 인물이었다 하겠다. 그러다, 거의 20년 만에 이 책을 잡았다.

일단 성장과정을 보면 그는 남부출신의 순박한 인격을 가진 몰락한 부르주아 출신이었고, 고등사법을 우수하게 졸업할 정도의 수재였다. 평생 지식인의 입장에서 철학과 정치를 일치시키려 노력을 했고, 20년 전 접했던 사실로 인식했던 것과 같이 그냥 정통 우파였다기보다는 공화주의자였다고 말하는게 더 맞을 것 같다. 공화국이라는 국가체계를 수호하기 위해 노력을 했고, 그 과정에 사회주의의 흐름에 관심을 가지고, 점차 그것이 공화국을 공화국 답게 만드는 최선의 방식이라고 판단하면서 사회주의자의 길로 들어섰다 할 수 있겠다.

역자의 글에도 나오지만, 그의 정치경력 초중반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사건은 드레퓌스사건에 대한 개입과 카톨릭 권력의 해산에 대한 개입이라 하겠다. 사실 여태 드레퓌스사건에 대해 아주 막연하게만 알고 있어서 - 내 동년배들이 많이 읽었던 '거꾸로 읽는 세계사'도 안봤었다 - 그 갈등구조가 단지 기득권의 부패와 은폐에 대한 고발 이상의 사회적/계층적 얽힘이 있었다는 것은 이 책에서 처음 알게 되었다. 게다가 사회주의운동 내에서의 분열이 오랬동안 이어졌다는 사실도 새로웠고, 장 조레스는 이 갈등에서 사회주의 주류에 포함되지 않았었다는 사실도 알게되었다. 드레퓌스가 부유한 브루주아 유태인이었다는 이유로, 주류 사회주의자들이 그 같은 개입의 불필요성 - 사회주의 혁명과 관련이 없다는 인식이 강했다는 사실이 살짝 놀랍기도 했다. 카톨릭에 대한 개혁도 놀랍긴 마찬가지인데, 개인적으로 전통적인 가족관과 종교관을 유지하는 모습이 있던 장 조레스이고, 그 정치적 기반이 카톨릭 성향이 강한 남프랑스임에도 불구하고 공화국을 공화국답게 만들기 위해서 대의에 나섰다는 모습이, 게다가 그를 위한 정치적 연합이 거리가 있는 정파였다는 사실이 꽤 놀랍긴 했다.

사상가가 아님은 명백하기에, 그가 보인 여러가지 정치적 행위들 - 전략, 선거대응 등등이 꽤나 실용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특히, 사회주의 사상사에 큰 흔적을 남긴 제2인터내셔널과 관련하여, 그의 다양한 활동과 함께 프랑스 사회당에 대한 지침이 결정되며 일차적인 패배를 맞이할 때에도, 그 이후에 자신의 신념을 관철시키고 주변 동료, 경쟁자들을 설득하거나 표결에서 이겨나가는 모습들은 지속적으로 그려지는 그의 열정적인 지식탐구, 언론글쓰기, 그리고 대중 및 의회 연설의 모습들과 함께 현실정치가로써 정말 대단한 능력을 지녔던 인물임을 짐작하게 한다. 그런 인물이 일정정도 이념분파의 전략을 넘어서는 활동들을 펼쳤다는게 좀 더 멋을 높이는 것 같다.

어차피 비극으로 끝나는 이야기 임을 알고 있었지만, 그의 말년 5-6년의 이야기들은 다른 측면에서 현재 한국의 현실과 맞대어 느낌을 남기고 있다. 20세기 초반이 되자, 프랑스에서도 사회주의 정당들의 득표율이 15-20% 이상에 달하고, 의석 수도 그정도가 되었다. 언급한 제2인터내셔널 암스테르담 대회에서 프랑스의 사례가 검토된 것은 표면적으로 사회주의가가 부르주아 정부에 참여하는 것의 정당성에 대한 이슈였고, 그 만큼... 그리고 그 이후 소위 사회주의자들의 정부 참여 사례 - 전직 혁명가들이 의원으로 선출되고, 경력이 쌓인 후 각료 및 총리 자격으로 연정에 참여하는 일들이 꽤 많아졌다 한다. 한국 사회의 현실과는 꽤 거리가 있지만, 이걸 소위 말하는 한국 7-80년대 운동권 출신 정치인의  현황이라고 보면 유사한 맥락이 꽤 많다고 볼 수도 있겠다. 문제는, 지금의 한국과 유사하게... 그리고 미테랑이나 올랑드 같은 이들이 비판을 받았던 것 처럼, 100-120년 전에도 소위 과거의 전사들이 브루주아화 되고, 권력에 중독되어 집권 후 보수적인 모습들을 보이는 경우가 반복되더라는 것이다. 장 조레스를 무시하던, 지도하던 이들이 우파정부의 앞잡이가 되고, 그의 동료가 보수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면서 그를 공격하는 일들이 계속 반복되더란 이야기다. 장 조레스도 전쟁을 반대하기 위해 부르주아 출신의 사회주의자와 연대를 하는 모습도 보이지만, 최종적으로 결국 그러한 인물들이 1차세계대전으로 휩쓸려가는 유럽정국에서 배신과 무능의 모습을 보이는 이야기들에서는 참 씁쓸함이 배가 되는 느낌이었다. 그러다가 며칠 씩 책을 손에서 내려놓기도 하더라...

예전에 읽었던 제2인터내셔널에 대한 글들은 대체로 비판적이었고, 사민주의로의 경향을 제시한 개량주의적 정책의 오류를 노정했다고 기억하는 측면이 있는데... 그 얘기들을 그대로 받아들이긴 이미 나도 수십년을 더 살았으니, 어느정도 거리를 둘 수 있을 것 같긴 하다. 하지만, 장 조레스 이야기를 보면서, 단지 권력을 향한 방편적인 사민주의가 아니라, 공화국을 공화국 답게 만들기 위한 의회의 활용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보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다른 측면으로 생디컬리즘에 대한 모호한 개념도 새롭게 다듬게 된 측면도 있는데... 예전 민노총이 민노당과 연계를 하는 과정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이와 유사한 고민과 갈등이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말이다.

역자는 장 조레스가 '위대한 인물'은 아니었다고, 그 당시 유럽, 그리고 프랑스에 있었던 사회주의자들(극좌 생디칼리스트에서부터 부르주아 사회주의자까지) 다수가 복잡한 스펙트럼 속에서 여러 멋진 모습들을 보였다고 하지만, 이 책의 전반에서 보이는 그의 노력, 그리고 한국어 제목의 부제인 '프랑스 사회주의 통합의 지도자'라는 말 처럼, 사회주의 공화국을 사회주의 공화국 답게 통합하기 위한 그의 순진하면서도 진지한 노력이 꽤나 오랬동안 인상에 남을 것 같다.
e****s 2024.03.11.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