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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첫째는 이제 어느 정도 커서 책도 자기가 고르고 혼자 읽기도 하는 나이가 되었다. 그래도 아직 둘째가 어려서 도서관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지는 못하지만, 가끔씩 아이들과 도서관에 들려 책을 빌려오곤 했다. 오랜만에 도서관에 들려서 아이들에게 빌려올 책을 고르라고 했더니, 첫째는 바로 이 책을 골라왔다. 곤충에 한참 관심을 많이 가지는 때라 그런지 다양한 곤충들이 나오는 이 책이 마음에 들었나 보다 했다.
집에 와서 보니 예전에 도서관에서 한 번 읽어준 적이 있는 책이었다. 그때도 아이에게 읽어주면서 참 좋은 책이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역시 다시 읽어도 참 좋은 책이었다. 이 책은 내용도, 그림도, 효과도 모두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고 있는 책이었다. 무엇보다 이 책에서 눈에 띄는 점은 적절한 효과였다.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말이다. 아이들 책을 보다보면 아이들의 호기심을 끌기 위해 효과가 너무 과하게 주어서 아이들이 책이 아닌 그 효과에만 관심을 갖게 하는 책도 많이 보게 된다. 하지만 그런 면에서도 이 책은 강약조절이 참 잘 되어 있었다.
처음에는 나비를 보여주고, 나비와 노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런 다음에 나비가 사라지자 나비를 찾기 위해 다양한 곤충들을 만나게 되었다. 근데 곤충들이 갖고 있는 갖가지 패턴들을 책 속에 만들어진 구멍을 통해 보게 해주었다. 그러다 마지막 장에서 책장을 넘기면 짠하고 입체 나비가 나타났다. 아이는 책에서 갑자기 나타난 나비가 마음에 드는지 마지막 장을 펼친 채 계속 두었다. 그리고 마지막 장을 펼쳤다 오므렸다 하면서 나비가 날라 가는 흉내를 내었다. 어른인 내가 보기에도 신기하고 참 멋진데 아이들이 보기에는 어떨까 싶었다.
잘 뜯어보면 별거 아닌 것 같지만 그 효과는 참 컸다. 특히나 마지막 장의 입체 효과가 참 욕심이 났다. 하지만 모든 책장에 다 입체 효과가 들어 있었다면 아이는 이 책의 내용이나 나비에 집중하지 않고 책장을 넘기는 데만 급급했을 것이다. 하지만 앞쪽에는 평면적인 약간의 효과만 주고, 마지막 장에만 입체 효과를 줌으로써 아이는 내용에 집중했고 또 나비에 집중했다.
- 연필과 지우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