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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좋아하는 사람'을 위한 음습하고 기기묘묘한 소설!
벼룩시장의 어느 헌책방에서 한 여성이 이유없이 사망 했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애서가 비블리 씨는 그녀가 지목했던 책을 훔쳐 나온다. ‘겉표지는 사라지고 없고 갈색 속표만 있는 클로스 제본술로 제작된 무두질한 가죽 같은 질감으로 된 손에 쥐기 딱 알맞아 보이는 책의 이름은 ’그 책Das Buch'다. 비블리 씨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책을 꺼내어 훑어보기 시작한다. 마지막 페이지에서 그는 시선을 고정하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눈으로 활자들을 빨아들이던 그는 책에 홀리고 만다. 이제 그는 책이 되고, 책은 그가 되기 시작한다.
알폰스 슈바이거르트의 소설 <책이 되어버린 남자Das Buch>(비채)는 기괴한 매력을 지닌 소설이다. 책을 사랑하는 애서가인 한 남자가 한 권의 낡은 책에 매료되어 푹 빠지더니 결국은 자신이 책이 되어버린다는 이야기는 어느 날 아침잠에서 깨어난 그레고르가 철갑처럼 단단한 등껍질에, 불룩하게 솟은 갈색의 배, 그리고 몸뚱이에 비해 형편없이 가느다란 수많은 다리의 갑충으로 변해버린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을 생각나게 한다. <변신>이 인간 실존의 허무와 절대 고독을 주제로 하고 있다면, <책이 되어버린 남자>는 책과 책에 관련된 사람들의 애정과 애증을 잘 표현한 소설이다.
사람이 책이 된다는 설정은 흡사 판타지같지만, 책을 읽어보면 몇 번의 ‘작은 소름‘을 경험할 것이다. 그것은 결코 있을 수 없는 판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책을 구입하면서 ’책을 만난다‘고 말하고, 책을 읽으면서 책과 대화한다고, 이야기를 듣는다고 표현한다. 그리고 미리 사 놓고 미처 읽지 않은 책을 놓고 자신을 읽어달라고 눈치를 준다고 느끼고 있다. 한낱 책이거늘 구겨질까, 찢어질까, 젖을까, 얼룩질까 고이 모셔 놓는다. 나는 지금도 책을 사람 보듯 의인화하고 있다. 내가 비블리 씨가 된 듯 해서 오싹해진다. 그가 읽고 있던 책도 바로 ’그 책Das Buch'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소름은 예전에도 경험한 적이 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여행의 책>을 읽을 때 였다. 일반적으로 책이 저자가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을 받아서 보여주는 가교 역할을 했었다면, <여행의 책>은 책 속에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들어 있었다. 저자는 스스로를 책이라고 말하며 독자인 내게 주문과 비슷한 방식으로 자신과 함께 여행을 떠나자고 말을 걸었다. 독자는 눈동자로 활자를 쫓으며 읽기만 하면 되는 여행인 셈이다. 글을 읽다 보면 그가 이끄는 대로 스스로 움직이는 경험이 시작된다. 유체이탈과 비슷한 상황으로 만들어져 내가 있는 장소에서 부웅 떠서는 천정과 지붕을 뚫고 책과 함께 하늘을 나는 경험을 한다. 책과 함께 불과 물 그리고 흙의 나라를 여행하고 무사히 제자리도 돌아와 안녕을 고하는 <여행의 책>을 읽으면서 책이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고, 독자가 책에 푸욱 빠져버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알게 했다. <책이 되어버린 남자>는 독자인 내가 주인공인 ‘그 책’이 되어 나를 선택하는 사람들, 즉 애서가, 장서가, 책벌레, 책 수집광, 고서 수집가, 독서광, 작가, 편집자, 출판인, 제본업자, 비평가, 독자, 책에 미친 사람들을 경험하게 된다. 한 권의 손을 거쳐간 사람들의 행동과 책에 쓰인 내용을 접하면서 내뱉는 이들의 목소리에서 이들에게 갖는 책의 애정과 애증을 느낄 수 있었다.
주인공 비블리 씨가 책으로 변하는 순간은 영화 <플라이>를 보는 듯 하고, 전체적으로 음습하고 어두운 분위기와 장면마다 책과 사람 이렇게 단 둘이 조우하며 전개되는 이야기는 팀 버튼 감독의 <크리스마스의 악몽>을 연상케 했다. 고서적을 느끼게 하는 책 편집효과와 분위기를 잘 묘사한 ‘무슨‘의 그림들은 ’그 책‘을 더욱 실감나게 만들어준다. “서점에서 두 악마가 밀회를 갖는다. 하나는 쓰기의 악마요, 하나는 읽기의 악마다.” (요제프 니들러), “책, 곧 죽은 사람이 산사람이 가진 특권보다 우월한 권리를 행사한다.”(루돌프 폰 예링), "운명이란 바로 그대들이 지닌 책, 책은 저마다 운명을 품고 있으니"(오토 슈토에즐) 등 책의 중간마다 등장하는 독서에 대한 아포리즘을 만나는 것도 특별한 재미가 될 것이다.
“만일 그 책을 손에 넣고 거의 끝까지 읽던 중인데, 즉 그 안에 담긴 내용을 건성을 대충 알아 가던 참이었는데, 갑자기 예고도 없이 집중이 되지를 않는다. 그래도 남은 문장들이 무슨 중요한 의미를 품은 것만 같아서 억지로 읽어 보지만 하나도 이해가 되지 않고, 활자들이 흐릿해지며 크기가 작아지다가 결국 완전히 사라져 버린다. 그런데도 왠지 책에서는 눈을 뗄 수가 없다.” 이때가 바로 비블리 씨가 책이 되는 순간이다. 독서를 하면서 책에 자주 몰입되거나, 허리가 아프거나, 키가 줄어든 느낌이 있다면 비블리 씨를 떠올릴지 모른다. 그리고 책에 빠진 사람의 별명을 ‘책벌레’ 대신 ‘비블리 씨’라고 불러야 할지도 모른다. 특별한 느낌의 기기묘묘한 소설, 책을 읽는 사람만을 위한 멋진 소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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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되어버린 남자, 여자는 아니다. 왜일까? 여자는 왜 책이 되지 않을까? 나는 여기서 엉뚱한 질문을 던지다. 간단하게 정의하면 남자들(남자같은 여자도 포함)은 본능적으로 이성적이고 합리적 사고를 하는 좌뇌 우세형이다. 그러다보니 책을 좋아하는 대부분의 사람은 남자다. 여자도 종종있음을 부인하지 않지만. 생태적으로 책은 남자의 전유물과 같은 것이다. 어느날 비블리라는 남자가 길거리 헌책방에서 이상한 한 권의 책에 눈독을 들인다. 그 책에 정신이 팔려 저기도 모르게 훔쳐 달아난다. 그리고 정신없이 책을 읽다가 어느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자신이 책이 되어 있다. 책이 되어 이리저리 팔리고 옮겨 다닌다. 그러다 책 속에서 다시 인간으로 몸으로 나오지만 그것은 죽음을 의미한다. 이 책은 다시 어느 누군가의 주목을 받게 되고 계속하여 동일한 일이 반복된다는 이야기다. 죽음에서 시작하여 죽음으로 끝이난다. 중간에 남자가 책이되고 다시 사람이 되어 죽음을 맞이한다. 그래서 괴기영화 같은 것이다. 이 책을 사진찍어 페이스북에 올렸더니 어느 지인이 하는 날. "니네!" 나란다. 나를 두고 이미 책이 되어버렸다고 장담하는 그녀의 심보는 무엇인가. 진심인지 농담인지 모를 지인의 말에 약간 충격을 받았다. 그럼에도 기분이 나쁘지 않았던 이유는 난 책 중독자이기 때문이다.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 안에 가시가 돋친다는 안중근의사의 고백처럼 나 또한 그러하다. 책을 읽지 않는 날은 화장실에서 큰 걸 보고 닦지 않는 것과 같이 찝찝하다. 그러니 나보고 책이 되어버린 남자라고 놀리는 것이 어찌 부당한 일이겠는가. 그는 기꺼이 동의했다. "책을 소유하지 않는다는 것은 가난의 심연과 같다." -존 러스킨 "책 하나 없는 방은 영혼 없는 육체와 같다." -키케로 책을 좋아하면 책에 관련된 명문이나 금언들을 모은다. 노트에 베끼고 핸드폰에 저장하고 일기에 적어 놓기도 한다. 주인공인 비브리가 그랬고 나도 지금 그런다. 이뿐이겠는가.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밑줄친 곳은 한 두 문장이 아니다. "그는 일찌감치 부모, 선생님, 동료 등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책벌레, 독서광, 이야기광으로 찍혔다. 이런 별칭들에 대해 마음이 상하기는커녕, 그는 오히려 책과 관련되었다는 점에서 우쭐해지곤 했다."(68쪽) 얼마나 기가 막히는가. 나도 이런 말을 수십번 수 백 번을 듣는다. 들어도 전혀 기분 나쁘지 않다. 심지어 욕을 해도 행복하다. 이런 욕말이다. "책에 미친 놈아!" 그 외의 욕은 싫다. 책에 관련된 욕이라면 얼마든지 괜찬다. 기분이 더 좋다. 나도 이미 책이 되어버린 것이 분명하다. 이건 어떤가? "그의 정신세계에서는 책을 읽는 것이 바로 양식을 의미했다. 또한 책은 수면이 제공하는 것과 다름없는 수준의 휴식을 만들어 주었고, 수면과 마찬가지로 꿈속에 빠져들어 소소한 일상을 잊을 수 있게 해 주었다."(79쪽) 어제 저녁도 하루종일 일에 지쳐 파김치가 되어 집에 돌아왔다. 잠깐 누워있다. 책을 집어 들었다. 아내가 야단이다. "그리 피곤한데도 책이 눈에 들어와요?" 나의 답은 늘 간단 명료하다. "응" 책은 피로회복제다. 책은 영혼의 쉼터이다. 책은 우황청심원이다. 책은 더운 여름의 아이스크림이고, 차가운 날의 뜨거운 아메리카노 한 잔이다. 난 이미 책이 되어 버렸다. 어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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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방법, 책을 읽고 실질적으로 삶에 적용하는 법, 다른 이가 이야기하는 또 다른 책들 등등 ‘책에 관한 책’은 무수히 많다. 그런 무수히 많은 책들 중에서 보다 책 자체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끔 만드는 책이 있다. 많은 생각을 하게끔 한다고 해서 한없이 진지하고 재미없을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마시라!! ‘그 책’은 놀라우면서 즐겁게 우리를 판타지의 세계로 안내한다. 책의 판타지로 ㅡ!!
표지에서 부터 느껴지지 않는가?! 나에게 소리치면서 혼을 내는 모습의 무서움이 ㅡ. 음.. 그래 비약이 좀 심했다. 나에게 소리친다기보다는 눈을 가리고 고통에 겨운 비명을 내지른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책이 되어버렸다는 사실로 인한 고통에 겨운 비명일까?! 이 책의 제목이 표지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책이 되어버린 남자』ㅡ. 말 그대로 이 책은 책이 되어버린 남자의 이야기이다.
‘책을 진정으로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은 책꽂이에 고스란히 꽂아 두기만 하지 않고, 메모가 깨알같이 뒤덮이게 만든다.’ - P153
책에 미쳐간다 ㅡ. 내 삶의 큰 발걸음에 초석이 되고자 시작했던 책 읽기가 이제는 책 자체에 큰 의미가 옮겨가면서 나는 책에 미쳐 간다 ㅡ. 마치, 중간고사를 앞두고 공부한 것은 없고 아직 봐야할 것은 엄청나게 쌓여있는.. 그래서 한없이 초조하기만한 학창 시절로 돌아간 것만 같은 느낌이다. 봐야할 책, 혹은 보고 싶은 책은 많은데 하나도 놓치긴 싫어서 구입만 와장창 해버리는 모습이 말이다. 결국 구입한 책들은 전부 보지도 못한 채 또 다음 책으로 넘어가면서, 책장 속 책들에는 먼지만 쌓여간다 ㅡ. 책 읽기가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책 소장이 더 좋아져 버리는 어이없는 상황이 된 나의 모습에 ‘그 책’은 날카로운 비명이 되어 나에게 다가왔다 ㅡ.
다시 한 번 나의 책장을 바라본다. 구입 해놓고 아직 보지도 않은-좀 더 솔직히 말해 책장에 들어간 이후 눈길도 받지 못한- 책, 한 번 보고 쳐 박아 놓은 책, 혹은 이런 책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관심이 없었던 책들까지 ㅡ. 언젠가 나에게도 그 책들이 다가와 나를 ‘책이 되어버린 남자’로 만들어 버리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나를 섬뜩하게 만든다. 나의 뒤에 놓인 책장에서는 무섭게 나를 노려보는 눈빛들이 느껴진다 ㅡ. 어쩌면 이 책이 나의 무엇을 앗아가는 것을 느끼기에 그 눈빛이 오롯이 전해지는 것은 아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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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되어버린 남자 - 책, 그 마력.
필자는 책을 좋아한다. 아니, 매우 좋아한다. 누가 그랬던가. 망원경이 시야의 확장이고, 각종 도구가 손의 확장이라면, 책은 경험의 확장이라고. 가지 못하고 느껴보지 못했던 것들을 느끼게 해주는 책은, 단연코 알게 된다면 빠져나올 수 없는 그런 마력을 지니고 있음이 분명하다. 한참을 서성이다가, 마음에 드는 책을 구입하고 나면, 어서 빨리 집에 가거나 어딘가에 앉아 책을 읽고 싶은 마음뿐이다. 아니, 마음이 급할 땐 집에 가면서 손에 들고서 읽었던 적도 있다. 그렇게 정신없이 집에 도착하면 가방이든 옷가지이든 대충 던져놓고서 (물론 책에서 눈을 떼진 않는다) 제대로 책에 몰입하게 되고 만다. 시간이 흐르는지 배가 고픈지도 모른 채 한참을 읽다보면 어느새 책은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끝났다는 아쉬움과 함께 미뤄두었던 배고픔이나 목마름 같은 신호들이 다가온다.
이처럼 책에는 어떤 마력이 있기에 이런 식으로 붙잡고 놓지 않는 것일까. 어릴 때부터 책에 빠져들어, 책과 함께 살다가, 기어이 책의 마력에 붙들려 책이 되어버리고 만 남자의 이야기. -책이 되어버린 남자 이 책의 서문에는 이렇게 적혀있다. ‘책과 함께 책들 속에서 살아가는 모든 이들을 위해, 애서가, 장서가, 책벌레, 책 수집광, 고서 수집가, 독서광, 작가, 문필가, 편집자, 출판인, 교정자, 식자공, 인쇄업자, 제본업자, 에이전시, 서점, 비평가, 독자, 사서, 독서 치료사, 고서점, 책에 미친 사람과 책에 담을 쌓은 사람, 그 모든 이들을 위해, 오직 그들을 위해.’ 이중 필자는 여섯 가지 정도 해당하는 것 같다. 이 서문이 말하는 것은 한가지다. 책을 아는 사람들을 위한 책. 적어도 시간가는 줄 모르고 책을 읽어봤거나, 책에 대하여 어떤 느낌(그것이 좋은 것이건 나쁜 것이건 간에)을 가진 사람들만이 이해하고 공감 할 수 있는 내용들이 가득하다.
책이 되어버린 남자, 그러니까 남자가 아닌 책은 책의 시선에서 책의 세상을 본다. 책이라는 건 읽힐 때는 잠깐이지만 한번을 읽히기 위해 기다리는 시간은 어마어마할 정도로 고독하다. 그 누군가에게 읽히기 위해 오랜 시간을 기다리고, 그나마 책을 아낄 줄 모르는 사람들에게 붙들리면 고통만 느끼기 일쑤였던 책. 애서가라고 생각했던 그의 입장에서 본 책의 세상은 그야말로 두렵기만 한 곳이었다. 먼지가 쌓이고, 누군가에 의해 강제로 젖혀져 책등이 늘어나고, 낙서 등으로 오염된 나머지 잿더미가 되거나 재생지가 되기 위해 형편없는 종이반죽이 될 것이라는 상상 만으로도.
책을 좋아하고 책을 아낀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그리고 묻고 싶다. 당신은 과연, 진정으로 책을 좋아하는가. 책을 진정으로 아끼는가. 책은 읽히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보관하고 자랑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의 책장, 혹은 서랍 속에서 먼지만 쌓여가는 것들을 과연 책이라고 부를 수 있겠는가 하고 말이다. 필자도, 오늘은 묵혀두었던 책을 꺼내어 다시 한 번 읽어보고 싶어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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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서가,장서가,책벌레,책 수집광, 독서광,작가,문필가,편집자,출판인,교정자,식자공,인쇄업자,제본업자,에이전시,서점,비평가,독자,도서관 사서, 독서 치료사,고서점가,책에 미친 사람들과 책을 증오하는 사람들, 그리고 바로 당신을 위해.....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책을 좋아하는 정도를 지나쳐 책에 미쳤다고 표현하는 것이 어울릴 만한 사람이다. 비블리라 불리우는 사내. 그의 인생의 모든것이 책이다. 그에게 필요한 모든 것은 오로지 책을 위해 존재할 뿐이다. 애서가,장서가,독서광 그 어떤 말로도 표현하기 힘든 그 에게 책은 책 이상의 가치를 갖는다. 세상에서 희귀하다는 책은 한 권도 빠짐없이 자신의 서재에 소중히 간직하고 있는 그에게 어느 날 , 아주 특별한 책이 다가왔다. 벼룩시장에 나갔던 비블리의 눈에 띈 작은 책. 바로 문제의 <그 책>이다. 제목이 <그 책> 이다. 책의 제본이 훌륭한 것도 아니고, 저자가 위대한 사람도 아닌 책. 시장통에서 사람들의 홀대속에 그냥 잊혀져 갈 형편없는 책이었지만, 어쩐지 비블리씨에게는 운명과도 같은 끌림이 있었던 모양이다. 책을 위해서는 절대로 돈을 아끼지 않았던 그였지만, 어쩐지 <그 책>을 얻기위해 비블리씨는 댓가를 지불하지 않았다. 아니, 너무 큰 댓가를 지불하게 되는것일지도 모른다. 주인 몰래 슬쩍 <그 책>을 챙긴 비블리씨는 집에 도착하자 마자 이내 <그 책>에 심취하게 된다. 책을 핀 순간 책 속에 빠져 버릴 정도로 강한 흡인력이 있는 <그 책>이었는데, 어쩐 일인지 책의 끝 부분에 가서는 도저히 책에 집중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만다. 책의 활자는 점점 작아지고, 시야는 흐려지고 정신은 산만해 지기 시작한 것이다. 끝내 책 읽기를 포기해 버리고 만다. 그 후로 비블리씨에게는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그 책>을 보기만 하면 가슴이 울렁거리고, 정신이 혼미해 지기 시작한 것이다. 비블리씨의 삶은 <그 책>으로인해 , 걷잡을 수 없는 혼돈의 세계로 빠져 들고 만다. 평상시 책을 얻기 위해서는 살인조차 서슴지 않겠다고 생각하던 비블리씨, 자신의 서재를 그 무엇보다도 사랑하던 비블리씨가 어느날 갑자기 자신이 소유한 모든 책을 다 팔아버리게 된 것이다. 단 한권 <그 책>만을 제외한 채..... 비블리씨는 점점 고립된 사람이 되어 갔다. 얼마남지 않은 친구들과의 연락도 끊어 버린 채. 오직 <그 책>만에 심취하게 된다. 아니 <그 책>에 심취하기 위해 다른 모든 책들과 사람들을 떠나보내게 된다. 이제 비블리씨에게 남은 것은 오로지 <그 책>뿐이다. 처음에는 저항도 해 보았지만 끝내 비블리씨는 거역할 수 없는 운명의 힘에 이끌려 <그 책>과 하나가 되어간다. 아니 <그 책>이 되어간다.
이제 부터는 카프카의 변신 속편이 진행된다. 비블리씨는 어느 날 갑자기 <그 책>이 되어버렸다. 마음뿐만이 아닌 몸 조차도 <그 책>이 되어버린 것이다. 척추가 꺽이고, 손 발이 오그라들더니 이내 자신의 몸 어느 하나 움직일수 없는 책이 되어버린 것이다. 카프카 이후 최대의 변신이 이루어졌다. 책으로 변한 비블리씨는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치게 된다. 여러 사람을 거치는 과정에서 비블리씨는 책처럼 생각하고, 책처럼 행동한다. 하지만, 비블리씨가 변한 <그 책>은 결코 평범한 책이 아니다.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행동할 수 있는 위험한 책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로 인해 수많은 책들을 죽였던 오만한 평론가는 <그 책>에 의해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게 되고, 인기없는 고만고만한 작가를 자살로 몰아붙이기까지 한다. 자신과 같이 책을 수집하는 데 취미가 있는 어떤 사람을 만나서는, 책 한장 한장이 해부된 채 새로운 옷을 입고 태어나는 대대적인 성형수술까지 받게 된다. 이제 책이되어 버린 남자 비블리씨는 자신이 생전에 바라던 대로 관속에 묻히는 경험까지 하게 된다. 비록 자신이 좋아하는 책과 함께 관에 묻히는 것이 소원이었지만, 지금은 자신이 책이 되어 책을 사랑했던 그 어느누가와 함께 묻혀버리는 상황으로 변해 버린 것이다.
비블리씨는 완전히 책이 되었고, 책이 된채 자신의 생명을 다해 버리게 된 것이다.
그 후로도 비블리씨와 <그 책>은 상상을 초월한 여행을 하게 된다. <그 책>이 어떤 책인지는 모르지만, 사람의 운명을 바꿀만한 충격적이고 무서운 책임에 틀림없다. 아마도, 책을 목숨보다도 더 아끼는 사람들의 욕망으로 똘똘 뭉쳐진 금기의 책일지도 모른다. 비블리씨는 책으로인해 많은 것을 얻었다. 책으로 인해 모든것이 다 해결될수 있다는 믿음을 가진 사람이었다. 책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은 존재하지 않는 다는 믿음을 가진 사람이었다. 책에 대한 강한 신봉은 끝내 그를 책으로 만들었다. 책이 되어 버린 비블리씨는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여 타인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발휘해 버린다. 책과 사람이 한몸이 되는 순간이다.
책을 읽고 그에 영향을 받아 바뀌는 인생이 아닌, 책 스스로가 사람의 운명을 바꿔버리는 능동적인 주체로 변모한 것이다. 그 모든것이 책에 심휘한 한 사내의 무서운 운명이었다.
책을 좋아하는 , 책에 심취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많다. 책을 좋아함으로써 발생하는 엽기적인 이야기들을 많이 읽어봤지만, 이 책처럼 직접적이고 강렬한 내용은 처음이었다. 사람이 책이 되어버린다는 발상이 전혀 근거없는 황당무개한 전제이기는 하지만,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 가질수 있는 무서운 집착 만큼은 충분히 공감이 가는 이야기 였다. 무엇인가에 미치도록 심취한 나머지, 그것과 동일시 되어가는 사람. 주위에서는 그를 미친사람이고 지칭한다. 하지만, 그것은 그것에 미치지 않은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이야기 이다. 진정으로 무엇인가에 미쳤다면, 우리는 그를 미친사람이라고 말 할 수 없다. 단지 많이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할 것이다. 책은 충분히 많이 좋아할 만한 강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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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내가 책을 가까이 하게 된 계기에 대해서 생각해봤다. 초등학교 시절 집에 전집이 있었는데 아마도 그건 나를 위한게 아니라 언니를 위한 책이 아니었을까 싶다. 물론 우리집 형편에 새책이었을리는 없었고 지금 생각해도 상태가 아주 좋은 되물림 받을 책이었던 것 같다. 출처가 어딘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친구들과 어울려 닥터 슬럼프나 순정만화를 엄청나게 즐겨봤고 집에서는 전집을 꺼내서 봤던 것 같다. 읽고 독후감도 쓰고 숙제도 하고 해서 몇번 상장을 받았던 것 같기도 하고.. 그게 내가 아니고 언니인가? 여하튼... 좀 외로웠던 것 같다. 친구들과 어울려 놀기도 당연히 했지만 그 당시에도 학원가는 친구들이 상당히 있었기 때문에 난 그시간에 집에서 TV보거나 어깨넘어로 배운 피아노를 치거나 책을 보거나 했으니까.. 독서광이라고 할만큼은 아니다. 왜냐면 책을 항상 가까이 하기는 했지만 뭐랄까.. 내 월평균 독서량은 2권정도가 딱 적당했으니까... 중학교때까진 순정만화를 엄청나게 읽어대고 고등학교 때는 교과서 안에 '할리퀸 로맨스'를 넣어서 읽을 정도로 푸~욱 빠져있었다. 성인이 되어서는 끊임없이 보았지만 화장실에서 보는 독서습관이 있었기에 월 2권을 넘을때가 많이 없었고 물론 나는 일하느라고 잠잘 시간이 없을 많큼 바빴다가 친구들과 놀기에 바빴고 연애하느라 바빴고 결혼해서 애키우면서 일하느라 바빴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화장실에서 만큼은 책을 품에 안고 있었으니 나름대로 자랑스럽다고 할까? 이런 나의 막무가내식 책사랑이 2008년 하반기에 들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는데... 그건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을 다시 읽으면서이다. 2008년 9월 케이블에서 '오만과 편견 다시쓰기'를 보면서 열일 제치고 '오만과 편견'을 다시봐야겠단 생각을 했고 그녀의 책을 접함으로써 나는 독서에 다시한번 애착을 갖기 시작했다. 그리고 '막무가내식 독서는 이제 안녕~'을 고하고 보다 제대로 된 독서를 하기로 마음 먹었다.
지금이 2010년 2월이니 그래도 시간이 좀 흘렀는데 그사이 무슨 변화가 생겼을까? 일단 2009년 독서량이 100권을 기록했다는 것.지금도 한달에 15권정도의 책을 읽고 있다는 것.. 그리고 서평을 남기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소설에 국한되었던 책 편식을 다방면으로 늘렸다는 것.. 가장 큰 변화는 나만의 서재를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서재라고 해봐야 책장에 책을 넣어놓는 것 뿐이지만 그간 먼지를 다 뒤집어 쓰고 서로를 부퉁켜 안고 있던 책들에게 집을 마련해주었다. 아마도 다들 그 느낌을 알 것이다. 내가 정말 사랑하고 아끼는 작품들이 가지런히 총 천연색을 발하면서 완전 깨끗하고 청초한 모습으로 차례대로 꽂혀 있을때의 이루 말할 수 없는 만족감.. 그리고 기억하고 싶은 구절이 있는 페이지를 접는 버릇을 고치고 이제는 포트스잇을 붙여서 기억하고 있다. 무조건 책은 100% 소장해야한다는 고정관념도 버리게 되어 선물받거나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이 아닌 이상은 선물하거나 기증하는 방법으로 책을 정리하고 있다. 그간의 시간에 비하면 완전 많이 발전한게 아닐까? 서평을 남겨야 하는데 왜 뜬금없이 내 사생활이나 들추고 있을까? 바로 오늘 서평을 남길 ' 책이 되어버린 남자'를 보면서 나의 책사랑이 어떤 수준인지에 대해서, 제대로 사랑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진단하는 경험을 했기때문이다.
책에 미친 남자, 드디어 책이 되다!
책에 미친남자 비블리씨는 벼룩시장에서 알 수 없는 끌림에 책 한권을 슬쩍하게 된다. 비블리씨에게 책은 꼭 필요한 가구이자, 인류가 남긴 종이 유적이며, 책을 통해 현재는 물론 과거와 미래, 나아가 실존하지 않는 차원들로까지 여행이 가능한 것이었다(P81). 하지만 벼룩시장에서 책을 가지고 온 날부터 악몽에 시달리더니 급기야 그는 그 책으로 들어가 스스로 책이 되어버리고 만다. 집을 청소하러 온 한 여자를 통해서 이제 새로운 주인들을 만나게 되는 비블리씨. 그는 냄새가 나는 가방에 들어가기도 하고 집어 던져져 아픔을 당하기도 한다. 그러던 그는 자신이 책을 보는 사람들의 기분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고 좋은 방향으로 쓰면 좋았을 그 능력을 사람들에게 복수하는데 쓰기 시작한다. 비블리씨는 자신을 모욕하는 여주인을 희롱하고 무명의 한 작가를 자살에 이끌며, 유명한 비평가 한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한다. 더러워지고 구겨지고 집어던져지고.. 새로 제본되는 과정에서 껍질이 벗겨지는 고통과 이루 말할 수 없는 아픔에 혼절하기도 여러번... 그는 책으로 사람들의 여러가지 대접을 받으며 그런 분노를 키웠던 것이다. 결국 자신의 무덤을 판 것인지 그가 살해한 비평가의 무덤에 함께 들어가게 된 비블리씨.. 그는 그 안에서 시체의 부패하는 시큼한 냄새에 익숙해지고 벌레들의 사각거리는 소리에도 익숙해질 즘 무덤에서 해방되고 만다. 자유를 다시 찾아 벼룩시장으로 다시 나오게 된 비블리씨.. 그는 그 자리에서 자신을 관심있게 바라보는 한 여자를 보고 욕정이 올라오는 것을 느낌과 동시에 책에서 꺼내진다. 그리고 바로 사망에 이른다....
책이 서두에 비블리씨는 벼룩시장에 있었다. 책을 다 읽고 제일 첫 장으로 페이지를 넘기니 그가 이 책을 발견하기전에도 어떤 여자가 같은 모양새로 죽어있었고 그 또한 그 사건이후에 책을 품에 넣게 되었다. 이번엔 그가 나와 죽었고 그 책을 유심히 보던 그 여자가 책을 소장하게 된다.. 결국 같은 이야기가 돌고 돌고 돌게 되는 것... 물론 책속에 들어가는 사람이 어떤 마음을 품느냐에 따라서 과정과 결과가 달라지긴 하겠지만 바로 전의 여자도 나와서 사망에 이른걸 보면 사람들은 다들 비슷한 생각을 하는 것 같다.
비블리씨는 책을 소중하게 다뤘던 사람일까? 난 문득 내가 책을 읽으면서 혹시 고통을 주지 않았는지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는데,,, 앞에서 말했듯이 나는 과거에 기억하고 싶은 구절이 있는 페이지의 모퉁이를 접어두는 습관이 있었다. 물론 지금도 가까운 곳에 포스트잇이 없으면 같은 방법으로 기억을 하곤 한다. 이상하게도 귀퉁이를 접고 나면 언제 그 페이지를 펴더라도 어떤 구절을 기억하려고 표시를 해뒀었는지 눈에 확~ 들어올 정도가 되기때문에 그것이면 충분했다. 그리고 난 소장하고 있는 책은 누굴 빌려주거나 보았던 책을 선물하지 않기때문에 충분히 괜찮다고 생각했다. 구겨지고 낙서하는 것은 굉장히 싫어했지만 모퉁이를 접는 건 괜찮았다.. 조금 모순인가? 내 책들이 당했을 고통을 생각하니 이제 내가 악몽에 시달리는게 아닐까?하는 말도 안되는 생각마저 든다.가끔은 들고 있는 책을 소파위에 휙~ 던졌던 기억.. 그리고 제대로 된 책장을 사기전에 수많은 먼지속에 방치했던 기억.... 그 사이에서 내 책들이 숨을 쉬고 있었을지.. 아니면 생각없는 주인의 뒷담화를 나눴을지... 그래도 지금은 자주 꺼내보고 청소하고 정리하고 있으니 이젠 좀 괜찮은 사람이려나?
나는 몇가지의 경험들이 있을까? 어떠한 유형으로 책을 학대하고 괴롭혔을까? 당신은 어떠한 방법으로 책을 대했는가? 책의 입장을 섬세하게 그려내는 것으로 보가 작가는 100% 책의 입장이 되어 이 글을 썼으리라. 그리고 그는 책을 엄청나게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것이 짐작되고도 남는 책이었다. '책이 되어버린 남자'를 보면서 취미에 당당하게 '독서'라고 쓰는 한 사람으로 책을 아끼고 사랑하는 방법, 그리고 꼭 신간이나 새 책만이 책 구실을 하는 것이 아님을 다시한번 절실하게 느끼게 되었다. 작가가 아주 길게 남긴 헌사처럼 아래의 사람들에게 이 책을 읽어 볼 것을 권한다.
『 ‘책과 함께 책들 속에서 살아가는 모든 이들을 위해. 애서가, 장서가, 책벌레, 책 수집광, 고서 수집가, 독서광, 작가, 문필가, 편집자, 출판인, 교정자, 식자공, 인쇄업자, 제본업자, 에이전시, 서점, 비평가, 독자, 사서, 독서 치료사, 고서점, 책에 미친 사람과 책에 담을 쌓은 사람, 그 모든 이들을 위해, 오직 그들을 위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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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되어버린 남자> 제목을 보자마자 머리속을 스쳐지나가는 것이 있다. 그것은 온 몸이 털로 덮여있는 남자와, 나무껍질처럼 생긴 것들이 몸 여기저기를 잠식하면서 고통속에 살아가던 사람의 모습이다. 언젠가 티비를 통해서 본 적이 있는데 충격적인 화면이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는다. 그때 본 영상들이 떠오르는것과 함께 책이 되버린 남자의 모습을 잠시 생각해보는데, 사람이 책이 된 모습은 막상 잘 떠오르지가 않는다. 나의 상상력이 부족한 탓일지도 모르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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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명중 9명은 하루 독서시간이 채 10분이 되지 않으며, 성인 4명중 한명은 일년 내내 책을 한권도 가까이 하지 않는다.' 먼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이것이 우리들의 책에 대한 현실이다. 오늘도 수없이 많은 책들이 우리 주변에서는 넘쳐난다. 소설에서 자기계발서, 역사, 경제, 인문, 고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책들이 우리를 유혹하고 있음에도 우리는 그 어느것의 손도 덥석 잡으려 들지 않는 것이 바로 우리의 모습이다. 하물며 책읽기가 취미?라는 사람들도 있으니...
왜? 라는 물음이 조금은 어색하기까지 하다. 나 자신 조차도 책과 가까이 하기 시작한 시간이 그리 오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바빠서, 시간이 나지 않아서, 책을 들면 잠이와! 볼만한게 없던데.... 핑계도 여러가지겠지만 책과 친구가 되지 못하는 이유는 아마도 마음속 '여유'를 잃어버렸기 때문은 아닌지 모르겠다. 쉼없이 뛰어가는 사람들속에서 뒤쳐지지 않으려 달려가지만 도전과 목표를 잃어버린 사람들의 발걸음은 왠지 무겁기만하다. 그리고 그 속에서 여유란 찾을 길이 없어보인다. 책속에서 찾을 수 있는 색다른 도전과 삶의 지혜까지 던져 버릴만큼 우리 시대는 '빠름'과 '속도'란 병에 걸려버린 것일까?
반면 책에 미쳐버린 사람들도 있다. 애서가, 장서가, 책벌레, 책수집광, 독서광, 작가, 문필가, 편집자, 도서관 사서, 고서점가.... 사실 책에 미친 사람들이라지만 아직 그런 부류의 사람들과 만남을 갖아본 기억이 없기에 지극히 그들의 증상?이 어떤지 표현하기는 그렇다. <책이 되어버린 남자> 알폰스 슈바이거르트의 이 책에 대한 판타지는 자칭 혹은 타칭 책에 미쳐버린 사람들, 책과 사랑에 빠진 이들에게 바치는 작품이 아닐까 생각된다.
비블리 씨에게 있어서 독서란 하루도 빼놓을 수 없는 '습관'이 되었고, 나아가 하루라도 제때 충족시키지 않으면 살 수 없는 강렬한 '욕구'가 되었다. - P. 67 -
<책이 되어버린 남자> 그의 이름은 '비블리' 씨이다. 벼룩시장에서 발생한 한 여인의 갑작스런 죽음, 그녀의 앞에는 <그 책>이라는 제목의 오래 되보이는 책 한권이 놓여있었다. 그녀는 '그 책' 앞에서 입술이 일그러지고 핏기가 사라지며 죽음을 맞이한다. 그 자리에서 '그 책'에 끌려 급기야 충동적으로 책을 훔치고야 마는 비블리씨! 애서가이면서 책에 미친 비블리씨, 어린시절부터 20년 넘는 세월 동안 책을 수집하고 함께해 온 그였지만 '그 책'을 만난후 갑자기 다른 책들에 대한 혐오감이 들기시작한다. 그리고 모든 책들을 고물장수에게 팔아버리게 된다. 그리고 매일밤 악몽에 시달리게 된다. 악몽속 주인공, 등장인물은 오로지 '그 책'뿐이었다.
비블리씨의 책에 대한 사랑은 자신이 갖고 싶은 책이라면 살인까지도 저지르는 것도 상상할 수 있었다. 책을 소유하겠다는 광적인 열정을 가진 비블리씨와 '그 책'과의 만남 이후, 계속되는 악몽으로 병원을 드나들던 그는 결국 어느날 입이 딱 벌어지고 귀를 찢을 듯한 날카로운 비명과 함께 '그 책'이 되어버린다. 책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비블리의 운명은 수많은 사람들의 손에 옮겨다니게 된다.
자신의 집을 청소하던 청소부 여인과 그녀의 아이에게로, 다시 시립도서관에서 수집벽에 눈이멀어 가위를 집어드는 도서관장에게로, 출판사의 편집자, 출판을 거절당한 작가, 비평가, 책 수집광.... 등 책이 되어 책과 관련이 있는 혹은 책을 사랑한다는 그들의 손에서 손으로 옮겨진 '그 책', 비블리씨는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자신의 삶, 책의 생(生)을 느끼고 깨닫게 된다.
'책을 진정으로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은 책꽂이에 고스란히 꽂아 두기만 하지 않고, 낮이고 밤이고 손에서 놓지 않아 손때가 묻고, 책갈피가 닳고, 메모가 깨알같이 뒤덮이게 만든다.' - P. 153 -
책을 사랑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책의 납골당?을 소유한 부자 수집광의 책사랑일까, 비블리씨의 상상처럼 살인도 마다하지 않을 책에 대한 광적인 열정일까, 출판사 편집자인 저스틴 폴처-크라머 양의 베스트셀러작가와 무명작가를 편가르는 행동일까, 아니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위해서라면 양심의 가책도 없이 책에 가위를 집어드는 위선적인 도서관장의 모습일까. '그 책'이 되어버린 비블리씨의 책 여행에서 우리가 갖고 있던 책에 대한 사랑의 의미를 다시한번 되새겨보고 우리의 모습이 책속에 비친, 책을 사랑한다는 이들의 모습과 얼마나 닮아 있는지 거울을 들여다보듯 느껴보는 시간이 될것같다.
<책이 되어버린 남자>에서 인상적인 부분 중 하나는 사람이 책이 되어버렸다는 판타지적인 소재도 그렇지만 그 속에 담긴 일러스트도 한 몫하고 있다. 일러스트레이터로도 활동중인 독일 작가 알폰스 슈바이거르트의 '그 책'과 비블리의 여행은 독특한 느낌의 일러스트로 독자들과 책과의 거리를 좁혀주고 빠져들게 만드는 매력을 간직하고 있다. 덧붙여 비블리씨가 모아 두었다는 책에 관한 명언들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한번쯤 꼭 기억해두어도 좋을 느낌으로 다가온다. [P. 81~83]
'책은 가장 현명한 노인이요, 가장 용감한 대장부이다. 책은 가장 모성깊은 여인이요, 가장 사랑스럽고 귀여운 소녀이다. 일곱권의 책을 가진 사람은 더 이상 사람을 사귈 필요가 없다!' -뵈리스 프라이헤어 폰 뮌히하우젠 - '좋은 책이란 우리에게 무엇을 주는 게 아니라, 무엇을 앗아가야 한다. 우리가 확신하는 어떤것을.' - 얀 그레스호프 - '책장은 곧 그 사람이나 마찬가지이다. 나에게 당신이 가진 책들을 보여주면, 나는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 줄 수 있다.' - 알프레드 마이스너 -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책일 경우, 첫눈에는 좋은 책이요 근사한 책일 때가 많다. 내가 책을 통해 배울 점을 찾는 경우, 그런 독자들이 찾아 주지를 않는다.' - 페터 빅셀 -
책을 사랑한 남자, 책에 미친 한 남자의 책에 대한 열정과 책이 되어 펼쳐진 여정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그 책'은 지금 어디에서 누군가의 손에, 아니 또 다시 누군가 그 책이 되어 사람들속을 헤메이고 있을까? 책에 대한 사랑, 책에 대한 열정이 가지는 올바르고 진정한 의미를 다시한번 되새기고, 책과 가까이 하지 않은 이들이라면 책속에 담긴 오래도록 기억되는 명언들을 통해 책과 가까이하는 좋은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이 책'을 내려놓는다. 단순히 책수집광이 아닌, 반대로 책을 증오하는 사람이 아닌 책을 진정으로 사랑할 줄 아는 사람들이 '이 책'을 통해 더욱 많아지길 바래본다. 그리고 책과 가까이 할 '여유'가 들어설 작은 공간이 사람들의 마음속에 자리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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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되어버린 남자 / 알폰스 슈바이거르트
1.
제 블로그에 오시는 대부분의 이웃님들이 그러하듯, 저 역시 책을 무척이나 좋아라 합니다. 읽는 분야는 소설, 에세이 등으로 한정되어 있지만 어딜가던 책 한권쯤은 꼭 들고 다닙니다. 이런 습관은 제가 어릴적부터 시작되었던 것 같습니다. 저희 어머니는 제가 어릴적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아 저명한 학자가 될거라 굳게 믿으셨다고 합니다. (오늘날 어머니는 내가 오타쿠새끼를 키웠다며 한숨을 쉬시곤 하시지만요..) 뭐 책을 가까이 한다고 해서 똑똑하다는건 아니지만 남들보다 더 풍부한 이야깃거리를 가지고 있는것은 자신할 수 있습니다.
아마 제가 책으로 변한다면 전 참 재미있는 책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적당히 교훈적이고, 충분히 야하며, 때로는 극단적인 뭐 이정도의 이야기랄까요. 그 기분이 궁금하긴 하다만 굳이 책으로 변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생각해보면 전 책이라는 사물 자체를 좋아한다기보다는, 읽고 기록하는 행위를 더 좋아합니다. 물론 수집의 즐거움도 빼놓을수는 없겠지만, 단순히 책장에 책을 꽂아놓는것보단 읽을때의 행복이 더 크기에 계속 사람으로 남아 책을 읽어 나가는 입장이고 싶습니다.
2.
책은 제목 그대로 책이 되어버린 한 사내의 이야기 입니다. 고서점에서 우연히 책 한권을 발견하게 되는 주인공 '비블리'. 그는 '그 책'을 갖고싶다는 욕망을 이기지 못하고 훔치고 맙니다. 그렇게 책을 손에 얻게 된 '비블리'는 책을 미워하게 되고, 곧 책을 다른 사람에게 팝니다. 하지만 그 책은 다시 비블리에게 되돌아 옵니다. 그리고 어느날 비블리는 책이 되어버립니다.
책이 된 비블리는 자신을 모욕한 편집자를 강간하고, 자신을 읽지도 앉은채 책장에 방치하려한 장서가를 살해합니다. 책이 되어버린 남자에게 책을 가까이 하는 사람들은 벗이아닌 적입니다. 도서관장은 책을 오려내고, 비평가는 책의 단점만을 부각시키는데 혈안입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비블리는 피의 복수를 감행합니다.
3.
책은 전형적인 독일 소설을 닮아 있습니다. 얼핏 줄거리만 봐서는 흥미로울지 모르지만 막상 읽어보면 재미가 없습니다. 사실 재미 없다는 평을 쓰는데도 겁이 나긴 합니다. 이 자식이 지 욕했다고 밤중에 얼굴을 덮치지는 않을지 걱정이 되니 말입니다. 책의 아스트랄한 내용은 별로였지만, 그 안에 들어있는 책과 관련된 글귀와 삽화들은 참 좋았습니다.
집에 쌓아두고 읽지못한 책들에 대해 급 공포를 느끼게 만드는 책이였습니다. 반성하고 빠른 시일내 읽어나가야 겠습니다. 이번달 사재기는 그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