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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평생 여성숭배를 주제로 한 작품세계를 추구한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중단편이다. 이 책에는 다야마 가타이의 ‘소녀병(少女病)’이라는 단편이 더 수록되어 있지만 여기서는 ‘후미코의 발’만 말하기로 한다.
이 작품의 작중화자는 젊은 미술학도이다. 환갑이 넘은 노인과 십대 첩의 기이한 관계를 목격하고, 편지로 다른 사람에게 내용을 전달하는 형식의 액자식 구조로 되어있다. 옛날 소설은 액자식 구조가 유독 많은데, 이 작품의 경우 노인의 3인칭 시점으로 기술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어린 여자의 발에 깔리고 싶은 주인공의 마조히즘, 패티시즘의 심리를 더 잘 묘사할 수 있지 않았을까.
다만, 관찰자 시점으로 기술하고 있는 작중화자마저 노인의 심리를 이해하게 되고 그 자신 또한 여성숭배에 조금씩 빠져들고 있다는 점까지 감상요소로 고려하면 액자식 구조도 나름 의미가 있을 듯하다.
노인은 첩의 발에 깔려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 최상의 환락 상태에서 세상을 떠난다. 후미코의 발에 대한 시각적 묘사는 금방이라도 눈에 떠오를 듯이 아름답고 선명하다.
[껍질만 벗기고 칠하지 않은 쭉 뻗은 나무를 정성스레 깎아 놓은 듯한 정강이가 아래로 내려갈수록 점점 가늘어져 발목 부분에서 일단 꽉 조여진 다음, 완만한 경사를 이루어 부드러운 발등으로 이어지고, 그 경사 끝 부분에 다섯 개의 발가락이 새끼발가락에서 조금씩 앞으로 쭉 뻗어 가다가......] 40page
그 발에 깔려 환희에 빠지는 노인의 집착도 기이하고 징그럽다기보다는 도리어 심금을 울리도록 처절하다.
[“후미코! 제발이지 네 발로 내 이마를 잠깐 밟고 있어다오. 그래만 준다면 이제 죽어도 한이 없겠다...”
(중략)
빛깔이 곱고 싱싱하며 기름기가 자르르 감도는 발 아래에 뼈만 앙상한 볼을 세우고 조용히 눈을 감는 환자의 얼굴, 그 흙빛을 띤 무표정한 병자의 얼굴은 아침 해에 녹아 가는 얼음 알갱이처럼 무한한 은총에 감사하면서......] 50page
모두가 거장다운 작가의 필력 덕분이다.
이 소설 말고도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여러 작품들이 국내에 소개되었고 절판된 몇몇 작품은 고가(高價)에 중고로 거래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의 작품을 더 읽고 싶어지게 만드는 작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