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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을 탑승할 때마다 유심히 사람들을 바라본다. 그들은 대개가 휴대폰에 고개를 푹 파묻고는 무언가에 열중해 있다. 휴대폰 아닌 무언가를 들고 있는 이를 발견하기란 쉽지가 않다. 이제 휴대폰은 현대인들에게 필수품이 되어버린 것이다. 휴대폰이라는 명칭에 어울리지 않게, 우리는 전화 외의 기능을 위해 휴대폰을 사용할 때가 많다. 인터넷 서핑을 하고 게임을 한다. 주식 검색을 하거나 물건을 구입하는 일도 잦다. 손 안에서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셈인데, 이와 같은 변화는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휴대폰을 가진 이들은 소수의 비즈니스맨들이 전부였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그 당시에는 휴대폰의 가격이 함부로 넘볼 수 없을 정도로 비쌌고, 무엇보다도 휴대폰을 장만해야겠다는 필요성을 느끼질 못했다. 어찌저찌하여 휴대폰을 장만했더라도 폰이 울리거나 폰을 사용할 일이 드물었으니, 정말로 필요한 경우가 아닌 다음에야 남에게 자랑하기 위함 이상의 의미를 지니지 않았다.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보자. 이 책의 제목은 ‘전화의 역사’다. 그런데 전화에 ‘역사’라는 단어를 붙여도 되나 싶을 정도로 전화와 함께 우리가 생활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가 않았다. 인구의 90%가 넘는 사람들이 휴대폰을 지녔고, 심지어 한 대로는 모자라 두 대, 세 대 지닌 사람도 존재하는 요즘을 생각하면 놀라운 일이다. 초창기의 전화는 오늘날처럼 개개인이 스스로 원하는 번호를 눌러 거는 방식이 아니었다. 교환수를 통해야 했는데, 잘못된 연결이 꽤나 많았던 모양이다. 오늘날 감정노동자들의 노고가 부각되고 있는데, 사람들로부터 온갖 말들을 다 들어야 했던 전화교환수 역시 일종의 감정노동자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래도 마땅한 일자리가 없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전화교환수 자리라도 차지할 수 있었던 건 어쩌면 복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전화는 친일 부역세력의 무기로서 활용되기도 했으며, 그 반대의 경우도 존재했다. 독립운동가들을 색출한다는 미명하에 통화의 대다수가 도청되었다. 의병들은 통신망을 교란시키고 파괴함으로써 투쟁에 있어서의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려 들기도 하였다. 현대로 올수록 전화는 우리의 삶으로 점점 더 다가왔다. 그래도 한동안은 특권층들을 위한 것인 양 그 가격이 상당했으며, 일종의 ‘보여주기’를 위한 도구마냥 여겨지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사교를 위한 도구로서도 널리 활용되었으니, 다방 등에 존재하던 전화는 남녀노소, 특히 유명인사들을 다방으로 끌어모으는 힘을 톡톡히 발휘하고는 했다. 소위 보이스피싱으로 모두가 골머리를 앓는 요즘인데, 과거에도 이와 흡사한 사례들이 존재했다. 다만, 지금보다는 덜 지능적이었고 심지어 귀엽다는 느낌까지 받을 수 있었으니, 책에 수록된 사례를 하나 살펴보자면 다음과 같다. 이처럼 여러 면에서 시·공간압축은 놀라운 변화를 보였지만, 전화는 1971년 현재 여전히 서민에겐 진기한 사치품이었다. 1971년 대학예비고사를 한 3개월 남겨놓고 고3여학생 김용숙은 시험에 붙기 위해 반에서 공부 좀 하는 아이 2명을 꼬드겨서 선생님들의 숙직실에서 공부를 했다고 한다. 당시만 해도 전화는 한 반에 한두 명 정도가 있을 뿐이었는데, 숙직실 한 구석에 까만색 다이얼전화가 있는 게 아닌가. 1999년 밝힌 회고담을 들어보자. “나는 두 모범생을 선동하여 전화를 걸기로 했다. 하지만 수화기를 들었는데 전화를 걸 곳이 없다. 이 소중한 기회를 놓칠 수는 없고`````` 궁리 끝에 아무 번호나 꾹꾹 누르기 시작했다. ‘여보세요.’ 딸깍. 처음에는 너무 놀라서 그냥 끊어버렸다. 하지만 횟수가 거듭될수록 간이 커져서 상대방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우리는 여자가 받으면 무조건 끊고 남자가 받으면 무조건 ‘사랑해요’ 했다. 그 남자들은 얼마나 황당했을까? 한번은 강적을 만났다. 남자가 받기에 여느 때처럼 ‘사랑해요’ 했더니 저쪽에서도 ‘나두’ 한다. 말하자면 나는 전화폭력 1세대인 셈이다. 이런 폭력(?)은 한 번 정도는 애교로 넘어가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오늘날에는 그로 인한 피해가 상상을 초월한다. 과거에야 전화를 지닌 이들 자체가 원체 적었지만 지금은 ‘개나 소나 휴대전화를 갖고 있다’는 말이 통용될 정도로 휴대전화의 보급률이 높다. 어마어마한 자본을 투자해가며 홍보에 열을 올리고, 이효리 전지현 김태희 등의 톱스타를 기용해가며 이미지 구축에 힘을 쏟는 것 역시 휴대전화 시장이 지닌 상업성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는 전화의 역사를 쓰고 있다. 말을 할 줄 알기나 싶은 아이가 액정을 터지해가며 게임을 즐기는 일은 더 이상 신기하지가 않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아니 엄마 뱃속에서부터 휴대폰을 이용해온 세대가 전면에 나설 날도 머지않았다. 과연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휴대폰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을지, 신흥종교라도 되는 것 마냥 손에서 휴대폰을 놓지 않는 사람들의 마음이 휴대폰 아닌 다른 무언가로 충만해질 날이 과연 오긴 할지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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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만에 집은 책이 강준만 꺼다.(^^강준만 매니아 맞다^^) 이 책 역시 강준만식의 퍼나르기 미학의 진수다. 아무래도 전화와 관련한 사회문화적 기사를 토대로 자기 생각을 집어 넣는 방식이기에 95% 이상이 인용구다. 문장이 끝날 때마다 붙어 있는 각주번호는 책 뒷편의 인용문출처 페이지의 두께를 상상하게 한다. 전화가 발명되어 보급된지 150여년이다. 우리 나라에는 고종황제시대때부터 들어왔고 일제강점기를 거쳐 근현대사에 빼놓을 수 없는 전화의 발전과 진화를 꽤 강도있게 다룬다. 전화로 인한 에피소드들은 얼마나 많은가. 집집마다 전화가 설치되기 전 학교에서 중요한 공지를 알리기 위해 친구 집으로 걸려온 전화를 받으러 다니던 시절도 있었는데...요즘 애들은 왜 핸드폰으로 받지 그러지 않을까? (지붕뚫고 하이킥의 해리가 할아버지에게 답하던 것처럼^^) 운전하다가 생각난 후배에게 전화를 걸기 위해 공중전화 박스 앞에 차를 세워두고 앞서 사용중인 사람의 통화가 끝나기를 기다리던 추억도 요즘 애들은 이해할 수 없겠지. 1분넘게 쓸데 없는 전화를 하고 있던 어떤 남자에게 아기를 안고 기다리던 한 아줌마가 빨리 전화를 하라고 한 마디 했다가 그 남자에게 흉기로 난자되어 살해당한 사건을 알 수 없을 것이다. 전화의 역사는 또한 우리 생활 문화의 역사다. 좀 지루하긴 하지만 근현대사를 한번 훑은 느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