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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한 달 전쯤 구입해 두었던 하름 데 블레이의 <왜 지금 지리학인가>를 읽기 시작했다. 구입했을 때는 보지 않았던 저자 소개를 다시 자세히 보니, 낯익은 책 제목이 하나 눈에 띤다. <공간의 힘>. 읽었던 책 아닌가? 기록을 찾아보니 2010년에 읽었다. (출판은 2009년) 책장에서도 찾을 수 있었다. 내용은 자세히 기억나지 않는데, 다른 블로그에 써놓은 글을 읽으니 꽤 인상 깊었던 것 같다. 일단 그 때의 기록을 옮기고, 다시 읽어봐야겠다. **************** 언제부턴가 "지구는 평평하다"란 주장이 아무렇지도 않게, 아니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물론 지구라는 행성이 평평한 모양을 가지고 있단 얘기는 아니다. 세계가 점점 하나의 문화와 경제를 공유하면서 거의 유사한 기회를 지니게 되었다는 뜻이다. (나는 그렇게 이해한다) 그러나 하름 데 블레이는 <공간의 힘>에서 그러한 명제를 단언코 부정하고 있다. 세상은 여전히 울퉁불퉁하며, 세계 주변부로 갈수록 더 울퉁불퉁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가 책에서 제시하고 있는 적지 않은 수의 지도들이 바로 그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즉, 세계가 평평하다, 혹은 평평해지고 있다는 주장은 단지 세계 중심부 중에서도 일부에게만 해당하는 사항이며 ('상하이 하얏트 호텔이나 뭄바이 오베로이 호텔, 두바이 힐튼 호텔의 고층 전망 좋은 방에서, 혹은 싱가포르 항공의 비즈니스 클래스 창가 좌석에서 바라보는 세상은 실제로 평평해보인다.') 수많은 사람들이 평평하지 않은 세상에서 온갖 위험과 불평등을 안고 살아간다는 것이다. 어릴 때부터 우리 사회의 장점으로 '기회의 균등'을 수도 없이 들으며 자라왔다. 책을 다 읽을 즈음, 화장실에 앉아 내게 주어졌든 기회는 어떠했나를 잠시 생각해봤다. 분명 '평균 이상'이었다고 생각한다. 비록 단 한번 과외를 받지 않았어도, 풍족하고 하고 싶은 것을 다 하고 살진 못했어도 내가 도전하는 것을 도전할 수 있을 정도의 기회는 늘 내게 있었다. 그러니까 나는 '기회의 균등'이라는 측면에서 투덜대며 사회를 비판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추지 못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에게 주어졌던 기회만큼도 갖지 못했던 수많은 사람들을 대변할 수는 있지 않을까, 하는 자못 '대견한' 생각도 든다. 물론 그걸 행동으로 옮겼던 적도 있었던 것 같고, 지금 그러지 못함을 부끄럽게 생각하고 있기도 하다. 블레이의 주장이 의미있는 것은 바로 그런 점을 지적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세상에 불평등한 지점들을 하나하나 짚어가는 것이야말로 다소는 빈약해보이는 대안 제시보다 훨씬 의미있는 '찌르기'인 셈이다. 그 '찌름'에 조금이라도 아픔을 느낀다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조금이라도 달라질 것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어떻게든 다 연결되어 있으며 그 연결점이 미국이나 일본, 유럽 등만이 아니라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동남아시아, 인도 등도 포함된다는 것을 깨우치기에 이 책은 충분히 의미있는 책이다. "초국적 이주 및 이문화간 이주에 대한 제약은 여전히 강력하며 어떤 점에서는 유연해지기보다 더욱 강화되어, 세계를 평평하게 하기는 커녕 더욱 울퉁불퉁하게 만들고 있다. 공간은 가장 극명하게는 출생지로서, 또한 대다수의 사람들이 일상을 살아가는 제한된 장소로서, 여전히 수많은 이들의 운명을 결정짓는 가장 강력한 요소이다." (214쪽) "아프리카 시골지역에서, 신이 귀가 얇은 이들을 시험하기 위해 다윈을 창조했는지 아닌지에 관심이 있는 지역인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또한 방글라데시의 수백만 인구는 벵골 언어와 문학, 언어에 자부심을 느낄 시간적 여유도 없을 것이다." (245쪽) "출입이 통제되는 특별구역과 번쩍거리는 무표정한 고층빌딩들이, 식민지 시대, 배타적 국외자 지역과 고딕 풍의 행정건물들이 있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세계기업은 신新식민주의 섭정이다." (314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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