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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안흥 도서관에서 만나게 된 책이다. 정유미 작가나 책의 내용에 대해서는 아무런 배경 지식이 없었다. 다만 도서관에서는 1회에 5권까지 빌릴 수 있는데, 다른 책을 4권을 고르고 남은 한 권을 이 책을 선택했을 뿐이다. 분량은 두툼했지만 1쪽에 4컷 이하의 만화가 있고, 대사나 지문도 거의 없으므로 부담이 되지 않을 듯해서 선정했을 뿐이다. 그런 책에서 무엇을 느꼈는지 몇 가지만 적어보겠다. 첫째, 마음의 여유가 없으면 읽기가 쉽지 않은 책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 책은 4컷 이내의 삽화만 있는 만화 형식이다. 한 컷이나 두 컷만으로 이루어진 쪽도 상당히 많으므로 읽는 자체는 힘겹지 않다. 그러나 그야말로 생각을 끊임없이 해야 하는 작품들이었다. 사건 자체는 간단하다. 한 쌍의 연인들이 만나서 여성이 돌을 가지고 땅에다가 네모를 그리는 데서 시작한다. 두 남녀는 마치 방에 들어가듯이 신을 신고 네모 안에 들어가서 다양한 연애 놀이를 하는 것이다. 여성이 핸드백 속에서 주전자와 컵을 꺼내서 흙을 파서 주전자에 담아 남성에게 권하고, 남성은 마시는 시늉을 한다. 이어서 네모 안에서 종이접기, 숨바꼭질, 의사놀이, 상대의 눈을 가린 뒤에 목덜미를 손가락으로 찌른 뒤에 어느 손가락인지 맞추는 놀이 등 다양한 놀이를 한다. 그러면서 상대의 무신경에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시체놀이를 하면서 흐느끼기도 한다. 마음의 여유가 없으면 읽기 어렵다고 한 이유는 이 놀이들이 상징하는 것이 무엇인지 금방 와닿지 않았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네모 안에서 두 남녀의 놀이로 진행되는데, 특별한 사건이 없으니 지루한 느낌도 있었다. 그러니 마음의 여유가 없으면 완독하기가 쉽지 않은 책이라고 생각된 것이다. 둘째, 정유미 작가의 존재를 알게 되면서 한강 작가가 떠올랐다. 나는 책을 읽을 경우에 작가의 약력은 거의 읽지 않는다. 현재 읽는 작품으로 느끼면 되는 것이지, 그가 과거에 어떤 작품을 썼으며, 어떤 평가를 받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은 읽는 도중에 작가의 약력을 찾아보았다. 도대체 작가의 의도가 무엇인지 언뜻 와서 닿지 않았으므로 작가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던 것이다. 그는 볼로나 국제 아동 도서전에 『먼지 아이』와 『나의 의 작은 인형상자』로 2년 연속 리가치상을 수상했고, 자그레브 국제 애니메이션 영화제에서 이 작품(연애놀이)으로 그랑프리를 수상하면서 국내외에서 주목을 받는 작가라고 한다. 그 밖에도 세계 4대 애니메이션 영화제 중에 하나인 히로시마 국제 애니메이션 영화제에서 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되었고, 미장센 단편영화제에서 최우수상을 받는 등 국제적으로도 작품성을 인정받는 작가라고 한다. 정유미 작가에게서 한강 작가를 연상한 이유는 그가 『채식주의자』로 맨부커상을 수상하기 이전까지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작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또한 작가의 작품을 서너 편 읽어보았는데, 개인적으로 작품성은 뛰어난지 몰라도 대중적으로 쉽게 읽을 작품과는 거리가 멀다는 느낌을 받았다. 정유미 작가 역시 한강 작가와 비슷한 유형의 작가가 아닌가 싶다. 이 책을 마지막까지 읽었는데도 뚜렷하게 남는 것이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셋째, 정유미 작가가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는 현실이 다행으로 느끼면서, 좀 더 다양한 내용의 작품을 기대했다. 작가의 작품성을 알아주는 평론가들의 국내외적으로 많고, 각종 영화제나 작품전에서 수상을 하면서 인지도가 높아졌으니 예술가들에게 다행스러운 일이 아니겠는가. 자신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고, 그것이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이 있다는 것은 그 사회가 문화적으로 풍성한 사회라는 의미일 것이다. 한국 만화계의 전설 중에 한 사람인 고우영 작가의 경우 아동물과 성인물을 가리지 않고 작품을 양산했으며, 작품 세계도 고전과 현대를 망라하고 있다. 비록 작고 하셨지만, 반세기에 걸쳐서 독자의 호응을 받은 많지 않은 작가 중에 한 분이니 작가로서의 삶은 행복했으리라고 본다. 정유미 작가에게서도 대중의 호응을 받을 수 있는 웹툰 같은 작품을 기대하고 싶다. 전 세계 80여 개 영화제 상영, 유럽 6개국 TV 방영, 10여 개 국제영화제에서 수상한 작품을 만들 역량이면 그런 작품도 충분히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작품을 누구에게 권할까 권하기가 좀 조심스럽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마음의 여유를 갖고 상당한 인내심을 발휘해야 완독할 수 있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작품이 난해해서가 아니라 몰입을 하지 않으면 흥미를 느낄 수 없는 내용이라서이다. 고등학생 이상이라면 무언가를 느끼면서 책장을 넘길 수 있으리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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