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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개 이야기 - 유기견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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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3학년 때의 일이다. 당시 큰외삼촌이 시골에서 동물 농장을 경영했는데, 각종 동물이 있었고, 동물들을 외부의 손길로 부터 지키는 감시견도 많았다. 감시견이라고 해서 혈통이 유구한 그런 종은 아니었고 잡종견이 더 많았다. 아마 잡종견의 새끼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아주 하얀 강아지 한 마리를 시골에서 데려와 집 마당에서 키웠다. 지금 기억해도 아주 귀여운 녀석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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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3학년 때의 일이다. 당시 큰외삼촌이 시골에서 동물 농장을 경영했는데, 각종 동물이 있었고, 동물들을 외부의 손길로 부터 지키는 감시견도 많았다. 감시견이라고 해서 혈통이 유구한 그런 종은 아니었고 잡종견이 더 많았다. 아마 잡종견의 새끼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아주 하얀 강아지 한 마리를 시골에서 데려와 집 마당에서 키웠다. 지금 기억해도 아주 귀여운 녀석이었는데, 이 녀석을 품고 동네 골목에 놀러 나갔다가 형 친구들을 만나게 된다. 형 친구들은 강아지를 받아 쥐고는 위로 던지고 받아내고 하는 행동을 하기 시작한다. 지켜보는 내내 마음이 불안하고 초조했다. 아니나 다를까, 얼굴이 까맣고 안경을 쓴 형의 친구가(라고 쓰고 자식이라고 읽는다) 강아지를 떨어뜨리고 말았다. 강아지 코에서 코피가 났다. 그 이후로는 자세한 정황이 기억나지 않는데, 나는 평생 형의 그 친구(라고 쓰고 개만도 못한 놈이라고 읽는다)를 미워하게 됐고 강아지는 오래 살지 못하고 죽었다. 


당시에는 개를 키운다는 게 지금과 많이 달라서 동물병원이 많지도 않았고 대부분 마당에 목줄을 채워 기르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왜 죽었는지 정확한 원인도 알지 못 했고 어린 마음에 많이 슬펐던 걸로 기억한다. 하얀 강아지가 죽고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겠지만, 골목 어귀의 동네 아주머니가 그 집 개가 낳은 새끼를 5,000원에 판다는 소식을 듣고 구경을 하러 갔었다. 주로 어두운 색 계열의 강아지가 많았는데, 나는 거기서 까만털의 강아지 한 마리를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하얀 강아지가 힘 없이 죽는 모습을 봐서 그랬는지, 이 녀석을 훈련 시킨다고 박스에 넣고 이리 저리 흔들었던 기억도 난다. 아무튼 까만털의 강아지와 함께 나도 자랐고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이 녀석이 새끼를 많이 낳기도 했다(괜히 마음이 더 슬퍼질까봐 차마 그녀석의 이름도 쉽게 쓰지 못 한다).


개를 키울 수 없는 집으로 세 들어 이사하게 되면서, 6년 정도 키우던 이 녀석을 시골로 보낼 수 밖에 없었다. 아직도 헤어지던 그날 밤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비가 많이 내리고 천둥까지 치는 그런 밤이었다. 흐르는 게 비였는지 내 눈물이었는지 트럭 화물칸에 묶여 꼬리를 내리고 벌벌 떨던 녀석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벌써 20년도 더 지난 이야기인데 이 녀석과 관련된 기억을 뒤적거리다보면 가슴 한 켠이 싸해진다. 마치 첫사랑 처럼, 생각하면 아련하고 보고 싶어진다.


그때만해도 집을 잃어 방황하는 개는 있었어도, 주인으로부터 버려진 개는 보기 드물었다. 떠돌이 개가 없는 건 아니었으나 지금처럼 유기견이 사회적 문제로 인식되지도 않았고, '반려견'이라는 말로 인간과 거의 동등한 대우를 받지도 못 했다. 이래저래 '동물권'이라고 칭하는 동물들의 권리뿐만 아니라 그들의 생활 환경 또한 나아졌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수가 많아지는 만큼 문제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이 그림책은 도로 위의 달리는 차에서 개가 버려지면서 시작된다. 개를 버리는 매정한 손, 자신을 두고 떠나는 차를 미친듯이 쫓는 개 한 마리. 개는 달리고, 또 달리고, 또 달린다. 차 안의 주인(이라고 쓰고 개만도 못한 놈들이라고 읽는다)이 힐끔 돌아보는가 싶더니 차는 개의 시선에서 사라지고 만다. 개는 그 자리에 앉아 주인의 흔적을 코로 쫓는다. 지나가는 차를 살피고 도로 위에서 냄새를 맡다가 차에 치일 뻔한다. 그리고 개를 피하려는 차가 반대편에 오던 차와 '꽝!'하고 충돌을 하게 된다. 차는 불길에 휩싸이고 소방차가 오고 경찰들이 오고 사람들이 몰려 든다. 작가의 의도는 무엇이었을까? 버려진 개의 심정이, 버려진 개의 현실이 이런 교통사고와 같은 큰 사건이라는 걸 말하고 싶었던 걸까?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면서도 개의 외로움을 부각할 수밖에 없었다. 개인적으로는 동물권을 강하게 주장하는 사람이 아니지만 현 시대에 벌어지고 있는 유기견 관련 이슈는 이대로 두어선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정말 개를 사랑해서 기르는 것인지, 단지 자신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라이프 스타일의 하나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개를 키우는 것인지 엄밀하게 따져 봐야 한다.

s********8 2017.08.14.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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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움직이는 것 같다.
"살아 움직이는 것 같다." 내용보기
글씨라곤 하나도 없고 연필로 그냥 쓱쓱 그린 그림으로 채워져 있다. 그렇다보니 지우개로 지우면 지워질 것 같은 생생함이 피부로 와 닿는다. 그림 속의 개가 떠돌아다니는 모습이 진짜 같아 내 눈앞으로 툭 튀어나올 것 같다. 길을 가다 떠돌이 개를 보면 선뜻 만지지 못하는 망설임이 이 개를 보면서도 느껴져서 마음이 찡했다. 글도 없고 색감도 없이 형태만 그려진 개의 모습인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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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씨라곤 하나도 없고 연필로 그냥 쓱쓱 그린 그림으로 채워져 있다. 그렇다보니 지우개로 지우면 지워질 것 같은 생생함이 피부로 와 닿는다. 그림 속의 개가 떠돌아다니는 모습이 진짜 같아 내 눈앞으로 툭 튀어나올 것 같다. 길을 가다 떠돌이 개를 보면 선뜻 만지지 못하는 망설임이 이 개를 보면서도 느껴져서 마음이 찡했다. 글도 없고 색감도 없이 형태만 그려진 개의 모습인데도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혼자임을, 떠돌아다니고 있음을, 그리고 종종 외롭다는 사실을 말이다.

 

  어딘가 목적지가 있었을까? 이 개는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큰 사고를 낸다. 도로에서 이 개를 피하려던 차들끼리 서로 피하면서 사고가 났고 인명피해도 났을 것이다. 의도하지 않은 사고를 멀리서 지켜봐야 했던 개. 그 모습이 너무 쓸쓸해서 마음이 울컥했다. 사람들을 신경 쓰느라 이 개의 존재에 대해선 누구하나 신경 쓰지 않았지만 만약 그 사고의 원인이 이 개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사람들의 분노가 엄청 났을 것 같다. 나라도 죽일 듯이 쫓아가 해코지를 했을 것이다. 그 상황들이 마음 아파 생생한 그림을 보면서 지우개로 지우고 싶었다. 우리도 살아가면서 행복한 일만 겪을 수 없듯이 이 개에게도 이왕이면 좋은 일들이 있었으면 싶었다.

 

  이름도 없는 떠돌이 개. 밥은 먹고 다니는 지 잠은 제대로 자는 지 걱정이 되기까지 했다. 곁에 아무도 없는 모습을 볼 때마다 저 개에 빙의 돼 내 모습도 저럴 때가 있었다며 스스로 울적해 하고 있었다. 이 이야기는 어떻게 끝날까, 그냥 떠돌이 개 한 마리의 이야기인데 왜 이렇게 마음이 아프고 울컥하는지 모르겠다. 외로움 때문일까? 마음 속 깊이 자리하고 있는, 평생 털어 낼 수 없는 외로움 때문이었을까? 그런 마음을 달래주었던 건 책의 말미에 나오는 개와 한 아이와의 만남이었다.

 

  내가 어릴 때였다면 떠돌이 개에게 선뜻 다가갔을지 모르나 책 속의 아이처럼 개를 관찰하고 자신에게 다가오는 개를 거부하지 않을 용기가 지금은 없다. 자신에게 몸을 부대끼는 개를 피하지 않으면서도 손은 선뜻 내밀지 못하는 아이지만 곧 그 개를 쓰다듬어 줄 것을, 밥은 먹었냐며 어디서 왔냐며 말을 걸어 줄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이 개를 보니 어쩔 수 없이 어렸을 때 우리 집에서 키웠던 개가 생각난다. 내 친구가 되어주고 가족의 역할까지 해주었던 개. 유일하게 내가 기억하고 있던 개. 우리 집에서 살면서 그 개는 외롭거나 쓸쓸한 적은 없었을까? 괜히 그 시절 키웠던 개까지 생각나면서 마음이 스산해진다. 처음으로 그 개에게 이런 말을 해주고 싶다. 보고 싶다고. 어린 시절 통학하는 그 먼 거리를 나를 따라와 주어서 고마웠다고 말이다.

 

s****m 2015.01.04.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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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시렁 1016 어느 개 이야기
"그림책시렁 1016 어느 개 이야기" 내용보기
숲노래 그림책 2022.8.8. 그림책시렁 1016   《어느 개 이야기》  가브리엘 벵상  별천지  2009.10.30.첫/2014.5.25.4벌       1994년에 《그 어느 날 한 마리 개는》(홍성사)이라는 책이 나왔습니다. 지은이 이름은 ‘모니크 마르탱’입니다. 만화책이라 해야 할는지 그림책이라 해야 할는지 알쏭했는데, 적잖은 분들은 “만화책에 가깝다”고 말씀하더군요. 제법 사랑받았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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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2022.8.8.

그림책시렁 1016

 

《어느 개 이야기》

 가브리엘 벵상

 별천지

 2009.10.30.첫/2014.5.25.4벌

 

 

  1994년에 《그 어느 날 한 마리 개는》(홍성사)이라는 책이 나왔습니다. 지은이 이름은 ‘모니크 마르탱’입니다. 만화책이라 해야 할는지 그림책이라 해야 할는지 알쏭했는데, 적잖은 분들은 “만화책에 가깝다”고 말씀하더군요. 제법 사랑받았으나 오래 사랑받지는 못해 조용히 사라졌는데, 2003년에 《떠돌이 개》란 이름으로 새로 나옵니다. 1982년에 처음 태어난 이 그림책은 ‘가브리엘 벵상’ 님이 다른 글이름으로 선보인 ‘글 없이 글붓(연필)으로 수수하게 빚은’ 이야기꾸러미예요. “Un Jour Un Chien”은 “떠돌이 개”가 아닌 “어느 날 어느 개”입니다. 책이름을 함부로 바꾸지 말아야 합니다. ‘서울놈(도시인)’이 ‘어느 날’ ‘다 커 버린 개’를 이제는 귀엽지 않다고 여겨서 시골에다가 슬쩍 ‘버리고 달아난’ 뒤에 ‘어느 개’가 떠돌이가 되어 ‘어느 길’을 스스로 가는 삶을 투박하게 들려주는 줄거리예요. 저는 시골에서 살기에 서울놈이 이 전남 고흥까지 부릉부릉 와서 개나 고양이나 텔레비전이나 세탁기나 온갖 것을 논둑이나 골짜기나 바닷가에 버린 꼴을 곧잘 봅니다. 알아야 하는데요, 버리는 놈이야말로 버림받습니다.

 

ㅅㄴㄹ

#UnJourUnChien #GabrielleVincent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h*******e 2022.08.08.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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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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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소개하는 기사에서 처음 접하게 되었다.글 하나 없는 크로키로 그려진 그림으로만 이루어진 책이라고 해서 궁금해서 구입하게 되었다.이 책에서 가장 충격적이고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바로 처음에 나오는 개가 차에서 버려지는 장면이다.툭...누군가의 사랑을 받고 따뜻한 보살핌 아래 살았을 개는 그렇게 순간 버려졌다.15년 넘게 개를 키우고 있는 애견인의 한 사람으로서...
"버려진 개...." 내용보기

책을 소개하는 기사에서 처음 접하게 되었다.

글 하나 없는 크로키로 그려진 그림으로만 이루어진 책이라고 해서 궁금해서 구입하게 되었다.

이 책에서 가장 충격적이고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바로 처음에 나오는 개가 차에서 버려지는 장면이다.

툭...

누군가의 사랑을 받고 따뜻한 보살핌 아래 살았을 개는 그렇게 순간 버려졌다.

15년 넘게 개를 키우고 있는 애견인의 한 사람으로서... 너무 가슴이 아프고 울컥한 느낌이 들었다.

개를 키우면서 드는 생각은 사람이든 동물이든 한 생명을 거두는 일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개가 늙어가면서 아파하는 모습을 봐야하고, 언제가는 떠날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계속해서 해야 한다.

병원비도 많이 들고 손도 많이 가고 나의 시간을 할애하여 개에게 쏟는 과정이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단 한 순간도 개를 버려야겠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다.

그만큼 우리 가족에게는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존재이다.

이 개도 누군가의 가족이었을텐데... 그 가족이라는 사람에게 버림받은 심정이 어떨까?

한동안 차를 뒤쫒는 개의 모습에 너무나도 가슴아팠다.

대충 그린 듯 하지만, 그림 안에 글로도 표현하기 힘든 많은 것들을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

o*********y 2017.02.13.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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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 찾아온 손님 (떠돌이 개/어느 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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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352   우리 집에 찾아온 손님― 떠돌이 개 (어느 개 이야기) 가브리엘 벵상 그림 열린책들 펴냄, 2003.4.20. (별천지 다시 펴냄, 2009.10.30.)     2014년 2월 첫머리에 우리 집에 개 한 마리가 갑자기 찾아왔습니다. 처음부터 우리 집에 찾아오지는 않았습니다. 우리 마을에 어느 날 갑자기 개 한 마리 나타났습니다. 마을 이곳저곳을 빙빙 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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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352

 


우리 집에 찾아온 손님
― 떠돌이 개 (어느 개 이야기)
 가브리엘 벵상 그림
 열린책들 펴냄, 2003.4.20. (별천지 다시 펴냄, 2009.10.30.)

 


  2014년 2월 첫머리에 우리 집에 개 한 마리가 갑자기 찾아왔습니다. 처음부터 우리 집에 찾아오지는 않았습니다. 우리 마을에 어느 날 갑자기 개 한 마리 나타났습니다. 마을 이곳저곳을 빙빙 돌다가 마을 할매가 지나가면 꼬리를 살랑살랑 치면서 잰걸음으로 좇습니다. 이러다가 나를 보면 나를 좇고, 우리 집 아이들을 보면 아이들을 좇습니다. 마을에 개를 키우는 집은 딱 한 곳 있지만, 아주 덩치 큰 시베리안 허스키인데, 그 집 빼고 개를 아무도 안 키워요. 그 집에서도 토실토실 북슬북슬 개를 키우지 않습니다.


  마을을 이틀째 떠돌던 개는 아이들을 따라 우리 집으로 들어옵니다. 큰아이는 네 살이던 해에 음성 할아버지 댁에 있는 개한테 크게 놀라면서 여러 해 동안 개를 멀리했어요. 아주 조그마한 개만 보아도 울먹이면서 멀리 내빼곤 했습니다. 그런데, 올해 일곱 살이 된 뒤 마을을 떠도는 개를 보고는 내빼지 않습니다. “멍멍아, 이리 와 봐.” 하고 부릅니다. 틀림없이 누군가 키우다가 시골마을에 팽개친 ‘집개’로 보이는 떠돌이는 큰아이가 부르는 소리에 와락 안깁니다. 떠돌이가 되어 배를 한참 곯았구나 싶은 개는 혀를 내밀고 꼬리를 살랑입니다. 마을에 있는 숱한 고양이는 누가 밥을 챙기지 않더라도 이래저래 먹이를 찾습니다. 때로는 마을 할매가 따로 밥을 챙겨서 내밀기도 합니다. 이 개는 어떨까요. 이 개는 여기저기 기웃거리면서 밥이나마 제대로 먹었을까요.


  국을 끓이고 밥을 말고는 소시지를 몇 점 얹어서 개한테 내밉니다. 개는 밥그릇을 보자마자 덮칠듯이 달려듭니다. “쉿, 쉿, 기다려.” 하고 말한 뒤 마당 한쪽에 내려놓습니다. 떠돌이 개는 곧장 밥그릇을 비웁니다. 그렇다고 한 그릇을 더 줄 수 없습니다. 이렇게 허둥지둥 먹는다면 한참 곯았을 테니 갑자기 많이 먹으면 안 좋아요. 더 달라는 눈빛을 모르는 척합니다. 저녁에 아이들 밥을 차린 뒤에 슬그머니 개밥을 한 그릇 덜어서 내놓습니다. 떠돌이 개는 이틀 동안 밥그릇을 내려놓기 무섭게 비웠습니다.

 


  사흘째 되는 날, 떠돌이 개는 이제 배가 좀 부른지, 밥에 얹은 소시지만 훑어먹습니다. “너, 배부르구나? 어쩜 요렇게 먹니?” 하고 볼따구를 두 손으로 잡고 살살 흔듭니다. “골고루 다 먹으라고 주었잖니.” 물끄러미 지켜보니 개는 한 시간쯤 뒤에 밥을 비웁니다. 저녁에도 이렇게 먹습니다. 이튿날에도, 또 이튿날에도, 밥에 얹은 다른 것만 날름 집어먹은 뒤, 한 시간이 지나서야 밥을 삭삭 비웁니다.


  이러구러 보름이 지나니, 떠돌이 개는 아침에 밥그릇 비우고 우리 집에서 나갑니다. 낮에 살짝 들어와서 밥그릇을 들여다보다가 다시 밖으로 나갑니다. 그러고는 해가 떨어진 저녁에 들어와서 섬돌에 올라앉아 웅크리고 잡니다. 늦은 저녁에 들어온 모습을 보고는 밥을 마당에 내려놓으면 자다가 일어나서 밥을 먹습니다. 이렇게 열흘을 지냅니다.


  그러고 나서 그제부터 떠돌이 개는 우리 집으로 돌아오지 않습니다. 이레쯤 앞서 새로운 떠돌이 개를 보았습니다. 우리 집에 눌러앉은 떠돌이 개도 예전에는 집개였다고 느꼈는데, 새로운 떠돌이 개도 집개인 티가 물씬 나는 한편 목줄까지 있습니다. 새로운 떠돌이 개는 우리 집에 먼저 자리를 잡은 떠돌이 개하고 밥을 나누어 먹습니다. 그러고 닷새가 지난 그제, 우리 집 떠돌이 개는 아침에도 낮에도 저녁에도 밤에도 새벽에도 안 보입니다. 사나흘 앞서부터 밤바다 새로운 떠돌이 개가 우리 집 마당으로 와서 자꾸 얼쩡거리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눌러앉은 떠돌이 개 곁에서 함께 자지는 않고 마당을 빙빙 돌기만 했습니다.


  무슨 뜻이었을까요. 저하고 다른 곳으로 가서 살자는 뜻이었을까요. 저하고 함께 나그네 되어 새로운 마을로 돌아다니자는 뜻이었을까요. 집개로 지내면서 실컷 뛰지도 못하고 달리지도 못하던 아쉬움을 풀자는 뜻이었을까요.

 


  우리 집에 눌러앉으며 한 달을 함께 지낸 떠돌이 개는 처음에는 달리지 못했습니다. 걸음도 되게 느렸습니다. 우리 집 두 아이를 태운 자전거를 몰고 논둑길을 달릴라치면 어정어정거리면서 가까스로 따라오다가 저 뒤로 한참 처졌어요. 그런데, 스무 날쯤 될 무렵부터 달리더군요. 우리 마을에 깃든 지 스무 날쯤부터 이장님네 짐차 꽁무니를 좇아 제법 잘 달립니다. 아하, 네가 아침에 밥을 먹고 이렇게 하루 내내 이곳저곳 뛰고 달리면서 돌아다니는구나.


  우리 집 아이들은 떠돌이 개가 우리 집에 그대로 눌러앉지 않아서 못내 서운합니다. 그렇지만 아쉽게 여기지는 않습니다. “개는 왜 밖에서 살아?” “개는 처음부터 밖에서 사는 짐승이야. 고양이도 밖에서 살지. 제비도 딱새도 까치도 밖에서 살아.” “사람은?” “사람도 처음에는 숲에서 살았어. 그러다가 이렇게 집을 지어서 집에서 살지만, 집보다 들과 바깥에서 움직이며 일하지.”


  지난 한 달은 떠돌이 개가 홀로서기를 하는 기운을 모으는 때였으리라 느낍니다. 한 달 동안 알맞게 밥을 먹으면서 기운을 되찾는 한편, 시골을 두루 누빌 다리힘을 찬찬히 붙이는 때였으리라 느낍니다. 이 개가 십일월이나 십이월이 아닌 이월에 우리 마을에 와서 그나마 낫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겨울이 끝나는 달에 와서 새봄이 막 열리는 달에 홀로서기를 하는 셈인가 하고 생각합니다. 들마다 풀이 돋고 딸기꽃이 피면 떠돌이 개도 한결 느긋하게 이 땅을 누빌 수 있겠지요. 퍽 늙은 개였는데, 봄과 여름과 가을까지 즐겁게 지낼 수 있겠지요. 다시 겨울이 찾아오고 힘들면, 그때에 또 우리 집으로 찾아오기를 빌어요. 겨울에는 따순 밥과 잠자리를 누린 뒤, 또다시 찾아올 봄에 홀가분하게 골골샅샅 누빌 수 있기를 빌어요. 들개가 되고 숲개가 되며 시골새가 되어 온몸에 푸른 숨결 새록새록 받아들일 수 있기를 빌어요. 떠돌이 개 두 마리는 서로 아끼며 잘 지내리라 믿습니다.

 


  가브리엘 벵상 님이 빚은 그림책 《떠돌이 개》를 새삼스레 들여다보면서 생각에 잠깁니다. 떠돌이 개는 처음부터 떠돌이 개는 아니었습니다. 사랑받는 개였고, 사람과 함께 살아가던 개였습니다. 어여쁜 개였으며, 착한 개였습니다. 이 개는 왜 버림받아야 했을까요. 이 개를 버린 사람은 어떤 마음이요 어떤 삶일까요.


  개는 떠돌이가 되었지만, 천천히 천천히 아주 천천히, 스스로를 돌아봅니다. 집개도 떠돌이도 아닌 들개라는 숨결을 깨닫습니다. 들에서 살고 들바람을 마시면서 들빛으로 고운 숨결인 줄 느낍니다. 그림책 《떠돌이 개》에서는, 개와 똑같이 떠돌이로 지내는 아이를 만나요. 우리 집에 찾아온 손님은 다른 손님을 만납니다. 마음으로 아끼고 마음을 읽으며 마음을 나누는 벗이 있기에 삶이 맑게 빛나는구나 싶습니다. 4347.3.4.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h*******e 2014.03.04.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