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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만큼 '인물'이 중심으로 조명되는 시대도 아마 없을 것이다. 다른 시대에 대해 다룰 때, 역사적 인물은 대개 '어떤 흐름의 선구자 역할을 한 사람'으로 규정되는 경우가 많다. 반면 르네상스 시대를 다룰 때만큼은 개인의 개성과 독립적인 활동이 굉장히 중시되어 서술할 때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연 르네상스의 '인간'적 측면을 제대로 조명했는지에 대해서는 미진한 감이 없잖아 있었다. 다른 시대에 비해서는 훨씬 정도가 덜하다지만, 역사적 흐름이나 사회적 환경에 인물이 귀속된 것으로 보는 시각은 여전했기 때문이다. 아마 문학가는 문학가대로, 사상가는 사상가대로, 미술가는 미술가대로 따로 서술하는 것이 일반적인 상황도 여기에 한몫했을 것이고.
<인간시대 르네상스>는 르네상스 시대를 살아간 스무 명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이 책에 등장한 르네상스인들은 활약한 장소나 시대가 그야말로 다양하다. 시대별, 영역별로 구분한 것이 아니라 르네상스의 인간, 사회, 꿈, 악몽이라는 다소 자의적인 소주제로 구분한 것이 당연하게 여겨질 정도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르네상스 시대를 살았다는 것 외에도 한 가지의 공통점이 더 있으니, 바로 '순응'을 미덕으로 삼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들은 주어진 '한계'에 자신의 방식으로 저항했다. 그 한계가 기술적 제약에서 온 것이든, 사회적 규제에서 주어진 것이든,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든 간에, 자신의 비전과 배치되는 상황 앞에서 다른 길을 모색하고는 정면으로 맞섰다. 그리고 그런 도전을 계란으로 바위치는 어리석음이 아니라 찬탄받아 마땅한 도전정신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 바로 르네상스 시대였다. 당대에 목적을 성취하고 인정받았던 것이든 후대에야 빛을 보게 된 것이든 그들은 순응하기보다 적극적으로 노력하며 다른 길을 찾는 것을 택했고, <인간시대 르네상스>는 바로 그런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시대에 맞섰기 때문에 시대를 대표하는 역사적 인물로 남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되는데, 르네상스는 그런 시대였고 르네상스인들은 바로 그런 사람들이었다.
이 책에는 생소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국내에서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인물도 여럿 다루고 있고, 유명한 인물의 경우에도 잘 알려진 이야기를 답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자료나 시각을 방대하고 치밀하게 제시하고 있다.<인간시대 르네상스>에 나오는 사람들은 더 이상 유명세나 몇몇 일화에 박제된 존재가 아니라, 자신이 살던 시대를 치열하게 살아갔던 사람들인 것이다.
여담이지만, 뒤러에 대해 다룬 챕터에서 전혀 뜻밖의 이유로 서글퍼졌던 대목이 있었다. 저자가 국내에서는 르네상스에 대해 다룬 책이 별로 없지만 뒤러 관련 서적은 꽤 여러 권 나왔다고 하는 구절이 있었는데, 순간적으로 저자가 옆에 있다면 구 구절에 대해 따지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더랬다. 르네상스 관련 서적은 미술 서적 내에서는 인상주의와 더불어 관련서적이 많은 축에 들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서양 화파 중 가장 관심있는 사조가 신고전주의이고 그 다음이 바로크인데, 도서관이건 서점이건 미술 서가에 한 번이라도 가 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이게 무슨 뜻인지 잘 알 것이다. 이러니 르네상스 관련 서적이 별로 없다는 한탄에 괜히 울컥하는 마음이 들지... 르네상스 관련 주요 저작 중 번역되지 않은 책이 많고, 국내 작가가 쓴 책도 별로 없는 만큼 틀린 말은 아니지만, 훨씬 마이너한 분야를 좋아하는 입장이니 괜히 억울한 마음이 들었더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