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상적인 노란색 표지의 만화책. 표지에 찍혀 있는 빨간눈의 토끼를 모아서 보내면 만화책을 보내준다는 얘기. '먼나라 이웃나라'를 보고 어디선가 봤던 그림인데 하는 기시감. 바벨2세와의 수중 전투에서 에너지를 지나치게 사용한 요미의 얼굴 모습이 가져다 주는 섬뜩함. 주인공을 탈출시키고 동요 '과꽃'을 흥얼거리며 죽음을 맞는 로봇 솔로몬의 모습으로부터의 선명한 충격. 클로버문고를 기억하는 세대가 주로 386세대인 것을 감안하면, 나는 아마도 클로버문고의 끝자락을 잡은 사람 중 하나일 것이다. 그리고 위에서 얘기한 바와 같이 그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국민학교(그래, 그때는 국민학교였다) 시절 6년 동안 모은 소년중앙과 별책부록은 할아버지댁으로 옮기면서도 모두 챙겨갔지만 어느날 불쏘시개로 쓰이는 모습을 보고도 뭐라 한마디 하지 못 했던 나름 아픈 기억이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자의타의에 의해 한점 추억이 깃든 많은 물건들이 버려진다. 추억이나 기억조차 때로는 짐이 되는데 유형의 물건들을 모두 간직하면서 살아가기란 참으로 지난한 일인 것이다. 소년중앙을 꾸준하게 보았지만, 때로 별책부록이나 특별선물이 탐이 나 어깨동무나 새소년을 산 적도 있다. 한달에 두 개씩의 소년잡지를 산다는 건 허용되지 않는 일이었으므로 서점에서 한참을 고민하고 비교했었다. 그러니 만화책인 클로버문고를 사기 위해서는 부모님의 눈치를 많이 봐야 했다. 특별히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으면 한 권 정도 사주신 것 같다.
본서 <클로버문고의 향수>는 네이버 클로버문고의 향수 카페가 5년 가까운 기간 동안 모은 클로버문고 자료와 도록, 해설을 집대성한 책이다. 클로버문고 만화들을 크게 명랑, 공상과학, 스포츠, 순정, 고전/명작, 시대/역사, 액션/추리/드라마로 분류하고, 각 만화들의 표지, 본문, 기타 관련 도록 등과 함께 줄거리, 평가가 상세하게 기재되어 있어서, 도록집과 해설집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 카페원들이 직접 글을 쓴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전문 작가가 아님에도 각 만화에 대해 충실한 내용을 소개하고 있으며, 어릴적 직접 클로버문고를 읽고 감동했던 이들인지라 각 만화들에 대한 평가는 더 동감이 가고 풋풋하다.
본서 내용에도 자주 언급되는 것이지만 클로버문고의 상당수는 일본 만화의 표절이며,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없던 시기라고는 하지만 씁쓸한 맛이 없을 수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클로버문고가 준 '추억'이라는 선물을 클로버문고를 기억하고 있는 이들이 모두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는 것 또한 사실일 것이다. 클로버문고를 기억하고 있는 분들에게 본서 <클로버문고의 향수>의 빡빡한 내용을 읽어내려가는 시간은 또 다른 즐거운 시간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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