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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1월 24일> * 책리뷰 * * 어디에도 어디서도 by 김선재 - 그네들의 의지와 상관없는 이야기들 * * 평점 : ★★★★★
* 최종 읽은 날 : 2019.11.18 쉬운 언어를 좋아한다. 너무 많은 것을 담아낸 문장이 아니라 보이는 그대로 담아져있는 문장을 좋아한다. 희,노,애,락. 그 어느 하나 빠질 수 없는 것이 삶이라는 것을 아는 나이가 되었지만 적당히 타협하고 싶어한다. 조금은 덜 슬프고, 조금은 덜 아팠으면 하는. 그대신 너무 많이 행복한 것은 넘치게 기쁜 것도 적당히 선을 긋으려 노력한다. 이 책은 내가 좋아하는 생각에서 벗어난 책이다. 어두운 갈색빛의 땅을 뚫고 나온 여린 새싹을 연상케하는 책표지가 상큼했고, 군더더기를 뺀 그 상큼한 표지는 책 속의 내용도 쉼이 가득한 여백들이 많을 것 같았다. '어디에도 어디서도'라는 모호한 제목도 좋았고, 부담가지 않는 얇은 두께가 좋아서 집어들었다. 그런 나의 마음을 배신해버리는, 나는 읽다가 결국 울어버렸다. 왜 이 세상은 이런거야. 힘든 사람에게 왜 버티기 힘든 일만 생기는 거야. 대체 왜 이런거야..... (P.29) 그 나날동안 나는 열심히 일하고 사랑했다. 태양 가까이 간 죄가 얼마나 큰 죄인지 까맣게 잊었던 것도 그 즈음의 햇빛 때문이다. (P.31) 그녀는 이미 흙의 일부가 된 것 같았다. 물론 그건 누구의 의지도 아니었다. 죽음은 의지와 상관없이 찾아오는 것이었다. (...) 한 번 으깨지면 두 번 다시 제 모습으로 돌아갈 수 없는 것들은 어디에나 있기 마련이다. - 그가 아내를 삼일 째 되는 날 찾았다는 단락을 읽을 때, 나는 손으로 눈을 가리고 말았다. 마치 그의 죽은 아내가 내 눈앞에 있기라도 하듯이-. 그 모습을 눈으로 볼 수 없어서 그러듯이, 가린 손바닥을 타고 눈물이 흘렀다. 어쩜 좋아, 어쩜-. (P.12) 다른 어떤 것도 상상할 수 없게 만들면 간단히 해결될 일입니다. 눈은 더 눈답게, 숲은 더 숲답게 만드는 거죠. 당신이 지금 나를 염소라 믿어 의심치 않는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 진실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런 세상이죠. (P.25) 기억을 묻어버리면 그녀나 당신이나 모두 편할거라 생각한 게 착각이었다는 걸 당신은 그녀가 아프고나서야 깨달았다. 그녀의 기억이 곧 자신의 일부이기도 하다는 걸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은 뒤였다. 이제 그녀는 당신이 아고 싶어 하는 것 중 어떤 것도 말해주지 않을 것이다. (P.60) 남자가 생각하기에 사진은 기억과 관련된 영역의 일이었다. 그게 진짜였다. 물론 기억과 증명은 얼핏 비슷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증명은 기억과 별 상관이 없었다. 그건 영혼의 문제예요. (P.69) 남자는 사는 것처럼 사는 것에 대해 생각했다. 점점 흐려지는 기억을 이따금 서글프게 떠올리며 특별히 기쁘거나 슬프지 않게, 적당히 사는 것이 사는 것일까. (P.97) 밤은 많은 것을 망각하게 만들고, 많은 것을 상상하게 하고 또 오래된 분노와 상처를 유연하게 만들기도 하니까. (P.114) 괜찮다. 조금씩 괜찮아질 거다. 세상에는 누구나 한 번은 겪는 일들이 있으니까. 그리고 아직 그게 마지막인 것은 아니다.(...) 그러니 괜찮아. 나는 고작 그렇게 중얼거린다. 누구나 겪는 일들이 있다. 다만 그것이 그것인 줄 모를 뿐. (P.129) 가끔 내가 처음 본 네가 나와 함께 지내는동안 본 너와 다르다는 생각을 했지만 그뿐이었다. 우리는 모두 하나의 얼굴로 살아갈 수 없는 사람들이었다. 연작소설이다. 5개의 이야기. 음, 연결선을 찾고 싶어 죽겠다. 누구의 생각이 나열되어 있는 것인지, 누구의 목소리를 빌어 나오는 소리인지, 어떠한 하나의 목소리를 내고 싶어하는지. 이야기에 나오는 그들의 모습들이 슬프고, 외롭고, 헛헛하고. 이게 내 모습인가, 이게 우리의 모습인가. 이게 지금 사회의 모습들인가. 이 책에 표시해놓은 부분을 다시 읽으며 나는 문득 지금 읽고 있는 책,《산 자들》이 떠올랐다. 그들이 그들이 아닐까. 연작이라더니 이 책과 그 책이 말하는 하나가 같은 건가. 적당히 기뻐하고 슬퍼하면서 다수의 사람들처럼 휨쓸려 사는 것이 나인 것처럼, 적당히 타협점을 찾으며 그렇게 무력하게 살아가는 우리처럼, 본 모습을 보여 줄 수 없어 이중성이 남발하고 서로의 믿음조차 사라진 세상이기에, 누구나 한 번은 겪는 일이라고 값싼 위로를 남발해대는 우리들인 것처럼, 어떤것이 진실인지도 헷갈려지는 것같이. 세상에 묻혀버리고 마는 그네들의 일상들이 사실 나의 모습인지도 모른다. 글을 쓰면서 찾으려 했던 연결점들이 점과 점으로 흐릿하게 떠오른다. 떠오른 5개의 점들, 그 점들이 나를 자꾸 비춘다. 내 주위를 비춘다. 괜히 씁쓸함이 밀려온다. 내가 좋아함을 하나도 가지고 있지 않았던 5가지 이야기을 담고 있는 책, 그런데 나는 이 책이 깊이 좋아하게 되었다. 그 짧은 이야기의 화자를 구분하지 못해 앞뒤의 책장을 되돌려가며 찾고 또 찾으며, 머리를 열심히 굴린다. 이 이야기와 저 이야기를 비교해가며, 그런 와중에 오지게 슬퍼도 하며. 그런 책이 있다. 내가 추구하는 것과 달라도 나의 무언가를 툭, 건드리는. 돌아서면 잊을 수 있는 이야기, 펼치면 내 일처럼 눈물이 고여 버리는 자동반사같은 이야기, 그렇게 있는 듯 없는 듯 나에게 자극이 되어주는 이야기. 그런 책은 내 속으로 들어와 나의 감각 한 곳에 머물게 된다. 바로 이 책처럼. 작가의 친필 문구처럼 '그럼에도 늘 봄과 같길' 바라본다. 삶이라는 것이 자꾸 나늘 시험에 들게 하여도 모든 것을 놓아 버리고 싶을 만큼 버겁게 날 던져도....그럼에도..... 삶은 진행이 되므로..... 늘 봄과 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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